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at Chinese warlord from Joseon RAW novel - chapter 108
관동군의 참모장과 함께하는 귀환길이었다.
장쉐량은 무슨 정신으로 산하이관까지 돌아왔는지 알 수 없었다.
돌아오자마자 장쉐량은 아버지부터 찾았다.
관동군 참모장에게는 확답을 잠시 기다려달라 말한 후.
궈쑹링이 참관한 가운데, 장쉐량은 아버지에게 다녀온 일을 고했다.
매도 먼저 맞는 것이 낫다고 일본의 요구를 담은 문서부터 꺼냈다.
“이게 뭐냐?”
“관동군의 시라카와가 제시한 요구조건입니다.”
장쭤린은 시큰둥한 얼굴로 대충 문서를 넘겼다.
장쉐량은 좌불안석이었다.
“요구만 있고, 보상은 없군?”
“보상도 있습니다.”
“말해봐라.”
“시라카와가 관동군의 출병을 승인했습니다. 조건을 받아들이는 즉시, 관동군과 조선 주둔군을 합쳐 4만 규모의 병력을 급파하겠다 했습니다.”
장쉐량이 말을 마치자 장쭤린은 예의 호탕한 웃음을 내질렀다.
“우하하! 그러면 모두 해결되었구나! 펑톈은 살았다!”
“하지만, 이 요구조건들이··· ”
“걱정 마라, 아들아. 이건 아무것도 아니다. 종이에 쓰인 글자 나부랭이 따위는 우리가 살아가는 강철같은 세계에서는 아무 힘이 없다. 진짜배기는 총과 군대야. 지금 일본이 바로 그 군대를 조달해준댔잖느냐. 그럼 된 거야.”
“아무래도 찜찜합니다.”
장쉐량은 속이 탔으나.
장쭤린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당장 우리 목이 날아가게 생겼잖냐. 관동군을 이용하여 일단 공화군의 진격을 멈추게만 하면, 그다음부터는 펑톈의 넓은 영토와 자원으로 다시 일어설 수 있다. 이깟 종이 쪼가리는 무시하면 그만이야.”
“그게 되겠습니까? 상대는 일본입니다만···.”
“나중에 시라카와란 놈이 정 지랄하면 입막음 용도로 지폐나 좀 찔러주면 닥치게 되어 있다. 그게 인간의 본성이자 세상사 돌아가는 방식이다.”
장쭤린은 손뼉을 치며 아이처럼 좋아했다.
“살았다! 살았어! 펑톈은 살았다! 한가 놈 꼴이 볼만하겠군! 어디 만주의 호랑이를 그리 쉽게 포획할 수 있을 줄 알았더냐! 으하하!”
정말 그런가?
이대로 괜찮은 것인가?
불안한 시선을 이리저리 굴리던 장쉐량은 궈쑹링과 눈이 마주쳤다.
스승의 눈은 그 어느 때보다 깊고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
공성은 계속되었지만.
나는 산하이관의 미묘한 변화를 알아차렸다.
어딘가 들뜬 듯한 병력의 운용과 수비.
자욱하던 죽음의 냄새가 옅어지고, 산하이관에 활기가 돌고 있었다.
후루다오 상륙작전이 성공한 이후.
이제 산하이관 점령은 시간문제라 여겼는데.
다른 변수가 생긴 것일까?
제해권을 장악한 덕에.
김경천과의 교신은 어렵지 않았다.
“관동군입니다! 펑톈에 관동군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후루다오에서 온 전령은.
배가 정박하기도 전에, 난간을 잡고 서서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다.
당장 선양을 함락시킬 것처럼 거침없이 북상하던 김경천의 군대는 다시 후퇴하여 진저우에 주둔한 상태였다.
철도를 통해 운반되던 펑톈군의 보급 물품을 탈취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나는 동봉된 공문부터 펼쳐 들었다.
「중화민국 공화군은 남만주철도 일대에 불안을 확대하고 있음. 관동군 사령관 시라카와 본인은 주식회사의 재산을 지키기 위하여 남만주철도 12킬로미터 이내의 모든 전투행위를 금지하며, 평화로운 일상의 복구를 위하여 공화군의 조속한 철수를 요구함.」
무례함을 넘어서서 건방지다고 느껴질 만큼 간단한 공문.
