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at Chinese warlord from Joseon RAW novel - chapter 177
도조는 히로히토 뒤에 서 있는 신하들 눈치를 보며 은근슬쩍 물어보았다.
“전하. 지나와의 평화협정은···.”
“아. 그건 내 결정이네.”
“어째서 그런 결정을 하셨습니까···?”
“자네들은 만세일계의 천황이 지닌 권력이 무한하다고 여기겠지만. 짐 또한 나름대로 압박감을 받는다는 걸 알아두게.”
히로히토가 말하는 압박감의 정체는 아마도 서구 백인들이겠지.
도조는 자신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신했다.
그 중간과정이야 어떻든.
결국 인류의 역사는 황인 대 백인의 세계최종대전으로 흘러갈 거다.
그리고 거기서 승리한 쪽이 최후의 제국이 되어 전 지구를 지배하게 되는 거다.
“훈장이 있네. 특진도 있고. 자네들은 오늘을 마음껏 즐겨주게.”
히로히토의 치하를 들으며.
도조는 세계최종대전으로 향하는 계단을 구상했다.
이번 만주 전쟁에서 수확이 아주 없었다고는 할 수 없다.
인구와 화력, 경제력이 부족한 일본이 거대한 식민지를 거느린 영국이나 미국과 같은 나라와 맞서 싸우려면.
기존에 아버지가 가르쳤던 것과 같은 군략만으로는 승리할 수 없다.
열세를 단번에 뛰어넘을 수 있는 우위가 필요하다.
그것은 황국의 정신력···!
참호의 빗발치는 총알을 뚫고 대승리를 가져다 준 필승불패의 정신력이다!
***
“왜 졌냐고?”
제2차 관동전투의 충격적인 패배를 복기하는 연구회.
나는 특수제작된 지도의 한 부분을 지휘봉으로 찍었다.
“이 지점, 해안에 가까운 좌익. 여기가 뚫렸다. 야간이라 시야가 불안정하고, 부대 간 소통도 긴밀하지 않았지. 돌파 지점은 초기에는 미미했으나, 일본군이 쏟아져 들어오자 구멍이 점차 넓어졌다. 여기, 이 지점의 수비를 맡은 부대가 어디야?”
만슈타인이 빠릿하게 문서를 뒤적거리며 대답했다.
“제25연대입니다.”
“그래. 연대장은 행방불명이지. 일본에서 넘겨받은 포로 명단에도 없는 걸 보니. 어찌 된 영문인지 짐작은 간다만.”
“실은 들어온 정보가 있습니다. 적군이 공세를 시작할 즈음에 제25연대장이 가장 먼저 직격으로 총탄에 맞아 숨졌다고···.”
“뭐야, 그런 일이 있었다고? 왜 지금까지 말 안 했나?”
“정보제공자가 밤이라 확실하게 보았는지 모르겠다길래···. 이후 곧바로 전투가 벌어져 시신을 확인할 새도 없었답니다.”
연구회는 그 정보제공자라는 병사를 불러 심문했다.
한번 물꼬가 트이자, 문제의 제25연대 병사들이 줄줄이 소환되었다.
“그날의 일본군은 무시무시했습니다! 정말로요! 그리고, 들리는 얘기가···.”
“순식간에 방어선이 붕괴됐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저 혼자 있길래, 걸음아 나 살려라 도망쳤지요. 게다가 소문으로는···.”
“사령관님도 보셨어야 했습니다! 그 거대한 포탄이 진지에 떨어지는 것을···!”
온갖 이야기가 쏟아져 나왔지만.
공통으로 나오는 말은 어떤 소문이 있었다는 것.
지휘관들은 잘 모르는, 병사들 사이에 떠도는 얘기였다.
하도 어처구니가 없어서 나는 병사에게 직접 물었다.
“그러는 너는? 직접 봤냐?”
“물론입지요! 바다가 갈라지면서 태감(太監)님 대궐 기둥만한 포신이 모습을 드러내더라니까요?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으면 꼼짝없이 잿더미가 되었을 겁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일본군의 전함은 전투 시작부터 끝까지 뤼순항에 정박한 채 움직이지 않았다. 너는 헛것을 본 거야.”
“하지만 제 친구 놈도 보았는걸요!”
“그럼 집단으로 헛것을 본거지.”
괴소문의 정체는 거대전함이 랴오둥반도의 해안가에 접근해와서 포격을 쏟아내었다는 것.
그에 따라 육지에서 전함을 공격할 방도가 없으니, 참호선을 버리고 달아났다는 이야기였다.
뤼순항에 잠시 정박했던 나가토는 일명 슈퍼 드레드노트급 전함으로.
워싱턴 군축조약에서 일본이 지켜낸 단 2기의 거대전함 중 하나.
