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at Chinese warlord from Joseon RAW novel - chapter 26
중국의 참전 소식에 처음에는 당황하였으나 한결 마음이 편해진 야마가타였다.
“그래. 원래부터 이렇게 될 거였어. 이로써 일본제국은 독일의 식민지를 모두 삼켜 더 성장하는 거야.”
압박감을 느끼던 심장도 순해지고.
무리 없이 편하게 잠이든 야마가타.
다음날부터 본격적인 출동 준비가 시작되었다.
본대는 일본 육군 최강인 제18사단.
증원 병력을 합쳐 총 5만여명에 이르는 대규모 병력이었다.
거기에 일본 해군 제2함대가 함께였다.
3만 7,000톤급 순양전함 두 기에 2만 1,000톤급 드레드노트 전함이 포함된 전력.
육해군을 합쳐 단숨에 초전박살 내겠다는 의지의 표명이었다.
그러나 정오쯤 들려온 소식.
야마가타의 좋았던 기분은 오래가지 않았다.
“지나군이 산둥성에 돌입했다라···. 생각보다도 훨씬 빠르군. 선발대를 따로 구성했다냐?”
“아, 아닙니다. 본대라고 합니다.”
“병력은 얼마나 되는데?”
“정확한 수는 알 수 없지만, 이번에 새로 편성한 참전군이라고 하며 2만여 명 규모를 넘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여기 편제표가 있습니다.”
무심코 받아든 야마가타는 묘한 느낌을 받았다.
이상하게 뒤통수가 서늘하였다.
“뭐야, 이건. 참전군의 군단장이라는 자. 이놈, 이름이 뭔가 익숙한데···.”
“···.”
“한신이라는 이름, 어디서 들어봤단 말야. 너, 아냐?”
“예?”
“지나 참전군의 군단장 말이야. 뭐 하는 놈인지 아냐?”
“예.”
“뭐 하는 놈인데?”
전령은 땀을 삐질삐질 흘리더니 기어가는 목소리로 답했다.
“본국의 육사를 졸업한 자입니다. 졸업 이후 바로 중국으로 건너가 혁명에 참여해서 크게 출세한 모양입니다.”
빠각.
또다시 심장이 크게 내려앉았다.
한신. 기억이 난다.
육군대학에서 개발한 도상연습 교보재가 있었지.
그걸 가지고 육군사관학교에 모의전투를 시행하러 갔었는데···.
그놈이 다 망쳤다.
역겹고 야비한 수를 써서.
“정말 그놈이라고? 그 좆같이 게임하던 새끼?”
빠가야로!
육사에 지나인을 받는 것은 적에게 일본제국의 전투기술을 파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고 그토록 말했었는데!
“준비된 부대부터 당장 출항해! 이건 시간 싸움이다! 그 자식보다 칭다오에 먼저 발을 디뎌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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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다오 공략전
1914년 9월 7일.
참전군은 산둥성 서쪽 도시 지난(濟南)에 도착하였다.
지난역에서 출발하는 자오지철도(膠濟鐵道)는 칭다오까지 다이렉트로 연결되어 있다.
마음만 먹으면 당장이라도 칭다오 시내에 진입할 길이 열린 것.
하지만 서두르는 것은 능사가 아니다.
부대 상황을 살피러 갔던 부관이 돌아왔다.
참전군에도 굳건하게 곁을 지켜주는 리페이양이었다.
“병사들 기동은 어떠냐?”
“최고입니다. 낙오대도 없을뿐더러, 당장 칭다오에 오색기를 꽂자며 난리입니다.”
군관학교를 막 졸업한 젊은 지휘관들의 열정에 더불어.
신생 부대의 일원으로 전장에 나선 병사들 또한 사기가 절정이었다.
아편전쟁 이후 중국의 역사는 수탈로 점철되어 있었다.
특히 산둥반도를 둘러싼 독일 제국의 강압 통치는 악명이 자자했다.