요구한다고 적혀있지만, 이것은 요구가 아니다.
부탁은 더더욱 아니다.
통보와 강요. 협박이다.
미처 생각을 정리하기도 전에.
김경천이 동봉한 장문의 편지가 보였다.
앞부분에는 늘 그렇듯이 탄약 사용과, 부상자 처치. 보급품 현황, 앞으로의 기동계획 등이 꼼꼼히 적혀 있었다.
「···앞서 보고드린 것처럼 상륙작전의 1차 목표는 완수하였습니다. 진군은 무리하지 않고 있으며, 병사들의 사기는 최고조입니다. 그대로 철도를 탈 수 있었으면, 선양까지 만 하루도 걸리지 않았을 겁니다. 그런데 철도에 군수품을 옮겨 싣는 도중 동봉한 공문이 날아왔습니다. 공문을 보낸 자는 일제의 육군 중장 시라카와입니다···.
···아무리 그래도 어찌 그러겠습니까? 명색이 공화군의 지휘관을 자처하며, 개인의 감정에 휩쓸려 멋대로 일본의 전령을 사살할 수는 없는 일이었지요. 그들은 치졸하고 비열합니다. 중국의 내란을 만주 진출의 기회로 여기고 있습니다. 그들이 아무 조건 없이 군대를 출병하겠습니까? 마치 조선에서 을사년과 경술년에 그러하였던 것처럼, 만주를 식민지로 만들 속셈이겠지요···. 씨발···.」
읽을수록 보고서라기보다 편지로 문서의 성격이 바뀌고 있었다.
김경천이 글을 쓰면서 느꼈던 감정적 동요가 여실히 전해져 왔다.
「···사령관님···. 아니, 내 친구 한신아. 고백하겠다. 나는 몇 번이고 갈등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들끓는 마음을 진정시킬 수 없다. 일제가 이번 전쟁을 만주 진출의 교두보로 삼을 작정이라면, 솔직히 말해 나는 이 전쟁을 중국과 일본의 전쟁으로 확대시키고 싶었다.
처음에 관동군이 선양으로 가는 길을 막아섰을 때, 내가 어떤 기분이었는지 아나? 기뻤다. 존나게 기뻤어. 여기서 상륙군을 이끌고 관동군을 친다 해도, 누가 막을 수 있겠나? 나중에 말은 좀 나오겠지만, 야전 지휘관의 판단은 절대적이잖아. 공화군과 관동군이 맞붙으면 양국 정부에서 그냥 두고 볼 수 없겠지···. 내게는 중일전쟁을 촉발할 기회가 있었던 거야···.」
편지의 말미에 가서는 필체가 진해지기 시작했다.
한 획 한 획 꾹꾹 눌러 쓴 것이 보였다.
「물론 나는 참았다. 있잖아, 한신. 나는 네가 세계 최고의 장군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너를 강제로 중일전쟁에 끌어들여 이용할 기회가 있었는데, 나는 그걸 참아냈어···. 어떻게 그럴 수 있었냐고? 나는 네가 당대를 넘어, 이순신 장군이나 나폴레옹에 비견해도 밀리지 않을 만큼 위대한 업적을 쌓을 수 있을 거라 믿거든. 그런 장군의 앞날을 나 따위가 막을 수는 없는 거잖아.」
마지막에는 도로 평소의 김경천으로 돌아와 있었다.
「그럼, 사령관님. 임무를 내려주십시오. 관동군과의 확전은 지금으로서는 피하는 것이 옳으며, 아직 산하이관에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장쭤린을 잡는 것이 현 상황에서 최선이라 봅니다. 본 지휘관은 장쭤린이 몰래 탈출을 감행할 것이라 예상하며 산하이관 북쪽 지역 매복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작전의 성립 가능성을 여쭘과 동시에 본 부대는 새로운 임무를 요합니다.」
나는 김경천에게 답장을 쓰려고 펜을 들었으나,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망설여졌다.
고민하다 결국 종이를 구겨버렸다.
대신 복병을 세울만한 지형을 몇 군데 체크하여 전령에게 넘기고는 말했다.
