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at Chinese warlord from Joseon RAW novel - chapter 256
그리곤 머리를 땅바닥에 박으며 부복했다.
“총사령관님! 펑톈을 구해주십시오! 펑톈은 오랫동안 장 씨 부자의 전횡으로 신음해 왔습니다. 마적에 불과했던 자가 멋대로 군대를 모아 악업의 탑을 쌓았습니다! 그 아들은 아편 중독자로 펑톈인민들로 하여금 강제로 양귀비를 기르게 하고 전 중국에 내다 파는 중입니다!”
말만 놓고 보면 피를 토하는 사자후 같지만.
어조에 고저가 없는 궈쑹링의 말투는 참으로 괴이쩍었다.
이 자리, 이 타이밍.
여기서 장쉐량을 담그기로 결론 내린 건가?
펑톈만 놓고 본다면 올바른 선택일지도.
이미 선양에 8만의 병력이 들어온 이상, 공화군에 대항하는 것은 자살행위다.
펑톈 정부가 동맹을 맺은 국민정부는 남방의 저 멀리서 장시성의 산야를 뛰어다니며 빨갱이나 잡으러 다니는 중.
머나먼 북방까지 구원군을 보내려면 한두 달의 준비기간이 필요하다.
그것도 상대가 중화합중국의 공화군이라면, 사실상 반란을 일으키는 것이나 다름없으니 사태가 심각해진다.
하여 궈쑹링은 결단을 내린 거다.
장쉐량 같은 머저리 하나 던져주고.
북쪽엔 소련군, 남쪽엔 공화군인 진퇴양난에서 벗어나기로.
“저는 오랫동안 장 씨 부자를 옆에서 보좌하며, 참으로 고통스러웠습니다. 그래도 동북을 이롭게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했던 것인데 저 남방의 반란 세력과 연을 맺고 스스로 공화정부를 부정하는 모습을 보고는 더이상 충성을 견지할 수 없었습니다···. 무쌍장군이시여! 역적에게 철퇴를!”
바닥에 머리를 쿵쿵 찧어대는 궈쑹링을 보는 장쉐량의 표정은 가관이었다.
아편을 피우다 죽어버린 사람처럼 딱딱하게 굳은 채.
겨우 입 안쪽에서 앓는 소리를 게워냈다.
“보안관···, 스승님···, 보안관···, 어찌하여···?”
나는 장쉐량에게 말했다.
“성장의 생각은 어떻소? 동북보안관의 발언이 사실이오?”
“다, 당연히 거짓이지요!”
“어디가 어떻게 거짓이오?”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새빨갛다 못해, 가증스러운 음해입니다!”
장쉐량은 벌떡 일어서더니, 궈쑹링에게 달려들었다.
어찌나 재빠른지, 단번에 상을 뛰어넘어 궈쑹링의 머리통을 향해 주먹이 날아갔다.
“비열한 놈아! 너 같은 놈을 지금껏 스승이라고 모셨다니···!”
툭! 탁! 퍽! 푹! 쾅!
별을 단 장성들의 회동 자리라고는 믿을 수 없게 거친 타격음이 울리고.
“···끄윽!”
싸움은 싱거웠다.
체구가 크지 않은 장쉐량이 로보캅 같은 몸집의 궈쑹링에게 주먹을 뻗을 때부터 예정되어 있던 결과였다.
궈쑹링은 한 손으로 장쉐량의 목을 조르며 땅바닥에 내리꽂았다.
완전히 제압당한 장쉐량은 알 수 없는 신음을 흘리며 발버둥을 쳤다.
리페이양이 다가와 귀엣말을 했다.
“···멈추게 할까요? 저러다 장쉐량을 죽이고 말 겁니다.”
“아니, 안 죽일 거야. 저 궈가놈을 봐. 전혀 흥분하지 않았어. 장쉐량이 자기가 살아날 구명줄인데, 여기서 죽여버릴 리 없지.”
내 추측대로 궈쑹링은 장쉐량의 배에 일격을 먹여주고는, 목을 조르던 손을 풀었다.
장쉐량은 침을 질질 흘리며 축 늘어졌다.
“한쪽의 의견을 들었으면, 다른 쪽 의견도 들어봐야 하는데, 당사자가 저 지경이 되었군. 말할 수 있겠소, 성장?”
“···.”
“대답이 없군.”
궈쑹링이 헐떡임도 없이 말했다.
“저는 오래전부터 이 순간을 꿈꿔왔습니다. 지금껏 장 씨 부자가 저질러온 모든 부정을 일목요연하게 적어두었지요. 멀리 갈 필요 없습니다. 바로 보여드리겠습니다.”
냉정한 손짓 한 번에 방문이 열리고 상자 더미가 들어왔다.
과하다. 과해.
장쉐량, 불쌍한 녀석.
