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at Chinese warlord from Joseon RAW novel - chapter 145
이번에는 제대로 된 선택이기를···.
***
시시각각 내려오는 전보를 받으며.
우창의 사령부에서 나는 빌고 또 빌었다.
무전기···.
무전기는 언제 발명되나요.
에어컨은 되었으니 무전기를 만들어 주세요.
진저우 인근의 고착화된 전선이야.
속보가 수시로 날아들었지만.
그 너머 구데리안의 기갑부대가 돌격해간 곳은 깜깜이 전장이었다.
죽었는지, 살았는지.
현무는 쓸만한지, 전격전은 성공적이었는지.
알 도리가 없었다.
그나마 선양을 함락했다는 소식에 처음으로 가슴을 쓸어내렸다.
펑톈의 제2군이 투항해왔다는 것도 낭보였다.
공화군의 정보부에서는 관동군의 동향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애초에 무식하리만치 과감한 기동전으로 전쟁을 설계한 이유가 일본 때문이었다.
일본 놈들이 움직일 마음을 품기도 전에, 조기 종전하는 것이 목표.
선양 점령은 그 1차 과제를 수행한 것뿐이다.
펑톈성의 선양을 점령한 다음은.
지린성의 창춘이다.
그다음은 헤이룽장성의 하얼빈이고.
그때야 장쭤린은 만주의 어디에도 발붙일 곳이 없음을 깨닫게 되겠지.
나는 북방의 전장에는 동참하지 않았다.
어차피 기갑대에 동행하지 않는 이상, 할 일이 크게 없기도 하고.
무엇보다 남방에도 전쟁의 기운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원래 역사와 비교해보면.
두 차례에 걸쳤던 장쭤린과 중원 세력의 전쟁은 그대로 실현이 되었다.
물론 그 적수가 즈리파가 아니라 공화파라는 점이 다르긴 하지만.
이제 막 개전한 제2차 한장전쟁.
어지럽게 뒤섞인 군벌들의 틈바구니에서 새로운 구도는 어떻게 짜여질 것인가?
최소 지난 여름 열린 결집 연회에 참여하지 않은 자들은, 잠정적인 적으로 규정해도 무방하다.
원래 역사에서 장쭤린과 우페이푸가 다투었던 제2차 펑즈전쟁은 장쭤린의 승리였다.
우페이푸가 패한 까닭은 싸움을 못 해서가 아니었다.
패배를 모른다는 세간의 평에 어울리게 우페이푸는 전투를 벌이는 족족 승리하였으나.
후방에서 결정적인 일격을 맞게 된다.
암습의 주인공은 같은 즈리파였던 펑위샹.
장쭤린은 비밀작전을 방불케 하는 책략으로 펑위샹을 구워삶았다.
우페이푸는 펑위샹의 반란에 속수무책으로 당하였다.
제2차 펑즈전쟁의 결과로, 천하의 주인은 우페이푸에서 장쭤린으로 넘어가고.
펑위샹 또한 서북의 대군벌로 성장하게 된다.
그러나 제2차 한장전쟁은 전혀 다른 양상으로 펼쳐지고 있다.
다른 건 몰라도, 이번 전쟁으로 펑톈은 무너지리라.
문제는 즈리파인데···.
장쭤린은 가만히 앉아 손가락만 빨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천하 삼분의 한 축인 즈리파에 접근해 내 배후를 치려 들겠지.
그렇다면 펑위샹을 견제해야 되나?
나는 고개를 저었다.
원래 역사에서 장쭤린과 펑위샹이 밀약을 맺었던 것은 최강자 우페이푸를 꺾기 위함이었다.
지금은 역사가 바뀌었으니, 장쭤린은 오히려 우페이푸와 밀약을 맺어야 마땅하다.
나를 깨부수기 위하여.
그때 울리는.
똑똑.
노크 소리.
“들어와.”
부관 리페이양이 나타났다.
“정보부에서 보고가 올라왔습니다.”
“뭐야? 관동군이 움직였냐?”
“아니오. 그쪽이 아닙니다. 베이징에서 수상한 동향을 파악했답니다.”
나는 보고서를 받아 펼쳤다.
마침 고민하고 있던 문제를 말끔히 해결해주는 보고서였다.
– 육군부 장관 우페이푸의 가옥에 부쩍 출입자가 늘어남. 펑톈인으로 추정.
의심이 확신으로 바뀐다.
장쭤린은 우페이푸에게 손을 내밀고 있고.
지난 가을부터 공화파와 긴장 관계에 있던 우페이푸가 그 손을 거절하는 장면은 쉽게 상상이 되지 않는다.