“지금부터 김경천 휘하 부대를 독립군(獨立軍)으로 편성하겠다. 그대로 전해라.”
“독립군 말씀입니까?”
“그래. 총사령부로부터 임무 하달을 받을 필요없이 독자적으로 작전을 짜고 행동하는 부대다. 김경천의 전적인 판단하에 산하이관 뒤편에서 개별적으로 작전 수행을 하라 일러라.”
“알겠습니다.”
다소 중의적이지만.
이만하면 김경천에게도 답이 되었겠지.
독립군이라는 명칭은 야전 지휘관으로서의 김경천에 대한 신뢰와.
언젠가는 다른 의미로 이름값을 할 날이 오리라는 기대감을 합친 것이었다.
김경천의 말대로 관동군과 당장 싸울 수는 없지만.
나 또한 김경천 만큼이나 간절히 바라고 있다.
그가 이끄는 독립군이 일본을 무찌르고 서울에 입성하는 그날을.
산하이관 공성전
“사령관님! 이 우페이푸에게 선봉을 맡겨주십시오!”
어우 든든해.
뒤늦게 합류한 서로군의 우페이푸는 작전회의를 휘어잡았다.
회의 내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우페이푸와 그의 간부들이었다.
“또한 공화군의 중포대대가 우수하니, 임시로 제3사단을 지원케 해주시고. 관측수들도 총사령부보다 저한테 먼저 보고하도록 해주시고. 그리고 무엇보다 전선의 상황에 따라 지휘관이 판단하여 투입할 수 있는 예비대의 재량권을 주십시오!”
물론 땡깡이 제법 많긴 해.
그래도 옌시산 같은 간잡이들보다는 이렇게 생떼라도 부리는 편이 훨씬 낫다.
나는 우페이푸에게 말했다.
“세부 사항은 몇 가지 새로 더해야겠지만···. 좋습니다, 이번에 결행할 산하이관 총공세의 선봉은 우 사령관의 제3사단으로 합니다.”
우페이푸와 수없이 생사고락을 함께한 제3사단.
편제는 중앙군 소속이지만, 실상 우페이푸의 사병 집단이나 다름없다.
관동군이 들어온 이후.
장쭤린은 전쟁이 끝났다는 듯, 다소 방만하게 산하이관을 방어하고 있었다.
일본이 내세운 개입 명분은 남만주 철도의 치안 유지.
따라서 산하이관에서 진저우에 이르는 러허(열하) 일대는 간섭할 권한이 없다.
나는 산하이관부터 무너뜨릴 작정이었다.
1922년 1월 4일.
새벽부터 공격이 시작되었다.
이번에야말로 모든 역량을 총집결한 공세였다.
항공대와 포병대의 꾸준한 폭격 끝에.
처음 맞닥뜨렸을 때 철옹성 같았던 성벽이 상당 부분 허물어졌다.
우페이푸가 이끄는 제3사단이 일제 돌격을 감행한 가운데.
시시각각 산하이관 외성 곳곳을 돌파했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참모들이 수군거렸다.
“잘합니다. 역시 상승장군입니다.”
우페이푸의 돌파력은 대단했다.
아군이라 다행이라 생각될 정도였다.
부숴도, 부숴도 새롭게 설치되는 보루에서 기관총이 끊임없이 불을 뿜었으나.
제3사단이 끈질기게 시도한 끝에, 10시경에 중대 보고가 들어왔다.
“산하이관의 남쪽 정문이 열렸습니다!”
“공화군 제2사단을 순차적으로 투입해라. 우익의 전투 보고가 지지부진하니 좌익으로 가라. 산하이관 경내로 최대한 많은 병사가 진입해서 성벽 장악을 목표로 작전을 펴라.”
“예!”
마침내 산하이관이 무너지기 시작한다.
정오가 되기 전에 총 3만에 달하는 병력이 산하이관 안으로 진입하였다.
우페이푸의 명령하에 예비대까지 모조리 투입된 결과.
14시경.
나는 호위를 받으며 마침내 산하이관에 입성하였다.
공성은 성공이었다.
내성의 펑톈군 사령부에 들어서자, 우페이푸가 웬 남자를 붙잡고 마구 흔드는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삐적 마른 몸을 한 남자는, 우페이푸의 커다란 손아귀에 잡혀 갈대처럼 흔들렸다.
