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at Chinese warlord from Joseon RAW novel - chapter 184
대군벌 시대.
잡지 해방여개조에서 처음 쓰기 시작한 이 말은.
청조 멸망 후, 군웅이 할거하는 이 시대를 지칭하는 용어가 되었다.
멀쩡히 의회와 내각이 굴러가는 국가에 군벌이 웬 말인가 하겠지만.
행정구역을 멋대로 땅따먹기하고 군대를 사조직화하는 군벌 집단은 현 중국 최대의 병폐였다.
작년 쓰촨통일전쟁부터 시작하여, 장쭤린과 우페이푸 토벌까지 이어온 오랜 여정은.
기실 대군벌 시대를 끝내고자 하는 내 의지의 소산이었다.
그리고.
이제 좀 더 많은 사람이 그 사실을 인지할 때가 되었다.
중국에는 군벌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천안문 앞에서 열리는 거대 규모의 공청회.
펑위샹이 우렁차게 소리쳤다.
“군벌의 해체라니, 무슨 말을 하는 거요?”
“말 그대롭니다. 연성자치론은 오래된 화두지만 공화정부가 선뜻 도입하지 못하는 이유는 지방마다 터를 잡고 세를 과시하고 있는 군벌 집단 때문입니다. 저는 그 세력이 몰락해야 중화민국이 다음 단계로 건너갈 수 있다고 봅니다.”
펑위샹이 일시에 답하지 못하고 우물쭈물대자.
국민당 최고위원인 왕징웨이가 끼어들었다.
“이 자리는 정부가 주최하는 공식적인 토론장입니다. 부디 정제된 언어를 사용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뭐지.
용어를 가지고 태클거는 건가.
“아, 군벌이라는 용어가 마음에 들지 않으셨군요. 그럼 수정하겠습니다. 전국 곳곳에 난립한 거대 토비 떼거리를 근절하지 않고서는 중화민국에서 연성자치는 가능하지 않을 겁니다.”
“토비라···. 하하하! 그럼 그 토비 떼거리 중에 왕초가 있는 것도 아십니까?”
“왕초요? 그게 누굴까요.”
내가 전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앉아있으니.
왕징웨이가 가만히 검지 손가락을 들어 나를 가리켰다.
“당신.”
“나라고요?”
“그렇습니다. 군벌을 도적이라 칭하고 있으니. 한신 사령관, 당신이야말로 이 나라에서 가장 큰 도적인 셈입니다.”
이런 공격쯤이야 이젠 타격도 받지 않는다.
오늘 이 자리에 나는 훨씬 큰 것을 노리고 나왔기 때문이다.
“그거야 물론입니다. 저 또한 군벌의 방식으로 중화민국에서 많은 것들을 도적질해왔습니다. 제가 군벌의 해체를 말했을 때는, 당연히 저도 예외가 아닙니다.”
설마 내가 도적 운운을 인정할 줄은 몰랐는지.
왕징웨이가 입을 다물었다.
대신 목소리를 높인 것은 펑위샹이었다.
“무슨 밑도 끝도 없는 얘기를 하고 있소! 오늘 우리는 연성자치제에 대해 토론하기 위해 모인 것이지, 군벌 어쩌고 하는 얘기는 주제에 어긋나오!”
“아니오. 어긋나지 않습니다. 펑 독군에게 묻지요. 만약 연성자치가 실행된다면 각 성의 자치권은 누구에게 속하겠습니까?”
“그야···. 성장 아니겠소?”
“명목상으로는 그렇지요. 하지만 실제 권력은 독군에게 쏠릴 겁니다.”
중화민국이 처음 개국하였을 때.
위안스카이는 전국의 성을 총괄하는 직책으로 청나라식 총독 대신 도독이라는 지위를 만들었고.
그 인사권을 바탕으로 지방의 유력자들을 끌어들였다.
그러나 바람 잘 날 없는 중화민국에서.
도독에 취임한 실력자들은 고분고분 중앙정부에 굴복할 생각이 없었고.
차츰 군병을 사조직화하여 군벌로 거듭났다.
