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at Chinese warlord from Joseon RAW novel - chapter 100
얼굴빛이 자주색으로 변한 차오쿤을 뒤로 하고 나는 휘적휘적 집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내 뒤로는 사복을 입은 샤즈광과 한신 특공대가 뒤따랐다.
한장전쟁이 터지자.
차오쿤의 입지는 바늘 위에 선 것처럼 불안했다.
명색은 즈리군벌의 일인자지만.
차오쿤의 지시를 직접 받드는 군대는 없다시피 했고.
오히려 즈리파는 우페이푸의 주도하에 장쭤린 토벌에 참여하였다.
그 모습을 보면서도 나서서 무어라 입을 열 수 없었다.
차오쿤은 장쭤린과 함께 량스이 내각을 지지하였으니.
전쟁이 터진 지금은 하루하루가 좌불안석이었다.
“이야아. 좋은 곳에 사십니다.”
차오쿤의 집안에 들어선 나는 선반에 진열된 도자기들을 어루만졌다.
양복을 갖춰 입은 부하들은 복도를 어슬렁거렸다.
마치 빚을 받으러 온 사채업자들 같은 모양새.
이런 건 삼합회에 있을 때도 안 하던 짓인데.
최고사령관이 되어서 이러고 있을 줄이야.
“조, 조심! 그건 진품이란 말이오!”
“아, 그래요? 이 조그만 도자기가 말입니까?”
“그렇소! 8천 위안도 넘게 주고 사들인 물건이오.”
“오호라.”
나는 도자기에서 손을 떼고 말했다.
“장관이 이제 보니 복이 많으시군요. 이 집에서 가장 값이 나가는 물건은 얼마나 합니까?”
“···갑자기 말이오?”
“편하게 말씀하시지요.”
“작년 겨울에 들여온 고려청자의 감정가가 1만 5천을 호가하오.”
“과연 대단하군요. 하지만 제가 보기에는 더 값진 물건이 있을 것 같습니다.”
“그게 무슨···?”
나는 샤즈광에게 일렀다.
“이제 우리 육군부 장관께 드릴 선물을 대령해야지. 수색해라.”
“예!”
부하들이 흩어져 3층 벽돌집을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다.
“지, 지금 뭐 하는 거요?”
“못 들으셨습니까? 선물을 대령하는 중입니다.”
얼굴이 흙빛이 된 차오쿤을 뒤로하고.
나도 수색에 참여하였다.
인도식 양탄자를 들춰보고 있는데.
갑자기 위층에서 소란스러운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찾았나 봅니다. 가십시다.”
나는 안절부절못하는 차오쿤을 끌고 계단을 올랐다.
1층 못지않게 휘황찬란한 2층의 널찍한 거실 중앙에 한 남자가 널브러져 발버둥치고 있었다.
“소개하겠습니다. 2만 위안짜리 현상금이 걸린 목입니다. 장관님의 저택에 숨어있는 것을 부하가 우연히 발견했군요.”
차오쿤의 저택에 숨어있다 붙잡힌 남자는 량스이.
중화민국의 전 국무총리이자, 이번 전쟁을 촉발한 주인공이시다.
량스이는 나를 보자마자 엉금엉금 기어와 내 발을 붙잡았다.
“사, 살려주시오···! 나는 아무 잘못이 없소!”
나는 슬그머니 발을 뺐다.
이런 자가 두 달 전까지 총리였다니.
“살려달라니요. 그럴 수는 없습니다.”
“히익! 어째서···! 모든 일은 장쭤린의 사주요. 이름뿐인 총리에 앉힌 것도, 무리한 내각을 구성하게 만든 것도···! 목을 쳐야 할 사람은 내가 아니라 장쭤린이란 말이오!”
실성한 것처럼 울부짖는 량스이에게.
나는 조용히 말했다.
“죽일 마음을 품어야 살릴 수도 있는 법. 제게는 전 총리님의 생사여탈권이 없습니다.”
“그 말은···?”
“전 총리님은 재판을 받을 겁니다.”
량스이는 안도하는 표정이었다.
평생을 법 바깥에서 즉결처분을 내리며 살아온 량스이같은 자들은 재판을 우습게 알지만.
받아보면 다를 걸.
그리 속 편하지만은 않을 걸.
하지만 량스이의 발상은 내 예상을 뛰어넘었다.
“허면 한신 장군···. 이렇게 하면 어떻소?”