“당장 장쭤린의 행방을 실토해라! 그러지 않으면 네 목 위에 달린 물건이 즈리 평원에 굴러다니며 까마귀밥이 될 테니!”
우페이푸가 도깨비 같은 얼굴을 들이밀며 겁을 주었으나.
남자는 실실거릴 뿐이었다.
“으흐흐···, 펑톈을 우습게 보지 마라. 두목의 행방을 말할 것 같으냐?”
“그 말은 알고 있다는 뜻이군? 그렇다면 다 방법이 있지!”
퍼억!
우페이푸의 억센 주먹이 남자의 배에 꽂혔다.
한 손으로 남자의 목덜미를 잡고, 다른 손으로 무자비하게 폭행을 가하기 시작했다.
“그만! 공화군은 고문을 허용치 않습니다!”
내가 목소리를 높이자, 우페이푸의 주먹이 멈추었다.
한창 주먹질을 한 다음이라기에는 놀랄 만큼 평온한 눈빛이었다.
“고문이라니? 한두 번 쥐어박았을 뿐입니다.”
“장군의 주먹을 보세요. 세 번 쥐어박았다가는 사람을 곤죽으로 만들겠습니다.”
우페이푸는 콧방귀를 뀌었다.
“산하이관을 점령했지만, 장쭤린을 잡지 않고서는 전쟁의 결말을 보았다 할 수 없습니다. 도망쳐봤자 멀리 가진 못했을 테니 한시라도 빨리 추격대를 꾸리는 게 우선입니다. 이놈은 장쭤린 밑에서 시중을 들던 놈이니, 퇴각 경로를 알고 있음이 분명합니다. 이놈이 정보를 토해내게 해야 합니다!”
“회유나 가벼운 협박 정도는 허락합니다만, 고문은 안 됩니다.”
“쳇! 중화민국의 대의에 비하여, 이깟 버러지의 목숨이 무에 그리 중요하다고! 답답하구려!”
우페이푸는 거칠게 남자를 구석으로 밀었다.
남자는 벽에 부딪히며 힘없이 쓰러졌다.
“추격대는 꾸립니다. 다만 급할 게 없는 것이, 산하이관 이북에 김경천의 독립군이 있습니다. 이미 주요 길목에 매복하여 기다리고 있으니, 이 문제에 대하여는 더 거론하지 마세요.”
사령부를 나와 나는 그간 공화군을 무던히도 괴롭혔던 산하이관 성벽을 시찰했다.
돌아다녀 보니, 내가 공략한 쪽이 산하이관 남쪽 방면이었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원래 성벽이 설계된 대로 북쪽에서 산하이관 공성에 나섰더라면.
시간과 병력이 두 배 세 배는 더 소모되었을 터.
한참 시찰하는 도중, 새로운 보고가 들어왔다.
나는 우페이푸의 의지를 과소평가하고 있었다.
“사령관님! 우 장군이 별동대를 이끌고 출병했습니다!”
“···보고도 않고?”
“보고서는 작성하였습니다.”
“뭐라 적혀 있더냐?”
“장쭤린의 퇴각 경로를 알아냈으며, 인가를 받기 전 본인 재량으로 추격대를 꾸린다고 했습니다.”
경로를 알아냈다고?
좋지 않은 예감이 들어 나는, 우페이푸가 정보를 캐내던 장쭤린의 시종을 찾았다.
그러나 포로를 담당하는 간수는 나를 보자 당황한 듯 눈알을 굴렸다.
“그, 그것이···, 행방불명입니다···.”
“뭔 헛소리인가. 몇 시간 전까지 멀쩡히 병상에 누워있는 걸 봤는데. 몇 겹의 삼엄한 경계를 뚫고 산하이관을 탈출하기라도 했단 말인가?”
“무어라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속절없이 고개를 떨구는 간수의 모습을 보며.
나는 더 따질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대신 간단히 물었다.
“우페이푸인가?”
간수는 대답하지 못하고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였지만.
그의 머리가 살짝 위아래로 움직였다.
대충 곤죽이 될 때까지 팬 다음 어디 으슥한 곳에 묻어버린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