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at Chinese warlord from Joseon RAW novel - chapter 295
“도쿄를 장악한 황도파가 가만 있지 않을 겁니다.”
“놈들을 처리해줄 고마운 분들이 계시잖소.”
“어디에···?”
기타가 말없이 손가락을 들어 가리켰다.
그의 손끝은 서쪽을 향하고 있었다.
***
도조 히데키는 출정을 위해 히로시마에 있었다.
처음에는 울분이 터졌다.
자신이 도쿄에 있었더라면!
참모본부의 요직에서 적절히 대처했더라면!
그랬더라면, 반란군 놈들이 어찌 멋대로 제국의 수도를 유린할 수 있었겠는가!
그러나 사이토 수상을 비롯하여 군 장성 수십 명이 같은 시각에 참살당했다는 소식을 듣고는 생각이 바뀌었다.
도쿄에 있지 않기를 잘했다···.
세간에 떠도는 반란군의 사살 대상은 대본영의 출석자.
자신 또한 분명히 암살 명단에 있었으리라.
오후가 되자.
기가 막히게도, 모든 것을 뒤집는 일이 벌어졌다.
이엽회 내부의 은밀한 통신망을 통해 전해진 정보.
「천황 폐하 승하.」
전보를 받아 든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자세한 상황 설명을 요구하는 회신을 급히 보냈지만, 도쿄는 묵묵부답이었다.
“정말로···, 정말로 폐하가 돌아가셨단 말인가···?”
도조가 천황을 썩 공손히 대한 것은 아니었다.
다소 까탈스럽게 굴었던 이유는, 천황 폐하만큼은 내각과 군부의 번거로운 알력에서 멀찍이 해방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영원한 태양의 후손으로, 대일본제국의 신성불가침 영역에 들기를 바랐다.
살아있는 신으로 황상에 앉아 계시기만 하면, 정복한 만주 땅을 갖다 바치려 했는데···.
믿고 싶지 않지만, 이엽회의 통신망은 틀리는 법이 없다.
새 천 년의 번영을 열 거라 기대해 마지않았던 쇼와 시대는, 고작 7년 만에 끝이 나버린 것이다.
다리에 힘이 풀렸다.
도조는 황거가 있는 동쪽을 향해 절을 올렸다.
천황을 지키지 못한 불충을 자책하며, 계속하여 절을 올렸다.
뚝. 뚝.
속죄와 참회의 눈물이 떨어졌다.
다시는 이 같은 고통을 되풀이하지 않으리라.
새로 등극하실 분은 야스히토 친왕 전하···.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근위대를 붙여, 아무도 해하지 못하도록 안전하게 모실 것이다.
문득 쿵쾅거리는 소리와 함께 방문이 벌컥 열렸다.
나타난 자는 도미나가 교지.
타금 작전에서 자신을 보좌할 참모다.
“장군! 소식 들으셨습니까? 폐하가···, 폐하가···!”
“닥치고 입 다물어.”
“그런 일이 일어나다니···, 크흑 조문을 가셔야지요···?”
“닥치라 하지 않았느냐!”
도미나가란 놈은 다 좋은데, 머리가 아둔한 것이 흠이다.
쇼와 덴노의 승하.
그 사실이 무얼 의미하는지 전혀 알지 못하고 떠들고 있다.
조문이라니.
조문이라니!
“도미나가.”
“예.”
“지금 우리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알고 있느냐?”
“기로요?”
사건이 발생한 것은 오늘 새벽.
여전히 현재진행 중일 텐데, 상황이 오리무중이다.
반란군이 내건 강령은 존황토간, 쇼와 유신.
쇼와 덴노를 중심으로 새로운 국체를 확립하겠다는 것인데, 갑자기 들려온 붕어 소식은 대체 뭐란 말인가?
“소요를 일으킨 주체는 황도파의 불량배들임이 틀림없다. 그놈들은 천황 폐하가 정치 전면에 나서지 않는 것과, 군부의 인사 적체에 단단히 뿔이 나 있었어. 그래서 쇼와 유신을 주장한 것이다.”
“하지만 폐하는···.”
“그래, 그것이 의심스럽다.”
머릿속에 자꾸만 어떤 영상이 재생되었다.
타금 작전을 결의한 대본영 회의를 마치고 나오다 마주친 그놈, 이시와라 간지.
이시와라는 한마디로 막측(莫測)한 인간이었다.
육사와 육대를 다닐 적부터 그랬다.
머릿속으로 무엇을 생각하는지, 도무지 읽히지 않는 자.
그가 이시와라 간지였다.
“타금 작전의 보급품을 확인한다며 도쿄에서 미적거리는 게 영 수상쩍었는데···. 그놈이라면, 이런 거대한 일에 어떤 식으로든 연관이 되어 있을 터.”
“그놈이요?”
“맞아, 그놈이다. 너는 잘 모르겠지. 최근에는 이엽회의 비밀모임에도 잘 참석하질 않았으니. 하지만 급한 나머지 무리를 했어···. 암, 무리고 말고. 반란이라니, 간도 큰 자식.”
“누구를 말씀하시는지?”
