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at Chinese warlord from Joseon RAW novel - chapter 151
자기도 모르게 한 행동이었다.
“기가 막히는군. 그게 어떻게 가능한 일이오?”
“지금 자세히 설명하진 않겠습니다. 때가 되면 차차 아시게 될 테니까요.”
“물론 흑룡회에서 어련히 알아서 잘하시겠지. 우 회장의 계획을 듣고 있노라니. 뭐랄까. 소름이 돋는다오. 악재라고 여겼던 일련의 상황들이, 회장의 손에서 재가공 되니 호재로 변하는 느낌이오.”
시라카와에게도 한신은 두려운 상대였다.
칭다오에서의 뼈아픈 실패는, 10년 가까이 지난 지금에도 일본 육군에 지속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당시 작전을 지휘했던 가미오 중장이 책임을 지고 할복한 사건은 그 트라우마를 더욱 짙게 만들었다.
때문에 한신은 일본의 영원한 적으로 거의 낙인이 찍혀 있었다.
그럼에도 직접적으로 부딪히는 일은 여전히 부담스럽다.
시라카와는 바보가 아니었다.
중국 전역을 종횡무진 활보하는 한신의 무공이 단순히 운으로 가능한 수준이 아니라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게다가 선양에서 보았던 전차는···.
그 광포한 괴물을 어찌 상대해야 한단 말인가.
그러나 우치다가 말한 대로 한신이 장쭤린 암살의 배후로 지목된다면.
그보다 고소한 일은 없다.
펑톈 민중의 지지를 한 몸에 받는 장쭤린을.
비열한 방법으로 암살한다면, 모르긴 해도 한신의 명성도 땅에 떨어지겠지.
은은한 미소를 띠며 앉아있는 우치다 료헤이.
시라카와는 그의 두 손을 덥석 잡으며 말했다.
“우 회장만 믿겠소.”
***
베이징 외곽 즈리성의 소도시.
기라성 같은 즈리파의 장성들이 입을 꾹 다문 채, 한 자리에 모여 있다.
그 앞에서 열정적으로 지시를 내리는 자는 수장 우페이푸였다.
“펑서우신의 제9사단은 창신뎬으로 가서 징한, 징펑 철도를 차단해라! 왕화이칭의 제13사단은 그틈에 롼저우와 준량청을 점령하여 서쪽 방면을 저지해! 제15사단은 베이징의 성문 장악에 힘쓰고, 제23사단은 한신의 남하를 저지해라!”
막힘없이 전술을 지시하던 우페이푸는, 펑위샹 앞에서 멈추어 섰다.
제11사단에 더불어 혼성여단도 2개나 거느리고 있어 펑위샹이 이끄는 군사만 3만에 달한다.
그럼에도 꺼림칙하여, 비중 있는 작전을 맡기기엔 머뭇거리게 되는 놈이 펑위샹이다.
“펑위샹은···. 바오딩에 머물면서 혹시 모를 공화군의 북진을 막아라.”
“공화군은 산하이관 이북에 있는데.”
“그걸 누가 모르나? 우한에서 추가부대가 올라올 것에 대비하라는 거잖아!”
“그것보다 내게 좋은 생각이 있다.”
펑위샹이 우페이푸의 기세에 눌리지 않고 대답했다.
언제나 그랬다.
언제나 그랬기 때문에, 우페이푸는 더더욱 펑위샹을 자기 발아래 두고 싶었다.
“뭔가?”
“허난성의 제11사단은 규율이 엄격한 부대다. 하루에 50킬로미터 이상의 행군이 가능하지. 제11사단에 선봉을 맡겨. 어떤 부대보다도 빨리 베이징에 진입할 수 있을 테니까.”
“하루 50킬로 행군? 그게 된다고?”
“된다.”
펑위샹이 그렇게까지 말하자, 우페이푸도 더는 뭐라 할 수 없었다.
의외다.
마지막까지 뻗대며 혁명을 거부할 줄 알았는데. 선봉에 서겠다니.
보아하니 공을 세울 욕심인 것 같다.
뭐, 어느 정도는 용인할 만하다.
북방의 전세가 날로 어려워지니, 더 늦었다가 한신이 펑톈을 정복해버리기라도 하는 날에는 낭패다.
하루라도 빨리 베이징에 입성할 수 있는 부대가 있다면, 작전을 맡길 만하다.
다만, 공을 독차지하게 놔둘 수는 없다.
