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96)_2
유강이었다.
유강의 손을 붙잡고 수풀을 넘어가니 어린아이 대여섯 명이 둘러앉을 수 있는 작은 공간이 나왔다.
맞은편에는 크고 굵은 나무 한 그루도 보였는데, 소약은 그 나무의 아래에 쪼그려 앉아 땅을 파헤치고 있었다.
“저기에 뭔가를 숨겨놨나 봐.”
팍, 팍.
고요한 밤에 소약이 땅을 파헤치는 소리만 들려 왔다.
내공을 사용할 줄도 모르는 아이는 손가락 끝이 흙으로 물들어도 상관하지 않았다.
잠시 후, 소약은 땅속에서 보자기 꾸러미 하나를 꺼내 들었다.
보자기에 묻은 흙을 탁탁, 털어내고 조심스러운 손길로 보자기의 매듭을 풀었다.
설화의 일행은 자연스레 보자기 꾸러미를 중심으로 둘러앉아 그 안에 싸여있던 물건을 보았다.
손바닥만 한 콩죽(空竹), 서책, 붉은 매듭, 옥으로 만든 패, 구슬 몇 개 등. 그리 특별하진 않은 물건들이었다.
“이건 내 보물들이야.”
특별하지 않은 물건을 아이는 무엇보다 소중한 것이라는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우리 아빠가 내 생일마다 선물로 준 거거든.”
설화는 저도 모르게 화린을 돌아보았다.
‘생일….’
화린은 반짝이는 눈으로 소약의 보물을 구경하고 있었다.
“있잖아. 우리 아빠 되게 좋다? 매일매일 엄청 바쁜데 내 생일엔 빼먹지 않고 꼭 나랑 놀아줘!”
화린의 반짝이는 시선이 소약에게 향했다.
소약은 이때다 싶은 목소리로 다급히 말을 이었다.
“힘도 엄청나게 세고! 부하들도 엄청 엄청 많아! 키도 크고! 그리고 또… 되게 멋있어!”
전부 아빠 자랑이었다.
“우아.”
화린은 눈을 반짝이며 그 자랑에 감탄했다.
“자고 일어나면 매일 아침 잘 잤냐고도 물어봐 주고! 자기 전에는 토닥토닥도 해 줘! 이렇게!”
소약이 화린의 손을 붙잡고 제 머리를 꾹, 꾸욱, 눌렀다.
“와아.”
화린의 작은 입이 연신 동그랗게 벌어졌다.
“어때? 우리 아빠 진짜 좋지?”
“응.”
“그럼 화린이 너… 내 누이 할래…?”
화린이 동그란 눈을 깜박였다.
소약이 얼른 보자기를 화린 쪽으로 밀었다.
“내가 이거 너 다 줄게.”
“질문 있습니다!”
손을 번쩍 들며 유강이 물었다.
“왜 형제를 찾아? 친구가 필요한 거 아니야?”
‘그러네.’
설화 역시 호기심 어린 눈으로 소약을 바라보았다.
소약은 처음부터 ‘형제’를 찾고 있었다.
제 또래 하나 없어서 고작 같이 돌아다니는 것만으로 즐거워하던 아이인데도.
외롭다면 친구를 찾는 것이 보통 아닌가? 어째서 굳이 형제이길 원하는 것일까.
“치, 친구는….”
소약은 쉬이 말하지 못했다. 처음 만났을 때 경계하던 것처럼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대답을 망설였다.
“친구는… 안 돼.”
어렵게 열린 아이의 목소리는 무거웠다.
“친구는… 아빠한테 자식이 되어줄 수 없잖아…. 우리 아빠는… 자식이 필요하단 말이야….”
“아빠한테 자식이 필요하다니?”
코를 훌쩍이며 고개를 든 소약의 콧잔등이 붉었다.
아이는 무언가를 결심한 듯 결연한 표정이었다.
“나는 곧 죽을 거야.”
“!”
“의원이 그랬어. 내 몸은 이상한 체질을 타고나서 얼마 못 살고 죽을 거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