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86)_1
남궁세가 손녀딸의 귀환-86화(86/319)
아이가 피어 올리는 검기에 가문인들의 표정은 충격을 넘어 경악으로 이어졌다.
보고 있었지만, 그 누구도 믿지 못하였다.
‘절정…!’
‘절, 절정의 경지라고…?!’
절정의 경지는 가문의 주축인 장로들과 당주들 대다수가 포진해 있는 경지.
이들이 가문 내에서 권력을 잡아보겠다고 아등바등 노력하여 가까스로 이루어 낸 경지다.
한데, 열셋의 아이가, 절정이라고…?
이미 그 사실을 알고 있는 남궁무천과 섭무광, 청운을 제외한 가문인들은 턱이 빠져라 입을 벌린 채 그 모습을 보았다.
검기로 둘러싸인 채 검을 든 아이를.
아이가 기수식을 취했다.
그 모습에 가문인들은 재차 경악했다.
‘처, 천풍검법…!’
하늘의 기운과 상승으로 이루어진 남궁의 기세를 표현한, 그야말로 남궁이라는 가문이 어떠한 가문인지를 보여주는 검법이다.
가문의 상위 검법은 아니지만, 대연검법을 배우고서야 배울 수 있는 검법이었다.
– 적룡대주. 이게 어떻게 된 일이죠? 저 아이가 어떻게 남궁의 검법을 알고 있나요?
그 기수식을 알아본 연소란이 적룡대주를 돌아보며 전음을 보냈다.
그러나 당혹스럽긴 적룡대주 역시 마찬가지였다.
– 제가 가르친 것이 아닙니다.
– 하면 어떻게 알고 있다는 말입니까!
– 저도, 모르지요….
그보다 절정이라니. 남궁설화의 경지가… 절정이었다니.
‘내가… 대체 무슨 짓을….’
적룡대주는 무언가가 크게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그러나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은 후였다.
붉디붉은 기운 속에서 설화가 눈을 떴다. 그녀의 검이 고요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늘의 기운을 담은 그녀의 검은 마치 물속에 잠겨있던 용이 나타나는 것 같이 고고했다.
천풍검법(天風劍法) 제1식
잠룡출현(潛龍出現)
붉은 기운 속에서 설화는 이전 생의 기억을 떠올렸다.
붉은 하늘 아래, 혈교와 남궁이 가장 많은 피를 흘렸던 그날을.
‘핏빛 하늘이 합비를 둘러싸고 혈우(血雨)가 낭자하였던 그날.’
남궁의 장로들은 앞서 나와 전장으로 뛰어들고, 원로들은 늙은 몸을 이끌고 검을 들었으며.
당주들은 가문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버렸다.
천풍검법(天風劍法) 제2식
사위난룡(四圍亂龍)
남궁의 사람들은 서로가 서로를 지키기 위해 검을 들었다. 무자비한 죽음에 맞서 싸웠다.
‘내가 본 당신들은 그러했다.’
이전 생의 남궁은 그러했다.
천풍검법(天風劍法) 제3식
풍운창룡(風雲蒼龍)
외당 무사들은 조금이라도 대항할 힘을 가진 이들을 위해 기꺼이 방패가 되었으며.
내당 무사들은 그들의 희생을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해 불구덩이 속으로 뛰어들었다.
천풍검법(天風劍法) 제4식
도약비룡(跳躍飛龍)
힘이 없는 시비들은 탄궁을 들고나와 피바람에 맞서 싸웠으며.
늙은이들은 짚 아래 숨어있는 어린아이들을 살리기 위해 짓쳐오는 혈교인들의 시선을 끌었다.
천풍검법(天風劍法) 제5식
비룡유유(飛龍流流)
밤낮으로 이어지는 혈교와의 전쟁 가운데, 누구 하나 부끄러운 이는 없었다.
당신들은 필사적으로 맞서 싸웠고 단 한 번도 쉬이 물러서지 않았다.
상처도, 고통도, 죽음마저도 당신들을 두려움에 떨게 할 수 없었다.
비명이 낭자하고 피가 세상을 물들여도.
‘그날, 나는 남궁의 후퇴를 보지 못했다.’
마치 검무를 추듯 부드럽고 그러나 가볍지 않게. 설화의 검이 천룡의 기운을 그리며 이어졌다.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검법 앞에, 누구 하나 시선을 돌리지 못했다.
아이의 검에서 느껴지는 처절한 올곧음이 시선을 사로잡고 머릿속 경종을 울렸다.
천풍검법(天風劍法) 제6식
적룡과강(赤龍戈强)
아이의 기세가 한층 더 거세졌다.
아이가 그려내는 용의 도약이 절정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아이가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비무대 위를 더없이 처절하게 물들였다.
천풍검법(天風劍法) 제7식
황룡호위(黃龍扈衛)!
‘당신들은 모르지 않다. 그저, 잊었을 뿐이다.’
당신들이 추구하는 검을. 정신을. 남궁을!
남궁은 끝내 꺾이지 않았다.
어두운 구름이 하늘을 가리워도 그 또한 하늘일 뿐이고, 피눈물이 차올라 붉게 물들어도 그 또한 하늘일 뿐이듯이.
‘아아, 하늘이여….’
하늘이여!
천풍검법(天風劍法) 제8식
천지승룡(天地乘龍)!
수많은 남궁인들이 찾던 하늘은 비통했다.
이전 생엔 그것이 헛된 부르짖음이라 생각했다. 그들이 아무리 부르짖어도 응답하지 않는 하늘을 비소했다.
그것이 아니었음을 생을 돌아서야 깨달았다.
천풍검법(天風劍法) 제9식
포효노룡(咆哮老龍)!
그들이 마지막 순간 부르짖은 하늘은 죽음으로도 꺾이지 않았던 남궁의 정신이었다.
끝내 빼앗기지 않고 지켜내었음을 자랑스러이 외치는 구가(謳歌)였다.
하늘이여!
남궁은 끝내 하늘 앞에 당당했으며. 올곧았으며.
하늘이여!
끝내 청명(淸名)하였다.
‘이것이 바로, 당신들이 지키려 하였던 남궁이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이다.
설화의 검이 마침내 천풍검법(天風劍法)의 마지막 초식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녀의 기운은 하늘을 가르고 사위를 진동시켰으며 남궁인들을 향하여 크게 포효하였다.
적룡을 앞세우고 황룡을 호위 삼으며, 마침내 천룡이 날아올랐다.
천풍검법(天風劍法) 제10식
역천광룡(逆天狂龍)!
거친 바람이 비무장 전체를 뒤집듯 휩쓸었다. 그것은 정말로 용의 승천 같았다.
눈을 뜨기 힘들 정도의 붉은 기운은 비무장을 휘돈 뒤 하늘을 향해 솟구쳤다.
후우우우….
붉은 기운이 서서히 가라앉고, 사위가 어두운 침묵으로 휩싸였다.
누구 하나 쉬이 입을 열지 못했다. 아니, 쉬이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 침묵 속엔 숨길 수 없는 고양감이 흘렀다.
남궁의 검을 익힌 이들이라면, 설화가 펼치는 검에 담긴 남궁의 정신을 모를 수 없었다.
그것은 농락도, 장난도 아니었다.
그것은, 미래를 아는 이가 과거에 머문 이들에게 보여주는 오지 않은 처절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