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93)_1
남궁세가 손녀딸의 귀환-93화(93/319)
“수고하셨습니다, 형님들!”
“그래. 이것 좀 넣어놔라.”
유강은 휙 던져지는 무언가를 단번에 받아냈다. 품에 쏙 들어오는 그것이 아이라는 걸 깨닫곤 사색이 되었다.
“이 아이는 누굽니까…?”
“그건 네가 알 것 없고. 창고에 묶어놔라. 깨면 시끄러울 것 같으니까 재갈도 물려놓고.”
유강은 제 품에서 새근새근 잠든 아이를 빤히 바라보았다.
번지르르한 얼굴과 값비싼 의복에선 숨길 수 없는 귀티가 흘렀다. 어딘가 귀한 세가의 자재인 것 같았다.
‘어디서 본 얼굴인데….’
“아, 배고프다. 밥은 해 놨냐?”
“예? 예! 차려 놓았습니다! 오늘은 장에 가서 사 온 고기볶음입니다!”
“캬, 오랜만에 기름칠 좀 하겠군. 오늘은 뭔가 되는 날이구먼.”
남자들은 낄낄대며 선실로 들어가고, 유강은 그런 그들을 바라보다가 창고로 걸음을 옮겼다.
창고에 들어와 아이를 쌀 포대 위에 눕히고 배의 기둥 아래에 푹신하게 거적을 깔았다. 혹여 지저분한 것이 남아 있지 않도록 새 짚으로 덮기까지 했다.
그리고 아이의 손발을 묶을 끈을 손에 쥔 채 난감하게 아이를 바라보던 그때.
“뭐해?”
유강이 화들짝 놀라며 창고에 쌓인 쌀가마니 뒤를 바라보았다.
어두운 그림자 속에서 한 인영이 나왔다.
언제 숨어든 것인지, 쌀가마니 뒤편에서 남궁설화가 나오고 있었다.
“나, 남궁 소저…?!”
설화는 기절한 화린과 유강의 손에 들린 새끼줄을 바라보았다.
“언제 수적이 된 거야?”
유강이 움찔, 떨었다. 제 손에 들린 새끼줄을 뒤로 숨기며 하하, 웃었다.
“아아, 그게 아니고….”
“네가 수적이 될 줄 알았으면, 말을 전해달라는 부탁 같은 건 하지 않는 건데.”
설화의 손가락에서 뚜둑, 뚝, 하는 소리가 났다.
유강이 흠칫, 놀라며 다급히 말했다.
“그! 전했어! 장문인께!”
“근데?”
“응?”
“근데 왜 여기서 이러고 있는데?”
싱긋 웃는 그녀의 몸에선 은은하게 살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마치 말 한마디 잘못하면 죽여버리겠다는 것만 같은 분위기였다.
“저기, 내가 다 설명할게! 설명할 수 있어! 그러니까 우선 살기 좀… 거두어 주지 않을래…?”
하하, 웃으며 손을 내젓는 그의 손에 여전히 새끼줄이 들려있었다.
대롱대롱 흔들리는 새끼줄에 설화의 시선이 가 있는 것을 본 유강이 황급히 새끼줄을 땅에 던져버렸다.
“진짜 다 설명할 수 있어! 나 결백해!”
“그래. 말해 봐.”
“!”
줄어든 살기에 유강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유강은 자신이 수로채로 흘러들어온 경위를 세세하게 읊기 시작했다.
장문인의 명을 받아 남궁으로 오던 길에 습격을 받은 일.
그들에게 도망치던 중 강물에 몸을 던졌고, 기절한 뒤 깨어보니 수로채의 배였던 일.
마침 화산의 도복도 입고 있지 않아 정체도 숨겼겠다, 습격자들의 눈도 피할 겸 수적들에게 막내로 받아달라 빌었던 일까지.
“적당히 눈치 봐서 목적지랑 멀어지면 도망치려 했는데, 보다시피 여기까지 와버렸네…?”
설화가 화린을 슥, 보았다.
