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at Wizard Transcending With Myth RAW novel - Chapter (224)
신화로 초월하는 대마도사-224화 (완결)(224/224)
신화로 초월하는 대마도사 224화
폐허밖에 없던 세계에 생명이 깃들었다.
무너졌던 땅이 메워지고 하늘에서 내리쬐는 햇빛이 땅을 감싸 안았다.
충분하지는 않다.
하지만 0세계가 다시 생명을 머금을 가능성을 품게 되었다고 봐도 좋겠지.
“찬란하군.”
그런 말을 중얼거리며 우로보로스를 소환했다.
『……그 말대로다.』
우로보로스는 멍하니 생명력을 품은 0세계를 쳐다보았다.
『찬란해질 미래가 보인다. 내 입장에서는 참으로…… 아름답기 그지없군.』
“그래.”
요르문간드는 소멸했다.
뭐라 말하며 발악을 하기는 했지만 그다지 의미 있는 말들은 아니었다.
요르문간드는 무언가 대단한 것을 깨닫지도 않았고, 마지막까지 이해하지 못한 채 소멸했다.
허무하다면 허무하고, 요르문간드에 어울린다면 어울리는 최후였다.
당연하지만 우로보로스는 그대로 남아 있었다.
“넌 어떻게 할 셈이냐?”
『그냥 주인과 함께하다가, 주인이 소멸하는 순간 함께 소멸하지 않을까 싶다만.』
“흐음.”
요컨대 일심동체로서 살아가겠다는 건데.
“그렇다고 나와 계속 붙어 있는 것도 웃긴 일 아니냐?”
『나쁘지도 않지. 주인의 옆에 있으면 지루하진 않거든.』
“효율적이지가 않아.”
난 그렇게 말하며 0세계를 잠시 둘러보았다. 이곳이 제대로 기능하려면 적잖은 세월이 필요할 터.
“우로보로스, 어떻게 보면 너도 요르문간드의 일부였다고 할 수 있지 않냐?”
『아픈 곳을 찌르는군. 어떻게 보면…… 뭐, 그렇지. 나와 흡사하되 반대편의 존재였으니.』
“그렇다고 너한테 책임을 물을 생각은 없고…… 아닌가? 어떻게 보자면 책임을 묻는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음?』
난 녀석을 보며 말했다.
“날 대행해서 이 0세계의 ‘관리자’가 될 생각은 없나?”
『……!』
그 말에 우로보로스가 눈을 커다랗게 떴다.
『나 역시 요르문간드다…… 같은 욕망에 사로잡히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만?』
“넌 안 그래.”
우로보로스 자체가 요르문간드와 대척점에 선 존재라서 그런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여태까지 본 게 있으니까.”
『…… 음.』
“내 이해력을 얕보지 마. 그 정도야 다 아는 법이라고.”
내 말에 우로보로스는 잠시 침묵하다 입을 열었다.
『맡겨 준다면 잘해 보겠다. 솔직히 말하자면 책임감 같은 것도 있으니 말이야. ‘요르문간드’로 인해 망가진 세계라면, 내가 수습하는 게 옳겠지.』
“그래, 그럼 그렇게 하자고.”
난 녀석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함께 온 사람들을 하나하나 찾아갔다.
아스가르드의 옛 신들.
특히 로키와 오딘, 토르는 꽤 격전을 벌인 건지 만신창이였다.
아직까지 살아 있기는 했지만.
“……해 냈군, 카일.”
“예, 어떻게든 해냈군요.”
내 말에 로키가 피식 웃었다.
그러고는 말했다.
“아아, 이것 참. 너무 많이 잃었어. 이래서야 우리는 앞으로 수십 년 정도 지속되는 게 고작일 것 같군.”
“……충분한데요?”
“그래, 충분하지.”
그 말에 답한 건 오딘이었다.
오딘은 절뚝이며 주변의 바위에 아무렇게나 앉았다.
“수십 년이라…… 여태까지 해 왔던 것들을 정리하고 성황신에게 도움을 주기엔 충분한 시간이 되겠어.”