바로 펜을 들었다.
다 쓰고 리페이양에게 건넸다.
“이 편지를 들고 허난성의 정저우로 가라.”
“누구에게 전할까요?”
“그곳의 독군.”
“예. 샤즈광에게 맡기겠습니다.”
장쭤린이 우페이푸를 이용하여 내 뒤를 친다?
그럼 나도 펑위샹을 이용하여 우페이푸를 쳐 주지.
통수에는 통수로 대접해야 제맛이니까.
안후이-저장 전쟁
한때 북양의 호랑이로 불렸던 돤치루이.
안후이 독군을 넘어.
육군부 장관을 역임하고.
위안스카이의 후계자로 차기 대총통 자리까지 넘보던 자가.
여단전쟁 실패 이후의 행보를 보면 초라하기 그지없다.
호랑이는커녕, 새끼 고양이처럼 펑톈파에 빌붙어 겨우 목숨은 건졌지만.
장쭤린의 목적은 안후이파의 세력을 흡수하는 데 있었고.
펑톈에서 돤치루이의 신분은 죄수였다.
일거리도, 찾는 이도 없어.
역사의 무대에서 완전히 강제 퇴장당했다고 여기고 있을 무렵.
배역이 하나 떨어졌다.
돤치루이에게 남은 유일한 쓸모를 활용하라는 것이었다.
저장 독군 루융샹은 같은 북양 무비학당 출신이라는 인연으로 돤치루이의 든든한 동맹이었으며.
몰락한 안후이파 중 유일하게 세력을 유지하고 있는 군벌이었다.
루융샹과의 재회는 어색하긴 했으나.
다행히 루융샹은 여단전쟁의 패배에 대한 언급 없이, 돤치루이를 옛친구처럼 대해주었다.
천하를 자기 발아래 두려는 한신의 야욕을 함께 힘을 합쳐 격퇴하자는 제안.
루융샹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물론 모든 부분이 다 순조로웠던 건 아니다.
“허허, 동북왕이 제안한 대로 만사가 이루어진다고 치자. 그다음은 뭔가?”
“무슨 말이지?”
“나는 안후이성을 원해. 장쭤린에게 그렇게 말해두라고.”
돤치루이는 당장 무어라 대답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사실 한신 격퇴에 성공한다면, 자신이 다시 안후이성 독군 자리에 앉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던 그였다.
“하지만···, 자네는 이미 저장성을 통치하잖나.”
“그게 뭐? 한신도 후난과 후베이 독군을 겸하고. 장쭤린은 펑톈과 지린, 헤이룽장까지 세 개 성을 한꺼번에 차지하고 있는데?”
네놈이 한신이나 장쭤린하고 같냐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다.
저장군의 총병력은 5개 사단과 3개 혼성여단을 합하여 7만명이 넘지만.
태반이 창조 시절부터 이어 내려온 잡군이었다.
제대로 훈련받은 군사는 중앙군 제4사단과 제10사단 정도.
채 3만도 되지 않았다.
전성기 시절 북양군 30만 군권을 휘두르던 돤치루이로서는 코웃음이 나오는 병력.
그런 주제에 두 개 성의 독군을 욕심내다니, 어떻게 말해야 옛친구가 기분 나쁘지 않게 납득을 시킬지 고민이 되었다.
“루융샹. 그것 기억하나? 북양 무비학당에서는 군인재육성 정책의 일환으로 해외유학생을 선발하였지. 다른 나라도 아닌 독일 육군대학에서 공부할 기회를 주는 것이니, 경쟁이 말도 못하게 치열하였네.”
“갑자기 옛날 얘긴 왜?”
“기수가 후대로 갈수록 뽑는 인원이 늘어났지만, 내가 속했던 1기 때는 전체 재학생 중 5명밖에 뽑지 않았네. 선발기준은 당연히 성적순이었지. 그리고 나는 그 5명 안에 당당히 들어갔고.”
탐탁지 않은 표정으로 루융샹이 말했다.
“뭘 말하고 싶은 건가?”
“그냥 궁금해서, 자네는 해외유학생에 선발되었었나?”
“아니.”
“그렇군.”
“대체 이 이야기를 왜 하고 있는 건지 전혀 모르겠는데.”
마음이 답답해진 돤치루이는 자기도 모르게 속에 있는 말을 꺼내 놓았다.
“내 말은, 사람은 누구에게나 자기에게 맞는 그릇이 있다는 거야. 그릇보다 큰 내용물을 담아보았자 넘칠 뿐이지.”
“지금 내 그릇이 작다는 건가? 그깟 안후이와 저장, 두 개 성을 통치하는데 내가 부족하다고 말하는 거야?”
