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92)_1
남궁세가 손녀딸의 귀환-92화(92/319)
* * *
선약이 있었기에 남궁무강과의 비무는 해가 중천에 떠 있을 즈음 끝이 났다.
남궁무강은 못내 아쉬워하는 눈치였지만, 대연의 파훼검을 가지고 대연검법을 발전시킨다는 생각에 즐거워 보였다.
남궁무천은 설화에게 두둑한 주머니를 내어주었다.
얼결에 받아 든 주머니는 손이 살짝 내려갈 정도로 묵직했다. 벌어진 틈으로 금빛이 보였다.
“금자 좀 넣었다. 기왕 놀러 가는 김에 아끼지 말고 쓰거라.”
탕후루가 아닌 탕후루 가게를 사들일 수 있을 정도의 액수였다.
남궁에 처음 왔을 때 받은 금자가 창고에 넘치도록 쌓여 있지만, 설화는 순순히 주머니를 받았다.
넘치도록 쌓인 금자 상자들에 금자 몇 개 더해진다고 하여 달라질 건 없고, 그건 남궁무천도 마찬가지일 것이니까.
남궁무천에게 인사한 뒤 가주전을 나왔다.
섭무광이 그녀를 따라 나왔다.
“소호에 간다고?”
“네.”
“크, 소호엔 또 아주 맛있는 오리구이집이 있지. 너도 그 집 오리구이를 먹어봐야 하는 건데 말이야. 아마 껌뻑 뒤로 넘어갈 거다.”
“그런 건 어떻게 아시는 거예요?”
“뭐를?”
“맛있는 음식점이요.”
섭무광이 흠? 하며 턱을 긁적였다.
“어쩌다 보니? 시간 남으면 할 것도 없고, 딱히 갈 곳도 없고. 맛있는 객잔이나 찾아다니는 거지, 뭐.”
섭무광이 설화를 보며 씨익, 웃었다.
“근데 그것도 이젠 못 하겠지만.”
“?”
그가 크큭, 웃으며 설화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설화는 모용연화의 부드러운 손길을 떠올리며 그 거친 손길에 제 뒤통수를 맡겼다.
“기왕 가는 김에 질리도록 놀고 와라. 언제 또 그렇게 놀 수 있을지 모르잖냐?”
그의 웃음은 어쩐지 의미심장했다.
“잘 다녀오거라. 다녀와서 무엇이 좋았는지 자랑해도 좋고.”
“네. 선물 사 올게요.”
* * *
전각으로 돌아온 설화는 오랜만에 무복을 벗어 던지고 가벼운 일상복으로 갈아입곤 남궁청운과 함께 소호로 출발했다.
여율은 한껏 신나서 소호의 아름다움과 독특한 새들에 대해 떠들었고, 령은 호위를 맡은 이래 처음으로 합비 밖으로 나간다는 사실에 조금 긴장한 듯 보였다.
남궁에서 관리하는 전각은 소호 북부 중심에 있었다.
북부 중심은 남쪽으로 쏙, 들어간 지대이기에 망루에 올라가면 사방으로 물가가 보여서 마치 물 위에 떠 있는 기분이 들게 하는 곳이었다.
북적이는 거리를 벗어나 소호에 가까워지니 소호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장터거리가 나왔다.
합비의 화려한 거리에 비해선 한적했지만, 소호의 거리 역시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고 보니 며칠 뒤가 화린이 생일이라더구나.”
여율이 신이 나서 말했다.
“그럼, 저희 선물 사 갈까요? 짠, 하고 선물 드리면 화린 아가씨께서도 좋아하실 거예요! 어때요, 아가씨?”
“선물은 왜?”
“왜라뇨? 곧 화린 아가씨 생신이시니까요!”
“어린 애 생일에도 선물을 주는 거야?”
그 순간, 세 사람이 우뚝, 굳었다.
갑작스레 묘해진 분위기에 설화가 의아해하며 청운을 돌아보았다.
“!”
청운의 눈동자가 그렁그렁했다.
환하게 미소를 머금은 채로 굳은 여율 역시 눈동자가 촉촉해지고 있었다.
“그럼 난 령이랑 갈게. 아빠, 반 각 뒤에 이 자리에서 만나요.”
