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at Chinese warlord from Joseon RAW novel - chapter 273
오히려 전쟁이 장기화하며, 한신의 공화군이 일본이라는 수렁에 빠지게 되면.
공화정부에 복종하기로 한 것을 뒤엎고, 동북의 독립을 노릴 생각마저 가지고 있었다.
현재 한신은 상하이로 출전하기 바로 직전.
당장은 바싹 엎드릴 필요가 있다.
호출을 거절하는 것은 꿈도 못 꿀 일이다.
끼이익.
오래된 나무 문이 격한 소리를 내며 열렸다.
수천 년 중국 역사를 뒤바꾼 신해혁명.
그 혁명이 일어난 성지, 우창.
눈앞에 신해혁명을 처음 주도했다고 알려진 자가, 의자에 앉아 궈쑹링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궈쑹링이로군. 문밖에서 왜 그리 오래 서 있었던 건가?”
망설인 걸 어떻게 알았지?
궈쑹링은 정신을 다잡았다.
한신의 요괴 소굴에 들어왔으니, 절대로 홀리면 안 된다.
“생각을 정리했습니다.”
“서로 인사해. 오랜만에 보는 걸 테니.”
누굴 말하나?
한신의 옆에 앉은 사람을 확인한 궈쑹링은 눈알이 휘둥그레졌다.
“장···, 공자···.”
말끔한 복장의 장쉐량.
그는 원래 펑톈의 성장이었으나, 궈쑹링의 암계로 실각되었었다.
한신의 손에 의해 정치감옥에 들어간 줄 알았는데, 이곳엔 어쩐 일인가.
궈쑹링은 당황한 티를 내지 않기 위하여, 일부러 강하게 말했다.
“공화의 반역자가 태연하게 앉아있다니, 지금 제 눈이 제대로 본 것 맞습니까?”
“맞아.”
“어째섭니까? 어째서 이자가 여기에?”
“직접 물어봐.”
장쉐량과 대화를 나누는 것은 아무래도 내키지 않았다.
함께한 세월만 이십 년이다.
그는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다.
“궈 선생님. 별래무양(別來無恙)하셨습니까?”
장쉐량이 깍듯이 인사해왔다.
궈쑹링은 퉁명스레 답했다.
“주소를 잘못 찾은 거 아닙니까? 공자는 우창이 아니라, 광저우에 있어야 할듯싶습니다만. 공자가 좋아하는 장제스의 꽁무니를 쫓아야지요.”
“물론 그럴 겁니다.”
“그게 무슨···?”
“선생님은 언제나 똑같군요. 일본의 침략으로 나라가 풍전등화의 위기에 몰렸습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같은 중국인끼리 다투는 내전에만 신경이 쓰이십니까? 저는 국민정부와 공화정부의 협력을 위한 특사로 선발되었습니다.”
이런, 이런.
이건 아니잖아, 한신.
내가 너를 잘못 보았나?
고작 푸저우와 상하이 인근에 일본군이 조금 얼씬거렸다고, 금세 내전을 중지해?
천하를 향한 네놈의 의지는 어떻게 되는 거냐!
궈쑹링은 은근히 한신을 노려보았지만.
그의 표정은 밋밋하여 속을 알 수 없었다.
“아아, 그러셨군요. 부디 장제스와의 회담이 잘 성사되었으면 합니다.”
“그전에, 오늘 이 자리에 참석한 것은 동북의 군대 편제에 관해 의견을 내고자 함입니다.”
네까짓 게 뭘 알아?
궈쑹링은 목구멍까지 올라오는 욕을 참았다.
“지금 장 공자의 신분을 생각하십시오. 섣부른 의견은 월권입니다.”
“물론 그렇지만, 한 사령관께서 허락하셨거든요. 월권은 아니지요.”
“하! 그렇습니까? 얼마나 대단한 의견을 내시려고? 근 몇 년간 월례 군사 회의에서도 뵌 적이 없는 것 같은데?”