멍청한 도미나가의 말을 끊고 도조가 외쳤다.
“지금 우리가 어디에 있느냐?”
“일본입니다.”
“···일본의 어디냐!”
“히로시마입니다?”
“틀렸어. 자그마치 육해군이 결합한 10만 규모의 톈진 파견군 사령부에 있다.”
이번에 결정된 타금 작전에 황국은 총력을 기울이기로 작정하였다.
대중국 관련 가장 풍부한 경험을 쌓은 시라카와 요시노리 대장은 연이은 패전으로 사실상 예편 루트를 탔다.
시라카와 다음이라면 당연히 도조 히데키다.
아직까지도 회자되는 관동군의 위대한 마지막 전투.
일본의 정적인 한신의 방어선을 뚫어낸, 그 영웅적 전투의 한복판에 서 있던 사람이 누구인가!
그런 활약상이 있었기에, 다른 누구도 아닌 도조가 이번 타금 작전의 사령관으로 임명이 된 것이다.
기꺼이 참모본부의 직위를 반납하고 출병 준비를 하고 있던 참이다.
그런데 일이 이렇게 꼬일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통수권을 지닌 천황이 없는 지금.
현재 일본에서 가장 강력한 군대를 이끄는 인물은 도조 히데키 자신이다.
“도미나가, 준비해라. 이제부터 우리는 도쿄로 간다.”
“예, 물론입죠. 조문 준비를 하겠···.”
“전투 준비를 해라.”
“예?”
도쿄를 평정하고 새로운 천황을 세운다.
앞장은 도조 히데키 자신이 선다.
수습하는 사람들2
기타 잇키의 거사는 예고도 없이 치러졌다.
물론 수백 킬로미터 바깥에까지 보고하려다가는 중간에 정보가 샐 염려가 있었을 것이다.
거사 날짜를 숨긴 것은 합리적 판단이었다.
그렇다고, 거사 당일까지 감감무소식이었던 것은 뜻밖이지만.
도쿄에서 일본사에 유례가 없는 소요가 일어나던 그때.
나는 평양에서 임시 사령부를 구성하느라 바빴다.
일본은 만주에서는 패배했을지언정, 남방에서는 잘 싸웠다.
급조된 중화통일전선은 예상한 만큼의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었다.
여러 군벌들이 대충 뭉친 조직이므로, 나는 최대한 효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각자에게 전선을 할당하였다.
그러나 일본군은 그러한 수법을 알아차리기라도 한 것처럼, 관할이 애매한 지역을 자주 공략해 들어왔다.
장제스와 마오쩌둥이 멀뚱멀뚱 보고 있는 동안, 일본군은 푸저우와 광둥의 상당 부분을 점령하였다.
나는 통일전선의 총사령으로서 전문을 보내 힐책하였으나, 돌아온 대답은 ‘쟤가 나쁜 짓 했대요!’의 일름보질.
마오쩌둥은 국민군이 일본군을 막는다는 핑계로 실상은 홍군의 거점 장악에만 힘쓰고 있다며 고자질했고.
장제스는 홍군이 일본군을 막을 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으며, 소중한 국토를 일본에 공짜로 내주고 있다고 비난하였다.
내가 보기에는 둘 다 맞거나 둘 다 틀리다.
장제스란 놈은 일본의 침략 이상으로 중국의 공산화를 경계하는 녀석.
중일전쟁이 벌어지는 틈을 타 홍군이 자생하던 거점 몇 개를 빼앗는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행할 자다.
한편 마오쩌둥이야 말해 뭐할까.
홍군의 군사교리가 게릴라전인 것은 알지만, 언제까지 일본군을 끌어들이기만 하려는 건지 알 수가 없다.
10만 명의 중국 인민이 목숨을 잃더라도도, 10만 명의 일본군을 사살할 수 있다면 주저 없이 작전을 실행할 사람이 마오쩌둥.
중국공산당은 원래부터 정착지가 없었던 만큼, 중국의 영토를 지켜야 한다는 인식 자체가 없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하여 결국 중일전쟁을 끝낼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는 동북이 되었다.
공화군이 부산에 도달한다면, 제 아무리 난다긴다 하는 일본이라도 전쟁을 지속할 여력이 남지 않을 것이다.
식민지 조선은, 대일본제국의 번영을 상징하는 트로피와 같았으니.
가장 소중한 것을 잃을 위기에 처하면, 중일전쟁의 패전까지도 받아들이게 되리라.
그런 전략의 일환으로 공화군은 기세를 드높였다.
문제는 더 이상 종심 돌파의 기동전을 펼칠 수 없다는 것.
북한 지역이긴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내 나라인데···.
이리 산지가 많을 줄이야···.
어지간한 고개도 넘어갈 수 있도록 설계된 현무지만, 한반도의 기상은 매서웠다.
무리하여 전차 돌격을 감행하다, 넉 대의 현무를 허무하게 반납한 뒤 공화군은 전략을 바꾸었다.
화력 중심의 꾸준한 대치전.
도쿄에 기타 잇키라는 시한폭탄이 돌고 있는 것을 알기에 가능한 작전이었다.