“꼭 그릇이 작다기보다는 맞는 모양이 있는 거지. 어떤 이는 커다란 대접이고, 또 어떤 이는 아담한 종지이니 용도가 다른 거야.”
“허! 보자보자하니 못 들어주겠군. 야, 돤치루이! 아직도 네가 안후이파의 대장이라도 되는 줄 착각하느냐?”
폭발한 루융샹은 폭언을 쏟아내었다.
“나는 간장 종지고, 네놈은 대접이라 이 말이냐? 내가 진실을 알려줄까? 네녀석은 그릇도 못 되는 요강이야! 한때 잘나갔을 때도 네 능력으로 성공한 게 아니었잖아. 위안스카이의 뒤를 닦아주는 일을 했었지? 지금은 장쭤린의 뒤치다꺼리를 하고 있으니, 예나 지금이나 딱 오줌통이로구나!”
다행히 펑톈 저장 동맹의 파탄까지 치닫지는 않았지만.
돤치루이는 안후이성을 루융샹에게 넘긴다는 확언을 장쭤린에게서 받아와야만 했다.
조건은 한장전쟁이 터졌을 때, 저장이 인접한 안후이를 침공하는 것이었다.
공화파의 근거지인 후베이성까지는 어렵겠지만.
육군훈련소가 있는 허페이까지만 점령하여도, 남동쪽에서 공화파를 위협하는 전선을 새로 그을 수 있다.
루융샹에게 안후이성을 빼앗길 것 같자.
마음이 조급해진 돤치루이는 저장군의 참모장을 자청했다.
총사령관은 루융샹이었지만, 그는 늦은 나이에 북양 무비학당을 졸업한 것이 경력의 전부였고.
그마저도 간당간당하게 졸업한 터라, 군 통솔 능력이 뛰어나다고는 볼 수 없었다.
자연스레 저장군의 지휘는 돤치루이가 도맡았다.
마침내, 공화군이 펑톈을 침공했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돤치루이는 기다렸다는 듯이 거병했다.
옛 북양군 출신 제4사단, 제10사단.
그리고 저장군 2개 사단에, 푸젠군 일부와 상하이 경찰대까지 동원한.
영혼까지 끌어모은 병력이었다.
아쉬운 것은 내륙지방에 대한 공격이다보니.
루융샹이 가진 최고의 전력인 해군력을 활용하지 못한다는 것.
상하이 독립함대(獨立艦隊)는 옛 북양함대에서 떨어져나온 군함으로 만든 함대이지만.
해군력까지 갖춘 지방군벌을 흔치 않았기에, 루융샹은 승냥이들 틈바구니에서도 국제도시 상하이의 지배권을 빼앗기지 않을 수 있었다.
그렇다 할지라도.
7만에 달하는 병력은, 그 수만 놓고 보면 한장전쟁에 비견될 만한 규모.
“이렇게까지 필요한가?”
루융샹이 물었지만, 돤치루이는 입술을 앙다물었다.
“한신을 상대할 때는 언제나 부족해. 결코 넘치는 일은 없어.”
물론 이전처럼 한신과 전장을 맞대는 일은 없을 것이다.
저장군이 할 일은 그저 파리떼처럼 공화군을 귀찮게 하는 것.
펑톈에 가 있을 한신이 온전히 집중할 수 없도록 만들면, 그걸로 족하다.
저장성과 안후이성의 접경에 도착한 돤치루이는 말고삐를 세게 잡아끌었다.
지평선 근처에 보이는 도시는 쉬안청(宣城).
질 좋은 붓과 벼루의 특산지이기에, 안후이성 독군이었던 시절 몇 번 방문했던 도시다.
한 때 자신의 치하에 있던 도시를 직접 공격하게 되다니.
세월이 무량하다.
“내가 요강이라고? 쳇, 틀린 말도 아니군. 장쭤린에 이어, 이번에는 루융샹 놈의 뒤처리를 대신 봐주고 있으니···.”
한 번도 지휘해본 적 없는 저장군.
그러나 우습게도, 루융샹이라고 이들을 지휘해 본 건 아니다.
저장군은 딱히 훈련이라는 걸 하는 부대가 아니었다.
“믿을 것은 북양군 2개 사단 뿐인가···.”
돤치루이의 계획은 간결했다.
병력을 세 방향으로 나누어 안후이성을 단번에 집어삼키는 것.
북방의 전쟁 때문에 수비에 공백이 생긴 공화군은 쉽사리 대응이 어려울 것이다.
“자, 가보자!”
안후이파의 부활을 향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