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84)_1
남궁세가 손녀딸의 귀환-84화(84/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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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천무제의 마지막, 직계의 무공을 선보이는 시간이 되었다.
가장 먼저 나선 것은 식사 때에 말한 대로 남궁청산이었다.
“하앗-!”
남궁청산이 권을 내지르자, 파앙- 팡! 하며 공기가 터져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사방으로 바람이 불고, 그 바람에 옷자락과 머리카락을 날리며 펼쳐지는 권법에 가문인들의 표정에는 놀라움이 어렸다.
“오오. 삼 공자의 패기는 여전하구려.”
“삼 공자는 아무래도 일, 이 공자보다는 힘이 강하지. 제 장점을 보여주기 위해 권법을 선택한 건 꽤 영리했소.”
“삼 공자의 생각이었겠습니까? 모용부인께서 일러주었겠지요.”
“허허허. 삼 공자는 부인을 참 잘 두었소.”
가문의 세력들은 청산의 권법에 심히 만족했다. 무사들의 비무 때에도 본 권법이었지만, 거구의 청산이 펼치는 권은 그 위력이 달랐다.
남궁무천의 아들답게 뛰어난 성취였다.
“오오, 잘 보았소. 삼 공자.”
“훌륭한 권이더구려!”
만족스러운 박수 속에 남궁청산의 무공이 끝났다.
청산은 사방에 포권을 취했다.
이제 그가 비무대를 내려가리라 생각한 순간, 남궁청산은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그는 이내 비무장 전체가 떠나가도록 큰 목소리로 소리쳤다.
“우리 화린이의 재주는 나보다 뛰어나니 기대해도 좋소이다! 어르신들께선 부디 어여삐 여기는 눈으로 봐주시오!”
역시, 딸바보라 불리는 청산다운 말이었다.
와하하, 웃음이 터져 나오는 가운데 설화가 청운의 팔을 붙잡았다.
“아버지.”
“음?”
“저런 거, 전 필요 없어요.”
“…!”
움찔, 굳어버린 청운을 설화가 돌아보았다.
“절대. 싫어요.”
아이의 서늘한 시선에 청운은 아쉬움의 눈물을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알겠다….”
청산에 이어 화린이 비무대 위로 올라왔다.
사실상 화린에게 무언가를 바라는 이들은 없었다.
화린은 제 엄마를 닮아 작고 왜소해서, 비무장 위에서 뛰어다니기만 해도 모두의 사랑을 받을 터였다.
‘지난번에 봤을 때 낯을 많이 가려서 안 나올 줄 알았는데. 의외네.’
설화는 화린이 비무대 위로 올라오는 것만으로 이미 놀라웠다.
화린은 무언가를 들고 올라왔다. 함께 올라온 시비가 화린에게서 5장 정도 되는 거리에 과녁을 놓았다.
화린이 비무장 위에서 어른들을 향해 꾸벅, 꾸벅, 인사했다.
응원 어린 박수가 터졌고, 화린은 제가 가지고 올라온 것이 무엇인지 설명하지 않은 채 과녁을 향해 섰다.
이윽고 파앙-! 하는 소리가 비무장에 울려 퍼졌다. 과녁으로 놓았던 종이가 터지듯 찢어지는 소리였다.
‘저건….’
설화의 눈빛이 반짝였다.
‘신탄궁?’
조잡하긴 하지만 저건 분명 신탄궁이다.
일반 활과 다르게 화살이 아닌 돌멩이를 사용하는 무기인 기존 탄궁을 개조하여 만든 신탄궁.
본래의 탄궁이 팽팽하게 당겨지는 시위대에 화살 대신 돌을 놓고 시위를 당겨 탄을 날리는 방식이라면, 신탄궁은 조작기를 만들어 조작기를 누르면 돌이 날아가는 방식이었다.
화살보다 위력은 약하지만 공격 속도가 빠른 탄궁의 장점을 더욱 부각해주는 것이 신탄궁의 장점이다.
신탄궁은 이전 생에 본 적 있었다.
남궁과의 전투를 치를 때.
남궁이 처음 신탄궁을 들고나왔을 때, 혈교의 전사들이 얼마나 당황했던지. 그날은 혈교의 완벽한 패배였다.
‘그걸… 남궁화린이 만들었다고…?’
남궁화린. 조용하고 존재감 없는 아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무공보단 기관에 재능이 있었던 건가.’