“뭘 말입니까?”
“내 목에 걸린 현상금이 2만위안이라더군. 내가 무사히 일본으로 망명할 수 있도록 도와주면 그 열배를 주겠소.”
지금 공화군의 최고사령관 앞에서 흥정을 시도하는 건가.
20만위안. 큰돈이지만.
화장실에서 휴지가 없을 때 대신 써버릴 정도의 재력은 내게도 있다.
“장관님,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으, 응? 내게 묻는 거요?”
“예. 량 전 총리님을 여기서 보내주는 게 맞을까요?”
“어···. 음···. 일단 20만 위안은 엄청난 거금이니, 돈부터 확인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오.”
량스이나 차오쿤이나.
인간은 어째서 한번 잘해줬다 하면 만만하게 보며 기어오를까.
탐욕을 참아내지 못할까.
“장관님. 장관님은 지금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계신 듯하군요.”
“···무슨 말이오?”
“제가 진심으로 장관님께 인사를 드리러 왔다고 생각하십니까? 저 교활한 량스이의 2만위안짜리 목을 장관님께 선물로 바치기 위해 이 소란을 벌인다고 여기십니까?”
“···무슨 말인지 나는 도통.”
나는 샤즈광에게 손을 내밀었다.
한장의 문서가 손에 잡혔다.
“차오쿤. 이게 뭔지 알아보겠나?”
내가 들이민 문서의 정체를 알아차린 차오쿤이 몸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이게 왜 네 손에···?”
“아직도 이해 못했나? 머리를 쓰지 않는 건가? 내가 정말로 당신의 집에서 량스이를 우연히 발견했다고 믿는 것은 아니겠지.”
“···처음부터 모두 계획한 거였구나!”
“당연한 걸.”
샤즈광이 건넨 문서는 톈진에서 펑톈군 진영으로 보내는 밀지였다.
공화군의 편성과 이동 경로 및 부대 배치가 훤히 적혀 있으니 1급 비밀문서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문서의 발신인은 차오쿤.
수취인은 장쭤린이었으니.
개전하기 전에 꼭 처리해야 할 인간이 차오쿤이었다.
“차오쿤. 군사기밀을 누설한 죄로 체포한다. 공직은 박탈되며 모든 재산은 압류될 것이다. 끌고 가.”
“한신! 네가 무슨 권리로!”
“무슨 권리냐고? 전시에 사령관은 무적이고 신이다. 닥치고 형량이나 잘 받도록 기도해라.”
“자, 잠깐!”
“또 뭐냐?”
“20만의 열배를 주마! 200만! 200만 위안을 주겠다!”
200만은 화장실에서 쓰기는 조금 아깝고.
불꽃놀이 정도로는 적합하네.
“차오쿤.”
나는 빈 종이를 그에게 내밀었다.
차오쿤이 반색하며 말했다.
“받아들이는 거지? 200만이라고···?”
그러나 내 입에서 나오는 말을 들은 그의 얼굴은 금세 쭉정이처럼 우그러들었다.
“갈 때, 여기 있는 도자기들의 호가를 적어놓고 가라. 그러면 정부에서 네 재산을 차압할 때 조금이라도 수월할 테니까 말이야. 답례로 감방에 특식을 넣어주지.”
***
내부 정리가 끝나자 비로소 마음 놓고 작전회의를 시작할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장쭤린이 내가 첩자를 심어놓지 않았나 의심했던 것도 다 자기가 찔려서 그랬던 거다.
사람은 누구나 상대방을 볼 때 자신을 투영해서 들여다보는 법이니까.
사령부는 차오쿤의 대저택에 꾸려졌다.
으리으리한 빈집에 취사와 난방까지 빵빵하니 이보다 완벽한 사령부는 없었다.
다만 많은 인원이 자리하기에 응접실은 다소 비좁았다.
때문에 소수의 지휘관들만 자리를 얻을 수 있었다.
응접실에 들어갔을 때.
나는 내가 마지막 입장자라는 사실을 알았다.
딱히 총사령관이라고 뻐길 생각은 없었는데.
다들 부지런하구만.
“오셨습니까.”
“안녕하십니까, 사령관님.”
인사를 받으며 비어있는 상석에 앉았다.
기립했던 지휘관들이 모두 착석했다.
여러 빛깔의 시선들이 교차하며 내게 쏟아져 왔다.
오른편의 시선들은 익숙한 푸른 빛이었다.