이 시대 최강의 결전 병기이므로.
정말로 나가토가 나타났다면 나라도 냅다 도망가지.
하지만 그만큼 중대한 병기이므로.
전함을 움직였을 때, 그에 따르는 국제사회 내에서의 부담감 또한 수십 배로 커지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당초에 나가토는 그저 위협용으로 끌고 왔으리라는 게 중론이었고, 나 또한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런데 그 출항도 안한 나가토 때문에 병사들이 지레 겁을 집어먹고 줄행랑을 칠 줄이야.
이것이 클라우제비츠가 말한 전쟁의 우연성인가.
이걸 어떻게 예상해.
물론 따지고 따지면 곱씹어볼 거리는 있다.
오랫동안 펑톈에서 부대끼며 익숙해진 관동군과 달리.
일반 병사들에게 본토의 일본군은 생경한 존재였다.
특히 중국에서는 볼 수 없는 배수량 수만톤급 전함의 존재는.
마치 현무 전차가 강철괴물로 이미지화되어, 실제 전투력 이상의 파괴력을 발휘하였듯이, 우리 군에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음을 미리 인지했어야 했다.
바다를 가르는 해양 괴수에게 병사들이 얼마나 겁을 집어먹을 수 있는지 체크했어야 했던 거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그냥 재수가 졸라게 없었다.”
물론 전쟁에 있어 운을 따진다고 누가 보상을 해주랴만.
전투 시작과 동시에 지휘관이 사라진 부대.
악귀가 되어 덮쳐오는 일본군의 모습에 병사들은 겁을 집어먹고 수비를 포기하였다.
공포감은 배가 되어 단순한 일본군의 포격을 함대 포격으로 착각하기에 이르고.
밤바다에서 피어오르는 허연 연기를 전함으로 믿게 되었는지도 모르지.
내가 있었더라도 뚫렸을지 모른다는 말은 취소.
내가 있었으면 분명 막았다.
제25연대가 붕괴되기 전에 분명히 구멍을 틀어막았을 거다.
“연구회는 종료한다. 관동전투의 전훈을 전 부대에 낱낱이 알려라. 패인은 두 개다.”
만슈타인이 필기구를 들었다.
“하나. 지휘관의 부재에 따른 비상 지휘체계가 작동하지 않았다. 지휘관의 부재를 알아차린 병사는 당장 눈앞의 적군 한 명을 사살하는 것보다, 사령부에 정보를 알리는 것이 급선무였다. 일반 병사들 또한 유사시에는 지휘계통의 일원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어야 한다.”
연대장만 있었어도.
제25연대 전체가 와해되는 일은 없었을 거다.
“둘. 군인이 전장에서 의지할 것은 오직 상관의 명령뿐. 유언비어는 생산하지도, 퍼뜨리지도 않는다.”
그 친구는 진심으로 전함을 보았다고 믿는 것 같지만.
공포심이 머리를 지배해서 그렇다.
어차피 전쟁은 병력의 숫자와 화력으로 한다.
만주의 전쟁이 조금 더 흘러갔더라면.
제2차 관동전투 또한 하나의 해프닝으로 끝날 수 있었을 만큼 LN군은 일본군에 비해 절대적인 우위에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일본은 기가 막히게 절묘한 타이밍에 평화협상을 맺은 거다.
중국에 들어오는 일본의 신문들만 보아도 죄다 축제분위기이니.
이번에 벌어진 중국과 일본의 실력 겨루기에서 자신들이 우위에 섰다고 여기는 모양이다.
특히 ‘미영프의 서구 열강들에게 맹폭을 당하고도 버텨낸 일본!’ 따위의 문구가 읽혔다.
다국적군과는 제대로 교전한 적도 없으면서, 피해자 흉내만큼은 기가 막히게 해낸다.
세계를 상대로 싸우고도 대등함을 유지했다는 일종의 정신승리법인데.
그 자세.
언제까지 가는가 한번 보자.
중국을 통일하고 나면, 다음은 너네야.
일본군이 물러나자, 바람 잘 날 없던 동북3성은 비로소 조용해졌고.
이제 남은 것은 벌써 몇 달째 베이징 앞에서 대치 중인 즈리군.
들리는 소문으로는 우페이푸가 죽었다던데.
설마 그 강골이 그리 쉽게 죽을까.
무엇보다, 유언비어는 믿지 않기로 했잖아.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해야지.
이제 베이징으로 갈 차례였다.
비상하는 독수리
한창 전쟁 중인 도시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울 만큼.
베이징 시내는 활기찼다.
전쟁에 임하는 최고사령관으로서 위치를 들키지 않기 위해.
