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83)_1
남궁세가 손녀딸의 귀환-83화(83/319)
‘저… 영악한 놈이…!’
순간, 감정을 숨기지 못한 남궁장양의 표정이 험악하게 구겨졌다.
그때였다.
– 적룡대주. 표정 관리하세요.
“!”
서늘한 목소리의 전음은 연소란이었다.
– 이 상황을 만든 이가 본인이라고 떠들고 싶은 게 아니면 표정 관리 잘하시는 게 좋을 겁니다.
티 나지 않게 연소란 쪽을 흘낏, 보니 그녀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이 웃으며 아이를 챙기고 있었다.
그녀의 날카로운 눈빛이 짧은 순간 남궁장양을 스쳐 갔다.
– 이번 일은 외당 단주들 선에서 처리하지요.
“!”
– 그간 단주들이 도가 지나치게 해온 짓들이 있지 않나요?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입니다. 이번 일은 저들의 한심함 때문에 벌어진 것이니 적당한 선입니다.
– 하지만, 연 부인. 저자들이 저들끼리 죽으려 하겠습니까? 여차하다 저희 이름이라도 나오면….
– 그건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저들 모두 가족이 있지 않습니까.
“!”
이번 사태에서 무사히 책임을 피해 갈 수 있다는 좋은 소식이었으나, 남궁장양은 마냥 기뻐할 수 없었다.
남궁장양에게도 가족은 있다. 그리고 연소란은 그의 가족들에게 매달 일정량의 곡식을 보내주고 있었다.
연소란의 호의라 생각했던 그것이 제 발을 묶던 족쇄였음을 깨달은 것이다.
– 너무 걱정하실 것 없습니다. 태연하게 행동하세요.
– 알겠… 습니다.
‘그래. 언제고 버려질 신세여도 지금은 아니다. 적어도 지금은….’
남궁무천의 묵직한 시선이 외당의 다섯 단주에게 향했다.
그간의 승급 시험은 다섯 단주들의 주도하에 이루어졌으니 처벌을 피해 갈 수 없을 터.
그들의 낯빛은 이미 하얗게 질려 있었다.
마음 같아선 지금 당장 천무제를 중단시키고 관련자들을 잡아들여 일의 전후를 낱낱이 밝혀내고 싶다.
하나, 그럴 수 없는 것은 온전히 제 손녀, 설화 때문이었다.
‘허허. 아가씨께서 재미있는 판을 꾸리셨습니다.’
비무가 이어지던 중 총관이 그렇게 말했다.
곁에서 그 말을 들은 섭무광이 물었다.
‘그게 무슨 말이오?’
‘저길 보시오.’
남궁문의 턱짓에 남궁무천과 섭무광은 시선을 돌렸다. 시선의 끝에, 남궁설화가 보였다.
‘눈이 바삐 움직이고 목울대 역시 아주 바삐 움직이고 있지 않습니까.’
총관 남궁문의 말대로였다.
‘이 판을 주도하고 있다는 말이겠지요.’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어린아이는 비무가 이루어지는 동안 가장 바빴다.
‘아무래도 아가씨께서 이 천무제를 통해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 모양입니다.’
외당 무사들에 이어 내당 무사들까지.
아이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비무가 이어질수록 점점 더 또렷해졌다.
‘아가씨께선 남궁의 뿌리를 뒤흔드실 생각이신 것 같군요.’
‘음.’
그 뜻을 깨달은 총관이 탄식했고, 섭무광 역시 침음하며 놀라움에 말을 잇지 못했다.
남궁무천은 그런 아이를 주목했다.
‘설화가 남궁으로 돌아온 지 얼마의 시간이 흘렀던가.’
무림 세가의 뿌리는 세가의 무력대다.
그리 길지 않은 시간임에도, 아이는 정말로 남궁의 뿌리를 흔들고 있었다.
눈이 가려 보지 못하였던 무력대의 비리와 부정을 뭍으로 드러내는 것도 모자라 모두에게 경고하고 있지 않은가.
