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82)_1
남궁세가 손녀딸의 귀환-82화(82/319)
비무대 위에 선 두 사람을 바라보던 설화의 시선이 차가웠다.
‘적룡 8대 남궁각수.’
그는 외당 3형제가 알아 온 정보에 의하면 돈을 주고 내당 무사로 승급된 이 중 하나다.
심지어 남궁이라는 성씨도 돈을 주고 사서 사실상 남궁인도 아닌 자.
‘실력은 형편없지만, 집안의 사업이 흥한 덕에 졸부가 된 자.’
저 한 명 때문에 실력 있는 무사 한 명이 승급 시험에서 탈락했다.
돈이 실력을 찍어 누르고, 욕심이 누군가의 간절함을 짓밟아 버린 것이다.
‘이 자리에서 똑똑히 보여준다.’
무림 세가에서 실력보다 물질을 중요시했을 때 그 결과가 얼마나 한심하고, 형편없는 것인지. 그리고 그것이 이 가문에 얼마나 독인지.
그러려면.
– 일룡. 압도적으로 이겨. 상대는 너보다 한참 하수니까 괜히 겁먹지 말고. 하고 싶은 대로 밀어붙여.
설화의 전음에 일룡의 입꼬리가 휘어졌다. 비무대 위로 올라오고 보니 괜스레 호승심이 일었다.
‘기왕 하는 거 이기면 좋은 거잖아?’
이기면 일단 멋있잖아?
지금 아니면 언제 남궁 내당 무사를 꺾어보겠냐. 기왕 이렇게 된 거 이겨주마!
“적룡 16단 일룡이다.”
대뜸 반말부터 하는 도발에 적룡대원의 얼굴이 구겨졌다.
마음 같아선 욕이나 한 바가지 부어주고 싶었지만, 똑같이 무식한 놈처럼 보이고 싶지 않았기에 애써 표정을 다잡으며 포권을 취했다.
“적룡 8대 남궁각수요. 대체 무슨 생각으로 비무대에 올라온 건지 모르겠지만….”
남궁각수가 가주가 있는 방향을 흘낏 바라보았다.
“후회하게 될 것이오. 실력의 차이가 무엇인지 보여주겠소.”
“큭큭. 이거 어쩌나? 이쪽도 전혀 져줄 생각이 없는데.”
일룡이 콧방귀를 뀌었다.
“하기야 그쪽은 지면 좀 부끄럽긴 하겠수다.”
검자루를 쥔 남궁각수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네 녀석…. 겁대가리를 상실한 모양이구나.”
“그거 아슈? 그쪽은 악귀 같은 꼬마 아가씨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야.”
“무슨 말인지 모르겠구나. 하나, 그 말. 후회하게 해주지.”
남궁각수가 검을 들었다.
“와라! 세 수를 양보하마!”
“흥. 되지도 않는 위선 떨기는. 거절은….”
일룡이 바닥을 차며 앞으로 튀어 나갔다.
“안 하마!”
기수식도 없이 적룡대원에게 짓쳐 들었다.
쉬익-
순식간에 눈앞에 나타난 일룡의 움직임에 적룡대원의 눈이 크게 올라갔다.
‘뭐, 뭐야…!’
그가 황급히 검을 들어 공격을 방어하려는 그 순간.
“이걸 당하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오른쪽 귀에 둔탁한 충격이 가해졌다.
오른쪽으로 검을 휘둘러 시선을 끄는 것과 동시에 왼 주먹으로 얼굴을 내려친 것이다.
“이, 이건 반치… 익….”
적룡대원이 단 한 수만에 풀썩, 엎어졌다.
일룡이 흥, 콧김을 뿜었다.
“반칙은 개뿔. 거리 순찰 안 다녀 봤냐?”
허수로 눈을 속이고 뒤통수를 후려갈기는 수법은 뒷골목 파락호만 몇 번 상대해도 대비할 수 있는 뻔한 눈속임인 것을.
“뭐 이리 약해…?”
널브러진 적룡대원의 머리맡에서 일룡은 뒷머리를 긁적였다. 너무 쉬워서 민망할 지경이었다.
비무장이 차가운 물을 쏟아부은 듯 가라앉은 건 두말할 것 없었다.
순식간에 벌어진 충격적인 결과에 누구 하나 말을 잇지 못했다.
‘좀 비, 비겁하지 않았나…?’
‘눈속임 쓰지 말라는 법은 없긴 하지만… 그래도 좀….’
‘아무리 속였대도 내당 무사가 저거 하나 못 막는다고…?’
비겁한 술수를 무어라 하고 싶은데, 따지고 보면 비겁한 건 아니다. 비무에 규칙은 없으니.
그리고 너무 충격적이어서 멍하니 있던 탓에 비난할 순간을 놓치고 말았다.
묘한 긴장감이 흐르길 잠시, 싸한 정적 속에 일룡이 이어서 검대원 중 한 사람을 가리켰다.
“거, 대원님 나랑 비무 한판 때립시다!”
검대원들의 시선이 일제히 한 곳을 향했다.
그 중심에 있던 적룡대원이 화들짝 놀라 자신을 가리켰다.
“나, 나 말이오?”
“그래. 그쪽.”
“그쪽이라니…!”
적룡대원의 인상이 와락, 구겨졌다.
남궁의 권력 구조상 내당 검대원은 외당 검단원의 상급자.
뻔히 알면서도 당신이라 칭한 것은 필시 자신을 무시하는 작태이리라.
“좋소!”
적룡대원이 성큼성큼 비무장 위로 올라갔다. 그는 삐딱하게 서 있는 일룡을 바라보며 예를 갖추었다.
“적룡 7대 남궁락이오! 내게 비무를 청한 것을 후회하게 해주겠소!”
“그러던가.”
이놈이나 저놈이나 후회하게 해주겠다는 말을 좋아하는군.
남궁락이 물었다.
“실력도 있는 것 같다만, 이리 나서는 이유가 있소?”
“네놈이 알 바 없잖아? 뭐 그리 말이 많냐? 빨리 덤벼. 바쁘니까.”
“이유가 있긴 하다는 말이군. 좋소. 나는 좀 전의 무사처럼 봐줄 생각 없으니 각오해야 할거요.”
“퍽이나.”
적룡대원의 신형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이번에는 일룡이 아닌 적룡대원의 선방이었다.
후욱- 카캉!
일룡이 날아드는 적룡대원의 검을 막아냈다. 그러곤 곧장 반격했다.
캉! 카캉! 캉!
두 사람의 공방이 치열하게 오갔다.
내당 무사들은 적룡대원의 승리를 응원했고, 외당 무사들은 소리치지 않을 뿐 일룡의 승리를 응원했다.
전 비무와는 다르게 비등비등하게 이어지는 비무에 내외당 무사들은 어느새 두 개의 편이 되어 비무를 펼치는 이들을 응원하고 있었다.
이윽고.
퍼억-
“크아악!”
일룡의 발차기에 적룡대원이 비무대 아래로 날아갔다.
비무장은 충격에 휩싸였다.
이번에도 역시 일룡의 승리였다.
적룡대원이 날아간 방향을 보며 어깨에 검을 걸친 일룡의 귀에 또다시 전음이 들려왔다.
– 다음. 청룡대 네 번째 줄 두 번째 무사.
일룡의 날카로운 시선이 청룡대의 내당 무사를 향했다.
설화가 말한 대원을 검으로 가리키며 그가 의기양양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이 거기, 좀 나와보슈?”
* * *
촤아악-
“크아악!”
– 다음. 황룡 7단 세 번째 줄 세 번째.
퍼어억!
“허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