“좋아. 네 부대가 그리 빠르다면 한번 믿어보겠어. 다만, 베이징 성내로 진입해서는 아무것도 건드리지 말고 그대로 있어라. 정부 청사나, 기차역, 전신국 등에 섣불리 병사를 보내지 말고. 그저 베이징의 성문만 장악한 채 즈리군의 후속부대를 기다리란 말이야.”
내각과 의회는 중화민국 권력의 핵심이다.
단 며칠이라도 펑위샹의 손안에 공화정부가 들어가는 것은 껄끄럽다.
“그렇게 하지. 총사령관.”
펑위샹은 순순히 받아들이곤, 조용히 작전회의를 경청했다.
우페이푸는 아무래도 펑위샹이 신경이 쓰여 회의 내내 조금씩 훔쳐보았으나.
별다른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단지.
가끔, ‘나는 네가 모르는 걸 알고 있다’는 식의 선민의식이 담긴 눈으로 그윽하게 바라보곤 했다.
쳇. 그깟 양놈들의 하나님이 뭐 그리 대단하다고 잘난 척인지.
우페이푸는 애써 펑위샹을 무시하며.
마침내 마무리 대사를 읊었다.
“명심해라. 이건 혁명이다. 모든 것은 중국 인민을 위해···. 목숨으로 나라를 구하며, 백성에게 결코 폐를 끼쳐서는 안 된다···.”
자신감이라면 어느 때보다 충만하다.
만주에 발이 묶인 한신은 이번에 크게 당할 것이다.
우페이푸는 권총을 꺼내 천장을 향해 쏘았다.
탕!
“출병이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독수리의 방패
사람은 패턴의 동물이다.
지금껏 순조로웠으니, 다음도 거뜬하리라 여기지만.
언제나처럼 모든 일이 뜻대로만 풀리지는 않는다.
패턴이 헝클어지면 도리어 조급함마저 생겨난다.
저장성에서 안후이파의 루융샹과 돤치루이를 아작내고.
기갑여단의 우회 습격을 통해, 수백 킬로미터 이어진 펑톈군의 방어선을 한 번에 무너뜨렸지만.
곧 쓰러질 듯 비틀거리면서도 장쭤린은 지린성 창춘을 최후의 보루로 삼아 버티고 있었다.
“보고하겠습니다. 1200부터 1600까지 중포병대를 포함한 3개 연대가 포격 실시하였으며. 사용한 포탄은 482발입니다. 사상자는 없으며, 제5사단 예하 부대에서 야포를 고정하는 이음쇠가 풀리는 사고가···.”
“보고는 됐어.”
나는 부관 리페이양을 제지했다.
요 며칠간 똑같다.
전선은 고착이다.
조금씩 초조해져 간다.
전장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역시 마음 다스리기.
100년을 산다 해도 이런 종류의 불안감으로부터 벗어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나는 차양막 그늘 밑에 서서, 도시 창춘을 노려보았다.
현무가 지나간 길에 주둔하던 펑톈군은 후방이 점령당했다는 공포감으로 대부분 별 저항 없이 항복을 했다.
그 기세를 몰아 성도 선양을 어렵지 않게 함락할 수 있었다.
패퇴한 펑톈군이 남은 병력을 끌어모아 2차 지지선을 세운 곳이 창춘.
포로로 잡힌 펑톈 장교들 이야기를 취합해 보았을 때.
주둔한 군대는 펑톈 제3군이다.
하나같이 하는 얘기가.
제3군은 펑톈 최강이다···. 라는 것.
투항까지 해온 주제에 남아있는 펑톈의 자존심이 엿보였다.
이것이 어렵다.
펑톈인들은 보통의 중국인들과는 미묘하게 다른 사고방식을 지니고 있었다.
정복은 가능해도, 복속은 어렵지 않을까.
중국인이기 이전에 만주인이라는 정체성을 지닌 이들이다.
“고민이 많으신가 봅니다.”
나는 그제서야 리페이양이 아직 거기 있음을 알았다.
“음. 그렇지.”
“외람되지만···, 하나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뭔가?”
“현무를 활용하지 않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나는 리페이양을 돌아보았다.
샤즈광과 함께 일반병이었던 시절부터 지근거리에서 나를 보좌해온 고마운 형.
작전을 따지고 묻는 이런 식의 화법은 어색하다.
“구데리안이 물어보라고 하던가?”
“···.”
