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at Chinese warlord from Joseon RAW novel - chapter 287
전에 만주 일주를 시전했을 때만 해도, 곳곳에서 암벽과 나무에 막혀 이리저리 우회하느라 시간을 낭비해야 했다.
그러나 새롭게 기갑사단을 편제하며, 나는 공병대대를 보강하였고.
전차와 장갑차의 기동을 돕는 공병대는 작전 기간 내내 함께 활약하였다.
“23시간 42분. 만 하루가 안 걸렸어.”
방금 막 선두 부대가 압록강에 다다랐다는 보고가 들어온 참이었다.
다롄의 사령부에서는 환호성이 터졌다.
“왜놈들! 꼴 조타~!”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일본 황군 어쩌고 하더니···, 두 달에 걸쳐 야금야금 삼킨 점령지를 하루 만에 토해내리라고 놈들이 생각이나 했겠습니까?”
“지금쯤 날벼락을 맞아서 몸과 마음이 온통 시커멓게 타 있겠지. 대체 무슨 상황인지 전황 파악도 안 될걸?”
나도 이토록 신속하게 성공을 거둘 줄은 몰랐다.
공세를 펼치는 각 부대에 내린 명령은 간단했다.
첫째, 소규모 행동대를 운용.
다량의 폭탄으로 적의 주의를 돌리고 방어선에 작은 구멍을 낸다.
둘째, 뚫린 구멍으로 전차 돌진.
생채기에 불과하던 상처 주변의 생살을 찢으며 잔인하게 헤집는다.
셋째, 돌파된 지대에 장갑차량에 탑승한 기계화보병을 투입시킨다.
그대로 지대를 돌파하여 적의 깊숙한 종심까지 침투한다.
종심돌파에 있어 최적의 시나리오는 전선을 붕괴시켜 적에게 패닉을 유발하는 것.
막으려 해도 막을 수 없는 전차의 충격력을 이용하여 방어선을 돌파해버리고.
장갑차량의 기동력으로 순식간에 다량의 병력을 전선 후방으로 진격시킨다.
전역의 곳곳에 요새를 구축하고 거점방어를 하던 적군은 혼란에 빠진다.
막아야 할 전방은 이미 뚫려버렸고, 수십 대의 전차와 수백 대의 장갑차가 자신들의 후방에 있는 것을 안다.
고립되었다는 공포.
공포를 증폭시키는 것은 동시다발적으로 들려오는, 다른 전선 역시 돌파되었다는 소식.
여러 달 동안 중국군이 별다른 작전 없이 조용하여, 방심했던 점도 한몫 했으리라.
만주에 파견된 일본군은 16개 사단으로 알려져 있다.
만일 그 병력이 응집하였다면, 무서운 힘이었겠지만.
기습적인 종심돌파는 그들을 와해시켜 버렸다.
끊임없이 들어오는 보고는, 항복하여 포로로 귀순하였다는 일본군의 행렬이었다.
통신이 두절된 상태에서 사방이 적이니, 그들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중국군의 병력은 실제보다 뻥튀기되어 있었다.
1개의 사단이 서로 다른 5개 지역에서 시간차로 항복을 받아낸다면, 상대는 마치 5개의 사단을 상대한 것과 같은 느낌을 받을 터.
‘벽력’ 23시간의 요술은 이러한 과정을 거친 결과였다.
하지만 사령부에 자리한 모두가 기쁨으로 들떠 있을 때.
나는 조금 떨고 있었다.
“부대는 아직 지시를 기다리고 있나?”
“예.”
“압록강 철교가 무너졌다고 들었는데.”
“그렇습니다. 시험 삼아 중간까지만 가보았는데, 전차가 지나가는 것은 무리지만 장갑차량은 어찌어찌 통과가 가능할 것 같답니다.”
째깍.
째깍.
떠들썩한 와중에 시계침 소리가 괜스레 크게 들렸다.
기습의 묘를 살리려면 지금이다.
작전 개시 후 이제 만 하루가 지났다.
장병들은 아직 쌩쌩하며, 일본군은 혼비백산한 상태.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만약 간다면 신의주는 확정이고, 대동강쯤 가서 멈출까?
아니면 평양을 넘어 그대로 경성까지 진격?
하지만 압록강을 넘는 순간부터는 도박이다.
말 그대로 주사위를 던지는 것인데···.
눈은 1부터 6까지 제각각일 터.
실은 1이나 6도 아니다.
마이너스가 없으리란 법도 없고, 100이나 1000이 나오지 말란 법도 없다.
중요한 사실은 루비콘강을 건너기 직전의 카이사르처럼, 한번 결정을 내리면 되돌릴 수 없다는 것.
고민한 시간은 고작 초침이 한 바퀴 돌 동안.
나는 어릴 적부터 그랬다.
마작이든, 주사위도박이든 내 운을 시험하는 것이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었다.
“부대에 전해라.”
“예.”
“지금부터 현무의 도하를 준비한다면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파악해서 답변을 가지고 와라.”
“예!”
