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at Chinese warlord from Joseon RAW novel - chapter 91
쑹자오런은 여러 신문을 한꺼번에 펼쳐 놓고 읽었다.
– 석유왕 록펠러. ‘귀중한 딸을 돌려준 중화민국 정부에 감사를 표하다.’
감사하면 중국에 석유라도 좀 싸게 공급해주면 좋겠는데.
– 일본산 신무기를 대량 수입한 펑톈군. 군사 역량 크게 끌어올린다.
북방에서 호시탐탐 베이징을 노리는 장쭤린을 생각하면 언제나 등골이 오싹해진다.
지금은 적당한 감투를 씌어주며 달래고 있지만.
이미 동북 3성을 총괄하는 독군이니, 이 다음에 더 높은 자리를 주려면 대총통밖에 없다.
장쭤린이 대총통?
절대 안 되지.
대총통이라면 적어도 정규교육은 마친 사람이 되어야···.
– 산둥성 대열차강도를 모방한 사건. 상승장군 우페이푸가 ‘또’ 진압했다.
랴오청시 대열차강도인질 사건이 있은 뒤 모방 범죄가 잇따르고 있었다.
강도사건의 주범인 쑨메이야오는 사형선고를 받고 집행을 기다리고 있는데.
저승행이 뻔한 길을 왜들 따라 가는지 모르겠지만···.
토비들의 머릿속을 어찌 짐작하랴만.
우페이푸의 활약세가 무섭다.
토비들의 무법지대이던 허난성은 우페이푸의 지휘 아래 빠르게 안정을 되찾고 있었다.
“의원님.”
신문에 코를 박고 있던 쑹자오런이 고개를 번쩍 들었다.
복스러운 얼굴을 한 젊은 남자가, 두 손으로 공손하게 찻잔을 받친 채, 만면에 미소를 띠고 있었다.
“녹차를 우려왔습니다. 드시면서 하십시오.”
쑹자오런은 일단 인상부터 찌푸렸다.
“이런 것 가져올 필요 없다고 하지 않았나. 나도 손이 있네. 필요하면 알아서 마실 수 있네.”
“입이 심심하실 것 같아서···.”
“몇 번이나 말했네. 나는 집중할 때는 방해받지 않는 걸 좋아해.”
“예···.”
젊은 남자가 눈길을 떨구었다.
마음이 약해진 쑹자오런은 한숨을 내쉬곤 덧붙였다.
“가져온 차는 잘 마시겠네. 고맙네.”
작은 치하의 말에도 얼굴이 활짝 펴지는 남자의 이름은 마오쩌둥.
한신이 추천하여 보좌관으로 둔 친구다.
능력적인 면에서는 만족스러웠다.
학력은 대단치 않지만, 그걸 뛰어넘는 열의를 지니고 있었기에.
다른 의원들의 어떤 보좌관과 비교해도 우수하다고 평할 만했다.
하지만, 글쎄.
쑹자오런은 마오쩌둥에 대해 묘한 거리감을 느꼈다.
처음에는 막 만난 사이이니 어색해서 그러려니 생각했지만.
여러 날을 함께하면서는, 거리감이 좁혀지지 않는 이유를 점차 알 것 같았다.
마오쩌둥은 깊이가 측량되지 않는 자였다.
평소에는 그저 사람 좋아뵈는 웃음으로 덩실대지만.
가끔 날카로운 불협화음이 일었다.
예컨대, 쑹자오런의 사소한 지시들.
지역 향신들의 향우회에 참석하여 축하의 말을 전하고, 회의 결과를 요약해 오라는 일 따위를 시키면.
일목요연하게 축약하여 보고서를 올리는 솜씨는 깔끔했다.
그러나 나중에 알고 보면 마오쩌둥이 올린 요약록은, 미묘하게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었다.
이를테면 행사에서, 향신층의 권리 강화를 위해 농지혁명을 일으켜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면.
마오쩌둥의 보고서에는 그 농지혁명이라는 것이 어느새 농민들의 소규모 공동체를 세우는 일로 탈바꿈 되어버리는 식이었다.
쑹자오런이 따져 물으면.
