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at Chinese warlord from Joseon RAW novel - chapter 316
여운형, 김구, 김규식.
현재 이승만을 제외하고 당선이 가장 유력시 되는 세 후보.
그들만 제거한다면 뇌성마비가 아니라 식물인간이어도 이승만이 당선될 거다.
역시 가장 신경이 쓰이는 쪽은 여운형이다.
차에서 기관총을 쏘는 지난 번의 방식은, 절대로 실패하고 싶지 않을 때 동원하는 방법이었다.
그런데도 죽이지 못했으니 부담이 크다.
“그래서 이번에는 폭탄을 준비했지.”
역시 4.4 사건에서 영감을 얻은 바다.
뭐니뭐니해도 바로 그 천황을 죽였지 않은가.
총알 따위보다 훨씬 확실하다.
다이리는 실시간으로 현장과 무전을 주고받았다.
인근 경찰서와 자경단을 감시하는 쪽에도 신경을 써야 하니 지휘관의 임무가 막중했다.
얼마간 시간이 흐른 뒤, 여운형을 죽이기로 한 쪽에서 무전이 왔다.
“호위 병력이 있습니다. 교전에 들어갑니다.”
몇 분 지나지 않아, 김구와 김규식 쪽에서도 교전 소식을 알려왔다.
이번에 투입된 병력은 합쳐서 200명 규모로 실상 군대나 다름없다.
암살이 아닌 전투에 능한 진짜배기 군인들이니, 작전에 실패한다는 생각은 아예 해 보질 않았다.
어떻게 됐을까?
다이리도 슬슬 손이 근질거렸다.
살인하는 그 맛을 느껴본 지도 오래되었다.
탕탕거리는 권총의 반동이 그립다.
날아간 총알이 사람의 물렁한 피부를 뚫고 들어가는 그 광경을 다시 보고 싶다.
다이리는 손으로 장난처럼 권총 모양을 만들었다.
세 명의 표적을 단번에 처리하면 좋을 텐데.
탕! 탕! 탕!
이렇게.
그때.
탕! 탕! 탕!
총소리가 들렸다.
무전기에서 나는 소리가 아니었다.
탕! 탕! 탕!
다이리는 소스라치게 놀라 고개를 들었다.
부하들이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거점이 노출된 모양입니다! 적입니다!”
그럴 리가.
여운형 암살 시도 때 포로가 잡힌 것은 안다.
순순히 불 녀석들이 아니지만, 정보가 새어 나갔을 것을 염려하여 거점을 옮겼는데.
어떻게 된 일이든, 지금 중요한 것은 습격당했다는 사실이다.
처음에는 당황했던 다이리지만.
조금 지나자 언제 그랬냐는 듯 입가에 징그러운 미소가 번졌다.
이곳은 단순한 비밀거점이 아니다.
군대가 주둔한 방어진지다.
암살에 병력을 더 투입할 수도 있었지만, 너무 많은 인원이면 도리어 소란을 가중시킬 수도 있어서 조절한 것이다.
다이리에게는 100여 명의 병사들이 있었다.
“피하지 말고 맞서라! 이건 전쟁이다! 오로지 필요한 것은 승리다!”
다이리도 권총을 빼 들었다.
벽에 기대어 교전에 들어갔다.
“적은 어떤 놈들이냐? 한신의 따까리들이냐?”
“모르겠습니다. 중국인은 아닌 것 같습···, 윽!”
대답하던 부하가 날아온 총알에 목이 뚫렸다.
다이리는 이상하다고 느꼈다.
왜 이렇게 밀리는 거지?
갑자기 저쪽 편에서 조선 말로 무어라 고함이 터져 나왔다.
다이리가 눈짓으로 묻자 조선말을 할 줄 아는 부하가 떨리는 목소리로 통역했다.
“광복군이···, 왔답니다···. 자기들은 김경천의 군대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항복을 종용합니다.”
그제야 모든 상황이 이해가 간다.
광복군은 일본과의 전쟁을 경험한 정예군이다.
군사와 첩보 사이에 어설프게 발을 걸친 조직으로는 상대가 안 되는 것이 당연하다.
게다가 김경천이 또 누구인가.
군벌 전쟁 시기에 몇 손가락 안에 꼽히던 명장이 아닌가?
“···퇴각이다.”
