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at Chinese warlord from Joseon RAW novel - chapter 217
“감금? 여자를? 아무리 중국인이라지만 높은 사회적 지위가 있는데”
“혼자 보낸 건 멍청한 짓이었습니다. 아내를 찾으러 뉴욕에 가야겠습니다.”
“저도 돕지요. 어차피 가는 길. 태평양을 가로지르는 것도 괜찮을 터이니. 게다가 저와 로스차일드 가문은 얼마간 친분이 있으니 도움이 될 겁니다.”
나도 모르게 언성이 격해져 있었는지.
한허가 일어나 눈을 비비며 앞에 서 있었다.
“아빠, 무슨 일이야?”
나는 아이를 가만히 내려다보다가 안아 들었다.
“임무가 떨어졌어.”
“엑! 또? 지구를 지키는 건 이제 지겨워.”
“아니, 이제부터 우리는 그깟 지구 따위보다 훨씬 소중한 걸 지켜야 해.”
“뭔데?”
“뭐냐면···.”
소중한 우리 가족.
떨어져 지내는 건 이번이 마지막이다.
“엄마를 구하러 가자.”
위스키 한 잔3
나는 익숙함과 생경함을 동시에 느꼈다.
베이징이나 상하이에 흔히 있는 인력거는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 널찍하게 닦인 도로에 포드와 제너럴모터의 엠블럼을 단 자동차들이 시간 안에 목적지에 도달하지 못하면 죽을 병에라도 걸렸다는 듯 마구 질주해댔다.
뉴욕에는 21세기의 시내를 걷는 것과 같은 친숙함과, 나름 꽤 발전했다고 여겼던 중국 대도시와 확연히 차이가 나는 데서 오는 압도감이 동시에 존재했다.
망망대해에서 낯선 이방인이 되어 허우적거리던 우리는 겨우 뗏목을 잡았다.
익숙한 양념 냄새가 코를 간질였다.
“저곳입니까?”
케인스가 가리킨 곳에는 「상하이 주방(上海 廚房)」이라 적힌 큼지막한 간판이 걸려있었다.
미국 동부의 해산물을 상하이식으로 조리해서 내놓는 음식점이었다.
“예. 들어가시죠.”
미국에 거주하는 아시안의 삶은 고단했다.
백인우월주의와 개신교의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차례로 고안한 중국인 배제법과 이민자법.
중국인들에게 허락된 이름은 오직 쿨리였다.
미국에서 그들이 맡을 수 있는 역할은 하청 노예일밖에 없었다.
그러나 해외에서 드러나는 아시안의 단결력은 어느 인종보다 탁월해서.
맨해튼의 중심지구에서 그리 멀리 않은 슬럼가에 어느덧 슬금슬금 중국인 거주지역이 형성되고 있었다.
전세계 차이나타운의 선구자와도 같은, 화교들의 거리였다.
“상하이식으로 조리한 랍스타, 이게 궁금하군요.”
“먹고 싶은 대로 시키십시오.”
주문은 케인스에게 맡기고 나는 한허의 상태를 체크했다.
여행하기엔 다소 어린 나이임에도, 녀석은 꽤나 씩씩하게 구는 중이었다.
엄마를 구하러 간다는 임무에 완전히 심취해 있었다.
“엄마는 어딨어요?”
“이제부터 알아봐야지.”
“빨리 엄마가 보고 싶어요.”
“나도.”
이곳에 온 목적은 요기를 하기 위함이 아니었다.
주문받으러 온 직원에게 나는 주방장을 불러달라고 요청했다.
“주방장님을요···? 아는 사이십니까?”
“예. 가랑이가 왕팔이 형님을 뵈러 왔다고 말씀해주십시오.”
“왕···, 뭐라고요?”
“왕팔입니다. 그렇게만 말하면 알 겁니다.”
반신반의하며 직원이 주방으로 들어갔다.
잠시 뒤.
팔뚝이 우람한 상하이 주방장이 김이 모락모락 나는 거대한 랍스터를 들고 나타났다.
그는 나를 보자 자리에 우뚝 멈추어 섰다가, 다시 천천히 다가왔다.
“천하대장군이 우리 가게에 오셨군.”
“오랜만에 뵙습니다, 형님.”
“형님은 무슨, 20년 전에나 형님이었지. 지금은 까마득하게 높으신 분이 되셨으니 네가 형님이지.”
그는 홍콩의 삼합회에서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형이었다.
나름 큰 뜻을 품고 아메리칸드림을 꿈꾸며 태평양을 건넜는데, 이젠 제법 자리를 잡은 모습.