“물론 저는 미련하게도 놀고먹느라, 그다지 아는 것이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많이 알고 있을 사람들은 알지요.”
장쉐량은 장쭤샹과 한린춘 등 옛 이름들을 들먹였다.
그들은 장쭤린이 마적이었던 시절부터 함께 하며 만주에서 잔뼈가 굵었던 자들.
당초 장쭤린의 펑톈 군벌에는 3개의 파벌이 있었다.
궈쑹링의 육대파.
장쭤샹의 마적파.
양위팅의 사관파.
궈쑹링은 차례로 다른 파벌들을 제거하고, 자신의 인물들로 지도부를 꾸렸다.
장쭤샹 같은 자는 이제 잊혀진 이름일 텐데, 장쉐량이 다시 들먹인 것이다.
“제가 펑톈 성장이었을 당시, 그들은 제게 만남을 청하며 여러 차례 편지를 보냈습니다. 멍청하게도 저는 죄다 무시했지요. 하지만, 인생이 뒤집히는 큰 배신을 당하고 보니 옛일이 떠올라 연락을 취했다가, 그들에게서 놀라운 얘기를 들었습니다.”
궈쑹링은 긴장하여, 힐끗 한신을 살폈다.
둘은 눈이 마주쳤다.
한신이 옅은 미소를 지었다.
“궈 선생님, 대답해보십시오. 만철로부터 얼마나 받으셨습니까?”
“뭐?”
“지금 생각해보면, 이상한 점이 한둘이 아니었습니다. 대공황으로 인해 펑톈의 경제도 어려워야 할 것이 분명함에도, 선생님은 어디선가 거액의 돈을 구해와 무슨 문제든 척척 해결하셨지요. 그때는 그저, 선생님이 내정을 잘 하신다고만 여겼는데···. 그 돈이 만철의 돈이었던 겁니까?”
궈쑹링은 오직 한신의 의사만을 살폈다.
지금 장쉐량은 한신의 인형일 뿐이다.
“헛소리! 나는 인정할 수 없소!”
“흐흐, 그래서요? 선양에서 했던 것처럼 제 목이라도 조르실 겁니까?”
“계속 헛소리를 떠들면 정말 그럴지도 모릅니다.”
“해보시던가요.”
그 순간.
한신이 박수를 짝 쳤다.
동시에 모든 상황이 정리가 되었다.
“궈쑹링! 혐의가 인정되므로, 현재 가진 모든 직권을 박탈한다.”
“이건 부당합니다!”
“그래, 그 부당함을 재판에서 주장해라. 장쉐량처럼 너도 살아나올 수 있어.”
아내의 조언을 들었어야 했나?
하지만, 한신의 호출을 거절했더라면 그대로 전쟁이 터졌을 거다.
시간을 지연하고자 호출에 응했던 것인데···.
함정이었다.
한신은 궈쑹링을 앉혀 놓고 보란 듯이, 장쉐량과 펑톈군의 군제개혁에 대해 떠들었다.
개편 방안은, 궈쑹링의 핵심 인사들을 끌어내리거나 퇴역시키고 중앙으로 군권을 이전하는 것이었다.
두 눈을 빤히 뜨고 있는 앞에서, 궈쑹링이 십수 년간 쌓아 올린 기반이 송두리째 날아가고 있었다.
이렇게 될 바에야 차라리 전쟁을 감수하는 편이 나았나?
체념한 궈쑹링이 중얼거렸다.
“한신 사령관. 사령관의 전술은 처음 보았을 때는 신선하였으나, 이제는 사뭇 뻔하군.”
“오? 그래?”
“당신은 전쟁에 나서기 전, 언제나 후방의 안정에 힘쓰지. 펑톈이 그리 두려웠나? 그래서 없는 혐의를 만들어가며 나를 옭아매려는 건가?”
한신은 그때까지도 짓고 있던 입가의 미소를 싹 지웠다.
그리고는 희한한 것을 발견했다는 듯 궈쑹링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참 이상하더군.”
