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at Chinese warlord from Joseon RAW novel - chapter 265
따지자면 쑨촨팡은 지금, 자기 자신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는 거라고.
사관 유학 6기의 쑨촨팡은 자오헝티, 옌시산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한껏 기대를 받았던 인물이지만.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큰 도둑놈으로 전락해있다.
해외에서 아편을 들여와 밀매를 하고, 인민의 세금을 훔쳐 자기 사병을 키우는 데만 몰두해 왔으니, 똥 덩어리라는 말이 이보다 더 적절할 수는 없다.
“내가 오늘 푸저우를 찾은 것은, 제군들에게 반면교사를 보여주려는 것이다. 자, 데려와라!”
쑨촨팡의 명령에 따라, 안대가 씌워지고 재갈이 물린 사내 몇 명이 질질 끌려 나왔다.
얼굴이 부분적으로 가려졌지만, 맨 뒤에 있는 자를 린뱌오는 곧바로 알아보았다.
차이팅카이.
중화합중국 제6군의 장군이자, 린뱌오가 푸저우 군관학교에 잠입할 수 있도록 도와준 조력자.
군 내부에서 혁명을 준비하고 있었을 텐데, 그가 왜 저기에?
“이 자들은 중국의 근본을 비틀려는 공산주의자다! 이들은 똥 덩어리보다 더 고약하다! 전염병을 옮기는 세균덩어리인 것이다! 한때는 푸저우 군관학교에서 청운의 꿈을 키우기도 하였지만, 이 꼴을 봐라! 공산주의라는 병에 걸리면, 이렇게 썩어버리는 거다!”
하아, 들켰구나.
어차피 차이팅카이가 지휘하는 부대는 사기가 저하되어 있어 전력에 크게 도움이 안 되었다.
그러나 혁명을 시작하기도 전에 초를 치게 생겼으니, 린뱌오는 앞이 캄캄하였다.
“성적 우수생들은 앞으로 나와라.”
쑨촨팡은 뭔가 계획한 것이 있는 모양이었다.
성적 우수생에게 장학금을 전달하려는 것은 아닐 테고···.
“지금부터 너희들에게 장학금을 주겠다.”
쑨촨팡의 말에 불려 나온 다섯 생도들은 눈이 커졌다.
“현금 따위보다 훨씬 더 값진 경험을 너희들에게 선사해주겠다.”
생도들의 눈이 다시 작아졌다.
그럼 그렇지, 무슨 성적장학금인가.
“각자 총을 잡아라.”
호기심을 가지고 지켜보던 린뱌오는 쑨촨팡이 뭘 하려는지 깨달았다.
“중국의 암 덩어리들을 너희들 손으로 처단할 기회다. 준비된 사수부터 앞으로 나서라.”
쑨촨팡은 아직 임관도 받지 않은 생도들에게 처형을 강요하고 있었다.
사이코인가? 어째서 이런 미친 짓을?
굳이 짐작하자면, 앞으로 장래가 유망한 생도들에게 공산주의자를 처형하게 시킴으로써 적대 구도를 만들겠다는 것일까?
공산주의자를 사살한 사람을 공산주의자로 받아들이지는 않을 거라는 논리···.
하지만 턱도 없는 것이, 차이팅카이는 공산당원이 아니다.
그가 혁명에 동참한 것은, 사회주의라는 대의를 위해서라기보다 개인적 야욕에 의해서였다.
그런 자쯤 죽이든 말든, 공산당은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뭘 망설이나? 그러고도 너희들이 우수 생도인가?”
사람을 쏘아죽이라고 재촉하는 순간에도 쑨촨팡의 얼굴은 참으로 고아하고 기품이 있어 보였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장학금을 수여하는 중이라고 오해할 수도 있을 정도였다.
“총 쏘는 법을 안 배웠나?”
“배, 배웠습니다.”
“그런데 어째서 견착도 못 하고 있는 것이지?”
“사형집행인이 따로 있는 것으로 압니다. 어째서 저희에게 집행을···?”
“흠, 뭘 모르는구나. 이건 사형집행이 아니다. 우리는 공산주의자와 전쟁을 하고 있어. 초공이라고, 들어는 봤을 테지.”
쑨촨팡은 부하를 시켜 생도들을 강제로 앞에 세웠다.
멀리서 보기에도 덜덜 떠는 모습들이 안쓰러웠으나, 사격 자세는 정석이었다.
“신호하면 한꺼번에 쏘는 거다. 죄책감을 가질 필요 없어. 너희들은 선을 행하는 거다.”
마침내.
탕탕탕!
묶여있던 사내가 풀싹 거꾸러졌다.
“멈추지 말고, 다음!”
탕탕탕!
처음이 어려웠지, 일단 쏘기 시작하자 생도들은 얼른 끝내려는 듯 마구 총알을 난사했다.
죄인들의 수가 점점 줄어들었다.
“잘하고 있다! 역시 너희들은 중국을 이끌 인재다! 계속 쏴라!”
쑨촨팡이 호령하던 그때.
“읍읍!”
