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95)_1
남궁세가 손녀딸의 귀환-95화(95/319)
촤아아아-
배는 빠르게 뭍으로 가까워졌다.
설화는 옷을 끌어 올려 최대한 하관을 가리며 고개를 숙였다.
겉으로 보기엔 두려움에 위축된 모습이었으나, 혹시 자신을 알아볼 사람이 있을 것을 대비해 얼굴을 숨긴 것이었다.
– 이거 큰일이네.
유강이 난감한 목소리로 전음해 왔다.
그는 등에 화린을 업고 있었다.
이틀 동안 수적들의 반응을 살핀 결과, 그들은 화린을 묶어두지 않아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강 한복판에서 도망칠 곳이 없기도 했고, 애초에 화린에게 해를 끼칠 생각도 없어 보였다.
유강이 화린을 데리고 이곳저곳을 돌아다녀도 흘낏, 쳐다보고 말 뿐 크게 관심을 갖는 이들은 없었다.
아니, 오히려 유강과 잘 어울리는 화린의 모습이 만족스러운 듯했다.
– 분위기가 심상찮아. 고수가 있는 것 같아.
수로채에 가까워졌을 뿐인데, 유강은 무언가를 느낀 듯했다.
– 장강의 악귀라고 들어봤어?
– 장강의 악귀?
– 장강의 악귀 맹등호. 100대 고수에 드는 사람이야. 창을 쓰는 걸로 유명해.
100대 고수라는 말에 유강의 낯빛이 어두워졌다.
100대 고수라는 건 적어도 초절정의 경지에 오른 인물이라는 것.
그것만으로 상대가 안 되는데, 맹등호 이외에도 절정은 되어 보이는 고수가 열 명은 족히 넘어 보였다.
– 우리… 도망칠 수 있을까…?
– 아니.
– 어쩌지?
– 우선은 남궁에서 지원군이 오길 기다려 봐야지. 그때까진 우리 정체가 들키지 않도록 조심해야 해. 맹등호 정도면 우리가 평범한 아이들이 아니라는 것도 알아볼 거야.
되도록 맹등호를 마주치지 않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겠지만.
– 혹시 모르니 핑곗거리 생각해 놔. 무공을 익히게 된 계기 같은 거.
– 응.
* * *
배가 드디어 육지에 정박했다.
“자, 빨리, 빨리 움직여!”
유강은 화린을 설화에게 넘기곤 배의 짐을 옮기러 갔다.
짐 정리가 거의 끝날 때쯤, 배의 우두머리였던 수적이 세 사람에게 따라오라 명했다.
그는 절정의 고수로 두 사람이 타고 있던 배에서 가장 무위가 강한 이였다.
“잠시 여기서 기다려라.”
한 막사 앞에 도착한 그는 세 사람을 그대로 두곤 홀로 막사에 들어갔다.
수로채에서 가장 안쪽에 위치하였고, 크기도 가장 큰 것으로 보아 수로채주의 막사인 것 같았다.
– 망했다. 채주한테 인사해야 하나 봐.
유강도 맹등호를 마주치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했는지 걱정스러운 얼굴이었다.
하기야 수로채에 처음 왔으니, 채주에게 인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남궁의 아이를 납치해오라 시킨 것도 수로채주일 테니, 화린을 보려 할 것이고.
‘맹등호는 나를 알아볼까?’
이 나이대에 맹등호를 마주친 적이 있던가.
여러 가지 벌어질 일의 가능성을 놓고 고심하던 때였다.
막사 안으로 들어갔던 수적이 나왔다.
“따라와라.”
유강과 설화는 시선을 나눴다.
– 화린이는 내가 데려갈게.
유강이 화린이를 데려가 제 왼편에 세우고 설화의 옆에 섰다.
– 너희 은근히 닮아서 혹시라도 알아보면 곤란하잖아.
틀린 말은 아니었다. 지금의 설화는 남궁의 아이라는 것을 숨기고 신입의 신분이었으니.
막사의 안은 어두웠다. 그 어두운 막사 안쪽에, 맹등호는 커다란 의자에 삐딱한 자세로 앉아있었다.
햇빛이 그의 얼굴을 반쯤 비추고 있었는데, 그 탓에 눈이 보이지 않아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읽기 어려웠다.
“그 아이인가.”
“예. 채주님.”
수적이 유강에게 턱짓으로 아이를 내보내라 지시했다.
잠시간 고민하던 유강은 아이의 손을 붙잡은 채로 채주 앞으로 나아갔다.
“저 멍청한 놈이…!”
수적이 이를 뿌득, 가는 것이 들려왔다.
아이만 앞으로 보내라는 뜻이었는데 저까지 나서다니!
“넌 누구냐.”
아니나 다를까, 맹등호가 유강에게 물었다.
마치 맹수가 으르렁거리는 듯한 굵은 목소리였다.
유강은 화린의 손을 잡은 채 맹등호를 향해 꾸뻑,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채주님! 막내 강이라고 합니다!”
어두운 막사의 분위기를 뒤엎는 해맑은 목소리였다.
정적이 흘렀다.
해맑은 유강과 과묵한 맹등호가 잠시간 대치했다. 그 어색한 정적을 깬 것은 같이 들어온 수적이었다.
“채, 채주님! 걔는 이번에 저희 배에서 막내로 들인 놈입니다! 안 그래도 채주님께 인사를 시켜드리려….”
맹등호가 손을 들어 수적의 말을 막았다.
“정파의 무공인가?”
“!”
유강의 미소에 금이 갔다.
맹등호가 단번에 내공의 성질을 알아본 것이다.
유강은 애써 당황한 기색을 숨기며 대답했다.
“아하하, 그게, 제가 살던 동네에 화산의 무관이 있었거든요. 아아, 그렇다고 무관에 다녔다는 건 아니고요. 무관에 다닐 형편은 안 됐고, 무공은 배우고 싶어서….”
유강이 주먹을 말아쥐어 내보였다.
“줘패서 배웠습니다. 무관 다니는 놈한테.”
그가 히히, 웃었다.
설화의 입이 살짝 벌어졌다.
‘생각한 이유가 저거인 건가?’
어이없는 이유인데, 썩 나쁘지 않다.
정파의 내공을 가지고 있는, 사파다운 이유랄까. 참 유강다웠다.
“그렇군.”
그것이 맹등호의 짧은 감상이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채주님!”
유강이 다시금 꾸벅, 인사했다.
수적이 뒤로 빠지라는 눈치를 보냈지만, 유강은 무시하며 화린의 곁에 서 있었다.
다행히 맹등호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맹등호의 시선이 화린에게 잠시 머물다가 유강에게 말했다.
“이 아이를 잘 돌봐라.”
“예! 채주님!”
그것이 끝이었다.
채주는 유강에게 이만 나가보라 말했고, 유강은 화린의 손을 붙잡고 돌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