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at Wizard Transcending With Myth RAW novel - Chapter (223)
신화로 초월하는 대마도사-223화(223/224)
신화로 초월하는 대마도사 223화
푸른 하늘.
0세계에 있는 모든 이들이 한순간에 빛을 되찾은 푸른 하늘을 목도했다.
“비, 빛이…… 아, 아아아……!”
양쪽에서 전투를 벌이던 두 제사장은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탄식하였다.
물론 푸른 하늘이 아니라도, 어느 쪽이건 상태가 그리 좋지 않았다.
“커헉…….”
상반신의 절반을 잃은 대제사장 오름은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어, 떻게…….”
“요르문간드에게 종속된 네 한계는 처음부터 명백했다.”
바르한은 안타깝다는 눈으로 오름을 쳐다보았다.
“고작 하늘이 맑아졌다는 이유로 틈을 보이다니, 참으로 하찮지 않은가.”
“너, 너…….”
오름은 떨리는 눈으로 바르한을 노려보았다.
제대로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바르한이 자신에게 날린 일권은 단순히 상반신을 날린 것을 넘어 영혼에 큰 손상을 입혔다.
어째서 그런 것이 가능한가.
부정하려 해 봤지만 결국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바르한이 자신보다 강했다.
시간이 되감기기 전의 힘을 손에 넣은 자신보다도…….
어째서 그런 게 가능한가.
“말했잖아. 넌 강했지만, 상정 가능한 강력함이었다.”
“상정이…… 가능했다고?”
상정 가능한 강력함.
요컨대 자신의 힘은 너무나도 뻔하다고. 바르한은 그렇게 말하고 있는 것이다.
오름은 떨리는 눈으로 바르한을 노려보았다. 하지만 그의 말에 반박할 수는 없었다.
패배했으니까.
한순간 푸른빛을 보인 하늘에 시선을 빼앗겼다 할지라도, 패배했다는 건 달라지지 않는다.
오름의 눈동자가 떨렸다.
하지만 잠시 후, 오름은 실성한 듯 웃기 시작했다.
“흐, 하하하하하하!”
“…….”
“이런 식으로 끝나는 건가! 그분께서 거의 손에 넣었음에도 기어코 손에서 벗어나더니, 결국 이렇게……!”
한참 웃으며 중얼거리던 오름은 갑자기 고개를 번쩍 쳐들고는 말했다.
“근본을 부정한 네가 과연 다른 세계에서 편안히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으냐?”
“상관없다.”
바르한은 코웃음을 치며 오름의 말에 반박했다.
“편안하게 살겠다고 그런 것이 아니다. 그저 나 자신, ‘바르한’을 증명하고 싶었을 뿐.”
“……!”
“그 결말이 파국이라면 그 또한 받아들일 일이다. 애초에 그렇게 되게 두지도 않겠지만.”
그 말에 오름은 눈을 부릅뜬 채 한동안 바르한을 보았다.
그러고는 이내.
“하, 하하…….”
다시금 키득대며 힘없이 웃더니, 이내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절반밖에 남지 않은 상반신이 천천히 스러졌다.
바르한은 대제사장의 마지막을 지켜보았다.
“……증명인가.”
오름은 그런 말을 중얼거리고는 마지막으로 애써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다.
푸른 하늘.
무채색으로 이뤄졌던 저 하늘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전부 빼앗았다고 생각했건만, 그럼에도 조금은 남아 있었던가. 그리고 그 빛을 저렇게 퍼뜨릴 정도의 존재라면…….
“난 자긍심을 지녔다. 네가 뭐라고 하건, 난 위대한 혼돈을 섬기는 대제사장이다.”
“그런가.”
“따라서 패배했다 한들 내가 네놈을 인정하는 일 따위는 없다. 그래야만 한다.”
오름의 말은 마치 스스로에게 하는 것 같았다.
“결국 네가 인정받을 일은…….”
“이제 알겠군.”
바르한은 팔짱을 낀 채 오름을 쳐다보았다.
“날 부러워하는가?”
“……뭐?”
“넌 네가 갖지 못한 자유를 동경한다. 하지만 가질 수 없기에 처음부터 포기했던 거겠지.”
……!”
그 말에 오름이 눈을 부릅떴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바르한의 말을 완전히 반박하지 못했다.
어째서 그런 건지는 본인도 이해할 수 없었다. 아니, 이해할 생각이 들지 않았다는 게 옳을까.
의미가 없는 일이다.
오름은 이제 소멸한다.
동경이니 현실 부정이니 하는 감정은 더 이상 아무 의미도 없는 것이다.
“나는, 동경 따위…….”
정말 하지 않았을까.
희미해져 가는 의식 속에서 오름은 스스로에게 질문했다.
“나, 는…….”