명령을 내리는 나를 보며, 참모들이 다가왔다.
“계속 가는 겁니까?”
“그래. 예상 외의 대승이다. 현 상태라면 공세종말점을 한강 이북까지 잡아도 될 거다.”
“동의합니다. 일본군은 이번 전쟁을 준비하며, 조선 주둔군의 대부분을 동원하였습니다. 한반도는 사실상 무주공산이나 다름없으니, 이대로 남하하면 놈들은 반격 전선을 형성할 새도 없이 속수무책으로 밀릴 겁니다.”
반대가 있지 않을까 했는데.
놀랍게도 지휘 본부 전원이 한반도 진공에 찬성이었다.
때마침 선두 부대에서 답변이 돌아왔다.
압록강의 수심이 얕은 곳을 찾으면 16시간 이내에 준비해보겠다는 것이었다.
수 시간 차로 압록강과 두만강 강변에 도착하는 부대가 속출했다.
나는 모두에게 같은 지시를 내렸다.
멈추지 말고, 더 달리라고.
마지막으로 연락이 온 부대는 광복군이었다.
광복군은 상하이 임시정부의 결정으로 정식으로 중화통일전선에 속해있었으나, 독특한 위치를 인정받아 독립부대로 활동하고 있었다.
이번 ‘벽력’ 작전은 기동성을 살리는 기계화가 필수였으므로 광복군은 제외된 상태였다.
나는 보안상의 이유로 작전 시점조차 알리지 않았으나, 개시 이후 세 시간이 지났을 때 광복군 또한 적의 화망을 신경 쓰며 공세를 펼치도록 일렀었다.
그런 광복군이 지금 두만강 유역에 도달했다는 것.
“일본군은 국경을 넘어 완전히 철수한 모양입니다. 방어진지는 버려져 있고 어떤 교전도 없이 국경에 다다랐다고 합니다.”
나는 광복군에게도 마찬가지의 지시를 내렸다.
쌀쌀한 강바람을 맞으며, 빼앗긴 조국의 영토를 건너다보고 있을 김경천의 얼굴이 선연했다.
“남하를 허락한다. 단, 전차대가 두 번째 충격을 준비 중이니 최대한 교전을 피하고 정탐에 집중하도록 전한다.”
말을 마친 순간.
마치 홀로그램처럼 김경천이 나타나 대답하는 느낌이었다.
“맡겨만 두라고. 이날을 언제부터 꿈꿔왔는지 기억할 수도 없으니까.”
***
“머, 멈출까요?”
“더 가! 더!”
만몽공략군의 사령관 시라카와는 극도의 두려움에 휩싸여있었다.
육군 대장이나 되어서 전장의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게 말이 되는가 싶겠지만···.
수십 개의 방어선으로 보호되어 있던 사령부에서 적의 전차를 관람하게 되는 거야말로 말이 되는가?
“그 수많은 요새가 모조리 돌파당했다니···. 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거지?”
좌석에 함께 앉은 하시모토 긴고로 중좌가 대답했다.
“그게 한신입니다. 언제나 예상을 뛰어넘는 계책을 들고 오지요.”
“이런 젠장! 넌 대체 어느 편이냐?”
“당연히 장군의 편이자, 천황 폐하의 편입니다.”
“그럼 그놈의 입 좀 닥치고 있어!”
하지만 시라카와의 말은 하시모토에게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당시에는 당황하여 정상적인 판단이 안 되었는데. 이제 와 생각해보니 미심쩍은 게 한둘이 아닙니다. 우리는 퉁허와 환련의 함락 소식을 듣고, 보급의 핵심인 싱징 또한 함락되었구나 여겼지만···, 정말 그러했을까요?”
시라카와는 이미 제대로 된 판단능력을 상실하고 있었다.
이제는 소변을 보아도 중국 쪽으로는 싸지 않을 작정이었다.
그동안의 악연이 얼마인가.
이번의 패배로 인해 시라카와는 확실히 군복을 벗게 될 터이고, 폐하의 결단에 따라 할복을 강요받게 될지도 모른다.
죽는다면 그래도 도쿄에서 죽고 싶지.
이역만리의 더러운 땅에서 죽고 싶지는 않았다.
“한신은 그 많은 요새를 모두 함락시킨 것이 아닙니다. 싱징과 같이 방어가 강력한 거점은 우회하여 통과한 겁니다. 그렇게 생각해야, 지나군의 말도 안 되는 속도가 설명이 됩니다.”
“그 전차가 대단한 거야, 전차가···. 어째서 미쓰비시 같은 기업은 지나 따위보다 훨씬 뛰어난 기술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런 전차 하나 개발해내지 못한 거지?”
“아무리 전차부대라 해도 하루 만에 간도 전체를 장악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지나군은 분명 무리한 작전을 펼쳤고, 현재 만주 전역은 반격하는 황군으로 인해 어지러울 겁니다. 빨리 통신 체계를 복구하여, 적절한 명령을 내려야 합니다.”