설화는 얼른 령을 붙잡고 도망치듯 자리를 피했다.
청운과 령에게서 멀어지며 설화는 길거리 점포들을 구경했다.
청운 쪽을 돌아보던 령이 곁으로 다가왔다.
“일 공자님 쪽은 벌써 인파가 몰렸습니다.”
설화도 흘낏 뒤쪽을 살폈다.
청운의 주위로 사람들이 빽빽하게 몰려있었다. 이곳에서도 남궁 도련님의 인기는 대단했다.
근처로 다가가진 못해도 한 번이라도 남궁 도련님의 얼굴을 구경하고자 하는 이들이 몰려든 탓에 청운은 힘겹게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아버지가 잘생기시긴 했지.”
어쨌든 도망쳐서 다행이다.
아직 얼굴이 알려지지 않은 설화는 청운 덕에 여유롭게 물건들을 구경할 수 있었다.
선물이라.
‘뭐가 좋으려나.’
때마침 눈에 띄는 점포가 있어서 설화는 끌리듯 그곳으로 향했다.
잘그락, 잘그락 물건들의 상태를 확인하는데 령이 심각한 얼굴로 으음. 신음했다.
“아가씨. 설마 그게 화린 아가씨 생신 선물은 아니시겠죠?”
“맞는데?”
“…그러니까 …단검이요.”
“응. 단검.”
“단검….”
“단검.”
촥- 하고 단검을 검집에서 빼 들었다.
예상외로 상태가 괜찮았다.
“아가씨께서 철방에 들어오실 때부터 말렸어야 했는데….”
령이 무어라 중얼대다가 웃으며 길거리 맞은편의 가게를 가리켰다.
“저 점포는 어떠십니까?”
령이 가리킨 곳은 장신구를 파는 점포였다. 딱 봐도 형형색색으로 다채로운 물건들이 많았다.
“장신구는 이미 많지 않을까?”
“그래도 단검보다는…. 꼭 특별하지 않더라도 중요한 건 생각했다는 마음이지 않겠습니까.”
사실 남궁의 아가씨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말만 하면 다 가져다줄 텐데.
그런 의미라면 단검이나 장신구나 상관없을 것 같긴 하지만, 설화는 순순히 단검을 내려놓았다.
빈손으로 철방을 나서려는데, 그녀의 시선에 무언가가 들어왔다.
엄지손톱만 한 철환이었다. 천무제에서 보았던 탄궁에 쓰면 딱 좋을 만한 크기였다.
설화는 결국 철환을 한 주머니 산 뒤 철방을 나왔다.
령의 제안대로 장신구 가게들을 조금 더 둘러보았지만, 장신구는 무엇이 예쁜지 몰라서 오히려 선택하기 어려웠다.
결국, 장신구 점포만 여러 곳을 돌아다니다가 화린을 닮은 토끼 모양 머리장식을 하나 산 후 반 시진이 지나 헤어졌던 장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꽤 먼 곳까지 온 탓에 발걸음을 서두르던 그때.
“으읍, 읍!”
“?”
입이 막힌 다급한 소리에 설화는 반사적으로 점포 뒤편의 골목을 바라보았다.
그 순간, 설화가 미간을 찌푸렸다.
“…화린?”
아주 찰나의 순간이었다. 한 아이가 입을 틀어막힌 채 점포 뒤편으로 사라진 것은.
그 찰나의 순간, 설화는 아이의 얼굴을 보았다. 그건 분명 남궁화린이었다.
“예? 무어라 하셨습니까?”
령이 묻는 것과 동시에, 설화는 튀어 나가듯 골목 쪽으로 달려갔다.
“아가씨!”
령이 다급히 그녀의 뒤를 쫓았다.
“아가씨, 갑자기 왜… 헙…!”
설화의 뒤를 쫓아 골목 뒤편으로 향한 령의 눈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골목 안쪽, 사람이 지나다니지 않는 건물 뒤편에 사람 하나가 쓰러져 있었다. 숨은 붙어 있었지만, 검상이 깊다.
설화는 곧장 혈도를 짚어 지혈한 뒤, 쓰러진 이의 허리춤에 매달린 패를 들어 령에게 보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