“그렇습니까?”
“네 덕분이다.”
오딘은 날 마주하며 말했다.
“네 덕에 ‘아스가르드’로부터 비롯된 업보를 해결하게 됐어. 고맙게 생각한다.”
“그 또한 여러분이 변하고자 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런가?”
세 명의 신은 내 말에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우리가 했던 일이…… 아예 의미가 없진 않았단 거군.”
“미숙하셨기에 그 과정이 깔끔하다 볼 수는 없었지만 말입니다.”
“그에 대한 것도 끊임없이 참회하며 살아갈 생각이다.”
1세계의 성황신인 레이첼을 돕는 것으로 참회하겠노라고.
난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오딘의 말에는 한 톨의 거짓도 없는 진심이 느껴졌다.
“우리는 됐으니 다른 녀석들을 챙기도록. 네가 걱정할 정도로 상처 입은 것도 아니고.”
“그럴 생각이었습니다.”
토르의 투박한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계속 나아갔다.
바르한이 있었다.
녀석은 팔짱을 낀 채 잠시 생각에 빠져 있는 듯했다.
“바르한.”
“카일, 결국 요르문간드를 소멸시키는 것에 성공한 건가.”
“어떻게든 했지.”
“훌륭한 일이군. 너 역시 스스로를 증명한 셈이니.”
바르한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갑자기 내게 고개를 숙였다.
“고맙다, 카일.”
“……음?”
오늘따라 감사 인사를 꽤 많이 듣는 것 같은데.
“네가 감사를 표하다니, 이건 꽤 의외인데.”
“넌 날 ‘제사장’으로서 죽여도 되었다. 하지만 그러지 않고 내게 기회를 주었지.”
“…….”
“난 그 덕에 요르문간드에게서 벗어나 자유가 되었다. 내 의지로 나 스스로를 증명할 수 있었지. 그건 전부 네가 보여 준 자비 덕분이었다.”
아니, 내가 베푼 건 그런 단순한 자비가 아니었다.
하지만 바르한이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것 또한 정답이리라.
“난 의미 없는 자비를 베푼 적이 없어. 네가 그럴 자격이 있기에 그런 것뿐이지.”
“……그런가.”
“그러니 자랑스럽게 여겨도 좋아. 네게는 스스로를 증명할 ‘가치’가 있었다는 뜻이니까.”
그 말에 바르한의 입가에 미소가 감돌았다. 녀석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손을 내저었다.
“가라. 아무래도 혼자서 이 기분을 느끼고 싶으니.”
“그래.”
바르한이라면 앞으로도 잘 해낼 테지. 녀석이라면 분명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도달한 곳은 다름 아닌 지수원이 있는 쪽이었다.
“지수원.”
“왔냐?”
지수원은 하얗게 굳은 헤이드라의 사체 위에 앉아 있었다.
“대충 드론으로 봤다. 네가 요르문간드를 소멸시키는 거 말이야.”
“그렇군. 눈물이 나거나 하지는 않나? 너나 나나 그토록 바라던 순간이잖아?”
“눈물이라…….”
지수원이 내 말에 쓴웃음을 흘렸다.
“이상하게 나지 않는군. 눈물이 나는 게 당연한 상황인데 말이야.”
“그러냐?”
“그래도 한번쯤, 내 세계를 다시 보고 싶기는 해.”
지수원은 그리움이 깃든 눈으로 하늘을 쳐다보았다. 난 그런 녀석을 보며 말했다.
“뭐 어떠냐. 가면 되지.”
“차원을 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만. 0세계의 경우는 1세계와 한없이 비슷했기에 가능했지만 그게 아니라면…….”
“그런 것 없이, 그냥 가 보자고. 너나 나라면 얼마든지 가능하잖아. 다른 녀석들이 잘 지내는지 알아보는 것도 어려운 일은 아닐 테고.”
그 말에 지수원이 잠시 날 쳐다보더니 헛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재밌기는 하겠군.”
“친구 좋다는 게 어디냐.”
나 역시도 궁금하던 참이다.