내당 무사들이 외당 무사들에게 무너지는 기형적인 구조를 통해 말이다.
‘설화가 그린 그림은 이것이 끝이 아니겠지.’
이쯤 되니 남궁무천은 기대되기 시작했다.
천무제의 마지막. 직계의 무공을 선보이는 자리에서 아이는 과연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 과연 어떤 그림을 완성시킬 것인가.
‘파훼검은 아니다.’
당연히 파훼검을 선보이리라 생각하였던 것은 깨어진 지 오래다.
하나, 그것을 대신하여 무엇을 보여줄지는 전혀 모르겠다.
그래서 더욱 기대되었다. 아이가 마침내 완성시킬 이야기가.
‘그러니 지금은 멈출 때가 아니다.’
필요한 조사는 천무제를 전부 마친 후에 해도 늦지 않을 터.
“흑룡대주.”
남궁무천이 흑룡대주에게 명했다.
“비무를 마무리하거라.”
“예. 가주님.”
흑룡대주 남궁혁이 비무를 마무리 지었다.
당연히 천무제가 중단될 것이라 여겼던 이들은 놀라운 시선을 가주를 흘낏거렸으나, 남궁무천은 멈출 생각이 없었다.
* * *
내외당의 비무가 끝나니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점심 식사 후에 쉴 틈 없이 비무를 치렀으니 피곤하고 출출하기도 할 터.
남궁무천은 내외당의 무사들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전한 뒤 그들을 외당에 준비된 대연회장으로 보냈다.
비무장 안에는 남궁의 중심인 다섯 세력의 인사들만이 남게 되었다.
직계의 무공은 천호전에 드나들 수 있는 이들만이 보는 앞에서 치러졌다.
외당의 승급전이나 내당 비무처럼 평가를 받기 위한 의도보단 가볍게 재주를 선보이는 자리라는 의식이 강했기에, 분위기는 한결 편안해졌다.
“직계의 무공을 보는 것은 술시(戌時_19~21시)에 시작하겠다. 음식을 들이거라.”
남궁무천의 명령과 함께 기다리고 있던 시비들이 줄줄이 상차림을 들여왔다.
직계의 무공을 선보이기에 앞서 식사와 더불어 작은 연회가 시작된 것이다.
“많이 먹거라. 설화야.”
청운이 설화의 앞에 음식을 덜어주고 있을 때, 설화는 이미 입안 가득 음식을 오물거리고 있었다.
“아빠도 많이 드세요. 맛있어요.”
“하하, 그래. 먹으마.”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며 식사가 이어진 덕분에 비무 때에 굳었던 분위기는 자연스레 풀어졌다.
누구 하나 직전 비무에 대해 말을 꺼내지 않을 뿐, 전반적으로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그래. 누가 먼저 무공을 선보이겠느냐?”
당주들과 함께 얘기를 나누며 식사하던 남궁무천이 자식들을 향해 물었다.
남궁청산이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다.
“당연히 제가 먼저 아니겠습니까! 이 남궁청산이 그간 수련해 온 남궁의 권을 제대로 보여드리겠소이다!”
호탕한 목소리에 비무장의 모두가 와하하, 웃음을 터트렸다.
남궁무천의 표정도 나쁘지 않았다.
“그래. 그리하거라.”
“다음은 제가 나서도 되겠습니까.”
다음으로 치고 나온 이는 둘째, 남궁청해였다.
“이날을 위해 그간 준비한 것이 있습니다. 형님께는 죄송하지만, 더 지체하였다간 제 안달에 제가 먼저 숨넘어갈 판이니. 허하신다면 먼저 선보여도 되겠습니까.”
청해는 청산과는 달리 신중했다.
형님인 청운에게 뜻을 물어 예의를 다하고, 청산과는 달리 ‘무엇을’ 보일지는 감추어 기대감을 더했다.
청운이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버지께서 정해주실 일이지.”
청운의 말로 결정권은 남궁무천에게 넘어왔다. 남궁무천이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하거라. 하면, 마지막은 청운이 되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