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at Chinese warlord from Joseon RAW novel - chapter 144
하지만 선양에 들어온 전차를 보았을 때.
그 모든 일들에 대해 까맣게 잊고 말았다.
저게 지나군의 병기라고?
어떻게 이게 가능한 일이지?
세계대전은 육상전함, 전차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섬나라 일본은 아무래도 해군 건함에 주력하다보니 전차에 대한 연구는 사실상 전무하다시피 했다.
육군 장군으로서 시라카와는 항상 그 점이 아쉬웠다.
그런데 열등한 지나인들이 한발 앞서서 저런 물건을 개발해낼 줄이야.
처음엔 놀람.
다음엔 질투.
마지막엔 위기감이 몰려왔다.
공화정부가 펑톈을 복속시키려는 이번 전쟁에 대해.
시라카와는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이전처럼 적당한 시기에 일본이 개입하여 더 이상의 북상은 허용치 않는다고 전하면, 감히 일본군에 총구를 겨눌 수는 없을 거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건 위험하다.
장쭤린같은 마적이 저런 병기의 상대가 될 리 없다.
조기에 일본의 개입이 필요하다.
생각을 마친 시라카와는 재빨리 차에 올라탔다.
“다롄으로 돌아간다···. 도쿄에 연락해야겠어···. 대본영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이야···.”
제2차 한장전쟁3
전장의 바깥에서 전쟁의 양상을 파악하기는 어렵다.
전투에 참전한 병사의 입장에서는 더욱 그렇다.
사람마다 보는 시각이 제각기 달라서.
누구는 코끼리의 기다란 코에 주목하고.
누군가는 통나무 같은 다리.
또 다른 이는 펄럭이는 귀와 두툼한 몸통을 이야기할 것이다.
이런 정보들을 모으고 모은다 해도 코끼리의 본체를 유추해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혼란스러움은 배가 되고.
그런 불확실성 속에서 공포가 자라났다.
소도시 판진.
펑톈군 제1군장 장쭤샹은 참호 너머로 지평선을 노려보았다.
특별한 움직임은 없으나 계속 확인하게 된다.
다시 시선을 참호 안쪽으로 돌리자.
간절한 눈빛으로 장쭤샹을 바라보는 제1군 지휘관들이 있다.
그들은 장쭤샹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입을 열 수가 없다.
판단이 서질 않는다.
자리를 지켜야 하나?
퇴각해야 하나?
아니면 원래 계획대로 공세를 가하나···?
엊그제 저녁, 후방으로부터 펑톈 군인들이 하나둘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전령은 아니었다.
“탈영이냐? 아니면 길을 잃었냐? 멍청한 자식들, 기껏 부대를 찾아온다는 게 최전방으로 오다니.”
“저희는 탈영병이 아닙니다! 그것보다···, 선양이 적에게 함락되었습니다···!”
“뭐? 어떻게?”
“갑자기 나타난 전차가···.”
패잔병들의 설명은 아무리 들어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도검총포로도 어찌할 수 없는 강철 괴수가 떼거지로 나타나, 그대로 제5군을 짓밟고 선양에 입성했다고?
전차의 주포가 한번 불을 뿜으면, 벙커도 한 방에 무너지며.
달리는 속도는 말보다 빠르고.
그 수가 평원을 가득 메울 만큼 많다니.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선양과의 통신망은 붕괴되었다.
원래도 그리 믿음직스럽지는 못했으나, 그나마 있던 것이 없으니 어깨가 더욱 무거워졌다.
결정을 바라는 지휘관들의 시선이 점점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하지만 도리가 없다.
이젠 총사령부의 지시가 아닌 자신의 판단으로 펑톈 제1군이 움직여야 한다.
부군장 한린춘이 말했다.
“장군, 경거망동할 필요 없습니다. 어린 놈들이 떠드는 헛소리는 무시하십시오. 제1군은 펑톈의 방패입니다. 우리가 움직이면 저 너머에서 호시탐탐 노리고 있던 공화군이 진격해 올 겁니다. 자리를 지켜야 합니다!”
“그걸 누가 몰라? 그런데 적의 전차가 나타나서 선양을 함락시켰다잖아!”
“그 말을 믿으십니까?”
“믿지, 그럼 안 믿냐?”
한린춘이 진지한 얼굴이 되어 말했다.
“전장에는 으레 거짓 정보가 떠다니게 마련입니다. 제1차 장한전쟁때도 얼마나 많은 헛소문이 난무하였습니까? 어찌나 가짜 정보가 많았는지, 아군조차 헷갈릴 정도였지요. 적을 섬멸했다는 정보만 믿고 고지에 돌입하였다가 적의 포화를 맞고 가까스로 살아나온 일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증언들이 있잖아.”
