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at Chinese warlord from Joseon RAW novel - chapter 79
이건 어째, 공화군뿐 아니라 의회까지도 내가 맘대로 쥐고 흔드는 것 같지 않은가.
일단은 다가온 전투가 급하니.
나는 직속의 특공연대를 소집했다.
신해혁명 이전에 일반 병사에 불과했던 샤즈광은.
오랫동안 내 옆에서 복무하며 갖가지 전투를 치러내 베테랑이 된 지 오래였다.
독자적으로 작전을 수행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임무를 주겠다. 아주 쉬운 임무야.”
“기왕이면 어려운 걸로 주소.”
“너희 부대의 역량을 알기에 쉽다는 거지. 원칙적으로는 어려운 임무야.”
“그렇다면야 좋수다.”
샤즈광이 믿음직스럽게 고개를 뻣뻣이 세웠다.
“천중밍의 광둥군은 광저우를 중심으로 동쪽으로 진격해나가고 있다. 상대적으로 남쪽은 신경을 쓰고 있지 않지.”
“왭니까?”
“이미 자기 손에 들어왔으며, 큰 위협은 없으리라 판단하는 거다. 하지만 그 생각을 너희가 깨뜨려줘야겠다.”
“광저우의 남쪽이라면, 홍콩이겠군요.”
“그래. 철도를 타고 홍콩에 비밀리에 잠입해라. 거기서 삼합회에 연락하여 부대를 재정비하고 때를 기다려.”
“옙.”
천중밍의 광둥군은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다.
광둥군의 규모는 6개 사단 7만명에 달하니.
정면으로 맞붙는다면, 중국이 근 몇 년 만에 겪는 커다란 전쟁으로 번질지도 모른다.
물론 그건 최악을 가정했을 때 얘기.
광둥군은 기본적으로 공화정부에 속한 군대이고.
아무리 천중밍이 광둥 독군이라 해도, 내가 군대를 이끌고 남하하면, 6개 사단 전부가 반란에 가담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번 전투는 정예화된 소수 고급부대가 활약할 수 있는 여지가 있으니.
홍콩에 파견한 특공대는 그 포석이다.
이로써 모든 준비가 끝났다.
남은 것은 출병.
***
원래라면 한창 국제연맹군의 준비로 바쁠 시기이지만.
이번 출병은 국제연맹군의 데뷔식은 아니었다.
이름 돌려막기이긴 하지만, 일단은 공화군의 작전으로 꾸려졌다.
국제연맹군의 이름으로 움직이려면, 또다시 런던에 연락하여 국제연맹 평의회의 인가를 받아야 하니.
그런 번거로운 짓을 언제 하고 있단 말인가.
그 지난한 절차를 떠올리면 사람이 괜히 독재자가 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공화군의 출정이니만큼.
이번 작전에서 국제연맹군을 위해 준비하던 상당수의 전쟁자원은 사용할 수 없었다.
오직 기존의 공화군만으로 상대해야 했다.
물론 부족할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우창과 광저우는 웨한철도로 곧장 연결되어 있으니.
가는 길은 순탄했다.
2개 사단 병력이 광저우 북쪽의 도시, 사오관에 진을 꾸렸다.
토벌군이 내려온다는 소식이 전해졌는지 천중밍의 부대 또한 집결하고 있었다.
동시에 그는 다른 방식의 대처도 보여주었는데.
신문에 장문의 논설을 실었다.
엄밀히 말하면 논설이라기보다는 내게 보내는 직설적인 편지였다.
제목 자체가 ‘한신에게 고함.’이었으니.
중언부언을 건너뛰고 그가 말하고 싶은 바는 명확했다.
어째서 중앙정부가 편파적으로 움직이냐는 거였다.
「···일찍이 공화정부는 은연중에 연성자치론의 구상을 퍼뜨려왔다. 잡지 ‘해방여개조’의 창간자가 부총통 량치차오임은 이미 알만한 사람은 모두 아는 바이다. 나는 연성자치의 구상에 깊이 감명받아 광둥성이 앞장서기로 마음먹었다. 이번 군사행동은 그 일환이었다···.
···특히 양호 독군 한신의 이번 출병 결정은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기실 그의 출발이 후베이 독군이었음은 만천하가 알 것이다. 그는 지난 여단전쟁 때 배후를 안정시킨다는 구실로 후난성을 침략하였고, 그 공으로 양호 독군에 올랐다. 이제 머리가 돌아가는 자라면 누구나 느낄 것이다. 그 탐욕의 끝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를···.
···한신은 들으라! 후베이성과 후난성의 양호로는 부족한가? 다음 목표는 광둥성이 된 것인가? 광둥성을 잡아먹고 나면 그다음은 어디인가? 광시성인가? 구이저우성인가? 거듭 말하지만, 나는 연성자치를 지지한다. 지금이라도 한신이 병력을 물리면, 광둥군은 공화정부에 충성할 것이다···.」
천중밍은 재미있는 자였다.
언론을 통해서는 나를 비난하면서.
인편을 이용하여 따로 밀지를 보내왔다.
밀지에 적힌 내용은 신문의 논지와는 딴판이었다.
