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Kidding, I’m an Extra RAW novel - Chapter (111)
〈 112화 〉 유리와 도장 사람들 # 1
* * *
비로소 안심한 나는 아주 자신감 있게 어깨를 딱 피고 자세를 바로 했다. 잘 모르겠지만 유리가 그렇다면 그런 것일 테니까.
“갑자기 자신감 뭔데.”
“안심했더니 자신감이 넘쳐흘러.”
“큭큭. 진짜 웃기는 새끼라니까. 미친놈 같애.”
“뭘 또 욕을 하고 그러냐.”
ㅡ우우웅.
벨이 울린다.
“어. 햄버거 가져올게.”
“존나 빨리 가져와. 굶어 뒤질 것 같으니까.”
실제로 배가 존나 고픈 것인지 유리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근데 진짜 유리랑도 나름 자주 봐서 슬슬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이 무서운 분위기는 진짜 적응이 안 된다.
그냥 기가 너무 쎄보여.
뭔가 위축이 되는 느낌이다. 우유리는 태생적으로 그런 기운을 흩뿌리고 다니는 여자인 것이다. 이미 눈매부터가 너무 날카롭다.
“유리야 제발!”
그래서 나는 마치 비는 것처럼 말했다.
“뭐?”
“너무 강한 말은 쓰지 말아줘! 무섭잖아!”
“뭔 개소리를 하고 있어!”
“니가 너무 쎄게 말하면 무섭단 말이야!”
“씨발아 사람들 다 쳐다보는데…! 닥쳐! 좀!”
“넘모 무서웡…!”
굶어 죽으려고 하는 유리의 앞에서 일부러 과장스럽게 애교를 떨며 시간을 끌자.
“아 씨발! 진짜 뒤져!”
분노한 유리가 때리는 시늉을 하면서 말했다.
“빨리 가서 가져오기나 해, 이 새끼야!”
“넹.”
“넹은 또 무슨 넹!”
“앗!”
잽싸게 몸을 날려서 카운터로 뛰어갔다! 한 대 맞을 뻔했군!
뛰어가니 알바가 불만족스럽다는 듯한 얼굴을 하고 있어서 바로 쟁반을 받아 들고 2층으로 올라갔다.
“야! 어디가!”
“올라가자, 올라가자. 2층에서 먹는게 개념이야.”
“하, 새끼 진짜. 종잡을 수가 없어.”
ㅡ드륵.
유리가 뒤통수를 벅벅 긁으면서 일어났다. 그래. 유리는 이렇게 놀려먹는 맛이 있다. 레오나도 그렇고 시후도 그렇고 류씨도 그렇고 친구들 놀리는 게 세상에서 제일 재밌는 법이지.
아무튼 우리는 2층으로 올라와서 창가 자리 2인석에 마주 보고 앉았다.
“하여간 볼 때마다 미친새끼 같단 말이지.”
유리가 한쪽 손으로 턱을 괸 채 감자튀김을 집어 먹으며 그런 말을 했다.
“대체 뭐냐? 왜 이렇게 미친놈이야?”
“아니, 야. 진짜 장난 좀 친 거 가지고 그러기냐? 그냥 유리 니가 아사할 것 같다고 해서 농담 좀 한 거가지고 미친 새끼라고 하면 내가 뭐가 돼?”
“뭐가 되긴, 미친놈 되는 거지. 근데 원래 미친놈들이 잘 싸워. 큭큭.”
“아잉, 부끄럽게시리. 흐흐흐.”
“지랄은, 아오. 또 부끄럽다고 이 지랄하고 있네.”
뭐가 그리도 웃긴지 킥킥대면서 웃은 유리가 햄버거 포장지를 깠다.
“근데 뭐 그냥 하는 말은 아니고. 실제로 요즘 가르치면서 좀 느껴지긴 하더라. 실력이 빠르게 늘고 있어.”
“드디어 내 재능을 인정한 것인가?”
“좀 닥치고 들어.”
“네.”
더 깐족대면 맞을듯.
“아무튼. 근데 이게 내가 잘 가르치는 건지, 아니면 니가 잘 배우는 건지 아직 모르겠단 말이지.”
감자튀김을 먹으면서 말하는 유리.
“아, 그래서 그것도 겸해서 도장 가자는 건가?”
“어. 솔직히 누구 재능 알아보려면 나보단 그쪽이 더 나으니까.”
하긴. 유리가 쎄긴 해도 아직 미성년자다. 도장에서 계속 사람을 가르쳐 온 사범들이 이쪽 관련해서는 더 정확하겠지.
“그럼 나 재능 알아봐 준다고 데려가 주는 거냐?”
“그런 것도 있지.”
“진짜.”
나는 바로 햄버거를 내려놓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어?”
그리고.
ㅡ화악.
허리를 90도로 숙여 정중하게 감사를 전했다.
“고맙다.”
“뭐, 뭐? 이 새끼 뭐해? 뭐 인사를 하고 있어?”
당황한 유리의 목소리. 나는 허리를 90도로 숙인 채 햄버거를 응시하며 말을 이었다. 이건 일부러 부담을 주는 인사법이다.