“적이 우회해서 선양을 공격했다는 것 자체는 사실일 겁니다. 그러나 선양에 누가 있습니까. 두목이 있지 않습니까? 게다가 제5군이 당장 출전 준비를 마친 채 대기하고 있었는데, 오히려 먼 길을 달려온 적이 아군 방어선에 뛰어든 꼴이지요. 아마 치열하게 공방 중일 겁니다.”
듣고 보니 그럴듯했다.
제5군장 우쥔성은 10대 때부터 만주벌판을 호령했던 사나이.
장쭤린이 건재한 선양이 그리 쉽게 무너질 리 없다.
하지만 여전히 마음에 걸린다.
“선양과의 연락이 두절되었는데?”
“중간에 유선망을 끊는 거야 일도 아닙니다.”
“도우러 가야 하지 않을까?”
“잊으셨습니까? 제1군의 목표는 공화군의 주 공격로를 봉쇄하는 겁니다. 우리가 여기서 공화군의 주력을 묶으며 시간을 벌수록 전황은 차차 펑톈에 유리하게 돌아갈 겁니다. 보십시오. 며칠만 지나면 유선망이 회복되고, 후방에서 제5군이 지원군으로 도착할 겁니다.”
정말 그렇게 된다면야 소원이 없겠는데.
장쭤샹은 새삼스러운 눈으로 부군장 한린춘을 바라보았다.
“짜식, 좀 늘었다? 상하이 도박장에서 돈을 죄다 꼴고는 철 좀 들었나 봐?”
“꼴다니요. 중간에 잃었던 거지. 최종적으로는 벌었습니다.”
“그거야 두목이 다시 돈을 보내줘서 산 거잖아. 아직도 네 편지가 생생히 기억나는데. 본인, 한린춘입니다! 이젠 여한이 없으니, 황포강에 투신하려 합니다! 못난 새끼, 돌봐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조금 여유가 생겨 한린춘을 놀리자.
대번에 그의 얼굴이 붉어졌다.
“설마 그 편지를 강당에서 다 같이 읽었습니까?”
“부끄러워할 것 없어. 남자는 다 그렇게 부침도 겪고 하는 거지. 병공창의 기계를 구입할 돈을 죄다 탕진한 네녀석에게 두목이 돈을 더 보태서 보내주자, 그걸로 다시 도박을 해서 두 배로 불렸다지?”
“세 배입니다.”
“그래. 그런 걸 보면, 하늘이 펑톈을 지켜보고 있는 거야. 이번 전쟁도 마찬가지다. 초반에 어려움이 있어도 결국엔 우리가 이길 거야.”
머리가 개운해진 장쭤샹은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했다.
선양에 정찰병을 보내 동정을 파악함과 동시에.
함께 전선을 형성하고 있는 제2군과 제4군에도 연락을 취했다.
명령을 다 내리고 나자 뿌듯하기 이를 데 없었다.
본래 마적 출신으로 술 처먹고 전장에 나가 적병의 목이나 많이 베어오면 그걸로 제 몫을 했다고 여기던 장쭤샹이지만.
지난 1년간 체질에도 맞지 않는 장교 훈련을 받아야 했다.
장쭤린의 지엄한 명령이 없었더라면, 벌써 때려치우고 술이나 퍼마셨을 거다.
하지만 우쥔성 같은 우락부락한 산적도 수업을 듣는 통에, 장쭤샹도 빠질 수가 없었다.
제2차 전쟁이 발발하기 전까지 어찌어찌 훈련을 마쳤다.
어느 정도 군사적 지식을 쌓고 제1군을 맡아 전장에 나와보니.
비로소 예전에 얼마나 엉터리로 군대를 운용하였는지 실감이 났다.
그러고도 이길 생각을 했다니, 욕심이 과했었다.
지금은 다르다.
펑톈은 충분히 이길 자격이 있다.
***
애석하게도.
제1군장 장쭤샹은 자신이 공화군의 진격을 완벽히 틀어막고 있다고 믿었지만.
제2군장 펑더린은 완전히 다른 상황에 처해 있었다.
“으으으아아! 쏴라! 물러서지 마라! 죽여라!”
사방이 온통 적군.
어디서 기어 나왔는지 대관절 알 수가 없다.
“승리가 눈앞에 있다! 펑톈은 승리한다!”
마음에도 없는 말을 외치며, 펑더린은 참호 안으로 뛰어들었다.
일본식 아리사카 소총을 장전하는데, 흙을 먹었는지 작동이 되질 않았다.
“에잇, 젠장.”
소총을 던져버리고.