하지만 끝에 답을 하지 않은 채, 그는 눈을 감고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대제사장 오름의 끝이었다.
바르한은 오름이 사라진 자리를 쳐다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길지는 않았다.
잿빛의 기억을 넘어, 마침내 고개를 든 그가 본 것은 푸르른 하늘이었다.
마침내 악연을 끊어 냈다.
그는 훌륭히 스스로를 증명해 냈다.
물론 그것으로 끝이 아니다.
앞으로도 많은 일들이 있을 테고, 그럴 때마다 거듭해서 스스로를 증명해 내야 할 테지.
하지만 그런 고민은 나중으로 미뤄 두도록 하자.
지금은 우선.
“무운을 빌지, 카일.”
영웅의 승리를 바라는 것이 먼저일 테니까.
* * *
【카, 아아아악!】
비명과 함께 요르문간드를 구성하는 혼돈이 처참하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혼돈을 불태우는 불꽃 자체가 나의 신위다.
요르문간드는 무척 동요한 표정이었다.
【어…… 떻게!】
“어떻게 네 몸뚱어리를 불태우고 타격을 줬느냐고?”
난 피식 웃으며 스태프를 들어 보였다. 스태프에는 오색의 빛이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말했잖아. 넌 이 세계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고. 굳이 말하자면 찬탈자지.”
【……!】
“여전히 ‘성황신’의 자리는 공석이야. 0세계는 마땅한 이에게 그 자리를 넘겨주기 위해 여태까지 인내하고 있었고.”
그리고 내가 증명했다.
내게 0세계의 성황신으로서의 자격이 있으며, 나야말로 이 세계에 다시 생명을 싹틔울 적격자라고 말이다.
“네가 강한 힘을 얻을 수 있었던 건 0세계의 통제권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네가 단독으로 말이지.”
【너…….】
“하지만 그 통제권이 지금 깨졌군. 그리고 0세계의 의지가 나를 이 세계의 ‘성황신’으로 선택했다.”
툭.
땅에 내려온 내 발끝을 시작으로 생명을 담은 이파리들이 하나둘 차오르기 시작했다.
갈라진 땅이 붙고, 당장이라도 바스러질 것 같았던 땅에 기름기가 돌았다.
선선한 바람이 불어왔다.
날 중심으로 소생하는 영역이 넓어질수록 요르문간드의 기세가 줄어들었다.
그렇게 되자 요르문간드는 아까처럼 압도적인 기세를 발휘하지 못했다.
【크, 윽……!】
세계를 가득 채웠던 요르문간드의 모습이 점점 줄어들었다.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내가 강해지는 만큼 요르문간드가 그 힘을 잃었으니까.
【인정할 수 없다!】
요르문간드가 어떻게든 발악하며 진행을 늦추려 들었지만 이미 한계다.
요르문간드가 힘을 빼앗기는 건 이제 멈출 수 없는 흐름이었으니까.
이내 요르문간드는 보통 사람 크기로 줄어들었다.
단순히 크기만 줄어든 게 아니다. 생김새도 무척이나 인간에 가까워졌다.
다만 얼굴이라 할 것이 없이, 마치 새카만 괴인처럼 보이는 모습이었다. 놈의 머리 뒤에는 흑광이 타오르고 있었다.
【내가, 내가 이런 꼴을…….】
“이제 좀 보기 편하군.”
난 스태프를 역소환시키고는 적당히 손을 풀었다.
“한낱 인간 정도로 굴러떨어진 느낌이 어떠냐?”
【난, 여전히 신이다!】
“아아, 그래, 그렇겠지.”
요르문간드의 말이 옳기는 했다. 크기가 줄어들었다 해서 그 권능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니까.
다른 점이 있다면 지금은 나 역시 놈의 힘을 따라잡았다는 것.
이 세계의 성황신이 된다는 건 그런 의미다.
그렇기에.
“전통적으로 이런 마무리는 주먹다짐으로 해결되고는 했지.”
【뭐……?】
“너나 내 수준에 굳이 귀찮게 마법 같은 걸 쓸 이유는 없잖아? 나도 마법사기는 하지만, 이제는 내 동작 하나하나가 마법과 신위를 머금고 있고.”
그러니까 남은 건 하나뿐.
난 말을 잇는 대신 그대로 놈의 얼굴을 후려쳤다.
퍼어억!
【커, 헉?!】
“아프지? 어지간한 창이나 검에 찔리는 것보다 더할 거다.”
목이 꺾인 요르문간드가 뒷걸음질을 쳤다. 놈은 고통이라는 생소한 감각에 충격을 받았는지 한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고, 통……? 내가, 고작 이 정도에 고통을…….】
“예전부터 널 죽이는 방식은 이렇게 패 죽이는 걸로 하겠다고 생각했거든.”
