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89)_1
남궁세가 손녀딸의 귀환-89화(89/319)
남궁웅과 공격을 주고받던 설화는 부러 그에게 빈틈을 내어주었다.
그리고 찾아냈다. 남궁웅의 문제점을.
타악-!
“!”
설화가 검을 휘두르자 남궁웅의 목검은 너무나도 쉽게 날아갔다.
남궁웅이 당황한 표정으로 제 손과 날아간 목검을 바라보았다.
“뭐 하는 거야?”
힐난하는 설화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남궁웅이 황급히 포권을 취했다.
“제가 졌습니다.”
“최선을 다한다며. 그게 네 최선이야?”
“…예?”
남궁웅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비무에서 진 것을 인정하지 않아 화가 난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분위기가 이상했다.
설화가 목검을 남궁웅의 눈앞에 세웠다.
“봤잖아. 빈틈. 근데 왜 공격하지 않아?”
“아….”
“마지막 일격도, 제대로 하지 않았지?”
남궁웅이 제 앞에 드리워진 목검의 끝을 바라보며 동그래진 눈을 깜박였다.
“비무가 우스워?”
“그럴 리가요!”
“근데 왜 망설여?”
“그, 그건… 누님께서… 다치실까 봐….”
“정말 그 이유뿐이야? 아니잖아.”
“예?”
“그래서 멈춘 거 아니잖아.”
남궁웅이 망설인 이유는 착하기 때문이다.
남궁웅은 어리니까. 어린 자신이 누님을 이겨 먹으면 누님의 기분이 상할 것을 걱정한 것이다.
좋게 말해선 배려심이 강한 것이고 나쁘게 말해선 위선이다.
‘그리고 위선은 죽음을 부르지.’
위선이야말로 자만에서 비롯되는 것이고 자만은 무인에게 있어선 치명적인 독이다.
독초의 싹은 자라나게 두는 것이 아니다. 뿌리내리기 전에 뽑아서 짓밟아 버려야지.
“검 들어.”
설화가 두어 걸음 물러나 서며 말하자, 남궁웅이 땅에 떨어진 목검을 집어 들었다.
“또 하시려고요?”
“난 지금부터 널 팰 생각이야.”
“…예?”
“인정사정없이 때릴 거라고.”
설화가 남궁웅을 향해 검을 들었다.
남궁웅 역시 일단 자세는 잡았지만, 설마, 하는 눈치였다.
“네 검이 나한테 닿을 때까지 멈추지 않을 거야. 맞기 싫으면 죽을힘을 다해서 덤벼. 멈추고 싶으면 뭐든 해야 할 거야.”
“으음….”
대답을 해야 하는 건가? 뭐라고 대답해야 하는 거지?
그러나 남궁웅의 고민은 무색할 뿐이었다.
남궁웅이 고민을 채 끝내기도 전에 설화가 그에게 달려든 것이다.
“!”
카각-!
남궁웅이 반사적으로 그녀의 검을 막아냈다. 숨을 흡, 들이킬 정도로 강한 일격이었다.
위협적인 소리가 났다. 목검이 부딪친 정도의 소리가 아니었다.
목덜미의 솜털이 쭈뼛 섰다.
“누님…?!”
퍼억-!
“허억!”
설화의 목검이 눈 깜짝할 새에 남궁웅의 옆구리를 후려쳤다.
남궁웅은 그제야 그녀의 말이 장난이 아님을 깨달았다.
“자, 잠깐…!”
그러나 깨달았을 땐 이미 늦어버렸다. 사방에서 날아오는 그녀의 검을 막을 틈은 없었다.
퍼억! 퍽!
설화의 검이 정신없이 몰아쳤다. 몇몇 공격은 가까스로 막았지만, 다음 동작을 취할 새도 없이 목검이 날아왔다.
남궁웅은 솔직히 자존심이 상했다.
설화의 면을 세워주려고 공격을 멈추었을 뿐인데, 봐준 상대가 그렇게 말하니 자존심이 상할 수밖에.
그러나 그것이 얼마나 우스운 자만이었는지.
퍼버벅! 퍼억!
“허억! 아악!”
남궁웅은 이 순간 처절하게 깨달았다.
‘뭐, 뭐든 해야…!’
고통스럽다. 당장에라도 울음을 터트리고 싶은데, 운다고 해결될 것 같지가 않다.
이 무자비한 폭력을 멈추려면 방법은 단 하나.
‘때려야 해!’
자신도 설화를 공격하는 것뿐이다.
퍼벅! 퍽!
쇄도하는 공격 속에서 남궁웅은 검이고 팔이고 마구 휘두르며 설화의 움직임을 필사적으로 보았다.
한 번.
딱 한 번만 닿으면 된다. 딱 한 번의 틈만 찾으면…!
‘지금!’
남궁웅이 목검을 냅다 찔렀다. 그러나 그의 검은 설화에게 닿지 못했다.
빈틈이라고 생각한 순간 어째서인지 그녀의 신형이 눈앞에서 사라진 것이다.
“!”
그 뒤는 또다시 무자비한 매타작이 이어졌다.
퍼버버벅! 퍼억!
“흐으….”
저도 모르게 눈물이 새어 나왔다.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빈틈으로 검을 휘둘렀지만 단 한 번도 그녀의 몸에 닿지 못했다.
“누님! 흑. 아파요! 아파!”
“정신 차려. 밤샐 거야?”
이대로면 정말 맞아 죽을 것만 같다. 너무 맞아서 귀가 웅웅 울리고 정신이 하나도 없다.
‘죽는다! 진짜 죽을 거야!’
어느새 울기도 서럽게 울고 있었다. 익힌 검법이고 뭐고 엉엉 울면서 무작정 검을 휘둘렀다.
“흐으아아아아!!”
어느 순간 또다시 그녀의 빈틈이 보였다.
남궁웅은 제 옆구리를 노리고 휘둘러지는 설화의 목검을 본능적으로 겨드랑이로 붙잡았다. 그러곤.
퍼억!
남궁웅의 검이 설화의 팔뚝을 후려쳤다. 그 순간, 남궁웅은 미소 지었다.
드디어 끝났다는 생각과 동시에 결코 닿을 수 없을 것 같던 그녀에게 닿았다는 짜릿한 쾌감이 찌르르 울렸다.
그러나 즐거움은 아주 잠시뿐, 남궁웅은 아차 하며 설화를 올려다보았다.
“누, 누님. 이, 이게 이러려던 게 아니라….”
“죽어보니까 어때?”
남궁웅이 눈을 홉떴다.
죽진 않았지만, 진짜 죽을뻔했다. 아프고 두려운데, 멈출 수 없어서 무서웠다.
이게 실전이었다면 자신은 아마 형체조차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갈기갈기 찢겼을 테지.
그 생각이 들자 억울해졌다.
“누님의 뜻은 알겠습니다! 하지만…! 좀…! 좀…! 심하십니다…! 정말 아팠다고요!”
누가 비무를 이런 식으로 한단 말인가?
아무리 일방적으로 강하다 하더라도 적당히 봐 가면서 하는 것이 비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