키아우초우의 중국 주민들은 모든 무기를 압수당하고 일체의 집회와 놀이, 행사를 금지당했으며.
칭다오의 시가지를 유럽식으로 꾸미는 공사에 투입되어 노역을 해야 했다. 매질은 일상이었다.
의화단 운동의 큰 원인 중 하나가 키아우초우 독일군의 만행이었으니 중국 민중의 반발심은 상당한 수준이었다.
그리고 참전군은 바로 그 부당하게 빼앗긴 칭다오를 해방하기 위하여 행군 중이니.
병사들의 기세가 드높은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숙영지를 꾸려라.”
“더 진격하지 않습니까? 부대의 여력은 충분합니다.”
“지난을 지휘통제부로 둘 거다. 정찰대를 준비해.”
“···예.”
칭다오 공략전에 변수가 생겼다.
일본군의 선전포고.
예상보다도 훨씬 빠르다. 매우 급박하게 이루어졌다.
마치 늦게 오면 주워 먹을 콩고물이라도 사라질 것처럼 서두르는 모양새.
적의 다급함을 이용할 방법이 있을텐데.
나는 작전 계획을 새로 짜기로 마음먹었다.
지난에 머물며 정찰대가 정보를 가지고 오기를 기다렸다.
그동안 북쪽에서 새로운 부대가 도착하였다
일전에 영국 공사가 말했던 톈진의 수비대.
협정에 따라 이번 칭다오 공략을 함께할 영국군이었다.
수는 1,500명가량.
“사우스웨일스 대대를 이끄는, 소장 바너디스턴이오. 여기 통역!”
“참전군을 맡은 한신이오.”
“오? 영어를 하시는군. 잠깐만, 무척 젊어 보이는데. 귀하가 대장이오?”
“그렇소.”
빼빼 마른 영국인이 콧수염 위로 내 기색을 살폈다.
영국군의 합류는 전투를 돕는 것과는 또 다른 의미가 숨겨져 있다.
이미 일본군이 출병한 지금, 돌아가는 전황을 살펴 영국 정부에 보고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그걸 알아야지.
영국이 참전군을 탐색할 때, 참전군 역시 영국을 탐색할 수 있다는 것을.
“바너디스턴 소장. 뭐하나 묻겠소.”
“말하시오.”
“귀국의 동맹인 일본이 멋대로 중국의 강역을 침범해오고 있소. 분명 이번 공략전은 중국과 영국의 합동 작전이었소만. 이게 어찌 된 일이오?”
바너디스턴은 아무렇지 않은 듯 호탕하게 웃었다.
“하하! 나는 군인일 뿐이오. 단지 장군을 도와 칭다오를 공략하라는 명령을 들었을 뿐. 그 이상은 내 판단 밖의 일이오.”
“허면 일본군은 우리의 동맹군이오?”
“동맹군?”
“이 문제가 선결되기 전에는 공략이 어렵소.”
바너디스턴이 머리를 긁적였다.
“물론···, 동맹이긴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상부에서 특별한 지시가 내려온 것은 아직 없소.”
그 말은 곧 일본의 대독전 참전이 영국으로서도 뜻밖이었다는 것.
내게는 호재다. 확실히 영국은 전쟁이 태평양 일대로 확전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일본군과 영국군 간에는 커넥션이 없다.
어떻게 요리하든 내 마음대로인 것이다.
정찰대의 보고는 예상한 그대로였다.
키아우초우의 독일군 병력은 수비를 위해 칭다오로 집결하고 있었다.
칭다오에는 10여개 포대와 200여문의 대포가 구축된 요새가 있다.
병력 수만 믿고 함부로 공략에 나섰다가는 피해가 클 것이다.
나는 새로 짠 작전을 하달했다.
“지금부터 안정화 작전에 들어간다.”
“칭다오로 가지 않습니까?”
“그래. 키아우초우의 주민 보호와 안전 확보가 우선이다.”
자오지철도를 타고 곧바로 칭다오로 향하는 대신.
지나치는 도시마다 수색에 나섰다.