어찌된 영문인지, 마지막 남은 한 사람이 재갈에 틈을 만들어 소리를 쳤다.
차이팅카이였다.
“고발할 것이 있소! 사회주의 혁명을 획책한 사람은 내가 아니오! 날 살려주면 일체의 계획을 고백하겠소! 공산당에서 푸젠에 사람을 잠입시켰소 그자의 이름은···!”
탕!
정적 속에 한 발의 총성이 울려 퍼졌다.
쑨촨팡은 홀로 총을 발사한 생도를 물끄러미 보고 있다가 말했다.
“왜 쏘았지?”
“쏘라고 하셨던 것 아닙니까?”
“···저자가 무언가 말을 하고 있었는데.”
“더 들으면 더러운 전염병이 옮을 것 같아, 바로 쏴버렸습니다.”
쑨촨팡은 한동안 더 묵묵히 보다가 결국은 호탕하게 웃었다.
“으하하! 그래, 빨갱이들의 언사 따위 들어봐야 귀만 더럽힐 뿐이지. 잘했다. 네가 전교 일등이다!”
쑨촨팡의 치하를 받은 생도는 자리로 돌아가며 린뱌오에게 살짝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 생도는 린뱌오가 교화에 성공한 열 명 중 한 사람.
그의 순간적인 재치가 아니었다면, 배신한 차이팅카이에 의해 혁명계획의 전말이 들통났을 수도 있었다.
쑨촨팡이 돌아간 날 저녁.
기숙사에는 흉흉한 공기가 감돌았다.
쑨촨팡은 공산주의자들을 확실한 적으로 돌리려는 의도였을지 몰라도.
수 주간의 은밀한 작업을 통해 린뱌오는 이미, 생도들에게 사회주의의 기본정신을 얼마간 학습시킨 뒤였다.
이제 와서 억지로 공산주의자를 적으로 규정해봐야, 반발심만 불러일으킬 따름이었다.
린뱌오는 때가 왔음을 알았다.
조용히 교관의 숙소에 믿을 수 있는 생도들을 불렀다.
“오늘, 하자.”
혁명은 우발적인 사건으로 시작된다.
신해혁명도 그랬다.
“낮에 쑨촨팡에게 아부하던 교장을 잡아 와라. 그 돼지의 금고를 열어,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어라. 생도들을 모아 참으로 살기 좋은 세상이 무엇인지 일깨워라. 학교를 장악한 다음에는, 인근 주민들의 지지를 얻도록 꾀하는 것이 중요하다. 명심해라. 이것은 인민전쟁이다.”
인민전쟁2
일이 터졌을 때.
쑨촨팡은 네덜란드 상인에게서 구입한 페리에 올라 만찬을 즐기고 있었다.
번거롭게 해상 위 식사를 고집한 이유는 동중국해의 운치를 즐기기 위함도 있었지만, 보는 눈을 의식한 것이었다.
실업과 기근으로 생존을 위협받는 민중들 앞에서 양주로 찜을 한 도미 따위를 먹다가는 욕 먹는 것을 넘어 귀찮은 일이 생길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뜨끈하게 데워진 도미찜을 다 해치우자 후식이 나왔다.
크랜베리 소스를 끼얹은 케이크와 바닐라 아이스크림이었다.
근래 들어 이빨이 좋지 않았던 쑨촨팡은 아이스크림은 무르고 케이크의 생크림만 맛보았다.
그럼에도 이가 아파 가만히 인상을 찌푸리고 있는데.
조타실에서 부하가 뛰쳐나와 외쳤다.
“장군! 반란이 터졌답니다!”
쑨촨팡의 세력이 미치는 범위는 푸젠, 장시, 저장의 3개 성에 이른다.
주제 파악 못하고 혁명을 획책하는 버러지들이라면 발에 챌 만큼 많다.
얼마 전에도 겁대가리 없이 설치던 군 내부 빨갱이들을 처형하지 않았던가.
“알아서 처리하라 해. 지금 귀빈들 모시고 만찬 중인 거 안 보이나?”
“하, 하지만···.”
“하지만 뭐?”
“반란이 일어난 곳이 푸저우군관학교입니다···!”
“엥?”
그럴 리가.
그토록 잘 대해주었건만, 이리 뒤통수를 치다니?
“그게 무슨 얘기냐. 반란군이 학교에 들어갔다는 거냐?”
“정반대입니다. 학교에서 반란군이 쏟아져나오고 있습니다!”
쑨촨팡은 굳은 얼굴로 부하의 보고를 들었다.
군관학교를 중심으로 세력을 확장하고 있는 반란군이 벌써 푸저우시의 상당 지역을 장악한 모양이었다.
페리를 육지로 돌리도록 명한 쑨촨팡은, 의자에 철퍼덕 주저앉았다.
마지막으로 먹은 케이크가 얹힌 것처럼 더부룩했다.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만찬을 함께 즐기던 자가 일본어로 물었다.
그는 일본제국의 재벌인 미쓰이 그룹의 인물.
아편 매매를 하며 알게 된 자였다.
만주에서 양위팅을 통해 공급받아오던 아편길이 얼마전에 누구때문에 막혀버렸다.