어쩌다 이런 인간과 엮이게 된 것이냐.
“아십니까? 오늘 공화군을 막은 사람이 공자라는 사실을? 소련군을 물리치려고 왔는데 말입니다. 총사령관님을 이 자리로 모신 것은 바로 접니다. 제가 공자께 간곡히 요청드린 겁니다. 오직 무쌍장군이 펑톈을 구할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서 말입니다.”
반쯤 곤죽을 만들어 놓고서도 꼬박꼬박 공자라 호칭하는 건 또 뭔데.
이놈은 인간이 아니라 로봇이다.
궈쑹링은 상자를 열고 문서를 읽었다.
들어볼 것도 없었다.
펑톈의 일인자가 펑톈의 이인자를 담그려 하면, 내용이야 뻔하지.
온갖 사찰을 통하여 정보를 수집하였을 터.
풀숲에 변을 본 것까지 체크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리하여 펑톈을 포함한 동북3성을 국민혁명정부에 귀속시킨다는 방안에 합의. 동북3성은 연성헌법에 따라 마땅히 중화합중국에 소속됨을 망각한 처사이다.”
뻔한 얘기.
그만 일을 마무리 짓기 위해 궈쑹링을 제지하려는 찰나.
“또한 반란수괴인 장제스의 아내 쑹메이링과도 모종의 계약을 맺었다. 그 계약이란 쑹메이링의 언니 쑹아이링과 관계된 것이다. 쑹아이링의 남편은 아시아 화유공사의 대표인 쿵샹시. 중화합중국의 재산인 랴오허 유전을 사유화하여 갈취하려는 계획을 품은 것이다.”
뻔한 얘기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다. 처음 듣는 소리다.
나는 본능적으로 옌시산을 힐끗했다.
순간, 활활 타는 눈으로 궈쑹링을 노려보던 옌시산이 움찔하고 표정을 풀었다.
“옌 장군.”
“예?”
“기분 나쁜 일이라도 있소?”
“어, 없습니다.”
“무슨 잘못이라도 저질렀소?”
“아니요···.”
“그래, 잘합시다.”
이놈이나 저놈이나, 죄다 뒤에서 호박씨를 까고 있다.
아아, 진절머리가 난다.
아무래도 옌시산의 부하인 쿵샹시에게 유전을 계속 맡겨둘 수는 없겠다.
믿을 만한 사람···.
동생에게라도 부탁해야 하나.
문득 보니, 어느새 장쉐량이 허리를 세우고 앉아있다.
정신이 나간 사람 같은 멍한 표정.
피곤함을 느낀 나는 장쉐량을 닦달했다.
“성장? 본인의 혐의를 인정하시오?”
“···예.”
“인정을 한다니 일이 편해지겠군. 병사들의 안내를 받으시오. 당신은 베이징으로 압송될 거요.”
“그전에 할 말이 있습니다.”
“하시오.”
“갈 때 가더라도, 물귀신이 되어 저 개새끼를 끌어들이고 뒈지겠습니다.”
장쉐량이 지목하는 자는 궈쑹링.
“동북보안관은 어떤 혐의가 있소?”
“···저 인간의 탈을 쓴 짐승은···! 처음부터 끝까지 나를 조종하여 온갖 부정을 저지르게 만든 장본인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기에는, 여러 문서에서 성장의 독단적인 전횡을 보안관이 막으려 한 정황들이 뚜렷이 나타나 있소.”
“그, 그건···!”
“보안관이 제시한 자료에 준하는 증거를 들이밀면, 궈쑹링도 같이 압송하겠소.”
그런 게 있을 리 없다는 걸 잘 안다, 꼬마 친구.
안 되는 승부였어.
궈쑹링이 저렇게 오래 준비할 동안, 대체 너는 뭘 했니.
“내가 증겁니다! 장제스와 동맹을 맺으라는 지시도 바로 저자가 내렸단 말입니다!”
궈쑹링이 냉엄하게 말했다.
“그렇지 않습니다. 펑톈의 성장은 당신입니다. 어찌 저 따위가 감히 성장 각하께 지시를 내릴 수 있겠습니까?”
장쉐량은 정신이 폭주해버린 듯, 마구 떠들어대었으나.
갈수록 횡설수설하여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었다.
게임은 끝났다.
나는 부하를 시켜 장쉐량에게 수갑을 채웠다.
비로소 진정된 호텔 경내.
마지막 절차가 남아 있었다.
“궈 보안관.”
“예.”
“묻겠노니, 이 시간부로 국민정부와의 접점을 끊고 마음을 새로이 하여 공화정부에 충성을 맹세하겠는가?”
“맹세합니다.”
“연성헌법을 향해 무릎을 꿇어라.”
궈쑹링은 순순히 따랐다.
이로써 나는 30만에 달하는 동북3성의 군세를 가볍게 손 안에 넣었다.