마오쩌둥은 뒤통수를 긁적이며 늘 변명 비슷한 말을 되풀이하곤 했다.
“아이쿠, 제가 아둔하여 고상한 말씀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보고서를 작성했군요. 다음부터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처음에는 쑹자오런도 그 말을 믿었다.
하지만 반복되는 실수는, 실수가 아니다.
쑹자오런은 갈수록 마오쩌둥이 꺼림칙하게 느껴졌다.
덜컹.
열차가 멈추었다.
“의원님, 도착했습니다.”
나도 알아.
쑹자오런은 속으로 중얼거리며 열차에서 내렸다.
바닷물의 지린내가 징하게 코끝을 강타해왔다.
홍콩이다.
이번에 노동특별위원회의 일원이 되어 중국 최남방 도시를 방문한 것은 다름이 아니다.
영국령 홍콩이 반환된 후.
홍콩항은 다소 혼란스러운 상태였다.
기존에 홍콩섬을 장악하고 있던 영국 운수회사들은 잘 굴러가던 수익사업을 포기할 생각이 없었기에.
중화민국에 세금을 납부하면서 사업을 지속하고 싶어했고.
쑹자오런을 비롯한 공화당은 긍정적으로 검토하였다.
몇 달간 조세제도를 다듬어, 겨우 영국 회사들의 요구사항을 수용했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는 다른 곳에서 문제가 터졌다.
“파업이라···.”
역에서 나와 항만 쪽으로 몇 걸음 옮겼을 뿐인데.
거리 곳곳에 나부끼는 거대한 플래카드가 눈에 들어왔다.
「우리의 터전 홍콩항을 되찾자! 투쟁하라! 단결하라!」
그간 홍콩은 영국 땅이었으니.
홍콩의 중국인 노동자들은 임금과 노동 차별을 어느 정도는 감수하고 일을 해왔다.
같은 일을 해도 백인에 비하여 임금이 십분의 일밖에 되지 않았지만 해고당하지 않으려면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홍콩이 중화민국의 품으로 돌아온 후.
선원들은 큰 기대감을 가졌다.
이제는 정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으리라고.
그러나 항만의 소유자는 여전히 영국인들이었고.
선원 노동자들의 항의에 영국 운수회사는 겨우 10퍼센트에서 20퍼센트 정도의 임금인상만 해주었으니.
선원들의 기대에는 턱없이 모자랐다.
영국 회사들로서는 자본가적인 마인드로 노동자들을 적당히 눌러주면 알아서 기리라 여겼던 모양인데.
국제항구의 노동자들답게 세계 각국을 돌며 신식문화와 사상들을 접한 홍콩항의 선원들은 그리 만만하지 않았다.
몇 달간의 지난한 겨루기 끝에, 영국 회사들이 협상의 의지가 없다고 판단하자.
선원들은 노동조합을 결성하여 단체 파업에 들어갔다.
“마오 군. 파업 규모가 어느 정도라고 했지?”
“예. 홍콩에서만 1만명 이상의 선원들이 파업에 참여한 걸로 추산되며. 태평양 24개 항로와 연안의 12개 항로가 모두 마비되었습니다.”
“허. 도시의 노동자들이란 참 다루기 어려운 존재야. 일반적으로 노동의 대가로 급여를 받는 거잖나. 급여가 마음에 안 든다고 노동을 거부해봤자, 자기만 손해지. 일할 사람은 널려 있으니까. 그런데 이렇게 단체로 들고 일어나 작업을 거부해 버리니, 회사가 골머리를 앓게 되는군.”
별 생각 없이 한 말인데.
기분이 이상하여 뒤돌아보자 마오쩌둥이 불같이 화난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파업은 노동자들이 취할 수 있는 최후의 수단입니다. 홍콩의 선원들은 이번 파업에 생존을 걸었으니, 의원님께서도 말을 함부로 하시지 않는 게 좋겠습니다.”
누가 뭐라나?
떨떠름하면서도 쑹자오런은 말했다.
“···알겠네. 조심하지.”