새로운 공급로를 찾아야 했다.
일본의 미쓰이물산은 터키와 이란 일대에서 들여온 아편을 싼값에 공급하겠다고 제안해 왔고.
쑨촨팡은 옳다구나 받아들였다.
갑작스러운 반란 소식으로 정신이 없던 쑨촨팡이었지만.
손님 접대를 소홀히 할 수는 없기에 방금 일어난 일을 설명해주었다.
“그렇습니까? 큰일이 아니었으면 좋겠군요.”
그렇게 말한 일본인은 언뜻 웃음을 참으려는 듯 입가를 움찔거렸다.
쑨촨팡은 기분이 좋지 않았으나, 자신에게 닥친 일을 먼저 처리해야 했다.
뭍으로 올라오자마자, 곧장 푸저우 수비대를 찾았다.
병영안은 난리통이었다.
벌써 상당수의 병사가 탈주하여 반란군에 합류하고 있었다.
“이게 대체 무슨 소란이냐? 어디서 군벌이 쳐들어오기라도 한 거야?”
“아닙니다···.”
“그럼 대관절 반란군이 땅에서 솟았단 말이냐?”
“그들은 공산당과의 연계를 천명하고 있습니다. 소비에트 정부를 수립하겠답니다.”
“또 빨갱이야?”
처분이 부족했음이 틀림없다.
푸젠군 내부에서 움직이는 적화 세력의 조짐을 발견하고, 뿌리를 뽑기 위해 직접 푸저우군관학교까지 가 그 쇼를 벌였는데.
기어이 일이 터지고 말았다.
“시찰을 하러 갔을 때, 생도란 놈들의 눈동자를 보니 썩은 동태눈깔이더라고. 정신이 썩어빠져서 장교로 임관한다 해도 제 몫을 해낼 수나 있을까 의심스러웠는데···. 씨발, 그럼 그렇지.”
투덜대면서도 쑨촨팡은 곧바로 작전회의를 소집했다.
반란군이 시시각각 불어나는 것은 별로 두려운 일이 아니다.
쉽게 모인 군대는 그만큼 쉽게 와해되기 마련이니까.
“민장강을 따라 방어선을 형성해라. 내가 지정하는 거점에 기관총 사수를 배치하고 토치카를 구축해라. 급한 것은 우리가 아니라 놈들이다. 반란이 생각한 것만큼 퍼져나가지 않으면 조급해져서 반드시 돌격을 감행해올 거다. 우리는 그걸 잡아먹는다.”
삽시간에 푸저우 시내에 병사들이 좍 깔렸다.
시민들은 갑자기 일어난 사태에 대피할 생각도 못하고 우두커니 지켜볼 뿐이었다.
“푸저우군관학교의 전교생이라 해봤자, 500명이나 되나? 그놈들이 죄다 빨갱이인 것도 아닐 테고. 다만 고급 군사훈련을 받은 생도들이라 좀 까다롭긴 하겠지만, 병력으로 밀면 소란 없이 진압할 수 있다.”
첫 전투는 장난처럼 시작되었다.
쑨촨팡의 부대가 시내를 어슬렁거리는 청년을 하나 붙잡았는데, 횡설수설하는 모양새가 어딘지 수상쩍었다.
병사는 청년을 강하게 다그쳤고, 청년은 거칠게 반항하였다.
그 과정에서 감정이 격해졌다.
심문하다 말고 병사는 청년을 죽여버리고 말았다.
청년의 사망 소식이 시내에 전해진 다음 날.
반란군이 일제 공격을 감행해왔다.
그러나 쑨촨팡이 직접 설계한 방어선은 뚫리지 않았다.
민장강의 중요한 요지마다, 사선으로 배치한 기관총 라인은 반란군에게 재앙과도 같은 위력을 뿜어내었다.
전투 첫날.
보고를 받으며 쑨촨팡은 흐뭇하게 웃었다.
“조금 얕보여버렸나. 실제 전투는 책에 쓰여 있는 것과는 전혀 다르단 것을 우리 병아리들이 얼른 알아차려야 할 텐데.”
재미를 본 쑨촨팡은 반란군을 자극하는 데 열을 올렸다.
앞서 붙잡았던 청년의 수급(首級)을 망루에 매달아 전시하였다.
간단한 재활용으로 아군의 사기는 올리고, 적의 사기는 떨어뜨리는 훌륭한 계책.
분노한 반란군이 돌격해올수록, 쑨촨팡군은 이득교환을 보며 방어선을 좁혀갔다.
소호장군이 직접 나설 만큼 골치를 썩이긴 했지만.
이만하면 이번 반란도 하나의 해프닝으로 넘어갈 수 있겠다 안심이 되었다.
쑨촨팡은 슬슬 학교 안으로의 진입 작전을 준비하였다.
사방에서 협공하여, 건방진 생도들을 한 명도 남기지 않고 처단할 작정이었다.
작전 수립이 거의 마무리되어갈 무렵.
전장을 뒤흔드는 보고가 올라왔다.
“홍군이···, 반란군에 합류하였답니다!”
“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