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at Chinese warlord from Joseon RAW novel - chapter 102
“쳇, 이 나라는 잘못되었어. 도적질을 하면 손목을 베어버려야 하는 건데···. 도둑놈이 멀쩡히 장군을 해 먹고 있다니.”
“이번 공격을 통해서 손목이 아니라 목을 베어버리지요.”
“말 잘했다.”
산등성이에 붉은 기운이 아른거리기 시작했다.
어느덧 아침이었다.
“가자! 습격이다!”
우페이푸의 명에 따라 별동대는 다시 고속행군을 시작했다.
적의 진지 앞에 은밀히 도달한 우페이푸는 야포의 배치를 명했다.
100여문의 야포가 설치되었다.
“포격해라!”
콰콰쾅!
귀를 찢는 포격 소리가 아침 공기를 가르고 산천에 울려 퍼졌다.
전선의 후방에서 느닷없이 기습당한 펑톈군이 우왕좌왕하는 것이 보였다.
우페이푸는 지금이 절호의 기회임을 알았다.
“포격 중지!”
길게 끌 필요 없다.
단번에 끝낸다.
“착검해라! 바로 돌격한다!”
우페이푸가 야전에서 뛰는 것을 고집하는 이유는 방금 같은 상황에 기민하게 대처하기 위함이었다.
원래 계획보다 이르게 포격을 중지했지만, 그만큼 적이 응전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음을 재빨리 간파하고 내린 결정이었다.
“장징후이를 찾아라! 사령관만 잡으면 펑톈군은 붕괴한다!”
피가 튀기고 살이 찢겨나가는 백병전.
기발한 전략전술보다는, 인간의 미련한 투지가 빛나는 전장.
우페이푸는 정신없이 쏘고 찌르고 다시 쏘았다.
해가 중천에 가 닿을 즈음.
탕···!
마지막 총소리를 끝으로 전투는 종료되었다.
“장징후이는?”
“파악 중이지만 아무래도 잡는 것은 실패한 걸로 보입니다.”
“괜찮아. 우리의 대승이니까. 다음번 전투에서 죽이면 된다.”
우페이푸는 총검을 높이 들어 올렸다.
“승리했다! 마음껏 환호해라!”
밤새 내달린 데다 아침부터 지금까지 전투를 치르느라 녹초가 된 병사들이지만.
없던 힘도 만들어내는 것이 승리다.
병사들의 함성을 들으며 우페이푸는 전열을 재정비했다.
이번 한 번의 전투로 펑톈의 서로군을 격퇴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적어도 확실한 기세를 잡았다.
우페이푸는 한껏 의기양양했다.
이렇듯 용맹한 싸움 방식은 동로군의 한신은 절대 흉내 낼 수 없는 것이다.
오직 자신만이 이렇게 싸울 수 있다.
그날 저녁.
베이징에서 날아온 급보.
우페이푸는 썩 마음에 들면서도, 조금은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닝허에 있는 적의 사령부를 향해 한점 돌파 총공격···? 훌륭한 작전이긴 한데, 한신은 겁이 많아 백병전을 꺼리는 성향 아니었나? 짜식. 내가 올린 전공 때문에 초조해졌나 보군. 하지만 아무나 나처럼 싸울 수 있는 것은 아닌데 말이야.”
머리를 긁적이며 우페이푸는 다시 혼잣말을 했다.
“어디 해보라고, 한신. 보여줘 봐. 그러면 내가 인정해주지.”
한장전쟁4
펑톈 동로군 제2군단장 장쉐량은 발걸음을 재게 놀렸다.
옆에는 믿고 따르는 스승 궈쑹링이 옆에 함께 했다.
“조금 늦어버렸네요. 아버지께서 화를 내시면···.”
“상장군은 사소한 일로 화를 내진 않을 겁니다.”
“하하, 그럴 리가요···. 아버지를 잘 모르시는군요.”
어려서부터 가장 무서운 것이 장쭤린의 불호령이었다.