“독일군의 압제에서 우리 주민을 구출한다. 최대한 수색 범위를 넓히되, 독일군과 조우하면 전투 대신 상황을 지켜보라.”
“적이 공격해오면 어떡합니까?”
“그때는 주민을 지키며 전투를 피해라.”
“싸우지않습니까?”
“그래.”
며칠 간의 수색 작전.
몇몇 곳에서 독일군의 출현을 보고하였으나 내 지시대로 전투에 돌입한 부대는 없었다.
참전군은 산둥성 중남부의 주요 도시를 완벽히 장악하였다.
이번에는.
“룽커우(龍口)로 향한다.”
“룽커우라면···. 산둥성 북안의 해안도시 말씀인지요.”
“그래.”
리페이양이 조심스레 물어왔다.
“오히려 칭다오에서 멀어질 텐데 혹시 작전의 목적을 알 수 있겠습니까···?”
평소 군말 없이 따르던 리페이양인데.
워낙 답답했던 모양.
“작전의 목적은 병력을 집결시키는 거다.”
“집결이라기에는 병력을 분산배치하고 계십니다만.”
“참전군을 말한 게 아니다.”
“그렇다면···?”
“독일군이다.”
내가 처음부터 노리는 것은 이것이었다.
키아우초우의 독일군을 한 사람도 빠짐없이 요새에 몰아넣는 것.
독일군이 최후 방어선을 형성하고 결사 항전을 펼치도록 유도하는 것.
“그렇게 되면 독일군의 방어 태세가 더 완강해질 텐데요.”
“그게 목적이야. 우리 대신 그 방어 태세를 깨줄 친구들이 있거든.”
나는 처음부터 칭다오 대신 다른 곳을 보고 있었다.
***
일본군 제18사단을 지휘하는 가미오 미쓰오미 중장은 지독한 압박감을 받고 있었다.
출동 준비부터 출항까지 말도 안 되는 졸속이다.
하지만 군인이 어쩌겠나. 까라면 깔 수밖에.
출병을 앞두고는 육군 원수 야마가타 아리토모에게 호출까지 당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지나군보다 칭다오를 먼저 함락시켜야 한다. 알겠냐?”
“···최대한 노력은 하겠지만, 이미 중국군이 산둥성의 서남부에 도착하였다고 압니다. 영국군도 합세하였으니 그들이 연합작전을 벌이면 우리 군이 칭다오에 도착하기도 전에 공략전이 끝날 수도 있습니다.”
야마가타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너는 기회를 얻을 거다. 이번에 지나 군의 지휘관은 경험이 일천한 신출내기야. 벌써 전투를 겁내고 있다는 것이 벌써 지나 군의 이동 경로에 다 나타나고 있다.”
“그렇습니까?”
“경험 있는 지휘관이었다면 이번 칭다오 공략전에서 속도의 중요성을 모를 리 없지. 헌데 감히 공성에 나설 생각은 못 하고 주변만 빙빙 돈다? 잔뜩 겁을 먹은 거다. 나는 놈을 알아.”
“어떻게 아십니까?”
가미오의 의문에 야마가타가 찔끔한 표정이 되었다.
이내 체념한 듯 털어놓았다.
“젠장, 뭘 숨기겠냐. 지나 군의 대장 한신은 일본제국의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실제로 나는 그놈의 모의 전투를 참관한 적도 있으니, 성향을 추측하는 내 말은 신뢰가 있어.”
“모의 전투? 도상연습이었습니까?”
“그래. 일러전쟁 당시 뤼순공방전을 복기했었지.”
“그런 일이 있었군요. 결과는 어땠는지요.”
가미오가 물었으나 야마가타는 대답 대신 다른 얘기를 꺼냈다.
“뤼순 공방전 당시 나는 대본영에 있었다. 개전 초기부터 대공세를 펴서 적의 고지를 빼앗으라 주문했지만, 만주군 사령부는 망설였지. 전투는 장기화되었고 일본군의 희생 또한 커졌어.”