문제는 궈쑹링이다.
이놈에 비하면 옌시산은 차라리 귀여워 보일 정도이니.
다른 수가 없다.
한신을 배신하는 순간.
궈쑹링이 말한 대로 무쌍장군의 철퇴를 내려주는 수밖에.
중소전쟁
모든 것이 낙후된 동북3성.
그러나 철도만큼은 단연 중국 최고 수준이다.
일본의 남만주철도와 소련의 중둥철도를 탄 공화군의 진격은 물 흐르듯 깔끔했다.
처음 도착한 곳이 헤이룽장성의 성도 하얼빈(哈尔滨).
유난히 추운 도시로 알려져 있지만, 어느덧 6월의 말미인지라 날씨는 선선했다.
나는 열차에서 내려 역을 나왔다.
광장의 중앙 부근에 발판이 하나 보였다.
빛바랜 이름이 적힌 발판이었다.
“여기가 이토 히로부미가 저격당한 곳이군.”
발판을 지켜보고 서 있으려니, 뒤에서 말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네가 서 있는 곳이 안중근이 의거를 해낸 자리다.”
돌아보니 막 병사들 틈에서 빠져나와 다가오는 바싹 마른 사내가 있었다.
그리운 얼굴이라기엔···.
머리는 까치집을 하고, 오른쪽 뺨에는 기다란 칼자국이 나 있다.
차림새도 형편없어서, 먼지투성이에 여기저기 헤진 옷을 걸쳤다.
“꼴이 왜 그래?”
“나 말이냐? 뭐가 어때서?”
나타난 사람은 김경천.
나와는 육사 동기로 전에 통일전쟁에서 함께 싸웠었다.
천하통일을 마무리한 뒤, 나는 그동안의 노고를 생각하여 김경천을 제1군 사령관으로 추천하였었으나.
김경천은 자신의 뿌리는 조선이라며 자리를 마다했다.
제1군 사령관은 옌시산이 되었다.
나와 함께 은퇴한 김경천은 다양한 전투 경험을 살려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연해주에 신흥무관학교를 세우고 우창군관학교와 결연을 맺었다.
같은 교육과정을 제공받고, 교육 교보재와 얼마간의 자금도 지원을 받았다.
“명색이 교장 선생님이잖아. 좀 그럴듯하게 하고 다니라고.”
“우리 학교 생도들은 특별해서 복장 같은 것에는 신경을 안 쓰거든. 중요한 것은 겉모습이 아니라, 사람이 품고 있는 신념이니까.”
김경천이 내 옆에 섰다.
그리곤 권총을 쥔 손 모양을 만들어 이토 히로부미의 발판을 겨누었다.
“탕!”
발사를 마친 김경천은 홀가분한 표정이었다.
“안중근 의사가 놈을 죽였던 날, 육사의 상급생들이 조선인들을 부르더군. 머리가 길다느니, 눈빛이 이상하다느니, 엉뚱한 트집을 잡더니 몽둥이로 매타작을 하더라구.”
“그런 일이 있었나.”
“구타야 숨 쉬듯 자연스러웠던 시절이지만, 그날은 특별히 초주검이 되도록 맞았었지. 그런데 그 이유가 이토 히로부미가 조선인 손에 죽어서 분풀이를 하는 거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웃음이 헤실헤실 나오더군. 상급생들이 세게 때릴 때마다, 알 수 없는 희열이 솟아나는 느낌이었다네.”
의거가 일어난 1909년 10월은 나와 김경천이 육사에 입학하기 직전이다.
홍콩에 있었던 나와 달리, 김경천은 도쿄에 있었던 모양이다.
“인간이란 그런 거야. 물리적 고통? 허기짐? 가난? 따위는 가슴 안에 품고 있는 신념 하나로 모두 이겨낼 수 있어.”
작년에 만난 김원봉도 그랬지만.
나라 잃은 한민족의 한은 어쩌면 이리도 서슬이 시퍼런지.
김경천이 다시 말했다.
“왜 날 보자고 했나?”
“잠깐 걷지.”
병사들을 뒤로하고 우리는 하얼빈의 황량한 거리를 걸었다.
“독립운동은 할 만해?”
“예전에 땅바닥에서 기던 거에 비하면, 지금은 황제교육을 하고 있지. 아주 할 만해.”
“우창에서 보내는 자금이 부족한가? 지청천에게 말해서 지원금을 올리라고 할까?”
“아니, 충분해. 내 꼴이 허름한 건 쓸데없는 곳에 돈을 쓰지 않기 때문이야.”
“그렇다면 다행이고.”
호위병들은 멀찍이 서 있었다.
그 정도 거리면 들을 사람은 김경천밖에 없다.
나는 마침내 속에 있는 이야기를 꺼내놓았다.
“이번에는 끝까지 갈 거다.”
“···무슨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