자신에게 다소 심약한 면이 있다는 것을 장쉐량은 알고 있었다.
장쉐량은 그 이유를 어릴 적부터 받은 심적 부담감에서 찾곤 했다.
사소한 실수도 아버지는 용납하지 않았다.
시냇물이 졸졸 흐르는 개울 옆에 세워진 만주식 거대한 막사.
바깥으로 고함 소리가 새어 나오고 있었다.
회의 중이라기에는 다소 소란스러운데.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장쉐량은 재빨리 휘장을 걷고 들어갔다.
막사 안의 광경은 가관이었다.
조금 늦는 것 따위는 사소한 일이라는 궈쑹링의 말이 얼마간은 들어맞았다.
“그래서 너 새끼의 책임이 아니란 말이냐! 패주하고 겨우 목숨만 건져 돌아온 주제에 어디서 입을 놀리냐!”
“뭐? 시부럴 자식이 마빡에 구멍이 뚫렸나. 지금 나한테 새끼라 불렀어?”
“그래, 새끼야! 두목의 병사를 제대로 활용도 못 하고 우페이푸한테 죄다 헌납한 주제에 선배 대접을 받길 바랐냐?”
“쉬벌. 나도 다 뒤졌군. 이깟 땅딸보한테 뒷방 노인네 취급을 받을 줄이야.”
“뭐 땅딸보? 이 문어 대가리가!”
말다툼을 벌이는 사람은 동로군 제1군단장 장쭤샹과 서로군 사령관 장징후이.
두 사람 모두 초기부터 아버지와 함께 해 온, 펑톈 내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들 실력자들이지만.
지금은 마치 20년 전 마적 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개싸움을 벌이고 있다.
“오늘 한번 죽어보자 이 새끼야.”
“말로만? 드루와! 씨발!”
두 사람의 다툼은 갈수록 격해져.
이제는 단도까지 빼 들고 붕붕 휘두르고 있었다.
장쉐량은 황급히 아버지를 찾았으나.
장쭤린은 나무 의자에 앉아 턱을 괸 채, 벌어지는 싸움에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
휘휙!
장쭤샹이 오른팔을 크게 휘둘렀다.
“으익! 애송이 자식이···!”
장징후이가 귀를 감싸고 물러섰다.
손가락 사이로 피가 배어 나오고 있었다.
이대로면 큰일 나겠다.
장쉐량이 나서야겠다고 생각한 찰나.
“지금 뭣들 하는 거요!”
쩌렁쩌렁한 음성이 막사를 흔들었다.
펑톈군 총참모장 양위팅이 성큼성큼 다가와 싸우는 두사람 사이에 끼어들더니.
장징후이에게는 손수건을 내밀고, 겁도 없이 장쭤샹의 단도를 빼앗았다.
“군단장이 되어서 함부로 상관에게 상해를 입히다니! 군법에 따라 당장 사형에 처해져도 할 말이 없을 죄요!”
“···차, 참모장! 먼저 친 것은 저 형이오!”
“하지만 무기를 빼든 것은 군단장이잖소.”
“그건···, 실수요. 미안하게 됐소.”
안하무인이던 장쭤샹도 양위팅 앞에선 고분고분했다.
양위팅은 거침없이 걸어가 턱을 괸 장쭤린 옆에 앉았다.
“분위기가 왜 이럽니까? 어디 초상이라도 났습니까?”
양위팅의 말에 여기저기서 죽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들려오는 소식이 패전뿐이니 초상이라면 수천 번을 치르고도 남지요.”
“가망 없습니다···.”
“처음부터 안되는 전쟁이었소이다. 어찌어찌 몇 번의 전투에서 이긴다 쳐도 펑톈군의 실력으론 베이징을 장악한다는 것이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었소.”
다들 한 마디씩 하는데.
양위팅은 놀랍게도 이를 드러내며 씨익 웃었다.
