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95)_2
맹등호의 시선이 잠시간 뒤에 있던 설화에게 머물렀으나 이내 관심을 돌렸다.
세 사람은 맹등호와의 짧은 만남 후에 곧장 막사를 빠져나왔다.
퍽!
수적의 주먹질이 유강의 머리를 후려갈겼다.
“이 멍청한 놈! 거기서 네가 나가긴 왜 나가? 채주께서 신경 안 쓰셨기에 망정이지! 목숨줄 붙어 있는 걸 다행으로 여겨!”
“악! 아파요!”
유강이 얻어맞은 머리를 부여잡으며 한 걸음 도망쳤다.
“형님께서 나가라고 하셔서 나간 건데 왜 뭐라 그러십니까?!”
“그게 너 나가라는 거였냐고! 아오! 이걸 콱!”
수적이 답답하다는 듯 가슴을 쾅쾅 쳤다.
“따라와! 너희 셋 다!”
수적이 데려간 곳은 작은 막사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곳이었다.
채주의 막사가 있는 곳과는 또 다른 분위기였는데, 대부분이 여인들이고 빨랫감이나 물동이 같은 것을 들고 다니는 것으로 보아 이 수로채의 식생을 담당하는 곳인 것 같았다.
위치도 수로채에서 가장 안전한 곳이었다. 여차하면 강이나 산으로 도망칠 수 있는 곳.
‘수적들의 가족들인가?’
세 사람을 데려간 수적이 그중 한 여인을 붙잡고 무어라 설명했다. 그러곤 설화와 유강에게 돌아와 말했다.
“너희들은 이곳에서 일을 도우면 된다. 아까 채주님께서 하신 말씀 들었겠지만, 그 녀석을 관리하는 것 역시 너희 일이고.”
수적이 화린을 가리켰다.
“채주님께서 특별히 신경 쓰라고 하셨으니까, 밥 굶기지 말고. 잠자리 잘 봐주고. 뭐, 여기선 도망칠 곳도 없을 테지만, 혹시라도 도망 못 치게 잘 데리고 있어라. 다시 데리러 올 때까지. 알겠냐?”
“예, 형님!”
“새끼, 형님은.”
유강의 등을 툭, 치곤 수적은 이내 가버렸다.
“…진짜 갔는데?”
유강이 멀어져서 점이 된 수적을 보며 머리를 긁적였다.
“우리가 그렇게 믿음직한가? 어렵게 납치해 온 애를 우리 같은 애들한테 맡기고.”
“우리가 믿음직해서가 아니야.”
설화가 시선을 돌려 수로채를 전체적으로 살폈다.
“풀어 놔도 도망치지 못할 걸 아니까 그런 거지.”
조금 전, 도망칠 곳도 없다는 수적의 말은 빈말이 아니었다.
수로채는 강과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정말로 도망칠 수 없는 구조였다. 굵고 커다란 통나무를 엮어 울타리를 쳐놓고 드나들 수 있는 문은 동, 서쪽으로 두 개를 만들어 놓았다.
울타리 둘레엔 일정한 간격으로 망대가 세워져 있고 망대의 위와 아래로는 수적들이 경계를 서고 있어, 그들의 눈을 피해 수로채를 벗어나기는 쉽지 않아 보였다.
만약 어찌어찌 도망친다 해도 빽빽한 숲이니, 길 잃어버리기도 딱 좋을 테고.
애초에 수로채이니 본채를 드나들 땐 육로가 아닌 수로를 이용할 테고, 육로는 길조차 제대로 닦여있지 않을 가능성이 컸다.
‘남궁의 아이를 납치해 놓고 그냥 방치할 리가 없지.’
이들은 확신이 있는 것이다. 아이 혼자 이곳을 빠져나가지 못하리란 걸.
‘맹등호.’
그는 설화를 알아보지 못했다.
채주의 막사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설화는 그를 은밀히 주시했지만, 자신을 향한 맹등호의 관심은 조금도 없었다.
오히려 정파의 내공을 가진 유강에게 관심을 보였지.
‘나를 알아보지 못한 건 그나마 다행이야.’
덕분에 운신이 자유로울 때 빠져나갈 방법을 찾아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 소도장. 날이 어두워지기 전에 여길 빠져나갈 방법을 찾아보는 게….
그때였다.
“거기 니들!”
가까운 막사 뒤편에서 버럭 소리치는 앳된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강과 설화는 동시에 그곳을 바라보았다.
막사 곁에 세워진 짚더미 뒤에 화린처럼 어려 보이는 한 남자아이가 이쪽을 손가락질하며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