그에 따라 전투는 장기화되었고.
38선 인근에서 벌어진 고지전은 어느 쪽이 우세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치열하였다.
나는 보다 신속한 대응 지휘를 위해, 선양에서 평양으로 사령부를 옮겼다.
바야흐로 도쿄의 소요를 알아차린 것은, 일이 벌어진 4월 4일 오전이었다.
오전 10시쯤.
정보부에서 서신이 올라왔다.
일본군의 통신을 도청한 내용이었다.
“알린다. 도쿄에서 사변이 발생했으나 오래지 않아 수습 가능할 것으로 보이니, 조선 주둔군은 확전을 경계하고 자리를 지키라.”
“도쿄에서 사변이라니, 그게 무슨 의미인가?”
“말 그대로다. 근위대가 정황을 파악 중이니 곧 결과가 나올 거다. 떠도는 괴소문에 흔들리지 말고 전선을 지켜라.”
“무슨 괴소문을 말하는가? 여기에는 알려진 바가 없다.”
“모르면 되었다···. 앞으로도 관심 가지지 말도록.”
괴소문의 정체가 알려진 것은 그날 오후.
“정보. 천황 폐하가 승하하셨다···.”
“그에 따른 지시는? 전선을 지속하는가? 포기하는가? 전쟁은 계속되는가?”
“알린다, 천황 폐하가 승하하셨다···.”
“변고에 따른 지령을 달라. 참모본부와 연락이 끊겼다. 중국군과의 전투를 계속해야 하는가?”
“반복하여 알린다. 천황 폐하가 승하···.”
기타 잇키가 아닌, 도청을 통해 소식을 듣게 될 줄이야.
일본군은 패닉에 빠져 있었다.
나는 일본에 있는 김원봉에게 천황 사망을 교차검증하였다.
빠르게 돌아온 답은 확실하다는 것.
나는 고민하다 김경천을 불렀다.
광복군 참모장으로, 분노의 질주를 보여준 김경천의 공은 이미 대단했다.
그럼에도 여기서 멈추지 않고 서울 진공을 준비하고 있었다.
“부르셨습니까?”
“앉아 봐.”
김경천은 벌써 여러 달 동안, 하루에 서너 시간만 자는 생활을 이어오고 있었다.
그 때문인지 피부가 갈라지고 머릿결이 푸석하였으나, 신기하게도 눈동자만큼은 또렷했다.
나는 어떻게 말해줄까 고민하다가, 지나가듯 툭 내뱉었다.
“히로히토가 죽었다.”
“···?”
“우리가 하얼빈에서 안중근 의사를 기념하던 것 기억나나? 이번 일을 성공시킨 사람은 이봉창이라는 이름의 조선인. 이제는 이봉창 의사라고 불러야겠지.”
“아니 잠깐만, 이해가 안 되는데? 왜왕이 죽었다고?”
광복군이 공화군에 합류했을 때부터, 내게 깍듯이 존칭을 붙이던 김경천이지만.
어찌나 놀랐는지 존대도 잊고 되물었다.
“상하이 대한 임시정부의 김구 선생이 조직을 하나 만들었거든. 파황회라는 비밀결사야. 여기저기서 우려도 있었지만, 만들어진 지 채 일 년이 되지 않아 일본을 침몰시켰으니 대박을 터트렸군.”
“선생이 뭔가 몰두하는 건 알았는데. 그게 파황회였던 건가. 이런 젠장! 이리 기쁠 수가!”
평소 감정 표출이 크지 않은 김경천.
그러나 지금은 쿵쿵 뛰는 심장 소리가 내게도 들리는 것 같다.
“기타 잇키를 기억해? 그자의 계획 하에 현재 도쿄는 혁명의 물결에 휩쓸리고 있어. 기타의 계획을 한마디로 하면···, 일본에 신해혁명을 일으키려는 거지.”
“전제정을 끝내고 공화정을 연다는 거로군.”
눈에 띄게 환하던 김경천의 표정이 차츰 심각해져 갔다.
생각에 잠긴 그를 위해 나는 잠시 말하기를 멈추었다.
“···하지만 신해혁명이라고 순탄치는 않았어. 그렇지? 육사를 졸업하고 막 임관한 네게 엄청난 시련이었잖아. 너는 말도 안 되는 군벌 시대를 헤쳐나온 거잖아.”
“하고 싶은 말이 뭔데?”
“왜왕의 죽음은 확실히 희소식이지만, 역시 그것만으로는 부족해. 역사를 돌이켜보면, 악업을 쌓던 군주가 사라졌다고 곧바로 모든 일이 해결된 사례는 없어. 내 말은, 일본 또한 결국 중국처럼 될 거라는 거다.”
김경천의 지적은 타당했다.
신해혁명 이래 대두한 대군벌 시대.
일본에서라고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일본의 센고쿠 시대는 중국의 전국 시대 못지않은 혼란기로 유명하지. 사실 멀리 갈 필요도 없이 당장 메이지유신만 해도 지방 군벌이 막부를 무너뜨린 덕에 가능했던 거잖아.”
“맞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