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96)_1
남궁세가 손녀딸의 귀환-96화(96/319)
“그, 그래! 니들!”
남자아이가 쭈뼛거리며 짚더미 뒤에서 나왔다. 건방지게 소리치는 것과 어울리지 않게 낯을 가리는 눈치였다.
“어, 안녕?”
역시나 붙임성 좋은 유강이 화린의 손을 잡고 흔들며 아이에게 인사했다.
아이가 화들짝 놀라다가 다시 소리쳤다.
“어디서 왔지? 처음 보는 애들인데?”
유강이 잡고 있는 화린의 손을 움직여 강 너머를 가리켰다.
화린은 그것이 재미있는지 꺄르륵, 웃었다.
“우리는 쩌어-기 멀리에서. 넌? 여기 살아?”
“그, 그래! 여긴 내 집이니까!”
‘수적의 가족인가.’
“쩌어-기 멀리에서 온 거면, 다시 가겠지?”
“그래야겠지?”
유강의 망설임 없는 대답에 아이는 시무룩해졌다.
“너, 친구가 필요하구나?”
그러고 보니 여기엔 어린아이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등에 업혀 있는 갓난아이나 적당히 큰아이들은 보이지만, 눈앞의 아이 나이의 또래는 없어 보였다.
“아니! 친구 같은 건 필요 없어!”
“흐음?”
“난 형제를 찾고 있어!”
그렇게 말하는 아이는 처음으로 눈빛이 반짝였다. 진심이었다.
“형…제?”
“응! 그래서 그런데, 너 내 형 할래?”
어딘가 모순이 있는 말에 유강의 눈썹이 휘어졌다.
그 표정을 거절의 뜻으로 생각했는지 아이가 황급히 말을 덧붙였다.
“내 형제가 되면! 내 보물들을 보여줄게! 특별히 보여주는 거야!”
“무슨 보물인데?”
“그건 내 형제가 되어야 볼 수 있는 거야!”
“흐음.”
유강이 턱을 쓸었다. 그러다 이내 좋은 생각이 났다는 듯 활짝 웃으며 다시 화린의 손을 붙잡아 들었다.
“좋아!”
“정말?!”
“대신 여기 구경시켜줘. 내가 여기 온 지 얼마 안 돼서 아직 길을 모르거든. 네가 여기 구경시켜주면, 그 형제라는 거 생각해 볼게!”
‘으흠?’
아이 핑계로 수로채의 구조를 확인하려는 거구나.
여차하면 도망쳐야 하니 미리 수로채 전체의 구조를 파악하려는 심산인 듯했다.
유강이 뿌듯한 얼굴로 돌아보기에 설화는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좋아!”
아이 역시 딱히 싫어하는 눈치는 아니었다.
거기다….
‘우리한테 일을 시키려다 아이가 다가오는 걸 보고 돌아갔다.’
수적이 무어라 말하고 간 여자가 양동이를 들고 다가오다가 되돌아갔다.
자신이 시키는 일보다 이 아이의 용건이 앞선다는 것. 그 말은 즉, 이 아이의 신분이 수로채 내에서 높다는 의미다.
‘그러고 보니 맹등호에게 자식이 있었던 것 같은데.’
* * *
조잘조잘 잘도 떠들며 아이는 수로채 곳곳을 안내해주었다.
이곳이 집이라는 말이 거짓은 아닌지, 수로채의 구조를 속속들이 꿰고 있었다.
화린을 한 팔로 안고 한 손으론 아이의 손을 잡은 채로 유강이 앞서 걸었고, 설화는 한 걸음 떨어져서 그들의 뒤를 따랐다.
‘흑살귀 맹등호.’
육 혈주의 오른팔이나 다름없던 이.
맹등호는 성격이 차갑고 손속이 잔혹하기로 유명하여 흑살귀라 불렸다.
그러나 흑살귀라는 별호 뒤에 그 별호가 붙게 된 소문이 같이 떠돌았는데, 기억대로라면 자식을 위해 무자비한 살상을 저질렀기 때문이었다.
설화가 아이에게 다가갔다.