“이번 파업은 심상치 않습니다. 시작은 선원들이지만, 벌써 인쇄 노동자, 은행 노동자, 철도 노동자 등. 홍콩 각지로 노동 의식이 전파되고 있습니다. 홍콩을 넘어 상하이 지역에서도 호응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으니. 노동계의 새날이 머지않았다고 느낍니다.”
마오쩌둥의 눈빛이 반짝였다.
심상치 않은 것은 너다, 자식아.
쑹자오런은 국회에서 노동특위로 함께 일하는 의원들과 페리를 타고 홍콩섬으로 건너갔다.
영국의 물류회사 대표와 회동이 잡혀 있었다.
높이 솟은 마천루의 중간층에서 대면한 무역회사 ‘데이비드 앤드 마틴’의 영국인 사장이 분노에 차서 외쳤다.
“그놈들이 원자재를 부수고 증기선을 마음대로 탈취해 갔소! 그런 범죄자들이 지금 거리에 수천 명이오! 중국 정부는 상황이 이런데도 군을 투입하지 않고 뭘 하는 거요!”
“그게 그리 단순하지가 않습니다.”
“단순하지 않기는! 매일매일 천문학적인 손해가 누적되고 있단 말이오! 더 한신의 고향이 이곳 홍콩 아니오? 그를 부르시오! 열차강도건을 해결한 것처럼 저 폭도들을 엄벌에 처하시오!”
한신이 어디 부르면 달려오는 똥개 이름인 줄 아나.
그를 움직이려면 영국 총리쯤은 데려오라고.
여기선 더 들을 것이 없다.
쑹자오런은 방긋 웃는 얼굴로 사장에게 작별 인사를 고했다.
나오는 길에 마오쩌둥이 불만을 쏟아냈다.
“저자는 중국에서 사업을 하며 인민들의 돈을 갈취하는 주제에, 어찌 저리 오만하단 말입니까! 턱수염을 죄다 뽑고 턱주가리를 날려주어야 했는데 말입니다.”
“저들이 중국에 벌어다 주는 파운드가 일 년에 얼만지 아나? 말을 함부로 하지 말아야 할 사람은 내가 아니라 자네인 것 같군.”
“그깟 돈이 문제입니까? 저 영국인들이 하는 일은 모두 중국인으로 대체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중화민국에도 장차 더 이득이 아닙니까?”
그게 그리 쉽겠냐고.
쑹자오런은 마오쩌둥을 다루는 일에 짜증을 느꼈다.
처음에는 그와 제법 심도있는 대화를 나누기도 했으나.
황소고집인 마오쩌둥과의 토론은 매번 토론이 아니었다.
‘말을 해도 들어 먹질 않으니, 솔직히 이길 자신이 없단 말이지.’
쑹자오런은 얼른 다른 주제로 넘어갔다.
“다음 일정은 뭐지?”
“구룡반도 술집에서 노동조합 대표와 회동이 잡혀 있습니다.”
“다시 페리를 타야 하는군.”
자칫 허약한 목소리로 치부되어 묻혀버릴 뻔한 선원들의 요구사항을 정리하여.
통일된 거대한 힘으로 분출해내는 데 성공한 홍콩선원노동조합.
당초 자신들의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누구와도 만날 용의가 없다며 회동을 거절했었는데.
노동조합 대표를 설득하여 약속을 잡은 것은 마오쩌둥의 공이었다.
이럴 때 보면 일은 또 곧잘 한다.
좀 전에 방문했던 마천루와 비교되는 허름한 뒷골목 술집.
1만명 조합원을 이끄는 홍콩선원노동조합 대표는 20대의 젊은이였다.
“저희의 요구사항은 처음부터 한결같습니다. 첫째, 데이비드 앤드 마틴을 비롯한 홍콩항의 물류회사들이 지금껏 중국인 선원들에 가해온 부당한 처우에 대하여 진심어린 사과를 할 것. 둘째, 파면된 선원들을 전원 복직시켜 줄 것. 셋째, 임금을 50퍼센트 이상 인상할 것.”
썩 무리한 요구는 아닌 것 같긴 한데.
“회사로부터 답신을 받았습니까?”
“아니오. 그들은 우리의 요구를 처음부터 끝까지 완전히 묵살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요구사항이 관철될 때까지 죽음을 불사하고 투쟁할 것입니다.”