다이리는 재빨리 무전기를 집어 들었다.
“곡선구국. 대답해라. 본부가 위협받고 있다. 속히 표적을 제거하고 탈출하라.”
“시, 실패입니다!”
“뭐라고?”
“잠입조가 표적을 찾지 못했습니다. 알아채고 달아났거나, 처음부터 자택에 없던 모양입니다!”
총소리 사이로 음침한 뒷거리의 하수구 냄새가 풍겨왔다.
고향이나 다름없는 곳에서 패배하다니···.
다이리는 고민 없이 무전기를 부수었다.
기밀 서류들을 불태웠다.
경성에서의 작전은 모조리 실패다.
국민당은 무언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대조선 전략은 처음부터 다시 세워져야 한다.
급히 몇 가지 짐을 꾸린 다이리는 거점을 뛰쳐나왔다.
골목 뒤에서 조선인 옷으로 갈아입었다.
얼른 지나가는 노면전차를 잡아 타고.
서울역에 가서 열차로 바꿔 탔다.
날이 어두워지기 전에 인천 제물포항에 도착하였다.
다이리는 장제스에게 전보를 보낼까 고민하다 그만두었다.
보안 문제도 있었지만.
뭐라고 설명, 혹은 변명해야 할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광복군이 움직이기 시작했을 때부터 다이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자객은 어둠 속에서만 존재하는 법.
백주대낮에 끌려 나오는 순간, 한낱 관병에게도 농락당하는 것이 자객의 운명이다.
하기야 표적을 확실히 제거하기 위해 군대를 동원한 것은 다이리다.
거기서 꼬리가 잡혔을까.
어찌 된 일인지 모르지만 이제는 상관없다.
항구에 여객선이 도착하였다.
상하이로 직항하는 배다.
다이리는 훌쩍 올라서 갑판에 섰다.
바다 건너편으로 진정한 고향이 보였다.
그 순간, 철컥.
익숙한 쇳소리.
돌아본 다이리의 앞에 백의를 입은 청년이 권총을 겨누고 있었다.
“뭐지?”
“나는 윤봉길, 대한독립 만세. 중국인은 죽어라.”
탕! 탕! 탕!
가슴과 배에 세 발을 적중당했다.
비틀거리던 다이리는 그대로 고꾸라져 바닷속으로 침몰했다.
세계의 모든 비밀 정보를 꿰뚫고 있다고 자신하던 그였지만.
어두컴컴한 바닷속에서 의식이 흐려질 때까지, 자신을 죽인 놈의 정체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다.
총진군령
우한에 틀어박혀 방어전을 준비하는 동안 여름이 다 갔다.
후베이성을 포위하는 군대는 점점 집결하였고, 도심의 폭격은 일주일에 한 번 꼴로 잦아졌다.
한편 지지부진 시간이 끌던 중일전쟁 평화협상이 드디어 마무리되었다.
도쿄의 협상테이블은 민족자결주의 원칙 아래 조선의 독립을 승인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이 지극히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결정이 나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초가 있었는가.
암투 끝에 사람도 많이 죽었다.
그만큼 값진 결과였다.
현재 한반도의 정권은 삼분되어 있다.
조선총독부와 대한 임시정부, 그리고 건국 준비 위원회가 그 주체.
어느 쪽도 쉽사리 권력을 내려놓으려 하지 않는 팽팽함 속에서 헌법이 제정되고 대선이 치러지기로 결정되었다.
박헌영이 죽고, 이승만이 나가리가 되고, 김규식이 불출마를 선언하였으니.
남은 유력후보는 여운형과 김구, 두 사람이다.
원래 내 입장으로 말할 것 같으면, 어느 쪽이 되어도 상관없다는 주의였다.
하지만 그 두 사람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었다.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진 시가전은 조선 내외에 커다란 충격으로 다가왔다.
또다시 식민 지배를 당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은 타오르던 중화주의를 다른 식으로 변모시켰다.
조선 제일주의라는 기이한 형태로.
「작은 민족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반드시 강한 자존감이 필요하다. 시조 단군으로부터 시작된 반만년 역사와 찬란한 문화는 세계 어느 민족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으며, 감히 제일을 칭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우리 민족이 진정으로 독립하려면 겨레를 사랑하고 아끼는 동시에 우리의 민족적 우수성을 널리 알려야 한다.」
선언문을 읽다 보면 묘하게 씁쓸함이 느껴졌다.