다른 녀석들은 과연 지금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또 ‘요르문간드’가 없는 다른 세계는 어떤 식으로 흘러갈까.
궁금하지 않다면 거짓말일 테지.
그런 내 말에 지수원은 몸을 일으켰다.
“그럼 가 볼까? 당장은 힘들더라도, 언젠가는 말이다.”
“그래, 그러자고.”
물론 그 ‘언젠가’가 그리 먼 미래는 아닐 것이다.
지수원은 그것으로 충분하다며 말했다.
“그럼 가자고. 여기서 영원토록 있을 것도 아니잖냐.”
“그래야지.”
난 그렇게 말하며 떠나기 전에 다시 한번 0세계를 둘러보았다.
아직까지는 빈 곳이 많다.
채워지지 않아 황폐한 부분이 아직도 꽤 많으니, 복구하는 데 적잖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테지.
하지만 그럼에도, 어떻게든 해내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여태까지 그러했듯.
생명이란 생각보다 더 질기고 치열한 법이니까.
그러니.
‘돌아가자.’
내 세계로.
모두가 기다리는 그곳으로.
그런 생각과 함께 난 힘차게 걸음을 옮겼다.
* * *
돌아오자, 가장 먼저 우리들을 반긴 것은 꽃 내음이 스며든 바람이었다.
내 세계였다.
이제 황폐화된 땅도, 울부짖는 사람들도 없다. 요르문간드의 위협 없이 평소처럼 흘러가는 세계가 눈앞에 있었다.
“하하.”
그 모습을 보자 나도 모르게 웃음이 흘러나왔다.
‘이런 느낌이었나.’
무언가를 지키고, 마침내 목적을 달성하는 기분이 이런 것이었나. 굉장히 오랫동안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어쨌건 난 지금 이곳에 있었다. 눈을 감은 채, 조용히 이 기분에 충실하기로 했다.
다른 이들 역시 흩어져 저마다의 기분을 만끽했다.
난 홀로 바위에 등을 기댄 채, 아무런 걱정도 없는 이 순간을 잠시 동안 만끽했다.
얼마나 그렇게 있었을까.
“해냈군요.”
레이첼의 목소리가 들렸다.
난 눈을 뜨지 않은 채 그녀의 말에 답했다.
“어떻게든 해냈지.”
“많은 일들이 있었네요. 정말로, 어떻게든 해냈고요.”
“…….”
레이첼이라면 전부 알고 있으리라.
0세계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또 요르문간드가 어떻게 소멸했는지.
“어때? 나쁘지 않았지?”
“예, 확실히요.”
레이첼은 피식 웃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요르문간드는 확실하게 소멸했어요. 부활할 여지도 없고요. 아마…… 앞으로 그런 부류가 다시 나타날 일도 없을 거라고 생각해요. 어느 세계든요.”
“다행이군.”
“한번 ‘요르문간드’라는 예외를 허용했는데, 두 번이나 그럴 리는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레이첼이 저렇게 말할 정도면 걱정할 필요는 없으리라.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는 내 옆에 나란히 앉았다.
“카일 님.”
“음?”
레이첼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고마워요, 전부.”
“뭘 그리.”
“많이 들으셨겠지만, 그래도 말해야 할 것 같았어요.”
레이첼다운 말이었다.
그런 말을 들으니 어쩐지 나도 뭔가 말해야 할 것 같아 입을 열었다.
“쉽지 않았어.”
“알아요.”
“그래도 포기하지 않길 잘한 거야. 확신했다면 거짓말이지만, 가능성을 믿었으니까.”
“그것도 알아요.”
레이첼의 대답을 들으며, 난 여태까지의 일들을 하나하나 떠올렸다.
그리고 조용히 눈을 떴다.
만개한 꽃이 한가득 퍼진 꽃밭. 푸른 하늘이 끝없이 이어진 채 그 아름다움을 과시한다.
내가 지켜 낸 세상이다.
그렇다면 이런 질문 정도는 해도 되지 않을까.
“아름답지?”