지방의 민정과 군정을 한 사람이 독차지하는 도독제는.
군벌이 마음대로 세금을 유용하여 자기 군대를 키우기에 더할 나위 없이 적합한 제도였다.
그래서 호국전쟁으로 위안스카이가 몰락하자.
새로 권력을 잡은 공화정부는 도독제를 폐지하고 성장과 독군으로 나누었다.
군민분치(軍民分治) 정책의 일환이었다.
그러나 무력은 여전히 독군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행정권을 성장이 지니고 있다 해도, 사실상 독군을 견제할 수단이 없었으며.
도리어 눈치나 살살 보며 독군의 의사대로 행정이 처리되는 실정이었다.
“그 말은···.”
“예. 지금과 같은 중화민국 현실에서 연성자치란, 곧 독군에게 소왕국을 안겨주는 것과 매한가지입니다.”
“그건 너무 앞서가는 얘기요!”
펑위샹이 바로 반박했으나.
그도 허난성의 독군인 만큼 알 것이다. 내 말이 맞다는 것을.
왕징웨이가 말했다.
“얘기를 꺼낸 것은 그에 따른 방안도 있다는 의미일 터이니. 한신 사령관, 아니 한 독군의 고견을 들어보고 싶군요. 대관절 독군께서 말하는 군벌의 해체란 무슨 뜻입니까?”
나는 거침없이 말했다.
“독군제의 폐지이자. 문민통제의 실현입니다.”
왕징웨이가 떠듬거렸다.
“그 말은···. 당신도 후베이성과 후난성의 독군이잖습니까! 스스로 직책을 던져버리겠다는 겁니까?”
“던진다기보다, 아까 설명했잖습니까. 나라에서 도둑질해 얻은 직책이니 도로 원주인에게 반납하는 거라고.”
“그런 헛소리를···.”
나는 펑위샹과 왕징웨이에게서 시선을 돌려.
군중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긴 내전으로 중국은 오랫동안 혼란스러웠습니다. 원래 독군제의 의도는 지방에서 일어나는 토호를 진압하여 나라의 안정을 꾀하기 위함이었으나. 오히려 독군 자신이 토호가 되어, 횡포를 넘어 반란을 도모하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독군제를 더 지속하는 것은 폐해만 낳을 뿐입니다.”
왕징웨이조차 아무 말 못 하고 나를 바라보고 있는 지금.
지금 이 순간이, 청중을 나에게 집중시켜 설득할 기회다.
나는 자연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만약 독군이 사라진다면 지방의 군권은 어디로 가게 되는지 의아해 하실 분이 계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사실 간단합니다. 문민통제의 원칙에 따르면, 중국의 모든 군 통수권은 국민에게서 권력을 위임받은 국가원수에 있습니다. 그동안은 도둑놈들이 군권을 훔쳐가서 돌려주지 않았을 뿐이지요.”
그러니까, 리위안훙에게 모든 군사 권력이 집중된다는 얘기.
리위안훙이라 하니 다소 불안한 감이 있긴 한데.
민주주의라는 게 그렇다.
대총통 리위안훙은 선출 권력이기에.
모든 군인은 당연히 각 성의 도독이나 육군부 장관이 아닌 리위안훙에게 최종적으로 복종해야 하는 것이다.
“저는 오랫동안 최고사령관, 혹은 총사령관으로 불렸습니다. 그러나 도독제의 폐지가 이루어져 문민통제가 실현된다면, 총사령관의 직위 또한 자연스레 반납하게 될 겁니다. 총사령관은 군인이 아닌 문민의 대표, 즉 대총통이 될 테니까요.”
***
베이징 대학 철학과 교수.
후스는 무어라 형용할 수 없는 격정으로 평정심을 유지하기가 어려웠다.
단상에서 발언하는 한신의 언사는, 지금껏 그가 목격한 바 없는 일대 정치적 사건이었다.
스스로를 자유주의자로 여기지만.
실은 후스의 내면은 깊게 뿌리내린 짙은 냉소로 가득하였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폭력적이고 탐욕스럽다.