지금도 삼합회와의 커넥션을 유지하며 중국과 뉴욕을 잇는 비밀 연락망을 책임지고 있었다.
샤즈광의 편지를 부친 사람도 그였다.
“···어떻게 된 겁니까?”
“배부터 채워야 뭐라도 할 거 아닌가. 일단 먹어.”
그가 쾅 소리가 나게 접시를 탁자에 내려놓았다.
살이 오동통하게 오른 바닷가재.
“그런데 상하이 주방이 아니라 홍콩 주방이 되어야 하는 거 아니요? 형님은 상하이에 가본 적도 없잖수.”
“그러면 장사가 안 되잖아. 여기 놈들은 홍콩이 아직도 영국 땅인 줄 안다니까.”
식사를 마치고 우롱차를 마시며.
왕팔이 형님은 아는 얘기를 모두 털어놓았다.
“···덜컥 겁이 나더군. 명칭이야 삼합회 뉴욕지부장이니 뭐니 하지만, 그동안 한 게 있어야지. 갑자기 중대 임무라니···. 그래도 편지가 보안을 유지하며 잘 전달된 게 다행이야. 무쌍장군께서 오셨으니 이제 만사가 다 해결되겠지.”
“고생 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모든 용무를 마치고 상하이 주방을 나오자 케인스가 따라붙었다.
“중국어로 대화해서 하나도 못 알아들었습니다. 뭐라 한 겁니까?”
“아내가 회의 참석 장소로 안내받은 곳은 뉴욕 연방준비은행이지만, 아내는 그곳에 있지 않답니다.”
“그러면 어디에 있습니까?”
“그게 문제입니다.”
우리는 차이나타운에서 중국인 기사가 모는 택시에 올라탔다.
부탁하여 일부러 월 스트리트를 크게 한 바퀴 돌았다.
중간에 뉴욕 연방준비은행의 12층 짜리 건물이 스쳐 지나갔다.
“세계를 지배하는 금융제국의 황궁이군요.”
케인스가 냉소적으로 중얼거렸다.
나는 전쟁놀이를 좋아하는 한허에게 말했다.
“관측병, 잘 봐둬라. 저 건물이 우리가 무너뜨려야 할 적의 성채다.”
“예! 명심하겠습니다!”
나는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연준의 석회 암벽에다 침을 퉤 뱉었다.
한허도 따라 했다.
“에잇, 더러운 중국놈들!”
지나가던 행인이 욕했으나.
아내의 행방을 모르는 지금, 나는 남이 뭐라 하든 상관하지 않는다.
정찰은 끝났다.
이제 작전에 돌입할 시간이다.
“기사님, 워싱턴 D.C로 갑시다.”
케인스가 물었다.
“워싱턴에는 왜 갑니까?”
“아군을 모아야지요. 금융권력을 무너뜨리는 최고권력은 정치권력입니다.”
“···무너뜨리는 데 최고라지만, 담합하는 데는 더 뛰어난 것이 정치권력입니다만.”
“그렇지 않은 사내를 알고 있어요.”
“그게 누굽니까?”
“바보지요. 너무나 멍청하여 남들 다 하는 돈 버는 법을 모르는 얼간이입니다.”
***
미합중국의 제28대 대통령.
우드로 윌슨의 자택은 워싱턴의 변두리에 있었다.
뇌졸중이 심해져 말을 잃은 윌슨은, 그저 두 눈만 끔벅거릴 뿐이었다.
눈가가 촉촉했다.
하고 싶은 말은 그의 부인이 대신해주었다.
여사님은 옆에 계시다가 윌슨의 입 가까이에 귀를 가져다 대었다.
어떻게 들어도 바람 소리 같기만 한데 귀신같이 해독하여 전달해주는 식이었다.
“천국으로 돌아가기 전에 꼭 한번 다시 뵙고 싶었는데.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나 너무 행복하시대요.”
“영광입니다. 대통령님.”
미합중국 최초로 3번 연임을 한 대통령.
그러나 임기 중에 심해진 뇌졸중은 공화당의 좋은 공격거리가 되었고.
불명예로 퇴장당한 여파일까, 다음 대선에서는 공화당에 정권을 빼앗기고 말았다.
대화 방식은 다소 불편하였으나.
나는 윌슨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그가 창립한 국제연맹은 오늘날 지구를 수호하는 안전장치가 되었고.
그의 기여 덕에 세계는 한결 평화로워졌다고.
안면마비라는 윌슨의 입가가 희미하게 경련하였다.
그는 미소 짓고 있었다.
비로소 주제가 내 이야기로 넘어왔을 때.