펑더린은 구덩이의 엄폐호에 몸을 깊이 파묻었다.
시야가 캄캄해진 만큼 밖의 총격 소리는 더욱 커진 것 같았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처음엔 요청해 놓은 지원군이 도착한 줄 알았다.
펑더린은 군생활에 다소 불만 사항이 있었으니.
장쭤린이나, 우쥔성이나, 자신이나.
한때는 펑톈의 일인자 자리를 놓고 다투었던 사이인데.
장쭤린은 항상 1순위, 우쥔성이 2순위다.
반면 펑더린은 3순위는커녕 펑톈군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기도 어려웠다.
그래도 고급장교 교육을 성실이 이행한 덕에.
요행히 제2군장을 맡게 되었다.
펑더린은 이번 기회에 큰 공을 세우리라 마음먹었다.
특히 견제되는 군은 우쥔성의 제5군.
펑더린은 전선의 상황이 심각함을 이유로 들며, 수시로 무기 보급과 병력 보충을 요구했다.
없는 말을 지어낸 것은 아니었다.
실제로 전투는 치열했으니까.
그러나 우쥔성의 군대가 활약할 여지를 없애버리기 위한 의도가 없었다고도 할 수 없었다.
물자는 제때제때 도착했고.
병력 지원도 곧 있으리라 기다리고 있었는데···.
“으으. 차라리 정부에서 지린성 독군 자리를 내렸을 때, 그대로 받아들일 걸 그랬어···. 괜히 장쭤린에게 충성심을 입증한답시고 설치다가···.”
하늘에서 떨어진 것처럼 갑자기 나타나서는.
지원군이라기에는 지나치게 공격적이었던 군대는.
특별한 수비가 없던 후방을 밀고 들어왔다.
아군이겠거니 여기며 안일하게 대기하고 있던 펑톈 제2군은 무참하게 박살이 나는 중이었다.
“으아악!”
엄폐호 바로 앞에서 비명이 들려왔다.
펑더린은 소총을 새것으로 하나 들고 올 걸 하고 뒤늦은 후회를 하였다.
타닥!
시야를 가리고 있던 위장용 헝겊이 들리며, 눈앞에 검은 총구가 나타났다.
“하, 항복! 쏘지 마라!”
“뭐야, 그 복장은. 장교인가?”
“그래! 내가 지린성 정식 독군 펑더린이다! 간교한 장쭤린 놈에게 붙잡혀있다가, 이제야 해방된 참이다!”
공화군 병사는 미심쩍은 눈초리로 살피다가.
말없이 펑더린을 결박했다.
“자, 잠깐! 처형할 셈인가! 말했잖아, 나는 지린 독군이라고! 공화정부에 충성한단 말이다!”
격하게 움직일수록 병사의 총구만 가까워질 뿐이었다.
펑더린은 체념했다.
편을 잘못 섰다. 선택을 잘못했다.
그러나, 끌려간 곳은 포로 처형장이 아니었다.
눈이 움푹 파인 젊은 사내가 다가와 펑더린을 묶은 밧줄을 풀었다.
“공화군의 김경천입니다. 펑톈의 펑 장군이 맞으십니까?”
김경천이라면 쓰촨성을 한 달 만에 통일한, 한신의 관운장 아닌가!
펑더린은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맞소! 그게 나요!”
“흥미로운 말씀을 하셨던데···, 장쭤린에게 구속되어 계셨다고요.”
구속은커녕, 충성경쟁을 달렸던 펑더린이니.
속으로는 찔끔하였지만, 목숨이 달린 일에 망설일 게 무언가.
당당히 외쳤다.
“그렇소! 장쭤린이란 놈은 본래 마적질을 할 때부터 심성이 못돼 먹어서, 내 아내와 자식을 인질로 삼고 협박하니. 어쩔 수 없이 펑톈의 지휘관으로 종군할 수밖에 없었소! 하지만 오늘 김 장군에 의해 구조되었으니, 실로 감격스럽소이다!”
구속되어 있었다는 것과.
강요에 의해 장군직을 맡았다는 것은 꽤 거리가 있는 얘기였지만.
김경천은 그 점을 지적하는 대신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저도 감격스럽군요. 허면 일을 마무리지어 주시겠습니까?”
“일? 어떤 일 말이오?”
“펑톈 제2군의 완전한 항복 말입니다. 군단장이 백기를 들어야만 전투가 끝날 테니까요.”
펑더린은 찰나에 망설였으나.
언뜻 유약해 보이는 조선 출신의 젊은 장군이, 자신을 매의 눈으로 주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당연한 말씀이오! 펑톈제2군은 항복하겠소!”
어디선가 나타난 문서에 서명하며, 펑더린을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