누구나 남의 것을 탐내며 기회가 되면 빼앗으려 든다.
그렇기 때문에, 후스식 자유주의란 달리 말하면.
어떤 한 개인의 자유를 옹호하는 것이 아닌.
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마땅히 원하는 행위를 할 자유.
법과 원칙을 토대로 지속가능한 공동체를 구성하는 자유주의였다.
그리고 그러한 원칙이 가능한 배경에는 인간의 이기심이 작용한다.
갑자기 칼에 맞아 비명횡사하기 싫으니, 살인을 금지하고.
열심히 가꾼 텃밭의 농작물을 강탈당하기 싫으니, 도둑질을 금지하며.
길을 걷다 남이 싸놓은 대변을 보고 눈살을 찌푸리기 싫으니, 야외 배설을 금지하는 식이다.
따라서 후스는 기본적으로 입이 번지르르한 정치인들을 믿지 않았다.
대총통이 국민을 위해 봉사?
개. 소. 리.
지가 대빵이 되어 권력을 휘두르고 싶으니 총통이 된 거지.
봉사는 무슨.
한신도 같으리라 여겼다.
공화주의를 주창하며 제법 번드르르한 말들을 쏟아내지만.
그 본질은 군벌이라 여겼다.
인간의 그 끝없는 권력욕.
1만의 군대를 지휘하면 10만을 원하고.
10만을 지휘하게 된 다음에는 100만을 원하며.
그 다음에 할 게 없으면 남은 건 뭔가.
나라를 집어삼키는 것 말고 더 있나.
때문에, 한신의 질주를 고까운 눈길로 바라보던 후스였는데.
이게 무슨 일이지?
옆에 앉은 루쉰에게 속삭였다.
“저 말에 진실성이 있다고 보십니까? 한신이야말로 단기간에 도독이 되어 단번에 직위가 수직으로 상승했고. 오늘날, 한신의 공화군은 고유명사처럼 되어 다른 군벌이 넘볼 수 없는 이름인데. 그 모든 것을 다 포기하겠다고요?”
“스스로 많은 사람이 보는 앞에서 한 말이니 지키겠지.”
“저는 믿기 힘듭니다. 어쩌면 장쭤린과 우페이푸마저 나자빠진 지금, 각지의 군벌들을 해체시키고 자기 혼자 우뚝 서려는 속셈일지도요. 그렇게 되면 즉위만 하지 않았다 뿐, 중국에서 가장 강력한 군대를 가진 한신이 새로운 황제가 되겠지요. 이거 기존의 황제가 자금성을 비운다고 하자마자, 새 황제가 들어설 준비를 하는 건지, 원.”
루쉰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혼자 주절주절 떠들던 후스는 제풀에 지쳐 입을 놀리기를 그만두었다.
단상에서는 논의가 한창이었다.
펑위샹은 일시에 독군제가 폐지될 경우 생길 치안 공백을 우려했다.
그래, 저게 일반적인 인간의 반응이다.
자기 밥그릇을 빼앗으려 들면 냉큼 물어버려야지.
그러나 한신은, 독군제의 폐지는 군대를 없애는 게 아니라 지휘 편제를 바꾸는 것. 즉 군 지휘권이 독군 대신 중앙정부로 귀속되는 것일 뿐이기에 치안 공백은 없다고 일축하였다.
총사령관의 직책을 없애고.
군령권과 군정권을 각각 육군부 장관과 참모총장에게 배부하겠다는 한신의 방안은.
군부 내에서 파벌이 자라날 싹을 없애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였다.
어느덧 찾아온 질의응답 시간.
후스에게 차례가 돌아왔다.
자신에게 집중된 시선을 느끼며 후스는 단상으로 걸어 나갔다.
“베이징 대학의 후스입니다. 연성자치의 자세한 실현 방안에 대하여 한신 장군께 여쭙고 싶습니다.”
“다시 뵙는군요, 교수님.”
“예, 반갑습니다.”
한신이 몇 년 전에 있었던 짧은 만남을 기억한다는 사실에 후스는 내심 뿌듯하였으나.
금방 마음을 다잡았다.