내가 지켜 낸 이 모든 것들이 참으로 좋지 않으냐고. 그리고 그런 내 질문에 이어진 레이첼의 말에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
“예, 그 무엇보다요.”
에필로그.
검성 남궁무원.
그는 가문이 자랑하는 천재이자 후기지수들 사이에서도 가장 주목받는 신성이었다.
다만 혼란스러운 시기였다.
천마신교가 발호하며 온갖 종류의 마인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들은 하나같이 천마의 부활을 외치며 바람직한 ‘제물’을 찾아 닥치는 대로 사람을 죽이고 제단에 피를 바쳤다.
무림맹을 필두로 한 정파는 그러한 마인들을 막고자 수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리고 그 ‘노력’ 중에는 남궁무원도 있었다.
하지만 운이 좋지 않았던 걸까.
“……크윽.”
남궁무원은 애써 검을 겨눈 채 눈앞의 마인을 노려보았다.
3장로, 염왕노괴 공손충.
무고한 이들을 수없이 많이 죽인 자로, 마교 내에서도 손가락 안에 드는 실력자다.
후기지수로서 그 실력을 인정받은 남궁무원이지만 마교의 3장로를 상대로는 쉽지 않았다.
“끝이다, 아이야.”
“…….”
“네 무위는 제법 나쁘지 않으나, 시기가 좋지 않았구나.”
염왕노괴는 피가 뚝뚝 흐르는 손을 말아 쥐며 히죽 웃었다.
‘이걸로 끝인가!’
남궁무원은 눈을 질끈 감았다.
동시에 생각했다.
최근 들어 꾸었던 기묘한 꿈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거대한 뱀을 상대하기 위해 수많은 이들이 모여 맞섰던 꿈…….
도저히 정체를 알 수 없는 기묘한 광경이었다.
하지만 무슨 상관이랴.
곧 사악한 마인의 손에 목숨을 잃을 상황인 것을.
하지만 허무하게 가지는 않겠다. 남궁무원이 그 일념에 다시금 검을 고쳐 잡고 움직이려던 때였다.
“딱히 평화로운 시기는 아니었군. 대충 알겠어.”
“요르문간드 하나 사라졌다고 이런 일들까지 없던 일이 될 리는 없잖냐.”
“하긴.”
절체절명의 순간, 참으로 긴장감 없는 목소리가 귓가에 들렸다.
염왕노괴는 불쾌하다는 눈으로 고개를 들어 목소리가 들린 쪽을 보았다.
“……색목인?”
머리색은 검었지만 아무리 봐도 무림인의 생김새는 아니다.
물론 그는 더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제물이 제 발로 들어온 것 아닌가. 잘됐다는 생각과 함께 그가 걸음을 옮기려던 때.
푸욱!
“……어?”
심장부에 따끔한 느낌이 들어, 고개를 숙인 그는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보았다.
“언, 제……?”
그의 가슴에 커다란 구멍이 나 있었다. 염왕노괴의 입가에 붉은 피가 주륵 흘렀다.
그러고는 방금 전까지의 기세가 무색하게 땅바닥을 나뒹굴었다.
“……어, 어느 고인이십니까?”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광경에 남궁무원이 말을 더듬거리며 물었다.
그로서는 감히 눈으로 쫓지도 못한 일격이다.
눈앞의 상대가 얼마나 높은 경지에 있는 고수일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그때 그 색목인의 입에서 목소리가 나왔다.
“남궁무원, 맞나?”
“그, 그렇습니다만.”
“그렇다는 건…… 씁, 좀 빨리 오기는 했네. 뭐, 딱히 상관은 없는 것 같고.”
색목인은 그렇게 말하며 옆에 있던 동료와 함께 남궁무원의 앞에 섰다.
그러고는 자신을 소개했다.
“내 이름은 카일 그레이브.”
세계를 넘어, 옛 동료를 만나기 위해 이곳에 왔노라고.
“보다시피, 대마도사다.”
카일 그레이브가 옛 동료를 마주 보며 한가득 웃음을 지었다.
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