아이가 설화를 보곤 놀라서 뒷걸음질 쳤다.
설화는 그런 아이의 앞에 시선을 맞춰 앉으며 부드럽게 입꼬리를 휘었다.
“근데 너 이름이 뭐야?”
“그건… 왜…?”
“형제가 필요하다며. 형제가 되면 같은 성을 써야 하는데, 어떤 성을 가지게 될지 정도는 알아야 하잖아.”
아이의 미간이 꿈틀댔다. 말하지 말아야 한다는 마음과 말하고 싶은 충동이 부딪히고 있었다.
“성이 마음에 들면, 더 긍정적으로 생각해 볼 수도 있고?”
“진소약!”
“…뭐?”
“내 이름! 진소약이야!”
설화가 미간을 설핏 찌푸렸다.
‘진소약?’
맹씨가 아니라고?
‘맹등호의 자식이 아니었던 건가?’
그렇다 해도 수로채 내의 신분이 높은 건 사실이다.
만나는 수적들과 친하게 인사를 나누는 것도 그렇고, 누구 하나 아이와 노닥거리는 자신들에게 무어라 하지 않으니.
‘부채주의 자식인가?’
진소약을 바라보는 설화의 눈가가 가늘어졌다.
무언가,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 기분이다.
* * *
진소약은 어두워질 때까지 설화의 일행을 데리고 수로채 여기저기를 돌아다녔다.
처음엔 얌전히 수로채를 소개해주던 아이는 갈수록 신이 났는지, 한껏 들떠서 평소 하고 싶었던 놀이들을 가져오기도 했다.
한마디로 하루 종일 놀았다는 거다.
물론 설화와 유강은 그 와중에 몰래 수로채의 삼엄한 경계 체계와 구조를 파악하기에 바빴다.
“아, 진짜 재밌었다!”
소약이 만족스러운 얼굴로 팔을 쭉 뻗었다.
또래 한 명 없는 수로채에서 이렇게 신나게 놀아본 것이 언제인지 알지 못했다.
신나 하는 제 모습을 뒤늦게 알아차린 것인지, 소약은 핫, 하며 팔을 내렸다.
그러곤 민망한 표정으로 설화 일행을 돌아보았다.
“조, 조금 재미있었네. 너희 덕분에.”
화린의 손을 잡고 소약의 뒤를 따르던 유강이 흐음, 하며 눈을 가늘게 떴다.
“조금? 너 되게 신나 보이던데.”
“아니야…! 진짜 조금만 재미있었어!”
“그래? 난 소약이랑 놀아서 되게 재미있었는데!”
소약이 깜짝 놀라며 뒤로 물러났다. 그의 볼이 금세 불그스름해졌다.
휙, 돌아서며 붉어진 얼굴을 감췄다.
“따라올래? 마지막으로 보여줄 거 있어.”
소약이 그들을 데려간 곳은 수로채주의 막사 뒤편이었다.
수로채주의 막사를 돌아가며 소약은 입술에 손가락을 얹었다.
“지금부턴 진짜 조용히 해야 해! 여긴 나만 아는 곳이니까, 아무한테도 들키면 안 되거든!”
유강과 설화는 반사적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고개를 끄덕인 두 사람은 조용히 소약의 뒤를 따랐다.
수로채주의 막사는 통나무 울타리를 등지고 있었다. 높다란 울타리를 한 번 올려다보는데, 소약이 낮게 속삭였다.
“이쪽이야!”
그가 쪼그려 앉아있는 앞에는 어린아이 한 명 드나들 크기의 개구멍이 있었다.
통나무 아래쪽이 썩어들어 바깥으로 나갈 수 있는 통로였다.
진소약이 먼저 울타리 밖으로 나가고, 이어서 유강과 화린이 밖으로 나갔다.
기감을 펼쳐 막사 안에 있는 사람의 수를 헤아려 보던 설화가 마지막으로 개구멍을 통과했다.
바스락.
개구멍 밖은 빽빽한 수풀이었다. 수풀 속에서 손이 불쑥, 튀어나왔다.
“이쪽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