“그냥. 잘 챙겨줘서 고맙다고.”
그리 말하면서 유리를 보았다.
“자, 잘 챙겨주긴 무슨… 그냥 가르쳐 주는 김에 하는 거지…”
내 진심 어린 감사에 부끄러워진 것인지, 유리가 손가락으로 볼을 긁적이면서 창밖을 보았다. 얼굴에 열도 좀 오른 모양이고.
“뭔 시발 허리까지 숙이고 있냐. 존나 지랄같은 새끼 이거. 빨리 안 일어나? 오. 사. 삼.”
“야. 우유리.”
“뭐?”
“내가 내 스승님한테 허리 좀 숙이고 싶다는 데 그게 싫어?!”
“뭐, 뭐엇?!”
ㅡ쑤욱!
바로 허리를 곧추세우고, 다시 90도로 허리를 숙이면서 소리친다! 당황한 유리가 눈을 크게 뜨고는 마치 아몬드를 품에 안은 햄스터처럼 햄버거를 꼭 쥐었다!
“싫냐고! 내가 내 스승님한테 허리 좀 숙이면 안 돼!”
“야, 야! 야! 지랄 그만!”
“싫냐고오오!”
그것을 반복하니.
“알았어, 알았어! 괜찮으니까 좀 앉아 이 새끼야! 제발!”
그제서야 유리가 졌다는 듯이 말을 하며 손사래를 쳤다.
“흐흐흐, 그래.”
그럼 그만해야지.
“아무튼 우유리 너 내가 지켜 보고 있어. 어? 사람 허리도 못 숙이게 하고 말이야. 아주 그냥 악질이야, 악질.”
“큽…! 진짜 이제 지랄 그만해라.”
어금니를 꽉 깨물면서 말하는 걸 보니 지랄 한 번 더 하면 진짜로 처맞을 듯.
“한 마디만 더하면 진짜 존나 두들겨 팰 테니까.”
“너무 강한 말은 쓰지 말라니까.”
“이리 와. 너 이리 와. 김근철이 너 이 씨발새끼 이리 와!”
“악!”
귀신처럼 스텝을 밟아 순식간에 내 옆으로 접근한 유리가 내 목덜미를 잡고는 내 허리와 갈비뼈에 지건을 박아대기 시작했다!
ㅡ쿡쿡쿡!
“흐악! 허억! 아앗! 호오오익! 살려줘! 아악!”
“더 지랄할 거야, 안 할 거야! 근데 이 새끼 비명 좀!”
“안 할게! 안 할게! 장난! 장난이라고! 너아아아앜!”
“새끼.”
ㅡ스윽.
빌고 또 비니 그제서야 유리가 날 놓아줬다…!
“하아… 아니… 장난 좀 친 거 가지고 이러기냐고. 옆구리에 구멍 뚫렸어, 진짜. 여기. 여기 옆구리에서 피 콸콸 나오는 것 좀 봐. 이거 어떡하냐고.”
“진짜 죽이고 싶네.”
사람에게 지건을 박은 게 그렇게 재밌는지 씨익 웃으면서 말하고 자빠졌다. 아무튼. 나는 쓰린 옆구리를 쓰다듬으면서 다시 햄버거를 먹었다.
“대충 그런 이유로 도장 데려가는 거니까 그리 알아. 고맙긴 무슨. 내가 알아보고 싶어서 알아보러 가는 건데 오바 좀 그만 떨어, 이 새끼야.”
ㅡ쪽.
그리 말한 유리가 콜라를 빨았다.
“오케이. 이제 지랄 그만할게.”
“지랄이란 건 알고 있냐?”
“장난친 거니까. 아니, 근데 고마운 건 사실이지. 솔직히 작년에 각성하고 막막했는데 덕분에 여기까지 강해졌잖아. 너 아니었음 난 아직도 ‘문민’급이었다고.”
“그건 뭐…”
맞는 말이다.
지금에 이르러 문민은 좆밥의 상징.
만일 내가 친구들에게 가르침을 받지 않았다면, 지금쯤 나는 문밑딜 문밑딜 신나는 노래 신세를 면하지 못했을 것이다.
참고로 문밑딜은 문민보다 딜량이 낮다는 소리. 아주 치욕적이지. 솔직히 브라이언이라면 몰라도 문민한테는 그런 소리를 듣고 싶지 않다. 브라이언은 약간 기믹캐라서 운빨 잘 터지면 폭딜 나올 것 같거든.
“아무튼 강해지면 하고 싶은 일도 제대로 할 수 있고. 그렇잖아. 방금 장난은 그런 내 감사의 마음을 좀 과격하게 표현한 거라고. 좀 부끄러워서 돌려 말한 건데 옆구리에 구멍을 뚫어…”
“두 번 과격하면 진짜 정신병원 가겠네. 큭큭. 부끄럽긴 새끼가. 부끄럽다는 개념 자체를 모르는 것 같은데.”
내게도 수치심은 있어.
“후우. 아무튼 뭐 그렇지.”
유리가 한숨을 내쉬었다.
“영웅이 자기 하고 싶은 일 제대로 하려면 강해지는 수밖에 없지.”
