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at Chinese warlord from Joseon RAW novel - chapter 272
그때.
영문을 알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구르릉.
지축을 뒤흔드는 소리와 함께 선체가 흔들렸다.
“뭐냐?”
시라카와가 다급히 외쳤으나, 다들 어리둥절한 표정.
육군 참모가 대부분이었으니, 순양함에 일어난 변고를 알 리가 없었다.
“해군 놈들! 운전을 어떻게 하는 거야?”
분통을 터뜨리며 조타실로 달려가려던 시라카와는 그대로 자빠지며 철제난간에 부딪혔다.
쿠르릉!
이제는 확연히 알 수 있었다.
운전미숙이 아니다.
마침 얼굴이 하얗게 질린 항해장이 계단을 뛰어 내려오고 있었다.
“타, 탈출해야 합니다!”
“뭐?”
“배가 가라앉습니다! 공격을 받은 것 같습니다!”
까닭을 모르겠다.
공화군은 갑주를 두르고 도시 안에 웅크리고 있는데.
공세를 막아내기에 급급하여, 역공의 징후조차 보이지 않고 있는데.
시라카와는 열불이 나 소리쳤다.
“이런 빠가야로! 어디서 누가 공격했다는 거야?”
***
“크흐흐. 지금쯤이면 어디서 누가 공격했냐며 길길이 뛰고 있겠지.”
쑨촨팡은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킬킬거렸다.
무전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보고는 성공을 알리고 있었다.
4,000톤급 순양함이 힘 한번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가라앉고 있다.
“이게 뒤통수를 치는 맛이로구나. 왜 이제야 알았을까.”
직접 대면하였을 때 보였던 시라카와의 고압적인 태도가 떠올랐다.
“꼴좋다. 개자슥아. 이게 중국식 통수라는 거다. 맛이 어떠냐?”
당초 공산당을 치기 위해 일본군을 끌어들인 것은 쑨촨팡이지만.
일을 제대로 못 해내는 외부인이라면 더는 쓸모가 없다.
쑨촨팡은 현장에 대고 전했다.
“상대는 다름 아닌 일본이다. 사정 봐줄 것 없이 양껏 갈겨라! 어뢰란 어뢰는 있는 대로 죄다 쏟아부으란 말이야!”
일본의 군세가 약해진 시점을 잡아, 타격을 가하기로 마음먹은 쑨촨팡.
가장 거슬리는 것이 40여 척에 이르는 함대 전력이었다.
비록 전투에는 경순양함과 구축함 몇 척만이 참전하지만.
그것만으로도 비대칭전력임이 틀림없었다.
일단 타격 목표를 정하고 나자, 대응 전략을 짜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국제무기밀매 조직과 깊이 연관되어 있던 쑨촨팡은 네덜란드 무기상에게서 어뢰를 대량으로 사들였다.
어뢰를 쏘는 것은 소형고속정에 맡겼다.
따지고 보면 바다에 몇 천 톤의 쇳덩어리를 떠오르게 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용골 바닥에 작은 구멍만 하나 내주어도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침몰해 버리는 것이다.
순양함이 주로 활동하는 대양이라면, 고속정 따위가 감히 접근할 엄두도 내지 못했을 테지만.
일본군은 나름 믿는 구석이 있어서.
민장강의 좁은 지류로 꾸역꾸역 군함들을 밀고 들어왔다.
그야말로 어뢰를 쏘았다 하면 맞히지 않을 수 없는, 물 반 고기 반이었다.
“배에서 탈출한 일본군이 뭍으로 헤엄쳐 올라오고 있나?”
쑨촨팡이 안달하며 묻자.
현장에서 그렇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럼 기관총을 바가지로 먹여줘라!”
숲속에 숨겨두었던 기관총 진지.
일본군은 적이 누군지, 병력이 얼마나 되는지도 알 수 없이 갈팡질팡할 거다.
습격하기 최적의 조건이다.
“우하하! 그래! 쏴라! 다 죽여라!”
쑨촨팡군은 쏘고.
일본군은 달아났다.
어찌나 혼비백산하였는지, 진지를 철수하여 해협 건너의 타이완섬까지 퇴각하기에 이르렀다.
국제연맹이 개입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완벽한 중국의 승리.