여기서 갑자기 뤼순의 전훈을?
가미오는 의아하였으나 잠자코 들었다.
“모의 전투의 결과를 물었냐? 당시 내가 조언한 대로 일본군의 대규모 공세로 전투는 빠르게 마무리되었지. 그놈이 야비한 수작질만 하지 않았으면 쉽게 이기는 그림이었어.”
“그놈이라면, 한신 말입니까?”
“그래.”
“어떤 수작질이었습니까?”
문득 야마가타가 역정을 냈다.
“몰라! 그까짓 건! 하여간 규칙의 허점을 이용한, 실제 전투에서는 아무 효용이 없는 그런 수를 썼었다. 중요한 건 이번 칭다오 공략전 또한 뤼순과 마찬가지라는 거야. 초단기 결전으로 끝내야 한다. 대규모 보병돌격으로 단번에 칭다오를 함락시키는 거야. 내 말을 명심해라.”
가미오는 어딘가 찝찝하였으나 육군의 원로 앞에서 그저 알겠노라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출동은 시작부터 꼬였다.
“상륙할 곳이 마땅찮다고?”
“예.”
“룽커우는? 본래 그곳을 상륙 지점으로 계획했던 것 아닌가?”
“중국군이 점거하고 있답니다.”
가미오는 절로 한숨이 나왔다.
이번 출병에는 까다로운 것이 한둘이 아니었다.
특히 중국군과의 관계가 껄끄러웠다.
일본의 참전 명분은 독일군을 무찌르고 조차지를 점령하여 절차에 따라 중국에 환수하겠다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마땅히 중국군과 협력하는 것이 이치에 맞았으나.
‘명분은 명분일 뿐. 실제로는 중국에 환수할 생각이 없다는 게 문제지.’
산둥반도는 일본의 대륙진출을 위한 요지.
영국의 중립 요구까지 무시한 채 무리한 출병을 감행했다.
중국군과 연합작전을 펼치고 있는 영국군의 존재 역시 거북하니 지도부에서는 최대한 중국군과 마주치지 않고 칭다오를 공략하라 지령이 내려온 상태였다.
“함대는 뭘 하나? 먼저 칭다오를 포격하면 되지 않는가?”
“주변 해역에 기뢰가 많아 접근이 어렵답니다.”
“적당한 상륙지점을 찾아봐! 한시가 급하다고!”
9월 18일. 다행히 배를 댈만한 곳을 찾았다.
제18사단은 라오산만(崂山灣)에 상륙했다.
칭다오와는 동쪽으로 40킬로미터 떨어진 거리였다.
가미오는 상륙하자마자 칭다오로 진격하는 한편, 정찰대를 보냈다.
그들이 가져온 소식은 야마가타의 조언에 꼭 들어맞는 것이었다.
“지금까지도 칭다오에 공격 한번 안 했다고?”
“예.”
“한신이란 놈. 정말 겁쟁이란 말이냐. 아니면 이번 공략전의 성격을 단단히 오해하고 있던가···.”
야마가타가 말했었지.
기회는 있을 거라고. 정말 기회가 생겼다.
이대로 칭다오에 도착만 하면 압도적인 병력 차로 찍어누를 수 있다.
“그럼 중국군은 대체 뭘 하고 있는 건가.”
“산둥반도에 전체에 병력을 넓게 펴며 안정화 작전을 펼친답니다.”
“흐흐. 그 말을 들으니 알겠군. 확실히 겁이 나는 모양이야. 하늘이 우리 군을 돕는 구나. 자, 가자! 황군의 돌격 정신을 보여주자!”
9월 19일.
가미오의 제18사단은 칭다오 코앞까지 도착했다.
시가지에는 중국군이 주둔하고 있었으므로 들어갈 수 없었다.
칭다오 요새 바로 앞에 참호를 파고 진지를 꾸렸다.
육안으로 시내의 중국군이 보였다.
묘한 동거였다.
9월 22일.
가미오는 지휘관들을 불러 모았다.