대답이 없어도, 대답을 들었다.
만주 일주를 마치고 돌아온 구데리안이 잔뜩 들떠서 다음 출병을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창춘에 깔린 참호를 돌파하기에 전차만한 물건이 없으니, 구데리안이 의구심을 가질 법하다.
그러나.
겁이 난단 말이다.
신기묘산한 계책 아래.
피해없이 항상 승리만 할 수 있다면, 그것만큼 좋은 일이 없겠으나.
언제나 가능하다면, 그건 계책이 아니다.
때로는 우직하게 밀어야 하는 전쟁도 있는 법이다.
하지만 역시, 결정 내리기가 어렵단 말이지.
시뮬레이션을 돌려본 결과.
기갑여단을 선봉으로 세워 창춘의 참호선을 뚫는다면, 대략 10퍼센트에서 30퍼센트가량의 피해가 예상된다.
예측되는 교환비는 1대 10 이상.
그러나 이건 컴퓨터 게임이 아니다.
사람의 목숨을 두고 저울질하며, 적지로 몰아넣는 행위는 아무래도 내키지 않는다.
나는 몸을 돌려 다시 창춘의 회색빛 성곽을 노려보았다.
저 방어선이 문제다.
“창춘에 장쭤린이 있는 것이 확실한가?”
“예.”
“방어를 총지휘하는 자는 궈쑹링이고?”
“포로들 얘기를 종합해 볼 때, 그런 듯합니다.”
“궈쑹링. 이 새끼, 뭘 하는 거야.”
펑톈 최강이라는 제3군의 군단장은 장쉐량이지만.
실상 궈쑹링이 키워온 부대라고 봐도 무방하다.
이전 제1차 한장전쟁에서 산하이관을 수비해낸 자도 궈쑹링이었다.
내가 알기로 궈쑹링은 특별히 장 씨 부자에게 충성할 인간이 아닌데.
어째서 이리 죽어라고 막는 거냐고.
“전차라···. 전차···.”
해야 한다.
다른 방법이 없다.
시간이 지체될수록.
어떤 변수가 생겨날지 모른다.
요주의 세력인 일본과 즈리파.
관동군과 우페이푸의 움직임에 신경이 곤두선다.
애초에 흑색작전을 채택한 것은.
이번 건을 시간을 다투는 전쟁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펑위샹에게서 온 새로운 연락은?”
“없습니다.”
“이 인간은 또 뭘 하겠다는 건지. 얘기를 좀 자세히 해주던가.”
며칠 전.
펑위샹으로부터 비밀스러운 전보를 전해 받았다.
뤄양에서 한커우로.
한커우에서 베이징으로.
베이징에서 다시 선양으로 이어지는 복잡한 경로를 통해서였다.
거치는 사람 손이 많으면, 오히려 보안에 문제가 생기는 게 아닌가 걱정했는데.
도착한 전보는 암호화되어 있었다.
코드북은 성경이었다.
누구도 손대고 싶어하지 않았으므로.
자연히 내 일거리가 되었다.
나는 그제야 우리 부대에 대학교는 고사하고 중학교도 제대로 나온 자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용은 별거 없었는데.
쓸데없이 길었다.
「우페이푸를 비롯한 즈리파 장교들이 반란을 획책하고 있소. 목표는 베이징 정부의 주요시설을 장악하는 것이오. 전보가 도착할 때쯤이면 이미 군사를 일으켰을 터이지만. 하나님께서는 독수리의 날개를 펼쳐서 보금자리를 살피시는 법이니. 선택받은 제11사단이 수도를 지키기 위해 광야를 건너고 있소. 그거 알고 있소? 하나님은 우리의 말씀을 들으신다오. 기도하시오. 중국을 위해.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를 위해. 허난 독군, 펑위샹.」
뒤로 갈수록 해독해? 말아? 갈등이 일었지만.
꾸역꾸역 해내었다.
핵심 내용은.
우페이푸가 반란을 일으켰다는 것.
그리고 펑위샹이 날 도울 거라는 것.
펑위샹과 우페이푸의 관계가 어떻게 되는지, 전보에는 자세히 나와 있지 않아 의심이 들기는 하였지만.
분명한 것은 펑위샹이 수비를 위해 베이징으로 향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우페이푸는 장쭤린 만큼이나 큰 적수이다.
특히 전장에서의 용맹함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니.
쉽게 생각했다가는 베이징을 빼앗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