“썅! 몰라! 일단 후퇴야!”
방탄차에 탑승한 시라카와는 남으로, 남으로 끝없이 퇴각했다.
경성에 들고서야 마음이 안정되었다.
주둔군 제49사단장은 연락도 없이 나타난 시라카와를 황망한 눈길로 대했다.
“아니, 한창 교전이 벌어지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경성에는 무슨 일이십니까?”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어떤 일이?”
무어라 답해야 할지 시라카와도 알 수 없었다.
그제야 덜컥 겁이 났다.
그를 구해준 것은 하시모토였다.
“지나군이 치졸한 병법을 썼습니다. 전투는 도외시하고, 오직 황군의 대장을 잡겠다는 일념으로 사령부를 쳤습니다.”
“그런 머저리들이 있나? 사령부가 군대의 머리인 것은 맞지만, 결국 손발을 어쩌지 못하면 깊게 들어온 부대는 궤멸하고 말 것인데.”
“그렇습니다.”
“사령관을 잘 모셔 왔네. 굳이 경성까지 먼 길을···, 오신 것은 조금 놀랐지만. 아무렴 안전한 곳이 최고지. 경성부의 통신설비야 잘 되어있으니, 사령부는 새로 꾸리면 될 걸세.”
시라카와는 당장이라도 모든 걸 내려놓고 도쿄로 돌아가고 싶었다.
히로히토 천황 앞에서 울며불며 모든 사실을 고하고, 덴노가 내려치는 철퇴 아래 비장하게 죽고 싶었다.
그런데 이 하시모토란 놈은 자꾸만 자신을 전선으로 복귀시키려 한다.
가만히 팔짱을 끼고 자리에 앉아있었을 뿐인데.
하시모토는 생각 이상으로 유능했다.
순식간에 새로운 사령부가 꾸려졌다.
“알겠나? 주파수를 계속 확인하여, 정보를 취합하는 거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용감히 분전하고 있을 황군의 병사들에게 접촉해야 한다!”
현재 벌어지는 일에 대한 보안을 위해, 투입된 인원은 모두 장교들이었다.
그러나 하시모토의 의지와 달리 연결은 쉽지 않았다.
대부분의 통신이 두절되어 있었다.
그러던 중.
뚜- 뚜- 뚜-.
“연결이 되는 모양입니다.”
소좌 한 사람이 외쳤다.
“아아, 거기 있나? 만세일계(萬世一系)!”
여러 차례의 교신 시도에도, 건너편은 침묵만 지키고 있었다.
분명 연결은 된 것 같은데.
“답하라! 만세일계! 통신보안, 만세일계!”
시라카와가 그만두라고 말하려는 찰나.
치지직.
“아아, 들리나?”
“들린다!”
기적과도 같은 일본어.
“여기는 경성부의 제49사단 참모부. 교신하는 본인은 소좌 홍사익이다. 답하는 사람은 통신암호를 대라!”
“···일성상전(一姓相傳).”
“정확합니다. 제49사단과 만몽공략군이 통신할 때 사용하는 암호가 맞습니다!”
소좌 홍사익이란 자는 조선인인 모양이었다.
장교로 근무하는 조선인은 흔치 않지만, 아예 없는 것도 아니었다.
홍사익의 말에 하시모토가 주먹을 불끈 쥐었다.
“통상 무전을 통하지는 않지만, 상황이 급하니 이해해주리라 믿는다. 현재 전황은 어떤가? 중국군과 교전을 했는가?”
“했다.”
“이겼는가?”
“이겼다.”
교신자의 말에 시라카와도 슬슬 흥미가 동했다.
하시모토의 눈가에는 감격의 물기가 맺혀있었다.
“자세한 보고가 가능한가?”
“현재 집계 중이라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더러운 지나인들의 목을 수천 개는 베었다.”
순식간에 방안이 열광의 도가니로 변했다.
“한 번의 교전으로 말인가?”
“아니, 여러 차례 교전했다. 그중에는 비열한 조센징도 있었지. 조국을 배신한 부역자들 말이야.”
광복군의 출현은 확실히 예상 밖이었다.
대일본제국은 내선일체를 표방하며 조선인들까지 포용하려 노력했는데, 등 뒤에 비수를 꽂는 미개인들.
이래서 봐주면 안 된다. 기어오르려 드니까.
홍사익은 교신자에게 몇 가지 사항을 더 물었다.
북간도의 여러 지역에서 일본군이 고립된 중국군을 섬멸하고 있다는 얘기가 돌아왔다.
하시모토는 가슴을 땅땅 치며 시라카와에게 소리쳤다.
“제가 말하지 않았습니까! 지나놈들이 무턱대고 공격로를 깊숙이 짠 것은 자살행위라고 했지요!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만주의 모든 전역에서 황군의 위대한 반격이 가해질 겁니다!”
그러나 시라카와는 하시모토의 말을 듣고 있지 않았다.
그 대신 홍사익 소좌의 교신에 정신이 팔려 있었다.
아무래도···, 뭔가 이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