「잘 지내는가! 신해년의 영웅! 홍콩에서 짧은 밤을 보내고, 10년 만에 연락을 해보는구려. 언론에 난 기사는 신경 쓰지 마시오. 광둥군의 내부 사기진작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당신을 비난해야만 했소. 이해해주길 바라오.
내가 이리 쓰는 것은 다름이 아니라, 협력을 강구하기 위해서요. 우리는 그날 홍콩에서 제법 의미있는 대화를 나누었잖소. 동맹회의 혁명방략은 잘못되었으며, 그 중심에 쑨원이 있다는 사실에 함께 동의했잖소. 이번에 행한 나의 결단은 미뤄왔던 숙제를 해치운 것일 뿐이오.
쑨원의 축출을 시작으로, 옛날 동맹회에서부터 자리를 지켜온 구혁명파는 모두 숙청될 거요. 그들은 오래 해 먹었소. 이제는 당신과 나 같은 신진 인물에게 자리를 내줄 때가 되었소.
다른 건 몰라도, 신문 기사의 마지막 부분은 진심이오. 나는 연성자치를 지지하며, 광둥으로 만족하오. 다른 군벌이 광둥을 침략해온다면 맞서 싸우겠지만, 내가 먼저 전쟁의 단초를 제공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오. 어떻소? 우리는 친구가 될 수 있소. 긍정적인 답변을 기대하오.」
나는 천중밍의 전령에게 답장을 불렀다.
“광둥 독군에게 전해라. 연성자치의 시작은 각 성의 지방에 있는 것이 아니라, 중앙의 헌법에 있다고. 다른 무엇보다 중국의 일부로서 의회가 제정한 헌법을 준수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니. 지금 광둥 독군은 의회의 허가 없이 군대를 움직였다. 따라서 군법에 의한 처분을 기다려야 할 터.”
내 말을 받아적는 전령의 손이 가늘게 떨렸다.
“이 서간을 받은 즉시, 공화군에 투항하여 군사재판에 회부될 용의가 있다면. 그리한다면, 친구가 되기로 하지.”
연성자치론의 맹점은, 난립한 군벌들을 용인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당장의 내전을 멈추고, 자치정부를 수립하여 평화를 이룩하자는 말.
듣기에는 좋으나, 그만큼 중앙정부의 권위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사실상 전쟁을 유보하는 꼴밖에 되지 않는다.
천중밍이 연성자치에 진심이라 말했던 것만큼.
나도 진심이었다.
천중밍이 내 답장에 호응하여 광둥군을 해체하고 투항해온다면.
진심으로 그를 변호하고, 광둥의 자치 정부에 그를 천거할 용의가 있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분명 전령이 도착하고도 한참이나 지났을 시점이지만.
천중밍은 묵묵부답이었다.
그 대신 광저우 시가지에 포대가 설치되고 광둥군이 본격적으로 농성을 준비한다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결국 그 길을 선택했나.
하긴 한번 얻은 권력을 포기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지.
천중밍이 원하는 대로 남은 것은 전쟁뿐이었다.
본격적인 진군을 앞두고 있을 때, 사오관의 진지에 뜻밖의 방문자가 있었다.
“샤즈광? 홍콩에서 대기하라니까, 여긴 무슨 일이냐?”
“다 이유가 있어서 그런 거 아닙니까. 누구랑 왔는지 보슈.”
뜬금없이 나타난 샤즈광은 뒷사람이 들어오기 편하게 휘장을 걷었다.
들어온 사람은 머리는 먼지투성이에 입술은 바싹 말라 있었다.
갈라진 피부는 고초를 겪은 티가 역력했다.
그럼에도 올곧게 내 쪽을 보는 시선은 매서운 동시에 살가운 느낌이 혼재했다.
예전의 껄렁대는 티는 많이 줄고, 제법 진득한 티가 났다.
장제스와 나는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샤즈광은 뻘쭘하게 서 있다가는 눈치를 보며 나갔다.
이후에도 우리는 한참을 가만히 있었으나.
문득 장제스의 입가에 웃음기가 번졌다.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무엇이 우스운지 정확히 설명할 수는 없으나.
그 순간에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한바탕 웃고 나니, 마치 예전으로 돌아간 것처럼 흥겨워졌다.
“살이 쪘어, 한신. 먹고살 만한가 봐?”
“결혼하고 나니 이리 되더군.”
“아하하. 결혼이라···. 소식은 들었어. 아주 미인이시라던데. 요리 솜씨가 있으신가 보군.”
“그게 아니라, 아내도 일하느라 바빠서 요리는 주로 주문하여 먹는데. 매번 잔뜩 시키게 돼서, 남은 걸 내가 다 먹어 치워야 하거든.”
“···애도.”
마치 어제 헤어졌다 만난 것처럼 소탈한 대화가 이어졌다.
장제스는 스스럼없이 천중밍의 반란이 일어난 경과를 설명했다.
“···잡혔을 때는 진짜 조졌다고 생각했지. 생각해봐. 머리에서 발끝까지 노끈으로 꽁꽁 묶여있는 데다, 멀리서 총소리가 마구 들리니. 아! 하늘이 이 장제스를 버리는구나! 울분이 나더라니까.”