“오늘 밤, 야습을 결행한다. 최우선 목표는 독일군 방어선의 핵심인 몰트게 포대와 비스마르크 포대다.”
군사 전략상 정석은 포격 후 보병돌격이지만.
문제는 아직 공성포병부대가 도착하려면 시일이 필요하다는 것.
괜찮다. 적의 병력은 미약하니.
고요한 밤.
칭다오 요새에 우레와 같은 함성이 울려 퍼졌다.
보병 제23여단의 반자이 돌격!
“천황 폐하 만세!”
“대일본 제국 만세!”
칠흑같이 어두운 칭다오 요새에 총성이 울렸다.
밤이 본격적으로 불을 토해내기 시작하였다.
***
첫 총성이 터진 날.
나는 밤을 꼴딱 새웠다.
이후에도 일본군은 3일 밤낮을 꼬박 공격을 감행했다.
병력의 우위를 과시하며 독일군을 지치게 만들겠다는 전략일까.
하지만 칭다오 요새는 함락되지 않았다.
10여개의 포대 중에 상실한 것은 고작 2개뿐.
멀지 않은 칭다오의 시내에서 전황을 지켜보는 나는 그저 또 한 번 기관총의 신에게 감사를 드릴 뿐이었다.
그렇지. 쉽게 뚫릴 리가 없지.
게다가 지금껏 전투다운 전투는 한 번도 한적 없이 평화로이 퇴각한 독일군이다. 전력은 그대로 보전되어 있다.
오히려 쥐구멍에 쥐를 몰아넣은 꼴이니 함부로 건드렸다가는 깨물림 당하는 것이 당연.
“리페이양.”
“예.”
“전갈을 보내라. 모든 부대를 칭다오에 집결시키도록.”
“그렇다면 드디어···?”
“그래. 칭다오 공략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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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다오 공략전2
칭다오 시내의 영중 연합군 진지.
대영제국의 나타니엘 바너디스턴 소장은 가볍게 심호흡했다.
이번 임무는 결코 가볍지 않다.
자신을 칭다오 공략전에 파견하며 상부에서 내린 지시는 정치적 고려를 동반한 은밀한 것이었다.
애당초 영일동맹의 목표는 그레이트 게임의 일환으로 극동에서 러시아의 남하를 견제하기 위한 것.
일본은 러일전쟁의 승전으로 그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해 냈고.
이후 영국과 러시아가 협정을 맺으며 19세기를 관통하던 그레이트 게임은 막을 내렸다.
하지만 양극 체제의 종말은 결코 평화가 아니었다.
새로이 부흥하는 신흥열강들이 우후죽순 솟아나며 세계는 다극 체제로 이행하고 있었다.
그에 따라 균형의 수호자를 자처하는 영국은 바빠질 수밖에 없었다.
열강들의 박투가 벌어지는 유럽을 벗어나, 시야를 전 세계로 넓힌다면 드넓은 태평양의 이권이 눈에 띈다.
견제되는 국가는 2개였다.
서부 개척을 완료하고 기름진 땅에서 본격적으로 물량을 찍어내기 시작한 미합중국.
그리고 메이지유신을 통해 성공적인 근대화를 이룩하여 아시아의 맹주로 떠오른 일본제국이 그 둘이었다.
재밌게도 서로를 신경 쓰는 것은 영국뿐이 아니라서.
미국은 영일동맹을 바탕으로 두 국가가 힘을 합쳐 태평양과 대서양에서 양면 전쟁이 이루어지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었다.
이번 유럽의 전쟁과 관련하여 미국이 태평양의 중립화를 강하게 요청한 것도 그러한 이유였다.
하지만 바너디스턴이 볼 때 미국의 걱정은 기우였다.
오히려 영국 정부는 일본에서 대두하는 아시아주의를 주시하고 있었으니.
극동의 떠오르는 태양을 자처하는 일본이 군국주의로 나아가지 않을까 의심하고 있었다.
어디까지나 세계의 바다를 지배하는 유일한 패권국은 대영제국이 되어야 한다.