쑨촨팡은 자청하여 언론에 대고 뽐냈다.
“알다시피 푸젠성은 내 오랜 본거지였으며, 내 마음의 고향이오. 그런 곳을 무도한 무리가 침략하려고 덤비니, 두고 볼 수가 없었지.”
기자들은 때때로 날카로운 질문을 던져왔다.
“소호장군과 일본 사이에 모종의 밀약이 있어, 일본군이 순조롭게 상륙한 것 아니냐는 의심의 목소리가 있습니다! 거기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침략군이 진지를 꾸린 지 얼마 되지 않아, 침략군 진지에서 소호장군을 목격했다는 증언이 있습니다!”
“일본으로부터 상당한 양의 군자금을 지원받았다는 게 사실인지요?”
자신이 나타나면 구국의 영웅으로 한껏 띄워줄 줄 알았던 쑨촨팡은 속이 상했다.
그렇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응대했다.
“일본이 나를 음해하려는 겁니다. 화남의 호랑이가 있는 한, 이 일대는 아예 넘보기 어려우니까요. 죄다 꾸며낸 얘깁니다! 이 쑨촨팡이는 하늘에 맹세코 한 점 부끄러움이 없습니다!”
기자들은 떨떠름해 하면서도 박수를 쳤다.
비로소 영웅으로 인정받게 된 쑨촨팡은 만면에 웃음을 띄우고 가슴을 젖혔으나.
기고만장은 오래가지 못했다.
***
통수엔 통수라던가.
푸저우에서 멀지 않은 남방의 도시 샤먼(厦门).
푸젠성에서 규모로는 가장 큰 도시지만, 성도에서 일어난 사변으로 군인들이 죄다 차출되어 수비군은 유명무실한 상태였다.
퇴각한 줄 알았던 시라카와가 방향을 틀어 샤먼을 공격했다.
그리고 채 반나절이 지나지 않아 도시를 함락시켰다.
거기서 끝이면 그나마 나았으련만.
샤먼이 함락된 지 이틀 뒤.
상하이 앞바다에 드레드노트급 전함이 떴다.
항공기 수십 대를 탑재한 항공모함도 함께였다.
해군 제독 야마모토 이소로쿠가 이끄는 제3함대는 선전포고도 없이 상하이에 집단폭격을 가했다.
8,000명에 이르는 육전대가 양쯔강을 타고 일시에 상륙하여 진지를 꾸렸다.
상하이는 푸저우나 샤먼과는 차원이 다른 도시였다.
하루에도 수만 명의 외국인들이 드나드는, 중국 최대의 국제도시이자 대륙의 배꼽과 같은 항구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상하이는 일개 군벌이 아닌 공화정부의 통치 하에 있었다.
그런 곳을 건드린다는 것은, 중국과의 전면전으로 비화하는 것까지 각오했다는 의미였다.
“왜 지금일까?”
나는 중얼거렸다.
마침 상하이와 양쯔강 일대에 배치된 일본의 군함이 모든 무역 경로를 틀어막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참이었다.
“따라 해봐, 리페이양. 왜 지금일까?”
“왜 지금일···. 아니,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습니까!”
무턱대고 따라 하던 부관 리페이양이 성을 냈다.
“당장 증원군을 보내야 합니다! 상하이의 전략적 가치는 푸저우의 열 배는 된단 말입니다!”
“열 배는 무슨, 백 배는 될걸.”
“그, 그럼 당장이라도 증원군을···!”
“그게 문제야. 왜 지금 타이밍에 상하이를 공격하는지 의도를 모르겠단 말이지.”
상대방의 의도를 모르는 채, 전쟁에 끌려들어가는 것만큼 불쾌한 일은 없다.
내가 전쟁을 수행하는 방식은 언제나, 얼마간 미리 알고 있는 역사의 줄기를 통해 상대방의 대전략을 파악하는 것부터가 시작이었다.
“하지만, 왜 지금일까?”
원래 역사에서 일본은 본격적인 중일전쟁을 일으키기까지 여러 번 간을 봤다.
상하이도 두 번이나 침공을 했다. 그러나 개변된 역사에서는 상하이가 아닌 푸저우를 공격해 오길래 그럭저럭 원래보다는 나아졌나 여겼었다.
그런데 결국 참지 못하고 상하이를 치고 있다.