두어 발을 더 쏜 뒤 화린은 탄궁을 거두고 쭈뼛쭈뼛 어른들에게 인사했다.
그녀의 재주가 썩 놀라운 모양이었는지, 가문의 어른들은 얼이 빠져선 아이를 바라보았다.
그 탓에 박수 소리가 작아졌고, 그것을 부끄러이 여긴 화린이 후다닥 비무대를 내려가려던 때였다.
“네가 만든 것이더냐?”
남궁무천의 물음에 화린을 고개를 끄덕였다.
“정녕 너 혼자 그것을 만들었느냐?”
화린이 다시금 고개를 끄덕였다.
남궁무천의 입매가 깊게 휘어졌다. 그의 시선엔 기특함이 가득했다.
“잘 보았다. 훌륭하구나.”
예상치 못한 할아버지의 칭찬에 잠시 놀라던 화린은 이내 해사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곤 기분이 좋은 듯 비무대 위를 도도도도 뛰어 내려갔다.
비무대 아래에서 기다리고 있던 모용연화의 품에 폭, 안기는 가문 막내의 모습에 비무장 안에는 또다시 웃음꽃이 피었다.
다음은 남궁청해의 차례였다.
남궁청해는 검법을 선보였다. 본래 절정의 평에 불과했던 그의 경지는 완숙한 절정에 이르러 있었다.
검기를 두르고 펼치는 검법은 크게 특별할 것은 없었다. 수련을 게을리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을 정도.
하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남궁청해는 검법에 이어 진법을 선보였다.
어디선가 커다란 돌덩이를 가져와 비무장 바닥 위에 늘어놓을 때만 해도 심드렁하던 반응은 무사 하나가 비무장에 올라오며 달라졌다.
“이 대원이 비무장의 동편으로 올라 서편으로 내려가는 것을 잘 봐주시기를 바랍니다.”
무사는 청해의 말대로 동편 계단으로 비무대 위에 올라갔다. 한데.
“뭐야? 뭐 하는 거지?”
“뻔히 보이는 계단을 못 찾는다고?”
“허어….”
비무대 위에 오른 무사는 서편으로 가기는커녕 그 좁은 비무대 위를 방황하며 돌아다녔다.
마치 비무대 위에 오른 순간, 저 홀로 다른 공간에 갇혀버린 듯이.
“눈을 가리고 판단을 흐리는 진법입니다. 믿기 힘드신 분들께선 직접 내려와 진법을 확인해 보시지요.”
남궁청해의 말에 몇몇 장로들이 나와 비무대에 올라갔다.
그들은 무사들과 같이 비무대 위를 방황하다가 결국, 청해의 손에 이끌려 나와야만 했다.
고작 돌 몇 개로 펼친 놀라운 진법이었다.
‘돌에 사술을 부린 건가?’
방법은 알 수 없어도 남궁청해의 저력은 제대로 드러났다.
“역시 이 공자군. 검술뿐만이 아니라 진법에도 이리 능하니 칭찬을 안 할 수가 없지 않겠소?”
“허허허! 남궁을 짊어질 이라면 저 정도는 되어야지! 아주 든든하기 그지없소이다!”
남궁청해를 지지하는 장로들은 이때다 싶어 입술이 마르도록 그를 칭찬했다.
하나, 과분한 칭찬은 아니었다. 남궁청해가 보여준 것은 그 이상이었으니까.
‘준비를 철저하게 했구나.’
남궁청해 역시, 소가주 얘기가 슬슬 나오고 있음을 아는 이상 필사적으로 천무제를 준비했을 터.
이건 명백하게 그가 이루어 낸 성과다.
“아버지.”
동생을 향해 손뼉 쳐주던 청운이 설화를 돌아보았다.
“저는 이제 슬슬 준비하러 가 볼게요.”
청운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다녀오거라. 밤이 어두우니 혹여 넘어지지 않도록 조심하고.”
“네.”
설화가 싱긋 웃었다.
“아래에서 봬요. 아버지가 비무대에 오르시기 전에는 올 거예요.”
청운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시선에서 헌신적인 신뢰가 묻어 나왔다.
“조금 이따 보자꾸나.”
설화는 령에게 비무장에 남아 상황을 지켜보도록 지시한 뒤, 비무장을 빠져나왔다.
전각에 도착하니 전각의 뜰을 안절부절 오가던 여율이 그녀를 발견하곤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