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at Chinese warlord from Joseon RAW novel - chapter 269
2차 공세는 백중세였다.
일본은 몇몇 전선에서 방어선을 뚫는 데 성공하였으나.
결정적인 홍군의 붕괴나 퇴각을 불러오지는 못했다.
성과 없이 양측의 피해만 늘어난 전투였다.
낙관적인 분위기였던 일본에서도 차츰 회의론이 고개를 들 즈음.
아사히를 비롯한 몇몇 신문에서 ‘육탄 3용사’를 홍보하기 시작하였다.
세 명의 병사가 스스로 폭탄을 안고 ‘천황 폐하 만세’를 외치며 적의 진지에서 자폭하였다는 이야기.
그들은 3군신으로 추앙받으며, 일본의 영웅으로 떠받들어졌다.
고조되는 열기 속에서 대본영은 중대결정을 내렸다.
중국의 여러 개 정부들로부터 끊임없이 성토를 당하고.
국제연맹의 여론 또한 좋지 않게 흘러가는 중이었지만.
또다시 2개 사단의 증파.
푸저우에서 끝장을 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도약을 위한 웅크림
일본의 푸저우 침공 소식을 들은 공화정부는 즉시 국제연맹에 항의를 표하였다.
어처구니가 없지 않은가.
일본을 포함한 5개국 열강들이 나서서, 중국이 일본을 치는 일이 일어나서는 안된다고 그리 강변하더니.
어쩌면 일본이 그토록 중국의 한반도 진공을 염려한 것은.
부처님 눈에는 부처님이 보이고, 개새끼 눈에는 개새끼만 보인다고.
일본이 중국 땅에 눈독을 들이고 있어서가 아니었을까?
LN도 당황하는 분위기였다.
일본 이사를 통해 본국의 상황에 대해 묻고 있으나, 잘 소통이 되지 않는 모양이었다.
열흘 만에 돌아온 회신은 김빠지는 내용이었다.
「일본의 푸저우 상륙은 국제법상 전쟁의 요건을 갖추지 않음. 문제가 되는 푸저우는 현재 사회주의 세력이 장악한 바, 중국 정부의 공인된 영토라 할 수 없음. 또한 일본의 작전 근거는 푸저우에 거주하는 일본인들의 안전지대를 확보하기 위함임. 현재 일컬어지는 ‘푸저우 사변’은 국제연맹 회원국 간의 분쟁이 아니므로, 연맹은 개입할 명분이 없음.」
오냐, 그렇게 나온다 이거지.
그럼 회원국 간의 분쟁으로 바꾸어주면 어떨까?
하지만 병력을 일으켜 남방으로 향하는 것은, 충동적으로 처리할 문제가 아니었다.
베이징은 연일 벌어지는 반일 시위로 시끌시끌했다.
정부에서 버림받은 중국공산당이 홀로 일본의 침략을 막아내며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사실이 사람들을 고무시키는 모양이었다.
참전 의사가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총통 쑹자오런은 이렇게 발언했다.
“다들 아시겠지만, 내게는 전쟁권이 없습니다. 특별참모부에 모두 이관했지요. 그 권리는 절대적이라, 대총통이라 해도 관여할 방법이 없어요. 푸저우 사변에 관해 궁금한 점이 있다면, 부디 특별참모부로 물어봐 주십시오.”
나는 두문불출한 채 고심에 잠겼다.
지난 중소전쟁은 국지전이었다.
소련이나 중국이나 내부 안정을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가 첩첩이라, 전쟁을 길게 끌 형편이 아니라는 것을 서로가 암암리에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일본은 다르다.
천황을 중심으로 한 군국주의는 절정을 향해 치달으며, 내부적으로 응축된 힘을 쏟아낼 곳을 찾지 못해 안달이 나 있다.
대공황에 이른 중국이 갈등 해소를 위해 내전에 휩싸였듯이, 일본 또한 사회적인 불만을 해결하기 위한 돌파구로 전쟁을 필요로 한다.