나는 주도면밀하게, 기존의 롤스로이스 대신 일본군에서 노획한 포드 자동차를 탔다.
간다는 통지는 했지만, 정확한 시간은 알려주지 않은 깜짝 방문.
베이징 수비군 사령부는 익숙한 자금성이 아닌 서남부에 따로 차려져 있었다.
나는 선글라스를 낀 채 차에서 내렸다.
멀리서부터 위병이 잔뜩 긴장해 있는 것이 보였다.
보아하니 높으신 장성 같은데, 이야기를 들은 것은 없고.
어떻게 대해야 할지 혼란스럽겠지.
걱정 마라. 내가 꼰대도 아니고.
“정지! 어쩐 용무로 오셨습니까!”
위병의 외침에.
대답 없이 쓰고 있던 선글라스를 가만히 올려 보였다.
“헙···!”
입을 다문 위병이 번개 같은 속도로 옆으로 비켜섰다.
나는 그대로 지나쳐 사령부의 계단을 올랐다.
뒤로는 만슈타인과 구데리안 등 공화군 간부들이 줄줄이 따랐다.
자, 그동안 군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었는지 한번 보자고.
이제 한신이 돌아왔으니까.
건물 안에서 마주치는 장교들의 반응은 한결같았다.
처음엔 무슨 일인가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가, 황급히 경례를 올려붙이고는 복도의 벽에 기대 섰다.
기합이 들어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지, 암.
지휘통제실의 문을 열고 들어갔으나.
통제실에 내가 찾는 사령관은 없었다.
등받이에 기대있다가 화들짝 놀란 참모진들이 벌떡 일어났다.
“모델은?”
“저, 전선을 보러 나가셨습니다.”
“어느 전선?”
“그것이···. 그때마다 매번 바뀌어서···.”
“지금 자네가 모시는 사령관의 위치를 모른단 말인가?”
“아닙니다! 바로 보고하겠습니다!”
참모가 무전을 돌리며 발터 모델을 찾기 시작했다.
나는 슬쩍 흘렸다.
“내가 왔다는 얘기는 하지마.”
“예예.”
잠시 후, 모델의 참모가 무전을 끊었다.
“루거우차오에 나가 있습니다.”
“거기서 뭘 하는데?”
“매일 똑같습니다. 병사들의 생활을 살피며, 힘든 점은 없는지 묻습니다.”
“그걸 매일 한다고?”
“예. 베이징 수비를 시작한 이래 하루도 빼놓지 않고 쭉 이어오고 있습니다.”
우수한 방어는 이런 꾸준함에서 나오는 건가.
“알았다. 가보자고. 우리 수비대장을 뵈러.”
루거우차오는 일본군과 중국군 사이에 시비가 붙어 훗날 중일전쟁의 발단이 되는 다리지만.
아직은 미래의 이야기고.
내가 그리 되도록 놔둘 리도 없으니.
지금은 그저 아름다운 돌다리일 뿐이다.
루거우차오 안쪽으로 형성되어있는 모델의 방어선은 한눈에 보아도 훌륭했다.
깊고 튼튼하게 파진 참호선.
군데군데 세워진 콘크리트 보루.
꼿꼿한 자세로 경계를 서는 보초병.
이건 뭐, 야전에 거의 성벽 하나를 세운 셈이다.
모델은 그런 성벽의 뙤약볕 아래에서.
병사들과 함께였다.
다부진 체구의 독일인이 병사들 틈에 섞여 삽질을 하고 있었다.
그가 모델임을 인지한 것은 가까이 다가가서였다.
두런두런 사이좋은 대화가 들려왔다.
“왕방! 속도가 느려졌어! 어째 늙은 나보다 못한단 말인가?”
“그게 아닙니다. 사령관님이 너무 빠른 겁니다!”
“나는 딱 평균이야. 이렇게 햇볕이 내리쬐면 적당히 땀이 나면서 오히려 힘이 나지. 안 그런가들? 다 함께 땀 흘려 삽질을 하니 즐겁지 않아?”
저 무슨 악질 행보관 같은 대사냐.
그러나 놀랍게도 병사들은 정말 방긋방긋 웃으며 즐겁다 대답하고 있었다.
표정으로 봐서는 진심인데.
일반 사병들이 사령관과 격의 없이 웃고 떠드는 모습은 쪼금 놀라웠다.
게다가 지위뿐 아니라 인종과 언어의 장벽까지 있지 않은가.
“어?”
드디어 이쪽을 발견한 병사들이 삽질을 멈추었다.
모델 또한 삽을 바닥에 세게 박고는 그대로 내 앞으로 다가왔다.
“오셨습니까.”
“방어를 잘해주었어. 지금도 굉장히 바빠 보이는데.”
모델이 삽질 현장을 힐끗하고는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