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at Chinese warlord from Joseon RAW novel - chapter 215
현실 세계에 프리메이슨이나 일루미나티 따위가 있을 리도 없고.
로스차일드 가문이 날 표적으로 삼든 말든 알아서 하라지.
나는 록펠러 가문과 연합 중이다.
“내게 바라는 게 없다면. 너는 앞으로 뭘 할 거냐? 아랍의 일에서는 완전히 손을 뗀 거야?”
로렌스에게 묻자.
그는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대답했다.
“파이살은 나 없이도 잘 해낼 거야. 내가 일찍이 아라비아의 로렌스가 된 것은, 오스만 제국의 압제에 대항하는 아랍의 베두인들을 돕기 위해서였지. 지금 벌어지는 아랍 연방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전쟁은 두 나라를 후원하는 정치가와 자본가들의 대리전일 뿐이야···. 아랍에는 더이상 내가 있을 곳이 없다.”
파리 강화회의에서 독일문제 다음으로 이슈가 되었던 것은 예루살렘을 누가 차지할 것인가였다.
시온주의와 아랍 민족자결주의, 수에즈 운하와 사막의 석유가 뒤엉킨 복잡한 상황은 결국 마무리되지 못하고 끝났다.
그 뒤, 각국은 밝은 회담장이 아닌 어두운 뒤편에서 움직였다
파이살 왕자가 무함마드의 계승자인 칼리파를 자칭하며 아랍 연방을 개국한 이면에 영국의 지원이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었다.
그 영향으로 아랍 연방은 한때, 기세등등하게 뻗어나가며 전 아랍을 통일할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기세에 제동을 건 것은 프랑스였다.
프랑스는 군대를 보내 시리아 일대를 무단으로 점령하였다.
프랑스인을 보호하고 도시의 치안을 유지한다는 등의 명목을 내세우긴 했으나, 일본이 조선을 보호한다는 것만큼이나 헛소리였다.
아랍 연방의 파이살 왕은 당연히 그냥 두고 볼 수 없었고, 낙타 부대를 출병시켰다.
그때가 로렌스가 마지막으로 아랍에 있었던 시기였다.
로렌스는 아랍군에 맞서는 프랑스군을 이해할 수 없었다.
파이살의 뒤를 봐주는 국가가 영국임은 전 세계가 뻔히 아는데, 프랑스가 거기에 맞선다는 사실은 자칫 커다란 불씨로 번질 수도 있었다.
그러나 다마스커스 인근에서 벌어진 교전에서 아랍 연방이 프랑스군의 우수한 화력을 당해내지 못하고 대패했을 때.
로렌스는 깨달았다.
프랑스의 시리아 점령은, 모종의 합의를 거친 뒤 강대국의 묵인 하에 이루어진 사안임을.
이집트의 본부로 돌아간 로렌스는 런던에 따져 물었으나.
영국은 이미 오래전에 아랍 연방을 버린 뒤였다.
더구나 아랍 연방이 아직 통일하지 못한 나라, 사우디아라비아를 오히려 지원하고 나섰다.
나름의 조사를 마친 로렌스는, 그러한 영국 정부의 입장 번복 뒤에 유대인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아랍 연방은 예루살렘의 아랍 귀속을 주장했지만.
사우디아라비아는 세력에서 밀리는 참이라 강대국의 지원이 절실히 필요했다.
사우디의 왕 압둘아지즈 이븐 사우드는, 어차피 메카를 가지고 있으니 예루살렘은 기독교인들에게 양보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표명하여 유대인들의 지지를 얻어냈다.
그 과정에서 로렌스는 내전에 휘말려 갖은 고생을 했다.
결국은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 제대를 하였고, 얼마간 휴식을 취하다 이번에 케인스와 함께 나를 찾은 것이었다.
그가 해준 말들은 확실히 도움이 되었다.
세계의 눈은 중동에 쏠려있으나, 그래봤자 수박 겉 핥기.
아직은 누구도 중동의 거대한 잠재력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다.
로얄 더치 쉘이나 엑슨 오일이 석유 어쩌고 하며 관심을 기울이는 곳은 이라크 남부의 협소한 지역일 뿐이다.
내가 알기로, 사우디아라비아에 매장된 어마어마한 양의 석유는 1930년대 중반이 되어서야 발견이 된다.
발견 시기가 늦어질수록 좋다.
지금처럼 독립국의 지위를 확보하지 못하고 강대국들에 끌려다니는 상황에서, 그만한 양의 석유가 묻혀 있음이 알려진다면···.
검은 황금은 축복이 아닌 저주가 될 터.
내게도 전에 없던 욕심이 생겨났다.
잘만하면 신양 그룹이 장차 전 세계 시가총액 1위의 기업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
그러기 위해서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아닌, 나와 친분이 있는 파이살이 아랍의 통일을 이뤄내야 한다.
이거, 무기 지원이라도 해줘?
보답으로는 사막지대 허허벌판의 탐사권을 달라고 하고?
혼자만의 행복한 망상에 사로잡혀있던 나는, 로렌스가 호기심어린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음을 알았다.
조금 머쓱해져서 말했다.