그렇다고 중국처럼 내전을 벌일 수는 없으니, 필연적으로 가까운 나라를 향해 분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중일전쟁?
필요하다면 해야지.
이제 와서 전쟁을 피하며, 거짓으로 평화를 연장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내 계획에 따르면, 중일전쟁은 적어도 군벌 시대를 종식한 다음이라야 한다.
원래 역사에서 한 줌밖에 되지 않던 마오쩌둥의 공산당이 무슨 수로 중원을 통일한 장제스의 국민당을 물리칠 수 있었는가.
가장 큰 공헌자는 일본이었다.
마오쩌둥을 극한의 지경까지 밀어붙였던 장제스는 일본의 침공으로 인해 국공내전을 중지하고 강제로 합작에 나서야 했으며.
국민당의 군대가 일본과 죽어라 싸우는 동안, 마오쩌둥은 후방에서 안전하게 세력을 키웠다.
중일전쟁 초기 4만에 불과하던 홍군이 전쟁 막판에는 120만의 군세를 자랑하기에 이르렀으니.
비슷한 일이 이번에도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
확신하건대, 중국은 일본이 집어삼키기에는 지나치게 거대한 나라다.
대륙을 넘보는 일본의 의도는 반드시 저지될 거다.
그러나 마오쩌둥과 장제스를 비롯한 군벌들은?
연성자치의 실패와 베이징의 쿠데타로, 한신이란 이름은 이제 예전만큼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다.
만약에라도 중국 민중 전부가 내게서 등을 돌리는 일이 일어난다면? 내가 제아무리 탱크를 끌고 다녀도 전쟁은 패배할 거다.
장제스가 표방하는 중화민족주의나, 마오쩌둥과 펑위샹의 사회주의는 그러한 힘을 가지고 있다.
중국이라는 거인을 괴물로 변태시킬 만한 파워가 있다.
열흘 간의 고심 끝에 나는 결정하였다.
푸저우 파병을 외면할 수는 없었다.
일본과의 전면전이 걱정되든, 후방에서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 군벌들이 의식되든, 어찌되었건 중국의 본토가 침략당한 일은 묵과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전에 몇 가지 작업을 쳐두기로 했다.
최악으로 치닫지 않기 위한 일종의 안전장치였다.
***
베이징의 정치감옥.
위안스카이가 다스리던 중화민국 시절에는 정치범을 수용하느라 미어터질 지경이었지만.
공화정부가 들어서고 중화합중국이 출범한 이래로는 대체로 한산하였다.
감옥 내부에 들어온 것은 이번이 두 번째.
예전에는 북양삼걸의 왕스전을 꺼내주기 위해서였다.
비록 위안스카이에게 부역한 혐의가 있었지만, 왕스전은 내가 요청한 임무를 훌륭히 수행해 내었다.
얼마 전에 죽었는데, 마지막 날까지 베이징 고궁박물관 원장으로 임하며 유물들의 보관에 힘썼다고 하니 나름 호상이었다.
지금 만나러 가는 자가 왕스전과 같은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는, 오롯이 그 사람의 몫인 셈이다.
고위급 정치사범들이 따로 수감되어 있는 감옥.
건물에 들어서자 재즈 음악이 은은히 들려왔다.
“누가 감옥에서 음악을 틀라 했나?”
내가 묻자 간수장이 얼떨떨해 하며 대답했다.
“음악은 수감자들의 심신을 안정시켜준답니다···.”
“어차피 정치감옥에 갇힌 자들은 사람 한두 명 죽여서 잡혀들어온 놈들이 아니야. 직간접적으로 최소 수백에서 수만의 국민들을 학살한 자들일 텐데, 미국식 음악으로 교화라도 시킬 참인가? 솔직히 말해. 누가 시켰어?”
“28번 수감자의 의향입니다···.”
“봐봐, 솔직하게 말하니 좋잖아. 그 외에 부여한 특권은?”