아시아에서 다극 체제의 새로운 한 축이 탄생하는 것은 결코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의 바람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중국군의 기민한 참전은 영국 정부로서는 길에서 주운 꽁돈 같은 것이었다.
애초에 그럴 역량이 있다고 전혀 고려치 않은 방안.
하지만 일본의 도움 없이 독일의 식민지를 공격할 수 있다는 사실은 꽤나 매력적이었으며.
내륙의 군대를 움직이는 덕에 태평양과 인도양 일대의 중립 또한 유지할 수 있다는 사실은 덤이었다.
동시에 민족의 이권 회수를 돕는 자유주의 진영의 선전효과도 기대할 수 있었다.
칭다오 공략에 성공한다면 좋겠지만, 압박에 들어가 독일군 사기만 저하시켜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는데.
중국군의 기동은 생각 외로 기민했다.
바너디스턴은 자신이 성급하게 판단했다는 것을 인정해야 했다.
영중 연합부대에 합류하여 마주친 중국군.
첫인상은 그저 어중이떠중이들을 모아 만든 오합지졸이었다.
참전군이 한 달 만에 급조된 군대라는 사정을 듣고는 실소까지 나왔다.
그저 아무나 납치해서 군복 입히고 총만 쥐여주면 군대가 되는 줄 아는 건가?
중국이 이만한 땅덩어리와 인구수를 가지고도 빌빌거리는 이유가 있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작전을 함께하며 생각은 점점 바뀌었다.
편성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고는 생각할 수 없게 군기가 잘 잡힌 군대였다.
산둥성 각지에서 수색 작전을 벌이며 조금은 어수선했던 지휘체계도 점점 안정되어 갔다.
이들은 실전에서 훈련의 경험치를 쌓으며 성장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군단장 한신.
그와 그를 따르는 젊은 지휘관들은 바너디스턴에게 강렬한 각인으로 다가왔다.
바너디스턴도 동석한 회의에서 작전계획이 수립되는 과정은 아주 기이했다.
배석한 모든 이에게 최소한의 발언을 요구하는 완전히 민주적인 절차.
그러나 회의는 언제나 한신의 독자적인 판단에 참모진들이 만장일치를 표하는 것으로 끝난다.
한신을 바라보는 젊은 장교들의 눈빛은 흠모와 신뢰로 가득 차 있었다. 절대적인 충심으로 반짝반짝 빛이 났다.
무슨 수를 썼길래 고작 20대 중반의 나이에 그와 같은 시선을 받을 수 있는지 바너디스턴은 알 수 없었다.
“소장. 들었소?”
“어? 뭐라 했소.”
“영국군은 좌익을 맡아주시오.”
한신이 고개를 빳빳이 쳐들고 말하고 있었다.
바너디스턴은 문득 이자에게서 느껴지는 위화감의 정체를 깨달았다.
톈진에 와서 마주한 중국인들의 눈빛에는 강대국의 군인에 대한 질시가 가득했다.
동시에 바너디스턴은 그 너머에 있는 서구에 대한 동경의 시선을 읽어낼 수 있었다.
수십 년에 걸친 뿌리 깊은 열등감과 패배 의식이 중국인들의 눈빛에는 녹아 있었다.
‘하지만 이자는 달라.’
단순히 질시와 동경이 없는 것을 떠나 묘하게 여유로운 태도 때문에 언뜻 보면 오만해 보이기까지 한다.
그러나 또 일 처리는 공명정대하기 그지없으니 태클 걸만한 거리도 없다.
“잠이 덜 깼소? 홍차라도 드립니까?”
“아, 아니. 괜찮소이다. 알겠소. 영국군이 좌익을 맡겠소.”
“부탁드립니다.”
고개만 까딱하고는 곧바로 몸을 돌려 다음 지시를 하달하는 한신.
자칫 예의에 어긋날 수 있는 행동임에도 썩 기분이 나쁘지 않은 것은 그의 태도가 여유롭고 자연스러운 것에 더불어 모든 이에게 평등하게 대했기 때문이었다.