나는 차분하게 지금껏 일어난 일의 요지를 설명했다.
비록 정계에서 은퇴하였지만, 전임 대통령의 영향력은 그리 쉽게 사그라들지 않는다.
윌슨은 여사님의 귀에 대고 상당히 긴 시간 동안 말을 하였다.
모든 지시를 듣고 난 여사님이 빙그레 웃으며 내게 말했다.
“힘 있는 친구들이 많이 필요하신가 봐요?”
“예.”
“따라와 주세요. 남편의 이름으로 소개장을 써드릴 테니까요. 정치와 경제, 군사 분야의 명사들에게 보내는 서른 여덟 장의 소개장이라니. 정말 오래 걸리겠어요.”
38장이나?
그렇게까지는 과하다.
“아니오. 너무 폐를 끼치고 싶지는 않습니다. 먼저 말씀하신 세 분의 초대장만 써주세요.”
“정말요? 그걸로 되겠어요?”
“예.”
“그러지요, 그럼.”
자리에서 일어나 윌슨 부인을 따라가려다, 나는 뒤돌아 윌슨을 바라보았다.
또 다시 입가에 경련이 일고 있었다.
윌슨은 내가 처음 사귄 미국인 친구.
이번에 헤어지면 다시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나는 한국에서 작별 인사를 하듯 손을 흔들어주었다.
***
“생각해보니, 윌슨 대통령을 변호한 유명세를 타고 타임지의 표지에까지 실렸었지요?”
“예.”
“이거 굳이 제가 필요했나 싶습니다. 혼자 뉴욕에 왔어도 별 문제 없었을 것 같아요. 당신은 이미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하고 우월한 중국인이라 봐도 무방하겠습니다.”
케인스는 내게 깊은 감명을 받은 것 같았다.
우월한 건 몰라도.
내 손에 들린 세 장의 초대장을 보니, 강력하다는 건 맞을지도.
첫 번째 소개장은 헨리 캐벗 로지 주니어의 것.
민주당의 전 대통령인 윌슨이 공화당의 상원의원과 친분이 깊은 것은 흥미로운 일이었다.
윌슨과 로지는 양 당에서 나와 친분이 있던 두 사람이었다.
특히 로지 의원은 국제연맹의 일원으로 중국에도 여러 차례 다녀 간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는 몇 해 전에 윌슨과 같은 뇌졸중으로 사망하였다.
윌슨의 소개장은 그 아들 앞으로 보내는 것이었다.
두 번째는 에드워드 M. 하우스라는 자에게 쓴 소개장이었다.
군인은 아니지만 정치권에서는 일명 하우스 대령으로 통했는데, 오랫동안 윌슨의 고문이었으며 정치가와 은행가들 사이를 조율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했다.
그리고 내가 가장 강력한 중국인이 된 것은 세 번째 소개장 때문이었다.
프랭클린 D. 루스벨트.
20세기의 초강대국 미국이 형성되는 데 지대한 공을 세운, 역대 최고의 대통령 순위에 빠지지 않고 항상 이름을 올리는 인물.
그는 윌슨의 보좌를 맡아 부통령에 당선되었지만, 소아마비 진단을 받아 반신불수가 되었다.
그리고 공화당 의원들은 윌슨과 루스벨트를 장애인 듀오로 부르며 싸잡아 조롱거리로 삼았다.
나는 일단 루스벨트에게 보내는 소개장은 고이 간직하기로 했다.
그는 아직 번데기의 시기을 거치는 중이므로.
이를 악문 재활훈련을 마치고 대중 앞에 다시 설 때.
그때가 내가 루스벨트와 만나는 시기이다.
윌슨의 집에서 나온 우리는 워싱턴을 돌며 소개장의 주인을 차례로 만났다.
하우스 대령은 깐깐한 인상이었으나, 윌슨의 인장을 보자 우리를 극진히 환대했다.
전화를 몇 번 돌린 하우스 대령은 적진의 위치를 알려주었다.
“뉴욕주 우드버리시에 재무부 장관의 별장이 있소. 비밀회의는 그 곳에서 열리는 중이오.”
이게 번영한 나라 미국의 현실이었다.
재무부 장관인 앤드류 멜론은 갑부랭킹 제3위에 랭크되어 있는 재벌.
록펠러나 카네기는 저리가라 할 정도로 잔인하고 이기적인 재산증식 방식으로 유명했다.
재무부 장관이 되어 직접 관세장벽을 세워 자신의 사업을 보호하는가 하면.
감세법을 만들어 자신의 세금을 줄이기도 했다.
그런 자의 별장에서 벌어지는 비밀회의라니, 수상쩍기 그지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