“주군. 이쯤 되면 전략을 밝혀도 되겠습니까?”
양위팅이 장쭤린에게 말하고 있었다.
장쭤린은 지금껏 괴고 있던 턱을 들고 몸을 똑바로 고정하였는데.
놀랍게도 그 또한 양위팅처럼 웃고 있었다.
지켜보는 장쉐량은 아버지와 양 선생이 미쳐버렸나 생각했지만.
이내 아버지의 입에서 예상치 못한 말이 흘러나왔다.
“그간 연속된 패전으로 사기가 많이 떨어졌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이 모든 건 양위팅 선생의 계획이었다!”
말도 안 돼.
장쉐량은 속으로 생각했다.
서로에서는 우페이푸에게 습격당하여 사령부가 점령당했고.
중로와 동로에서는 산발적인 교전에서 연일 패하여 뒤로 물러서기만 하는데.
이게 다 계획이라고?
옆에 있는 궈쑹링을 힐끗 하자 눈이 마주쳤다.
궈쑹링이 냉담한 눈빛으로 고개를 저었다.
장쉐량은 스승님 또한 자신과 같은 생각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버지의 음성이 이어졌다.
“전쟁이 시작되고 그간 몇 번의 패배가 있었지만, 그중에 결정적인 참패가 있었더냐? 우씨 성의 망나니에게 서로군 사령부를 습격당한 것 또한 예상한 범위 내의 일이었다. 장징후이가 털끝 하나 다치지 않고 퇴각하는 데 성공한 것이 그 증거다!”
듣고 있던 장군들이 감탄사를 내뱉었다.
“오오, 역시!”
“듣고 보니 맞다. 오히려 이득이다!”
“총참모장은 이 모든 것을 예측했단 말인가?”
정작 당사자인 장징후이는 어리둥절한 표정.
그러나 장징후이를 신경 쓰는 사람은 없었다.
“우씨 망나니도 장형을 건드리지 못했는데, 이 장쭤샹이가 장형의 귓불을 잘랐군! 으하하하!”
방금까지 장징후이와 죽일 듯이 싸우던 장쭤샹이 허리에 손을 올리고 껄껄 웃었다.
다른 이들도 곧 웃음 대열에 합세하며, 좀 전까지 침울하던 막사 분위기는 금세 웃음바다로 변했다.
어려서부터 가정교사에게 교육받으며 나름 귀족 문화를 누려온 장쉐량은.
아직까지 마적 두목 노릇하던 티를 벗지 못하는 펑톈 장군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외쳤다.
“아버님!”
“오, 우리 장남. 왔느냐?”
“거듭된 패전이 계획의 일부였다니요? 소자의 아둔한 머리로는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설명이 필요합니다.”
“설명? 양 선생. 우리 아들에게 교육 좀 부탁한다.”
양위팅은 장쉐량의 뒤에 서 있는 궈쑹링을 한번 쓱 보고는.
손에 든 깃털 부채를 만지작거리며 입을 열었다.
“중국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였습니다. 자연히 손자병법이나 삽십육계와 같은 무수한 계책들이 발전했지요. 하지만 근대에 들어서자 천지가 개벽했습니다. 과학기술로 무장한 서양의 군대는 과거 중국에서 통하던 병법들을 죄다 쓸모없는 것으로 만들어 버리고 단순화시켰습니다. 특히 몇 년 전 유럽에서 벌어진 대전쟁은 절대적인 하나의 병법을 탄생시켰지요.”
양위팅은 부채로 입을 가린 채, 눈만 드러내고 말했다.
제갈량의 백우선(白羽扇)을 닮은 하얀 깃털 부채.
주위에서 하도 작은 제갈량이라 띄워주니, 정말로 자신이 와룡이라도 되었다 여기는 건가?
“뭔지 궁금하십니까?”
“알려주시지요. 참모장님.”
“그건 바로 참호 교리입니다! 숱한 연구 끝에 제가 내린 결론은 현대전은 방어하는 쪽이 무조건 유리하다는 거지요.”
