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Kidding, I’m an Extra RAW novel - Chapter (112)
〈 113화 〉 유리와 도장 사람들 # 2
* * *
결국 유리에게 잡힌 채 극장까지 끌려오고 말았다.
미쳤다.
이건 진짜 미쳤다.
정말로 유리랑 공포영화를 봐야 하는 것인가? 안 그래도 기숙사에서 혼자 살아서 무서운 짤만 봐도 씻기가 힘든데 공포영화라니…! 나 잘려고 불 끄고 누워 있으면 누가 쳐다볼까 봐 무섭단 말이다!
“아, 진짜. 뭘 공포영화를 봐. 유리야. 외계인 나오는 걸로 보자, 외계인.”
“와, 이 새끼 진짜 사내새끼가 쫑알쫑알 말도 많네. 안되겠다. 오늘 내가 이 새끼 사람 만든다.”
“이미 사람이라고!”
“어. 스승의 눈으로 봤을 땐 아니야. 일루와.”
유리가 씨익 웃더니 내 옷깃을 잡아 당겼다.
아주 그냥 사악한 미소가 걸려있다…! 레오나가 내게 짬뽕을 먹여주면서 보여주는 미소와는 다른 벡터의 사악한 미소!
“야, 야! 놔! 놔주세요!”
“어? 반항을 해? 찌른다? 손가락으로 찌른다? 스승님한테 반항하면 매질 당하는 거 몰라?”
“유리야! 너 지금 너무 폭력적으로 변하고 있어!”
“니가 날 그렇게 만들고 있잖아!”
“으악!”
소리를 지르니 그제서야 유리가 나를 놔줬다!
“유리야. 진지하게 말할게. 지금 공포영화 보면 구라 안치고 밤에 잠 못자…! 누가 쳐다보고 있을 것 같아서 무섭다고!”
“그럼 검기로 썰어버리면 되잖아.”
“귀신을 어떻게 베냐고.”
“다 베어져 임마, 큭큭큭.”
무슨 일이 있어도 볼 생각이다! 저 불길한 집이 나오는 것 같은 영화 포스터를 고를 생각이야!
“제발! 나 좀 살려줘! 나 진짜 공포영화 못 본다고!”
“어. 그래도 볼 거야.”
나는 아예 유리의 종아리를 끌어안은 채 빌었지만, 유리는 그냥 날 내려다보면서 즐거워할 뿐이었다.
진짜 사람 괴롭히는 일진 누나다.
이런 여자가 내 스승이라니.
“걱정 마, 새끼야.”
“뭘 걱정 마?”
“영화 보다가 귀신 나오면 내가 어? 이렇게 팟팟 하고 지켜줄 테니까.”
“뭐랏!”
유리가 지켜준다고…!
“그건 영화관 이야기지! 나 집 가면 어쩌려고!”
“같이 가줘?”
“뭐라고!”
집에 같이 가줘?!
“지랄. 농담이야, 새끼야. 뭘 놀란 척을 하고 있어? 새끼 존나 웃기다니까. 큭큭큭.”
“배신당했다. 책임져 주는 줄 알았는데 배신당했어.”
“인생은 원래 배신의 연속이지. 그럼 김근철이? 여기 가만히 있어. 영화표랑 먹을 거 사 올 테니까.”
“날 낙동강 오리알로 만들지 마…!”
“하, 새끼 진짜 까다롭네. 그럼 따라오던가.”
“공포영화 제발 봐달라고.”
물론 내 말은 귓등으로도 듣지 않는다. 유리는 바로 성큼성큼 걸어가더니 검은 집이라는 딱 봐도 불길해 보이는 이름의 영화표를 구매했다.
거기에 팝콘에 콜라까지 챙기는 센스.
나는 그런 유리의 옆에 딱 붙었다.
벌써부터 무섭거든.
“샀다, 샀어. 이제 무조건 봐야 돼.”
자연스럽게 내게 잡스런 짐을 내미는 유리.
“하, 진짜 나 어쩌냐.”
“내가 옆에 있는데 뭐가 무서워?”
“유리야. 너는 너무 강해서 약자의 마음을 몰라. 한 단계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기 위해선 나약함도 알아야 하지 않을까?”
“한 번만 더 지랄하면 다음에 또 공포영화 보러 온다?”
“내가 딱 참고 한 번만 본다.”
좋다.
나도 남자다.
여자애 앞에서 꼴사나운 모습을 보여줄 수는 없지. 나는 그렇게 내 마음을 강철로 무장했고.
“검은 집 9관 입장해주세요!”
유리와 함께 9관으로 이동했다.
“야. 영화 다 보고 나서 옆에 백화점 좀 갈까?”
“백화점은 또 왜.”
“셔틀 있으면 써야지.”
“제자가 셔틀이냐고.”
“그럼 아냐?”
유리가 씨익 웃으면서 아주 뻔뻔하게 말했다.
“도장은 어쩌고.”
“그럼 뭐 도장 갔다가 가지 뭐. 어차피 오늘 할 거 없지 않냐? 하, 근데 이 새끼가 자꾸 빼려고 하고 있어?”