“그러니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다, 유리야.”
“어.”
의자에 등을 기댄 유리가 콜라를 쪽 빨았다.
뭐 그런 느낌으로 햄버거를 전부 먹어 치웠고, 나는 유리와 함께 밖으로 나왔다.
“유리야. 그럼 이제 도장 가냐?”
“음.”
주머니에 손을 넣은 유리가 내 옆에 붙으면서 말했다.
“아, 야.”
“왜.”
“영화 보자.”
뭐?
갑자기 영화를?
“도장은 어쩌고?”
“주말인데 그 땀내 나는 곳에 뭐 벌써 가. 좀 늦게 가도 돼.”
“그럼 영화나 보고 가자. 근데 뭐 보냐? 지금 뭐하지?”
바로 핸드폰을 꺼내 영화를 검색했다.
여기가 또 내가 살던 곳이랑 세계관이 달라서 영화 시리즈가 좀 많이 다르다. 음악 자체는 동일하거나 비슷한데 영화는 완전히 달라. 애초에 초인이 있는 세상에서 만든 거라 뭘 봐도 SF영화 같다.
“김근철이 너는 뭐 보고 싶은데?”
“나는 뭐 공포영화만 아니면 돼.”
“공포영화 싫어하냐?”
“진짜 구라 안치고 공포영화 보면 밤에 잠을 못 자.”
심지어 샤워할 때도 문 열어놓고 해야 한다.
“미친놈. 그게 17살 남자 새끼가 할 소리냐? 그 나이먹고 귀신이 무서워서 잠을 못 잔다고?”
“귀신이랑 남자가 뭔 상관이야. 구라 안치고 우리 통령군주 김익수씨도 귀신 보면 그 자리에서 주저앉아서 울부짖고 엄마 찾을걸. 엄마, 엄마아앜! 하고.”
“통령군주가 왜 울부짖어, 이 미친새끼야. 큭큭. 야. 그럼 공포영화 보자.”
“뭐라고?!”
아니 왜!
“싫어?”
“아니 왜 공포영화를 봐! 싫어!”
“이 새끼… 스승이 보고 싶다는데 싫어? 싫어어어? 닥치고 공포영화로 간다!”
“아니, 야!”
돌겠네, 시발!
* * *
“좋아요.”
시가전 패턴이 들어간 군복 같은 옷을 챙겨 입고, 베레모에 선글라스. 그리고 그 위에 카모플라쥬 망토를 두른다.
“네. 베레모는 개오바.”
ㅡ처억.
베레모는 벗어 던지고 괴수 관측용 정밀 쌍안경을 챙겨든다. 그 모습이 거울에 비춰진다. 그야말로 한 명의 헌터같은 차림새.
이것은 결코 튀거나 이상한 차림이 아니다. 보통 헌터들은 이런 사이비 군복 패션이나 테크웨어를 즐겨 입는다. 아니면 아예 보호구나 강화복을 두르고 다니는 경우도 있고.
그러니 이렇게 다녀도 전혀 이상하지 않지.
“김근철이. 감히 제게 보고도 없이 여자랑 놀러 가다니. 딱히 스토킹을 할 생각은 아니지만, 확인은 해야겠어요.”
ㅡ꽈악.
검은 장갑을 끼는 것으로 준비를 마친다.
“근철맘으로서.”
준비를 마친 레오나는 바로 1층으로 내려가 차에 올랐다. 운전수가 운전을 하는 사이, 김근철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보고를 받는다.
아직은 기숙사에서 나오지 않아서 알 수 없단다.
“쯧.”
그렇게 조금 기다리고 있으니 김근철이가 나왔다는 보고를 들었고, 마침내 우유리랑 만난 김근철이가 패스트 푸드점으로 향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ㅡ끼익.
좀 떨어진 곳에 내린 레오나는 바로 빌딩 외벽을 타고 옥상까지 질주해 올라갔다. 그리고 좋은 스나이핑 포인트로 가서 엎드린다.
“카모플라쥬 온.”
ㅡ스르륵.
광학 미채에 의해 레오나의 모습이 사라진다. 레오나는 곧바로 쌍안경을 꺼냈다. 처음엔 두 타겟이 보이지 않아 초조했지만, 곧 창가 쪽에 자리를 잡고 앉는 모습이 관측되었다.
‘아침부터 햄버거라니…! 한 소리 하고 싶은데 그러면 몰래 봤다는 걸 들켜버려요!’
레오나는 속으로 그런 소리를 하며 관찰을 이어 나갔다.
“…쯧.”
둘은 아주 즐겁게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아무래도 둘이 많이 친해진 모양이다. 검술을 베우면서 많이 친해진 건가… 그런데 돌연. 김근철이가 벌떡 일어나더니 미친 짓을 하는 것이 아닌가.
“풍선인형?”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김근철이가 무슨 마스코트 인형처럼 고속인사를 반복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ㅡ파앗!
우유리가 튀어와서 김근철이의 목덜미를 잡고 스킨십을 시도했다!
“아니! 뭘 그렇게 즐겁다는 듯이 있는 거죳!”
레오나는 손수건을 깨물었다.
“이익!”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