독일 군사고문단의 만슈타인과 롬멜, 모델.
아직 국제연맹이 공식적으로 그들의 참전을 허락하지 않았기에.
그들은 우연히 톈진에 관광을 왔고.
예쁜 벽돌집을 발견해 그곳에서 아침으로 커피와 계란후라이를 대접받았을 뿐이다.
아무튼 그렇다.
독일인들 옆에는 말끔히 면도한 김경천이 앉아있었다.
그의 시선은 선반에 진열된 조선백자에 고정되어 있었다.
오늘따라 그의 눈빛이 한층 우수에 젖어 보였다.
여기까지는 익숙한 친구들.
그러나 왼쪽을 보면 데면데면한 얼굴들이 나를 쏘아보고 있다.
샤오야오난, 티엔쭝위, 치셰위안 등은 모두 한가락하는 지방 군벌들이었다.
장쑤성과 안후이성, 허난성 등에서 각자의 병력을 이끌고 합류한 그들.
공화정부에서 내건 장쭤린 격퇴라는 구호 아래 달려와 주었으니, 고마움을 표할 만도 하건만.
상황이 그리 녹록지만은 않았다.
지금 날 향한 태도를 보면 알 수 있다.
저들은 지금 나를 평가하고 있다. 가늠하고 있다.
네가 한신이냐? 얼마나 대단한지 한번 보자!
라는 속마음을 숨길 생각도 없이 여실히 드러내고 있는 그들.
만에 하나 전황이 어려워진다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바로 펑톈군에 합류할 작자들이다.
그들과는 조금 다른 태도로 탁자의 정중앙에서 나와 마주한 군벌이 한 명 있었다.
산시성의 토황제, 옌시산.
그는 단정히 정좌(正坐) 한 채, 웃음기를 머금고 내게 온화한 시선을 보냈다.
옌시산은 특이한 자였다.
신해혁명으로 청조가 멸망한 후.
전국 각지에서 벌떼처럼 군벌들이 일어났으나.
10년이 조금 더 지난 지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사람은 오직 둘.
나와 옌시산 뿐이다.
숱한 군벌들의 목숨이 명멸하는 대군벌시대를 지나며.
과연 옌시산의 지배력에는 남다른 무언가가 있다고 봐야 했다.
아편을 금지하고, 교육을 장려하며.
중공업과 금융업을 육성하고, 군제개혁에 힘쓰는 그의 통치역량은.
최소한 겉으로 보기에는 가히 모범적인 독군이었다.
물론, 묘하게 고립주의를 표방하는 산시성의 행보를 공화정부 입장에서는 마냥 좋게만은 볼 수 없지만.
툭하면 조세 납부를 거부하고 전쟁을 일으키기 바쁜 여타 군벌들에 비하면 천사나 다름없긴 하다.
“많은 분이 자리해 주셨군요. 총사령으로 다시 한번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다른 군벌들이 거만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와중에.
가장 먼 자리에 앉은 옌시산이 입을 열었다.
“편하게 하대하십시오, 사령관님. 저희는 모두 사령관님의 지시를 받기 위해 모였습니다.”
“제가 편한 대로 존대하도록 하지요. 제가 사령관이니까 제 마음대로 하겠습니다.”
“하하, 그러시다면야.”
나는 왼편에 앉은 군벌들에게 은근한 시선을 보내며 말했다.
“육군부 장관이었던 차오쿤이 불미스러운 일로 체포된 사실은 들어 아실 겁니다. 자세한 내용을 언론에 공개하지는 않았으나, 여기 있는 분들은 아셔야 할 것 같군요.”
“량스이 전 총리를 몰래 숨겨주다 발각되어서가 아닙니까?”
“그것도 있지만, 주된 죄는 공화군의 군정을 담은 군사기밀을 펑톈군에 누출한 것입니다.”
“설마, 그런 짓을!”
옌시산이 책상을 쾅 쳤다.
나는 옌시산에게서 어쩐지 어색한 느낌을 받았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어째 모든 행동이 연기 같단 말이지.
“다행히 기밀을 가지고 펑톈군 진지로 들어가려던 전령을 중간에 붙잡았으나. 유출이 이번 한 번 뿐일 리 없겠지요. 그동안 얼마나 많은 기밀이 장쭤린의 손에 들어갔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럴 수가···.”
“하지만 괜찮습니다. 지금부터 모든 작전을 새로 짤 거니까요.”
“오오,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