“오늘 해준 얘기는 고맙다. 어디서도 들을 수 없는 알짜배기 정보였어.”
“고맙다니 내가 영광이지.”
“앞으로 무슨 계획 같은 거 있나?”
“케인스 씨의 경호원 역할은 마음에 들어. 이 일이 끝나면···. 이왕 중국에 왔으니, 이 나라를 좀 더 돌아봐야지. 나의 꿈은 원래 군인이 아니라 고고학자였잖아. 동아시아 문명은 아랍 문명만큼이나 유서가 깊으니까.”
로렌스는 명랑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한 그루 나무처럼 우뚝 선 그에게서, 트라우마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는 강인한 사나이였다.
말하자면 진짜 사나이인 것이다.
***
은본위제를 포기한 중국에서는 엄청난 양의 은이 쏟아져 나왔다.
처음에는 불안함 때문인지 금고에 은을 숨기고 꺼내놓지 않으려 버티던 자본가들도, 은값이 하락하자 너도나도 은을 새로운 화폐와 바꾸었다.
신(新) 위안화.
환율은 매일 새롭게 갱신이 되었다.
화폐 개혁이 이루어지고 한동안은, 환차익을 노려 증권거래소가 아침마다 붐볐다.
그러나 사람들은 점차 깨달아 갔다.
그깟 몇 퍼센트 되지도 않는 환차익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진짜 노다지는 따로 있다는 것을.
내 일과는 이러했다.
아침에 일어나 식사를 준비한다.
아내가 일어난 것 같으면 열심히 노동 중인 모습을 어필하고, 아이를 깨워 셋이서 함께 식사를 한다.
아내가 출근하고 나면, 아이를 예비학교에 데려다 준다.
요즘은 다들 그렇게 선행학습을 한다고.
아이까지 보내고 나면 그제야 내 시간이 오는데.
그게 9시.
장이 열린다.
한양 증권거래소의 VIP룸에 가서 장내를 관찰하면 온갖 군상을 만날 수 있다.
주가가 내려가면 탄식이 나오고.
오르면 탄성을 내지른다.
가끔은 주식 매매도 하지 않으면서, 그저 남을 놀리는 게 즐거워 폭락하는 주식 판 앞에 서서 춤을 추다 몰매를 맞는 인간도 있었지만.
대체로 증권거래소는 매일매일이 축제였다.
케인스가 말했던 것처럼, 주식시장은 투자자가 아닌 투기꾼이 점령을 하고 있었다.
그들은 기업의 가치나 재무 따위는 따지지도 않고 아침마다 증권거래소에 들러 무작정 주식을 구입하였다.
다른 사람들이 사니까!
가격이 오르니까!
무지성으로 구매해도, 계속계속 오르니까!
기존에 은값에 묶여있던 위안의 환율이 무지막지한 변동성을 보여주자, 그에 따라 주가도 요동을 쳤고.
요동치는 주가의 파도를 타고 일확천금을 거머쥐는 자들이 등장하자, 불안하게 관망하던 사람들도 자기만 뒤쳐질까 두려워 저마다 뛰어들기 시작했다.
중앙은행을 대신하는 연성은행이 창설되기 전에는 중국에 증권거래소가 5개에 불과하였다.
그 5개의 증권거래소에서 이루어지는 거래는 한정적이었다.
중간 상인들이 주식 거래권을 떼와서 매판을 차리고 팔기도 했지만, 역시 주먹구구식 거래였다.
하지만 이번 달에만 7개의 증권거래소가 새로 문을 열었다.
규모야 천차만별이고, 취급하는 주식의 숫자도 한정적이지만.
이러한 점은 자본주의의 위용이라 할 만했다.
돈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는 것이다.
나는 신문에 사회주의자들의 시위와 관련된 기사의 게재 빈도가 급격히 줄었음을 알았다.
이렇게 쉬운 거였어?
광저우에서 죽었다는 사람의 숫자가 수천 명을 넘어 점점 늘어나는 판국인데.
장제스나 나나 참 멍청했다.
우는 아이를 쥐어팰 것이 아니라, 아이가 관심을 가질 장난감을 던져주면 되는 거였잖아.
시위가 정말로 줄어든 것인지.
단지 여론의 관심사에서 멀어진 것인지 알 수 없으나.
어느 쪽이든 이전보다 나쁠 것은 없었다.
문제라면 대공황인데···.
경제는 마치 살아있는 생물과 같아서, 예측을 해도 맞추기가 쉽지 않았다.
마치 슈뢰딩거의 고양이처럼, 경제전망을 내놓는 순간 그 전망의 영향으로 미래가 바뀌어 버리는 것이다.
대공황이 꼭 1929년에 찾아오리라는 법도 없다.
케인스의 말마따나 30년대에 닥쳐올지도 모르고.
혹은 내년쯤, 그것도 아니면 내일 당장 주가가 폭락할 수도 있다.
상승 곡선이 있으면 하락 곡선이 있는 게 당연하지만.
모든 경제학자의 목표는 그 하락 곡선의 충격을 최대한 완화시켜 연착륙으로 마무리하는 것이었다.