“어떻게 탈출한 거야?”
“진무에서 우리가 고안했던 호신 탈출법 기억하냐? 군화에 주머니칼을 숨겨서 발가락으로 꺼내는 연습을 했었잖아.”
“그게 통했다고?”
“되던데.”
천중밍의 군대가 광저우를 유린하는 대목에 이르자.
장제스도 어투가 어두워졌다.
“천중밍도 어쩔 수 없을 거야. 워낙 규율이 개판인 광둥군이라, 약탈을 허용하지 않으면 도리어 자기가 숙청당할지 모르니 말야.”
“많이 심한가?”
“내 기준에선···, 평범하다 할 수준이지만. 그 사실이 광저우 시민들에게 위안이 되진 않겠지.”
결정되었다.
광저우 진공이다.
“여기까진 어떻게 온 거야?”
“홍콩에 머물다 수상한 자들을 발견했지. 미행을 했는데, 도리어 내가 잡혔고···. 네 부하였기에 다행이야. 이야기가 잘 되어 널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철도를 통한 건가?”
“그래. 천중밍은 네 군대에 잔뜩 쫄아서 광저우의 방비에 치중하느라 정신이 없어. 철도는 검문도 없이 통과 중이다.”
“그렇단 말이지.”
역시 후방을 뒤흔들 사람이 필요하다.
작전책임자인 샤즈광이 광둥의 지리에 익숙하지 못한 것이 걱정이었는데.
이거, 도와줄 적임자가 나타나지 않았는가.
“미안하지만, 홍콩에 다시 가줄 수 있나?”
“다시? 어려운 일은 아니긴 한데.”
“같이 온 샤즈광을 따라 작전을 하나 해주었으면 한다.”
“그러지. 그 친구 아주 믿음직스럽던데. 태어났을 때부터 군인인 것 같더군.”
샤즈광의 날라리 일찐 시절을 봤어야 하는데.
“보아하니, 광저우에서의 시가전은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대신 장기전으로 흘러가면 시민들이 입을 피해가 막심할 터이니, 단기로 끝낸다. 후방에서 특공대가 침투하는 거다.”
“오. 목표는?”
“적의 대장. 공화군이 광저우에 공세를 취하여 적의 주의가 쏠려있을 동안, 천중밍을 잡는 거다. 듣기론 신해혁명 때 상하이에서 비슷한 걸 했던 거로 아는데.”
“맞아. 상하이는 아니고 항저우. 결사대 100명으로 항저우성을 함락시켰었지. 이번에는 몇 명이지?”
“500.”
“떡을 치겠군.”
장제스와 샤즈광은 다시 홍콩으로 잠입하고.
공화군은 천천히 남하했다.
남정(南征)의 시작이었다.
남정2
천천히, 그러나 꾸준하게 공화군은 진군했다.
각 부대의 지휘관들은 의견을 냈다.
“광저우까지는 거리가 있으니, 철도를 타고 좀 편하게 접근하는 게 어떻습니까?”
공화군이 행군을 시작한 도시 사오관은 광저우에서 200킬로미터 이상 떨어져 있었으니.
그들이 의아해하는 것도 당연하지만.
“이번 출병은 단순히 군벌 한 사람을 토벌하는 전쟁이 아니다. 오히려 평화유지작전에 가까워. 혼란한 광둥성의 치안을 안정시키면서 천천히 간다.”
나는 이번 작전을 국제연맹군의 모범적인 시범사례로 홍보할 작정이었다.
비록 국제연맹군으로서의 정식 작전은 아니지만, 알맹이는 그게 그거니까.
전 세계 열강들에게 알리는 거다.
자, 보십시오!
우리 국제연맹군은 이렇게 평화를 사랑합니다!
“그건 좋지만···, 병사들이 지치지 않겠습니까?”
“그래? 눈을 감아봐라.”
지휘관들이 시키는 대로 눈을 감았다.
“지금껏 해온 훈련을 떠올려봐라. 어떤 느낌이 들지?”
장교들이 거친 호흡을 몰아쉬기 시작했다.
“헉, 헉. 죽을 것 같습니다.”
“살려주십시오!”
“아, 안돼!”
다리를 휘청이는 자.
가슴을 부여잡고 쓰러지는 녀석도 있었다.
오바가 심한데.
“눈을 떠라. 광저우까지의 행군은 우리가 매달 둘째 주마다 우한의 습지에서 구보하던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나들이에 불과하지.”
“정말 그런 것 같습니다!”
“병사들에게 알려라! 이번 달 훈련은 광저우 행군으로 퉁친다고!”
“우와아아! 개꿀!”
진심으로 기뻐하는 장교들을 보니.
조금은 안쓰러워진다.
***
올해 스물셋인 병사 장충은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짊어진 군장을 더욱 억세게 부여잡았다.
전투에 나서는 게 처음은 아니다.
몇 년 전 여단전쟁 때 안후이군의 일원으로 공화군에 맞서 싸운 경험이 있는 장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