“뭐가 말인가?”
“지난 중소전쟁 말이야. 일본이 만주를 원하는 것은 전 세계가 다 아는데, 소련이 만주를 침공해왔단 말이지. 그러면 최대 경쟁자인 일본 또한 마땅히 움직임이 있어야 하는데, 미동도 없었어. 그 이유는 중소전쟁이 자기들에게 오히려 이익이었기 때문이지. 중소전쟁 이후 만주의 패권을 잡은 자가 누군가 했더니 궈쑹링, 바로 당신이더군.”
궈쑹링은 발악하듯 소리쳤다.
“그깟 심증만으로 일을 벌인단 말이냐?”
“때로는 심증이 물증보다 강력한 법이야. 내가 너를 억울하게 옭아맨다 생각해도 좋아. 네 말대로 후방의 안정은 필요하거든. 상하이의 소란이 잠잠해질 때까지만 옥살이 좀 하라고.”
공화정부에 반기를 들려 한다면, 일본과의 전쟁 기간만큼 최적의 시기가 없다.
한신은 그 시기를 봉쇄하려는 작정인 것이다.
궈쑹링은 탄식할 수밖에 없었다.
아···.
당했다.
***
내게 상하이는 일이 있을 때만 방문하는 도시.
홍콩상하이은행의 인수 협상을 하고, 장인어른을 뵙고, 범죄조직과 대결하는 등 그간 상하이에서 크고 작은 많은 일을 겪었지만.
이번의 경우는 그 어느 때보다 중대한 사유로 인한 방문이다.
상하이라는 도시는, 중국의 거대한 아가리라는 표현이 가장 적합했다.
베르사유 조약으로 외국 조계는 철폐되었으나, 암묵적으로 외국인 거주지역은 여전히 존재했다.
상하이에 터전을 잡고 운수업, 방직업, 매춘업까지 수많은 직종에 종사하는 외국인들을 단번에 쫓아낼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재 문제가 되는 것은 상하이에 거주하는 일본인들.
“몇 명이나 산다고? 3만? 5만?”
“정확한 수는 모르지만, 외국인 중 일본인이 가장 많은 것은 분명합니다.”
“이게 참 우스운 일이야. 아무리 미친 짓을 저지르더라도, 마음만 먹으면 그럴 듯한 이유를 갖다 댈 수 있거든.”
푸저우를 공격했던 일본.
그들은 내세운 공격 명분.
푸저우는 자기들이 식민지로 삼고 있는 타이완섬과 가깝기에, 푸저우에 소비에트정부가 들어서는 것을 묵인할 수 없다는 것.
또 일본인 교사 부부가 잔인하게 살해당한 일.
하지만 샤먼시와 상하이시를 동시에 공격하는 짓을 저지르면서, 일본은 스스로도 침략행위임을 부정하기 어려웠을 터.
그럼에도 일본은 그 어려운 일을 해낸다.
– 샤먼을 함락한 일본군, 이로써 적색 정부를 동남에서 협공할 수 있는 기반 갖춰.
– 상하이 거주 외국인들이 테러를 당하는데도 방관하는 중국 정부! 상하이는 통제받아야 한다.
– 일본의 함대가 상하이항에 정박한 이후, 강도와 해적이 80퍼센트 이상 줄었다는 통계.
일본 언론들은 앞다투어 기기묘묘한 논리를 적용한 기사들을 뽑아내었다.
결국 푸저우 전투로 인해 중국에서 일본인들에 대한 테러가 급증하고 있어, 자위를 위해 군대를 파견했다는 것.
일본의 주장은 일본인 거주민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게 주둔군 진지를 건설하겠다는 거였다.
당연히 턱도 없는 억지.
시빗거리를 제공하려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내가 2개 사단 병력을 이끌고 상하이에 도착하자.
가장 먼저 반긴 것은 국내외 언론들이었다.
나는 최대한 의연한 태도로 매스컴을 대했다.