대영제국의 장군이든 포병대의 연락장교든, 혹은 일반 사병이라 해도 한신은 똑같이 오만방자하며 정중했다.
“나가기 전에 모두 작전계획서 한 번 더 확인해라. 자기 목숨은 자기가 챙겨라. 이상, 건투를.”
중국군이 지난 몇 주간 이번 공세를 위해 포석을 쌓는 것을 바로 옆에서 지켜본 바너디스턴이었다.
머릿속에서는 상부에 올릴 보고서의 문장을 떠올리고 있었다.
– 중국군의 역량은 기대 이상. 극동에서 충분히 일본을 억제할 수 있음.
***
– 게르만은 결코 황인들에게 무릎 꿇지 않는다. 차라리 베를린이 러시아인들에게 짓밟힐지언정, 마지막 한 사람의 숨이 끊어질 때까지 결사 항전 하라. 우리의 아버지 조국을 위해!
칭다오 총독, 알프레드 마이어 발데크 대령은 카이저의 전문을 꼬깃꼬깃 접어 다시 품에 넣었다.
마음이 흔들릴 때마다 꺼내 읽기를 벌써 100번은 옛 저녁에 넘은 것 같다.
개전 초기에는 한껏 의지를 불태웠다.
카이저 폐하의 말씀대로 명예롭게 항전하리라!
서부전선에서 연일 들려오는 승전 소식은 혹시 하는 기대감을 증폭시켜주었다.
유럽의 전쟁이 일찍 끝난다면 머나먼 타국에 고립되어있는 자신들에게도 살길이 열리지 않을까 하는 기대였다.
영국과 중국 연합군이 공격해오지 않고 시간을 끌수록 바람은 커져만 갔다.
아주 만일이라면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9월 이후 독일군의 진격은 멈췄고.
전쟁은 장기화되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 소슬한 밤.
그는 깨달았다.
우리는 이길 수 없다. 패배할 거다.
그럼에도 참을 수 없이 엿 같은 건 저 노란 원숭이들.
벌써 일주일째 지치지도 않고 돌격에 돌격만을 거듭해 오는 원숭이 떼를 생각하면 절로 욕지기가 솟아오른다.
고작 포대 몇 개 차지하자고 수천에 가까운 병력이 일제 돌격을 감행해온다.
황인종들은 목숨이 여러 개라도 되는 건가?
진짜 미친 새끼들 아니냐고.
슬슬 한계였다.
포탄은 바닥나고 병사들은 수면 부족으로 꿈속에서 총을 갈기는 수준이다.
후. 지친다.
하늘은 전장의 화염과는 동떨어지도록 푸른데.
뤼데스하임 포도밭의 싱그러운 내음이 그립다.
“적습입니다!”
이젠 무리야. 이게 마지막인가.
발데크는 지친 몸을 일으켰다.
원숭이 놈들 칼에 찔려 죽다니, 어디 가서 자랑은 못 하겠군.
“가자.”
“그쪽 방면이 아닙니다.”
“뭐?”
“칭다오 시내 쪽에서···, 영중연합군이 공격해옵니다.”
***
펑! 펑! 펑!
75mm 야포가 불을 뿜었다.
칭다오 요새가 자욱한 연기에 휩싸였다.
나는 독일제 쌍안경으로 요새를 살폈다.
개전 한 달째.
그동안은 일이 잘 풀렸다.
일본군은 예상보다도 훨씬 급했다.
뤼순공방전에서 착검돌격으로 큰 피해를 보았으면서.
아무것도 깨닫지 못한 건가?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있다.
요새 바로 밑에 집결한 참전군의 포격.
그 뒤에는 보병대가 숨죽이고 돌격을 준비하고 있다.
지금껏 참호에 숨어서 서쪽 오랑캐와 동쪽 오랑캐의 싸움을 잘도 구경해왔으나.
나는 전쟁의 종막을 잘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