간수장이 땀을 삐질삐질 흘렸다.
“읽을 책과 후식을 제공했습니다.”
“여자는?”
“···한 달에 한 번입니다.”
“대가로 얼마를 받았나?”
“···죄, 죄송합니다. 죽을 죄를···!”
딱히 따지려는 건 아니었다.
이 간수장이 하는 짓거리는, 부패가 만연한 중국에서 안 하면 병신이 될 만큼 사소한 거였으니까.
28번 수감자가 누군가 확인했더니 익숙한 이름이었다.
한때 즈리 군벌의 수장이자 육군부 장관이었으며, 대총통을 노렸던 차오쿤.
계좌를 탈탈 털어 빈털터리로 만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어딘가에 꼬불쳐둔 돈이 또 있었던 모양이다.
그와 다시 마주친다면, 옛 이야기로 이것저것 할 말은 많겠으나.
아쉽게도 차오쿤은 내가 만나고자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내 방문 목적은 다른 사람, 즈리군벌의 또 다른 수장을 보기 위해서였다.
“우페이푸는 몇 번 호실에 수감되어있지?”
“31번입니다.”
“안내하게.”
간수장을 따라 복도를 걷던 중에.
창살 틈에서 갑자기 얼굴이 하나 튀어나왔다.
“한신!”
차오쿤이었다.
예전에는 갸름한 인상이었는데, 돼지처럼 살이 쪄 있었다.
“으하하! 너도 여기 들어온 거냐! 신문에서 보니 그 고고하던 한신도 비루먹은 구렁이로 전락했더구나! 날 비웃고 깎아내리더니 꼴 좋구나!”
“아이고, 멍청한 놈아. 내가 수갑을 찬 거로 보이냐?”
“어?”
“특별사면할 모범수가 있는지 알아보러 온 것인데. 차오쿤, 네놈은 평생 여기서 썩어야겠다.”
간단히 대꾸해주고 지나가는데.
뒤통수에서 간절한 음성이 새어 나왔다.
“하, 한신! 날 구해줘! 여기서 꺼내줘! 1억 위안을 주겠다!”
내가 눈짓하자 간수장이 나서서 차오쿤의 철창을 막아버렸다.
비로소 도착한 31번 호실.
철창을 통해 들여다보니, 한 남자가 웃통을 벗고 등을 돌린 채 우두커니 정좌하고 있었다.
나는 조용히 그를 불렀다.
“우페이푸.”
여전히 등을 돌린 채, 남자의 고개가 올라갔다.
온통 흉터투성이인 근육이 꿈틀거리며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한신이로군.”
“그래, 나야.”
“하겠소.”
말도 꺼내기 전에 대뜸 못을 박아버리는 우페이푸.
“뭐 들은 거라도 있나? 뭘 하겠다는 거야?”
“푸저우 사변···, 내가 해결하겠소. 사령관이 날 찾은 목적이 그거 아니오?”
나는 우페이푸를 위아래로 훑었다.
거구의 몸은 꾸준히 단련한 근육질이었다.
지난 전쟁에서 입은 상처의 아문 흉터가 한층 위압감을 자아내어, 예전보다 오히려 더 강해 보였다.
“솔직히 놀랍군. 당신은 다른 정치범들과 달리 삶을 놓아버리지 않았어. 계속 단련하며 준비 중이었군. 어떤 희망을 본거지?”
“나는 반역이라는 큰 잘못을 저질렀소. 투옥을 자청하여 죗값을 치르기로 했지만, 신문을 통해 꾸준히 접하는 중국의 소식은 결코 내가 꿈꾸던 낙원의 모습이 아니더군. 다시 한번 세상에 나갈 일이 있을지 모른다 여겨 나름대로 대비하였을 뿐이오.”
우페이푸는 여러 번 나와 같은 편이 되어 전쟁을 치른 군벌이다.