그 낙폭이 크고 깊을수록 세계는 고통받고, 우리는 그 검은 구멍을 공황이라 부르는 거니까.
현재 세계의 중앙은행 역할을 하는 것은 미국의 연준이다.
그 말은 곧 월스트리트가 무너지는 순간, 전 세계가 줄줄이 도미노처럼 쓰러진다는 얘기.
하지만 중국의 성장은 그러한 충격의 제방이 될 수 있었다.
미국이나 영국 등 금본위제를 채택한 나라는 같은 경제의 바운더리 안에 묶여있을 수밖에 없으나.
독자적인 내수시장과 강력한 산업 생산력을 지닌 중국은 아예 새로운 시장을 형성해나가고 있었다.
한양은행에서 발표하는 한양지수(漢陽指數)는 빠른 속도로 퍼져나가며 존재감을 드러내는 중이었다.
그것은 중국의 중공업과 경공업을 떠받치는 거대기업들을 기본으로, 소매와 운송, 금융 등 각 업종 대표 기업들의 수익률을 합하여 발표하는 주가지수였다.
지수의 단위를 결정할 때는, 미국보다 무조건 높게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
따라서 현재 한양지수는 1,677이다.
미국의 다우지수가 170 언저리인 것을 감안한 수치였다.
그나저나 다우지수 170이라니.
참 귀엽고만.
라떼는 30,000을 훌쩍 넘겼던 것 같은데.
그럼에도 170이라는 수치는 명백하게 과열된 상태였다.
연준을 비롯한 각국의 중앙은행들은 신용긴축 정책을 펴는 중이었다.
그러나 시장은 통화정책에 쉽게 굴복하지 않았다.
한번 찍어누를 때마다, 그 반동으로 주가는 더 높이 치솟았다.
그날도 한양 증권거래소에서 하루를 보내고 집에 돌아온 나는, 문을 열자마자 아내와 마주쳤다.
잘못한 게 무엇일까 반사적으로 떠올렸으나, 아내의 입가에는 미소가 걸려있었다.
나는 물었다.
“승진했어?”
“엥? 승진은 무슨, 이걸 봐.”
뻣뻣한 새하얀 편지지.
봉투에 미국식 국제우표가 붙어있다.
아내가 의기양양한 목소리로 말했다.
“연방준비은행에서 온 거야.”
서명을 확인하니.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 벤저민 스트롱 주니어라고 적혀있다.
“내용은 확인했어?”
“응.”
“뭐라고 쓰여있는데? 미국은 중국의 발전을 두려워한대?”
“그런 내용은 없고, 모임의 초청장이야.”
아···. 알겠다.
시시우의 표정이 밝았던 이유를.
“각국의 중앙은행장들이 뉴욕에 모여 세계 경제를 두고 의견을 나눌 거래. 뉴욕은 진짜 오랜만이잖아. 나 벌써 설레는 거 있지.”
중국을 대표하는 한양은행의 젊은 총재.
기라성 같은 중앙은행장들을 상대하러 가는 길을 마치 소풍처럼 여기는 그녀.
하긴 아이를 낳은 후 지금껏, 어디 나들이 한번 제대로 간 적이 없다.
“잘 다녀와. 샤즈광을 붙여줄게.”
“같이 안 가고?”
“허가 있잖아. 누군가는 돌봐야 하니까.”
“으흠. 사려 깊은 남자야.”
1927년의 가을에 접어들자.
주가는 진정세를 보였다.
아내는 출발하기 전까지 신신당부했다.
“알았지? 내년부터는 소학교에 다녀야 하니까, 애 공부 절대로 빼먹거나 하면 안 돼? 내가 짜놓은 스케줄대로 꼭 따라!”
“응 응, 걱정 마.”
“나 간다.”
아내가 현관문을 나서자, 나는 한허의 손을 잡고 2층으로 올라갔다.
마당에서 샤즈광의 경호를 받으며 시시우가 차에 올라타는 모습이 보였다.
나는 조용히 말했다.
“허야.”
“네?”
“지금 무슨 생각 하냐?”
“음···. 엄마 생각?”
“틀렸어, 이제부터 우리는 지구를 구한다!”
나는 천장의 다락에서 숨겨 놓았던 마작 패를 꺼냈다.
“잘 봐. 이건 사천성이라는 게임인데 같은 짝패를 맞추면 돼. 지금 우리에게는 사명이 떨어졌어. 이 녀석들의 쌍을 맞추지 못하면 지구가 멸망하는 거야. ”
“아빠, 학교는요?”
“땡땡이쳐. 정식 학교도 아니잖아. 너는 날 닮아서 영특하니까 선행학습 따위는 필요 없어.”
“네.”
“알지? 이건 우리 둘만의 비밀이다. 엄마는 절대 모르는 거야.”
“네.”
크. 믿음직한 녀석.
나는 로렌스가 놓고 간 시가를 꺼내 들었다.
차갑게 식힌 위스키 한 잔과 함께였다.
우리는···.
행복했다!
위스키 한 잔2
집안이 쓰레기장이 되어가는 정도와 우리의 행복도는 비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