이게 단지 역사의 복원력 때문은 아닐 거다.
분명히 숨겨진 의도가 있는데 그걸 모르겠다.
푸저우 같은 중급 도시도 함락시키지 못한 주제에.
상하이를 공격하면 뭐라도 될 줄 아는 걸까?
여전히 전투대기 중인 공화군은 차고 넘친다.
나만큼 전쟁 준비를 열심히 한 사람이 있으면 나와보라고 해.
원래는 신군벌 내전에 투입하기 위한 군대지만, 시작도 하기 전에 일본을 상대로 시험전투를 해야 할 판이다.
내가 얼마 전까지도 군대를 양성하고 있었다는 걸 뻔히 알면서, 굳이 지금 최악의 시기에 상하이를 친다는 사실이 언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나는 처음으로 돌아가, 실제 역사에서부터 생각해보기로 했다.
“일본이 왜 상하이를 쳤었지? 동북에 만주국을 세우기 위해 상하이로 시선을 돌리려는 얕은 수였지. 하지만 지금 동북은 공화정부의 땅이야. 관동군도 없어. 만주국 수립 따위는 어림도 없는데···.”
나도 모르게 마지막 말이 흐릿해졌다.
잠깐만, 정말로 어림도 없나?
일본은 언제나 만몽을 노렸다.
자원이 부족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함이었다.
바보가 아니라면, 일본의 국력으론 중국대륙을 한반도처럼 지배할 수 없다는 건 알 거다.
그렇다면 상하이 침공은 가짜고, 목적은 역시 만주일까?
현재 만주를 실효 지배하는 자는 궈쑹링.
공화정부에 충성을 맹세했지만, 아직 완전히 신뢰할 수는 없는 자다.
혹여나 그가 일본과 밀약을 맺었다면···.
“리페이양, 출정을 준비해라. 상하이엔 내가 직접 간다.”
멍하니 날 보고 있던 리페이양이 반색을 했다.
나는 뒤이어 말했다.
“그리고 출정 전에 펑톈의 궈쑹링을 불러라. 심문할 것이 있으니.”
괴기도시, 상하이
만주에서의 어린 시절.
기억나는 것은 팔려 다니듯 동냥질하던 삶.
우연찮게 신해혁명에 참가하였다가 장쭤린에게 붙잡혀 죽임을 당할 뻔하였지만.
몇 년 후에는, 자신이 먼저 찾아가 그의 심복이 되었고.
어지러운 혼란기를 지나며 배신에 배신을 거듭한 끝에, 마침내 동북에서 첫손가락으로 꼽히는 거물이 되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문고리를 잡은 궈쑹링은 자신 있게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
이런 일은 드물다.
홀로 되뇌었다.
자신이 누구인가?
강철의 심장을 가진 자 아니던가?
웃는 법도, 우는 법도 모르는, 인간 전차라 불리는 궈쑹링이 아닌가?
이리 긴장하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뇌리에 자꾸만 떠오르는 것은 마지막으로 옷깃을 여며주던 아내의 얼굴.
베이징이 아닌, 우창에서 호출이 날아왔을 때.
그녀는 간곡한 어조로 말했다.
“가지 마세요···.”
어째서?
한신에게 충성을 약조한 이상, 어길 수가 없는데?
“예감이 좋지 않아요. 한신은 귀신과 같은 자라서, 그와 연관이 되면 정신이 홀려 정상적인 판단을 내릴 수 없게 된다고 해요···.”
닥쳐, 여편네야.
아직 모른단 말이냐.
내 몸에는 피가 아닌 기름이 흐른다고.
귀신 따윈 믿지 않아.
“당신이···, 돌아오지 못할까 걱정돼요.”
에잇!
시끄러워!
궈쑹링은 머릿속에서 울리는 아내의 목소리를 지워버렸다.
그녀의 염려는 궈쑹링과 일본의 관계를 한신이 알아차렸을 가능성에 대한 것.
일찍이 궈쑹링은 만주철도주식회사로부터 거액의 자금을 받고, 그 대가로 일본의 상하이 진출을 묵인하기로 약조한 바 있었다.
그러나 약조는 오직 구두(口頭)로만 이루어졌다.
물증 따윈 전혀 없다.
궈쑹링은 거리낄 것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