내가 짜낸 계책을 언제 어느 때든 호쾌하게 실행해내었던 우페이푸.
내게는 상황이 어려울 때면 자연스레 손이 가는 날카로운 창이었다.
쭉 같은 길을 걸었더라면 좋았겠지만.
즈리파였던 우페이푸는 결국 반역의 싹을 드러냈고, 내가 만주로 출장을 간 사이 베이징 뒤치기를 시전해 보였다.
그러나 베이징에는 이미 우주방어시설이 건설되어 있었고, 만주에서 내가 관동군과 싸우는 사이 중국의 분열을 획책하려 했다는 자괴감으로 결국 우페이푸 스스로 투항하여 감옥행을 청하였다.
거진 7년간의 수감 생활.
우페이푸의 눈에는 독기가 가득하였다.
“제2차 한장전쟁 당시, 관동군이 만주에서 일을 벌였을 때 나는 알아차렸소. 언제고 일본이 중국 본토를 침략해올 것임을. 그 일이 지금 일어났으니, 나는 싸워야겠소. 허락해주시오.”
이제 우페이푸도 쉰살이 넘어 결코 젊은 나이가 아니지만.
이건 올드보이라 해야 하나.
일본에 대한 복수심이 그의 눈동자에 선연히 보였다.
“식사로 혹시 만두가 나왔나?”
“항상 만두요.”
“그래서 그랬나···.”
“허락해주시오!”
허락하고 말 것도 없다.
나는 우페이푸가 요구하는 바를 요구하기 위해 여길 찾아온 거니까.
다만, 특별히 우페이푸를 쓰려는 이유가 있다.
“쑨촨팡을 알지?”
“그렇소.”
쑨촨팡은 원래 즈리군벌이었다.
차오쿤과 우페이푸의 밑에서 여단장을 하던 자인데, 두 수장이 차례로 거꾸러지며 생긴 공백을 틈타 권력을 잡은 것이다.
“놈이 이번 일본군의 상륙을 사실상 방기하고 있는 것도 아나?”
“알고 있소. 요즘은 신문에 다 나온다오.”
“짐작건대, 쑨촨팡과 일본은 협력관계다. 이번 월말 보고를 보니, 만주의 아편 재배지를 족쳤음에도 또 다른 경로를 통해 아편이 유통되고 있어. 일본이 타이완섬과 동남아 등지에 터키산 아편을 판매하고 있다는 사실은 유명하지.”
“내가 뭘 하면 되겠소?”
“즈리군벌의 대장이 누군지 확실히 보여줘.”
쑨촨팡은 옛 상관이라는 이유로 우페이푸에게 예절을 갖출 자가 아니지만.
그의 부하들은 다르다.
상승장군, 유학장군 등 여러 별명으로 불렸던 우페이푸는 즈리군에서 가장 인기가 좋은 대장이었다.
기존 즈리파의 수장이었던 펑궈장이나 차오쿤은 상당히 좀스러운 구석이 있던 반면, 사내다운 외모의 우페이푸는 관우의 현현이라 불릴 정도로 민중의 지지를 받았다.
쑨촨팡이 단숨에 대군벌로 격상될 수 있었던 것이, 즈리군 잔당들 다수를 흡수하였기에 가능했던 만큼.
우페이푸의 출현은 쑨촨팡군 내부에 혼란을 초래하게 될 거다.
나는 간수장을 시켜 철문을 열었다.
우페이푸는 감격한 듯 무릎을 꿇었다.
“특별참모부는 상승장군 우페이푸를 푸저우 사태 해결을 위한 작전사령관으로 지명한다. 외부로의 외출은 가석방 형태로 진행될 것이며, 작전 성공 여부에 따라 추후 특별사면까지도 고려한다.”
언뜻 우페이푸의 눈에 물방울이라도 맺히려는 찰나.
그는 눈을 세게 감았다 떴다.
물기는 사라져 있었다.
“반드시 일본군을 패퇴시키겠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