양위팅이 의기양양하게 부채를 펄럭였다.
“요충지에 참호와 철조망, 기관총을 조합하여 방어 전선을 펴면, 적은 해당 전선을 뚫기 위해 다수의 병력을 쏟아부어야 합니다. 이 교리는 상대에게 일방적으로 병력의 소모를 강요함으로써 장기적으로 전투를 유리하게 끌고 가는 병법입니다. 무엇보다 펑톈군은 후방을 걱정할 필요 없이 꾸준히 병참을 받을 수 있으니, 가장 적합하고 완벽한 전략이라 할 수 있습니다.”
펑톈의 지리적 이점을 강조하는 부분은 궈쑹링 선생님의 의견과 흡사하다.
하지만 장쉐량은 아직도 이해가 가지 않는 점이 한둘이 아니었다.
“하지만 패배하는 것과 방어전이 무슨 관련이 있습니까?”
“어째서 일부러 패전했냐고요? 적을 유인하기 위해서입니다! 우페이푸는 연속된 승리에 한창 들떠있습니다. 두고 보십시오. 그는 자기 부대를 과신하고 펑톈의 참호선을 뚫으려 또다시 착검돌격을 감행할 겁니다.”
막사의 장군들이 재차 웃으며 환호성을 질렀다.
그들은 양위팅의 신기묘산으로 베이징과 톈진은 이미 점령한 거나 다름없다며 떠들어댔다.
그때. 장쉐량은 옆에 있던 궈쑹링이 움직이는 것을 보았다.
지금껏 조용히 있던 궈쑹링이 앞으로 나선 것이었다.
“총참모의 의견은 언뜻 그럴듯하나, 몇몇 부분에서 납득이 되지 않소.”
“오호, 공자의 부하로군. 내 전략에 잘못된 부분이라도 있는지?”
양위팅과 궈쑹링.
와룡과 봉추로 불리는 두 사람은 펑톈 최고의 지략가들이었다.
그들이 격돌하자 장내의 시선이 한순간에 쏠렸다.
“총참모는 서로군이 일부러 져주었다고 말하지만, 내가 본 바에 의하면 피해는 결코 적지 않소. 우페이푸를 도발하여 끌어들인다는 작전은 억지요. 무엇보다 이번 전쟁에서 서로군은 보조적인 역에 불과하오. 전쟁의 승패를 가름하는 결정적인 전장은 한신과 상장군이 있는 동로! 동로에서 한신의 공화군이 공격하도록 유도하는 작전을 짜야 하오. 그러나 총참모의 전략에서는 그런 부분을 찾을 수 없소.”
쇠를 긁는 듯한 까랑까랑한 궈쑹링의 음성은 거북하면서도 심장을 후비는 힘이 있었다.
그러나 양위팅은 여전히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푸흡, 궈쑹링. 우리 군이 왜 닝허처럼 작은 마을에 동로군의 모든 역량을 집중시켰을까? 사실상 전군의 절반이 닝허에 주둔하고 있어. 포탄과 탄약, 보급품은 지금부터 최소 여섯 달은 버틸 만큼 너끈해. 그 이유가 뭔지 생각 안 해봤나?”
“그야 닝허는 사방이 드러나 있고 참호를 펴기 쉬워 기습당할 염려가 없으니까···.”
“하! 그러니까 네가 아직도 일개 여단장밖에 되지 못하는 거다. 처음 산하이관을 넘었을 때부터 나는 닝허를 펑톈군의 최중요 거점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다. 주군으로 하여금 사령부를 닝허에 두게 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지.”
“그 말은···?”
“맞아. 모든 것이 한신을 유인하기 위한 전략이다.”
장쉐량은 참지 못하고 끼어들었다.
“아버지를 미끼로 썼단 말입니까!”
“맞소, 공자. 이건 주군도 동의한 일이오.”
장쉐량은 급히 아버지를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