유강이 빠르게 말을 덧붙였다.
“네 동생을 납치하려는 줄은 몰랐어! 정말이야! 원래 오늘 아침에 도망치려 했는데 낌새가 이상하더라고. 애 하나를 납치한다는 대화를 얼핏 들어서 혹시 몰라서 남아 있던 거야. 여차하면 도와줘야 하니까.”
“그럼 왜 묶으려고 했어?”
“진짜 묶으려던 건 아니고, 혹시라도 형님들이 확인하러 오면 그럴싸해 보여야 하니까 열심히 일하는 척을 한 거지. 방심할 때 도망쳐야 늦게 발각되거든.”
아이를 잡아 온 이들이 확인하러 왔을 때를 기다렸다가 묶는 척 내보인 뒤 도망칠 계획이었다는 말이었다.
“근데 안 올 모양이네. 아무래도 수적 형님들이 날 많이 믿나 봐.”
어깨를 으쓱이며 그가 사람 좋아 보이는 웃음을 지었다.
성격이 서글서글한 것 같긴 했지만, 수적과도 형 동생 할 줄이야. 새삼 그의 친화력이 놀라웠다.
“아무튼 잘 됐다. 의식 없는 애를 혼자 데리고 도망치기 부담스러웠는데. 네가 와줘서 다행이야. 얼른 여기를….”
그 순간, 구궁- 하는 소리와 함께 배가 좌우로 출렁였다.
설화는 반사적으로 화린이 쌀가마니 아래로 떨어지지 않도록 화린의 어깨를 붙잡았고, 유강 역시 화린의 다리를 받쳐주었다.
“큰일이다.”
유강의 표정이 사색이 되었다.
“배가 출발했나 봐. 하루는 더 머문다고 했는데? 안 되겠다. 내가 형님들의 시선을 끌어볼 테니까 너라도 빨리 나가. 배가 육지에서 더 멀어지기 전에. 어서!”
“같이 나가.”
설화의 눈빛은 단호했다. 같이 가지 않으면 도망치지 않겠다는 의지였다.
잠시 고민하던 유강은 고개를 끄덕였다.
“배가 육지와 멀어지기 전에 어서 가자.”
배가 강 한복판에 들어서면 아무리 설화와 유강이라도 쉬이 배를 빠져나갈 순 없었다.
거기다 무공을 모르는 화린을 데리고 나가야 하는데, 어린 몸으로는 무리였다.
유강이 잠든 화린을 번쩍 들어 안았다. 두 사람이 창고를 막 빠져나가려던 그때.
“잠깐.”
설화가 유강의 팔을 붙들었다.
“왜?”
“이미 늦었어.”
설화의 시선이 창고의 출입구 쪽을 향했다.
‘절정 고수 두 명.’
이 배에는 고수들이 많다.
남궁의 아이를 납치할 계획이었을 테니 어중이떠중이들만 있는 것도 이상하지만.
‘나 혼자선 이 배에 있는 수적들을 제압할 수 없어.’
거기다 무공을 모르는 화린까지 있지 않은가. 무작정 도망치려 하였다간 화린이 다치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었다.
‘그럴 바에는….’
설화가 유강을 돌아보았다.
유강 역시 다가오는 기척을 느낀 것인지 파리한 안색이었다.
화린을 다시 내려놓은 유강이 황급히 설화에게 몸을 숨기라고 말하려는 찰나, 설화가 돌연 그의 손목을 붙잡았다.
“무, 뭐…!”
설화는 유강의 손을 제 목에 가져다 대며 깔아 놓은 거적 위에 드러누웠다.
“으앗!”
끌려가는 힘에 유강은 속절없이 엎어졌다. 졸지에 유강이 한 손으로 설화의 목을 조른 채 제압하는 꼴이 되었다.
문이 벌컥- 열린 건 동시였다.
“뭐야!?”
낄낄 웃으며 들어오던 수적 둘이 창고에 벌어져 있는 상황에 놀라 뒷걸음질 쳤다.
“큭… 이거, 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