이를테면 국뽕을 나라에서 장려해야 한다는 것인데···.
민족적 자부심은 노력과 실력에서 나오는 것.
억지로 역사교육을 하고 옛 위인들을 우상화하여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다.
조선 제일주의의 사상적 거두로 꼽히는 사람은 김구였다.
그가 외치는 정치적, 문화적 탈식민주의에 대해서는 나도 공감하는 바다.
그렇지 않아도 인도의 간디와 같은 독립운동가도 한창 활동을 하는 중이다.
제국주의에 대항하는 탈식민주의 담론은 점차 영역을 확장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정도가 지나치면 극우로 간다.
아리아 민족의 우수성을 홍보하던 나치의 비참한 말로를 보아라.
뭐든 지나치면 좋지 않다.
게다가 장제스의 역행사를 거꾸러뜨리면 평안해질 줄 알았던 서울은 여전히 소란스러웠다.
암살은 계속되었다.
여운형에게도 손길이 미쳐왔다.
다행히 철통 호위가 붙은지라 별일은 없었지만, 그 배후에 누가 있는지는 명확했다.
백의사라고 하는 비밀결사가 김구와 이어져 있더라 하는 썰은 서울 시내에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백의사는 명확하게 따져 조선에 해가 되는 자들만 처리한다고 했다.
그러나 실상은 일본과 중국에서 한창 유행하던 암살집단의 아류나 다름없었다.
우창의 자택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고 있으면 오만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당장이라도 서울로 건너가 한신의 나라를 세워버리는 상상도 해보았다.
그리하면 나는 높은 확률로 건국의 아버지이자, 민족의 화신, 그리고 독재자가 되겠지.
조선은 외롭지 않다.
홍범도와 김경천의 광복군은 현재 한반도에서 대적할 적수가 없는 압도적인 무력.
적어도 안전장치는 있는 셈이다.
최악으로 치닫지는 않을 거라는 보장이 있었으므로, 나는 조선을 좀 더 내버려 두기로 하였다.
파황회의 김원봉은 원래 사회주의자였지만, 그 신념이 투철한 것은 아니었다.
조선의 독립이라는 일대 소원이 이루어진 지금.
어렵게 맞이한 광복의 시간을 허투루 흘려보내지는 않겠지.
따지고 보면 신해혁명이 성공하고도 중국이 공화국으로 자리 잡는데도 얼마나 많은 시련이 있었는가.
한민족은 스스로 이겨내야 한다.
생각이 그쯤 미치면 새삼 내가 있는 곳이 어딘지 깨닫게 된다.
수백 킬로미터 앞까지 진군해온 무수한 군벌병들이 위협하듯 소총 개머리판으로 흙바닥을 찍는 광경이 그려지며.
끊임없이 옮겨 담기는 총탄과 포탄의 화약 냄새가 나를 자극한다.
군대를 이끌고 베이징으로 들어갔던 당시.
나는 이번 전쟁을 마지막으로 확고히 중국의 통일을 이루리라 맹세하였다.
한신의 신화가 끝까지 신화로 남을 수 있도록.
이심전심(以心傳心)이라고 할 수 있을 지 모르나.
내가 모든 준비가 갖추어졌다고 느꼈을 때, 적군 또한 그렇게 느낀 모양이었다.
마침내 토벌군의 총진군령이 발표되었다.
5개 집단군과 적어도 200개 이상의 사단이 결집한 대군이었다.
추산되는 총병력은 150만에 달했다.
***
우창에서 군사 회의가 열렸다.
공화군 사령관들이 모두 참석한데다 예하 군단장들도 빠짐없이 모인 자리였다.
내가 나타나자 일제히 기립하여 경례를 했다.
나 역시 한 명 한 명과 눈을 맞추며 차례로 악수를 해주었다.
“적은 5개 방면에서 동시에 진격해 들어오고 있습니다. 현재 가장 근접한 군은 탕성즈군입니다.”
본격적인 브리핑이 시작되었다.
5개 토벌군의 사령관은 각각, 장제스, 탕성즈, 리쭝런, 옌시산, 장쉐량.
“후난성의 창사에 20만 대군이 운집했다는 정보가 들어왔습니다. 첫 대규모 전투는 후난 방면일 것이 거의 확실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