“일본의 주장은 일언반구 대꾸할 가치도 없습니다. 안전이 걱정되는 외국인들은 공화정부에 보호를 요청하십시오. 공화정부는 결코 외인들을 배척하지 않습니다. 샤먼과 상하이를 공격한 일본의 의도가 무엇이든 간에, 중국은 명백한 침략행위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국가의 총력을 기울여 방어할 것입니다.”
그 말은, 일본제국에 보내는 메시지나 다름없었는데.
언론들은 내 말을 받아적고는 또다시 새로운 논리들을 탄생시켰다.
– 한신이 밝혔다. “일본과의 전면전도 불사한다.”
– 일본은 생각할 줄 모르는 원숭이라는 한신, 싸움은 이미 시작되었다.
– 중국이 위협받는 이때, 외국인들의 안전을 챙기는 한신?
언제 보아도 귀여운 녀석들.
귀엽다 못해 악랄한 악동 놈의 새끼들.
중국에 흐르는 분위기는 대체로 낙관적이었다.
내가 십수 개 신문들을 읽고 해석한 바에 의하면, ‘한신이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그래도 전쟁은 잘하니, 그가 갔다면 상하이는 지켜내겠지···.’ 라는 정도.
물론 내 생각은 달랐다.
기록은 경신되라고 있는 법이며.
현재 상하이 앞바다에 진주한 야마모토의 제3함대는, 지금껏 내가 상대한 어떤 적보다 강력했다.
가장 큰 문제는 제해권을 뺏어올 방도가 전무하다는 것.
또, 아무리 잘 싸워도 상대를 달아나게 하는 정도가 내가 할 수 있는 한계이며, 타격을 직격으로 먹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
이거야 원, 발이 묶인 상태에서 스텝 없이 주먹으로만 복싱 경기를 해야 하는 꼴이다.
유일한 가능성이라면 있다.
상하이는 여지없는 대도시.
국제여론이 탄생하는 도시다.
여기에 파고들 여지가 있다.
괴기도시, 상하이2
온갖 매연으로 뒤덮인 상하이의 하늘은, 언제 푸르렀던 적이 있기나 한지 까마득하지만.
유사 이래 오늘만큼 불꽃이 튀었던 적도 없을 것이다.
상하이에서 대치 중인 중국군과 일본군.
나는 더 이상의 상륙은 허락하지 않는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방어선을 한껏 전진 배치하였다.
그로 인해 황푸강변에 상륙한 일본 육전대는 발이 묶여, 전선은 고착 상태가 되고.
전투는 상대적으로 경계가 자유로운 하늘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일본은 항공모함을 통해 운반한 항공기로도 모자라, 타이완에 주둔한 항공부대까지 출격시켰다.
1930년대 초반에, 수백 킬로미터나 되는 거리를 날아와 폭격을 한다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었다.
그만큼 일본은 제공권을 내주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반면 중국 공군으로 말할 것 같으면.
십몇 년 전에 손으로 직접 폭탄을 움켜쥐고 자금성에 떨구던 수준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을 했지만, 여전히 걸음마 단계였다.
공군 사령부가 있기는 했으나, 민간 항공사들을 끌어들여 항공기를 다룰 줄만 알면 기용하는 정도에 불과했으니.
진정한 의미의 공중전 대비 군대는 내가 특별참모로 취임한 이후부터 준비된 거나 다름없었다.
그래도 수입산 보잉 전투기의 위력만큼은 자신 있달까.
마치 장수가 합을 겨루듯이, 양국의 공군은 몇 차례 공중전투를 벌였다.
중국 측에서 일곱 대가 격추되고, 일본 측에서는 다섯 대가 격추되었다.
손해는 중국이 보았지만, 기분이 나쁜 것은 일본이었다.
한참 아래로 보았던 중국과 합이 맞는다는 사실 자체가 굴욕이었던 것이다.
그 때문인지 일본 언론들은 연일 승전을 홍보하기에 바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