“연성자치가 실현된다면, 각 성의 정치 체제가 달라질 수도 있는 겁니까?”
“예를 들면요?”
“예컨대 즈리에서는 공화주의가, 후난에서는 소련식 국가사회주의가, 안휘에서는 유교식 보수주의가 가능한지 궁금합니다.”
한신이 빙그레 웃었다.
그 미소에서 후스는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연성자치에 따른 구성국은 입법, 사법, 행정의 삼권을 가지지만. 기본적으로 연방헌법에 묶여 있을 겁니다. 외교와 군사 또한 연방정부가 담당하지요. 적어도 제가 바라는 중화민국 연방에는 교수님이 염려하시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후스는 끈질기게 물었다.
“그러나 각 성이 나뉘면, 자연스레 정책 또한 차별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사상 문제와 관련하여, 어떤 성은 사상의 통일을 확립하려 하고, 다른 성은 느슨한 분위기로 풀어준다면, 자연스레 지역에 따라 특정 사상이 득세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전해 듣기로는 베이징 대학의 사서였던 마오쩌둥이 중국 공산당 간부가 되었다고 했다.
가까운 나라 소련은 어떻게든 사회주의를 퍼뜨리려 중국 공산당에 막대한 지원을 해주고 있고.
베이징 대학을 비롯한 전국 대학가에 만연한 방만한 분위기를 볼 때, 사회주의의 대두는 실재하는 위협이었다.
연성자치는 자칫 그 위협을 심화할 가능성이 있었다.
후스는 다소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한신의 대답을 기다렸다.
과연 이자는 무어라 대답할 것인가?
“감내해야지요. 그게 민주주의니까요.”
후스는 머리에 쿵 하는 충격을 받았다.
하긴···. 그게 민주주의다.
자유주의를 표방하면서도, 자신 또한 이념에 매몰되어 사상전쟁을 벌이고 있었던 건가?
사회주의 세력이 날뛰는 것조차 받아들일 수 있는 나라.
그게 진짜 민주주의를 실현한 선진 국가다.
미리 준비해둔 질문을 소진한 후스는 이대로 질의를 끝내기가 아쉬웠다.
사회자가 자칫 끊을까 싶어 얼른 입을 열었다.
“다소 민감한 질문을 하나 여쭙겠습니다. 군벌 해체 방안으로 도독제의 폐지를 말씀하셨는데, 저는 궁금한 것이 이처럼 커다란 정책은 정부에서 일방적으로 발효한다고 가능한 것이 아니잖습니까?”
“교수님 말씀은 지방의 도독들이 반발할 거라는 얘기군요.”
“맞습니다. 말하기 뭐하지만···. 사실상 각 성의 군대들은 도독의 사병이나 다름없는데, 갑자기 군대를 내놓고 꺼지라 하면 받아들일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나름대로 정곡을 찌른 질문이었다고 생각했으나.
한신은 평온했다.
“저는 도독들의 지혜로움에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무슨 말씀이신지?”
“바보가 아닌 이상, 정부 정책을 거부했을 때 닥칠 일을 알겠지요. 독립국을 표방했던 동북왕은 이제 창춘시에 고요히 잠들어 계십니다.”
이건 전국의 군벌들에게 보내는 무언의 협박이다.
후스는 펑위샹을 힐끗했다.
손톱을 깨물며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도독제의 폐지에 동의하지 않으면, 한신의 공화군이 간다.
그렇다고 폐지에 동의하면, 부귀영화는 끝이다.
그러나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은 것은 주지의 사실.
장쭤린이 암만 편안하게 잠들어있으면 뭐 하나.
단칸방에 살아도, 이승에서 자는 게 진짜지.
“그럼 도독제가 폐지되면 한신 장군께서도 양호독군의 지위를 반납하고 일반군인으로 돌아간다는 말씀입니까?”
“예.”
“공화군의 거취는···.”
“당연히 공화정부에 부속됩니다. 지금까지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하지만 정권은 바뀔 수 있습니다! 다른 당 후보가 국가원수에 당선될지도 모릅니다.”
“예. 물론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