“그러지 마시고. 차근차근 해봅시다. 낮에 영국인 사장과 만났는데 분위기가 그리 나쁘지 않았어요.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까지는 어떤 타협도 없습니다.”
휴. 고집이 마오쩌둥을 빼닮았다.
쑹자오런은 두 시간 동안 이런저런 의견을 내어 회유를 시도해 보았으나.
청년은 완강했다. 어째서 조합의 대표로 뽑혔는지 알 것 같았다.
하루의 일정을 모두 마무리하고.
쑹자오런은 마오쩌둥에게 호텔 방까지 혼자 가겠다고 말했다.
방해받지 않고 오롯이 집중한 상태에서, 이 사태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깊이 고민해 보아야 할 성싶었다.
홍콩의 여름밤.
벌레 소리를 들으며 걷던 쑹자오런.
“아참. 라이터를 술집에 두고 왔군. 한신이 파리에서 받아온 귀한 건데···.”
다시 술집으로 돌아온 쑹자오런은 묘한 광경과 마주쳤다.
본능적으로 담벼락 뒤에 황급히 몸을 숨겼다.
그리고는 술집 안을 빼꼼히 들여다보았다.
“그래서 혁명 날짜는 잡은 거야?”
“아직. 조합원 중에 봉기 자체에 의문을 가지는 사람이 꽤 돼. 선원 조합이니 항만의 일에만 집중하자는 거지. 다른 분야의 노동자들까지 끌어들일 필요가 있는가 하는 거야.”
“그런 나약한 소리를! 이 세상이 계급으로 나뉘어진 것을 모르나? 자본가는 언제나 노동자를 착취하고 있지. 그 구조 속에서 노동자들이 단결하지 않으면 다 같이 죽는다는 걸 몰라? 선원이든 은행원이든 철도원이든 모두 같은 노동자잖아!”
책상을 쾅쾅 내리치며 사자후를 토하는 남자의 정체는 마오쩌둥.
저 자식이···, 저기서 뭔 소리를 하고 있냐?
투쟁과 단결의 씨앗2
홍콩의 여름밤은 특히 무더웠다.
술집도 문을 활짝 열어놓고 있었기에 안에서 나누는 얘기가 밖에까지 다 들렸다.
쑹자오런은 귀를 한껏 열었다.
“드디어 역사적인 중국 공산당 창당이 머지않았어. 이번 홍콩파업을 기화로 전국에 투쟁과 단결의 힘을 보여주면, 이후에는 빠른 속도로 당원들을 늘릴 수 있을 거다.”
눈에 불똥을 튀기며 힘주어 말하는 마오쩌둥.
쑹자오런 앞에서는 다소 수줍은 곰 같은 청년이었는데.
술집 안에서는 불을 뿜을 듯한 기세로 좌중을 휘어잡고 있었다.
“아···. 네 말은 알겠다만···. 솔직히 꺼려져. 그 공산주의라는 게 뭔지 아직도 잘 모르겠거든.”
“마르크스의 ‘공산당 선언’ 번역본을 부쳐줬잖아! 못 받았나?”
“받았지. 받았는데···. 그것이, 당최 무슨 소릴 하는지 알 수가 없달까. 무언가 대단한 주장을 하는 것 같기는 한데, 프롤레타리아니, 상부구조니, 하부구조니 하는 말들을 알아먹을 수가 있어야지.”
처음엔 의심이었으나.
두런두런 흘러나오는 이야기에 쑹자오런은 확신을 가졌다.
내 보좌관이 실은 빨갱이?
사상과 종교의 자유를 지향하는 공화정부의 특성상 특별히 직원의 개인적 신념에 제약을 둔 적은 없지만.
대놓고 사회주의 혁명을 시도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얘기다.
노동특위는 홍콩의 파업을 무마하기 위해 온 것이지.
촉구하고 선동하려고 온 것이 아니잖은가.
“이념의 자세한 세부사항 같은 건 몰라도 돼. ‘공산당 선언’은 처음과 끝만 읽으면 된단 말이다. 지금 가지고 있어?”
“어,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