【감, 히……!】
요르문간드가 몸을 움직여 주먹을 휘둘렀다. 하지만 내 눈에는 너무 또렷하게 보였다.
요르문간드가 약해서가 아니다. ‘인간’의 육체가 익숙하지 않기에 일어난 일이다.
가볍게 놈의 주먹을 쳐 내고는 놈의 명치에 주먹을 박아 넣었다. 비명과 함께 놈의 허리가 꺾였다.
【크, 허헉……!】
고통.
사람에게는 작건 크건 익숙한 감각이지만, 요르문간드와 같은 존재에게는 익숙할 리 없는 감각이다.
놈은 고통에 익숙하지 않다.
인간을 미물로 여기기에 적극적으로 인간으로 움직이며 무언가를 하려 하지도 않았다.
난 요르문간드가 고통에 정신을 못 차리는 틈을 타 일방적으로 놈을 구타했다.
겉으로만 주먹으로 후려치는 모양새다. 하지만 이건 놈의 육체를 날카로운 검으로 난도질하는 것이나 마찬가지.
【그, 만……!】
요르문간드가 소리쳤지만 난 멈추지 않았다.
퍼어억!
놈이 말할 틈을 주지 않고 한참을 후려쳤다. 그리고 잠시 후 숨을 고르려고 잠시 멈춰 섰을 때.
【카, 아아악!】
비명을 지르며 몸을 뒤트는 요르문간드가 보였다.
참으로 추했다.
저게 스스로 신이자 포식자라 자처했던 존재의 몰골인가.
【왜, 왜냐!! 수십 개의 세계를 먹어 치우고 정점으로 군림했던 내가 왜 이 꼴이……!】
“네가 그렇게 대단한 존재가 될 운명이 아니었단 거겠지.”
요르문간드는 엄청난 패악을 부렸다. 수많은 희생자를 만들고 그들을 먹어 치워 힘을 얻었지.
요르문간드의 목적은 이뤄질 것만 같았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순간에 놈의 계획은 막혔다.
그건 어떤 의미일까.
“거대한 질서 같은 게 네 존재를 용납하지 않았다는 뜻이 아니겠냐.”
【내가, 질서다.】
“여기까지 와서 그런 말을 하는 거, 부끄럽지 않나?”
난 그 말과 함께 스태프를 다시 소환해서는 놈의 얼굴을 후려쳤다. 요르문간드가 볼썽사납게 바닥을 나뒹굴었다.
그러는 와중에도 요르문간드는 계속해서 타격을 입고 있었다. 놈이 뒹구는 땅 자체가 내 신위와 생명이 닿은 풀밭이었으니까.
황폐했던 땅에 계속해서 풀이 자라나며 생명이 차오르고 있었다.
요르문간드의 입장에서 보자면 그 모든 것들이 극독이나 다름이 없었고.
하지만 지금 놈에게는 이 세계에서 탈출할 여력조차 남지 않았다.
【왜 이해하지 못하는 거냐! 누구나 끝을 두려워할 텐데? 내가 존재하지 않는, 내가 없어도 변함없이 흘러가는 세상이 두렵지 않나?】
“…….”
【영원하기를 바라는 건 누구나 그렇잖아! 바라지 않는다는 건 거짓말이다! 그건 영원하지 못하기에, 그 두려움을 부정하기 위해 만든 방어 기제에 불과하다고……!】
“네 말은 부정하지 않으마.”
확실히 두려울 것이다.
언젠가 끝이 온다면 나 역시 두려움을 느끼겠지. 그 감정에는 선도 악도 없다.
본능이니까.
하지만.
“그래서 이뤘나?”
【…… 뭐?】
“수많은 이들을 먹어 치우고, 그 많은 비극을 만들면서 네가 원하는 바를 이뤘냐고 묻는 거다.”
【…….】
요르문간드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 막대한 힘을 가졌음에도 이루지 못한 게 사실이니.
“그리고 그렇게 이뤄서, 스스로에게 떳떳하나? 도덕을 짓밟고, 생명을 무너뜨린 뒤에 스스로를 떳떳하다 자부할 수 있냐는 말이다.”
【그게, 무슨 상관이냐?】
“상관이 있지.”
드르륵.
스태프를 천천히 끌고 놈을 향해 다가갔다. 놈은 이제 거의 움직이지 못할 지경이 되었다.
“나한테는 말이야.”
그리고 그 말과 함께 스태프를 들었다.
“내가 그 꼴을 보기가 싫거든.”
설령 영원불멸을 얻는다고 해도 그렇게 쌓은 죄업을 버틸 자신이 없다. 그것만큼은 내가 타인에게 강요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잘 가라.”
그 말을 마지막으로, 난 요르문간드를 향해 스태프를 내리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