“알았어! 하자는 대로 다 할게!”
생각해보니 유리는 검술을 가르칠 때도 이런 느낌이었던 것 같다. 그때는 뭐 말보다는 칼로 말하니까 딱히 못 느꼈지만, 유리의 검술은 막무가내 같은 느낌이 있지.
날 막 휘둘러대는 그런 느낌이다.
뭐 그렇게 어두컴컴한 9관으로 가서 자리에 앉았다. 유리는 내 오른쪽에 앉았고, 나는 몸을 살짝 오른쪽으로 틀었다.
“왜 붙어?”
“조금이라도 더 붙어서 공포를 중화하려고.”
“하, 새끼 괴인도 잘 써는 놈이 겁은 존나 많아가지고. 손잡아 줘? 손잡아 줄까?”
“진짜 잡아주냐?”
“구라야.”
“내 마지막 희망이!”
“뭘 기대하고 자빠졌어! 공포영화 본다고 여자애한테 손잡아 달란 새끼가 진짜 어딨냐!”
유리가 힘차게 소리쳤다. 물론 내가 생각해도 그 말이 맞다. 근데 귀신이 진짜 무서운 걸 어떡하냐고. 내가 상상력이 풍부해서 그런가.
ㅡ두둥.
곧 영화가 시작했다.
“…”
나는 극한의 긴장감 속에서 침을 꿀꺽 삼키며 실눈을 떴다.
“이 새끼 실눈 떴네.”
“내가 동양인이라서 눈이 좀 작아.”
“큭큭, 지랄은.”
물론 이것만으로는 모자라다. 나는 양손을 앞으로 뻗어서 작은 틈을 만든 뒤에 그 틈을 통해 스크린을 봤다.
“야. 손 안 내려?”
“아니, 나 근데 벌써부터 무섭다고.”
유리가 내 손목을 잡아 당기듯이 내려버렸다.
베리어도 못 쓰게 하는 거냐?
ㅡ사악.
아무튼 음산한 분위기.
도입부는 그 음산한 집 안을 카메라 워크로 살펴보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당장이라도 뭐가 튀어나올 것 같아서 공포스러운 분위기가 넘쳐 흐른다.
내가 저런 곳에 혼자 있다?
진짜 기절할 자신이 있어.
그렇게 영화가 시작되려고 한 순간.
ㅡ꺄아아아아악!
“와악!”
웬 귀신이 튀어나왔어, 씨발!
“아니, 뭐 시작부터 비명을 질러? 할튼간 비명맨 새끼. 큭큭큭.”
나는 깜짝 놀랐는데 유리는 아주 그냥 웃겨 죽겠다는 듯이 큭큭대면서 내 팔뚝을 쿡쿡 찔러댔다. 진짜 밖에서 보는 건 오늘이 처음인 것 같은데 날 너무 휘둘러대고 있다.
힘의 차이가 너무 커서 반항할 수 없는 게 한.
“진짜 무섭냐? 어? 존나 무서워?”
심지어 티배깅까지 하고 있어…!
“세상에서 제일 무섭다고…!”
“진짜 손잡아 줄까?”
“제발 좀 잡아줘라!”
“어. 안 잡아 줘.”
“자꾸 내 기대감을 부수지 말아줘!”
사람을 너무 놀리고 있다!
아니, 근데 손잡으면 좀 안정될 것 같긴 해.
“하, 진짜 애가 너무 좆밥이라니까. 이런 느낌인 건가? 레오나가?”
“레오나가 왜.”
“니 레오나 아들이잖아.”
“아니 뭐 아들이야. 잘 챙겨주는 거지.”
아무튼 나는 유리와 함께 영화를 봤다.
보면서 느낀 건 그냥 존나 무서웠다. 무서운 집에 들어가서 살게 된 사람들이 온갖 귀신들에게 시달리는 내용.
갑툭튀가 존나게 많아서 중간중간 비명도 오지게 질렀는데, 이게 또 민폐가 아니었다. 영화관 사람들이 죄다 비명을 질렀으니까. 근데도 유리는 끄떡이 없더라.
“전능하신 레 오나씨여, 그 아름다운 마음으로 나를 보호하소서…”
뭐가 됐든 속으로 레오나에게 빌고 있으니 그럭저럭 볼만은 했다. 특히 마지막에 이르러 갑자기 나타난 초인들이 집을 박살 내는 것으로 퇴마하는 건 명장면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리 영화를 다 보고 밖으로 나왔다…
“낄낄낄. 이 새끼 진짜 놀려주는 맛이 있다니까.”
“유리야. 나 너무 상처받았어. 앞으로 나 어떻게 살아야 되냐?”
“상처 이 지랄. 야. 그러길래 누가 패스트 푸드점에서 지랄하래? 이건 그 복수야, 이 새끼야.”
“이 사건의 발단이 나였다고?”
절망했다.
“아, 진짜 존나 재밌었다. 그럼 김근철이? 이제 도장가자.”
“넹.”
“쫄래쫄래 따라와.”
진짜 스승 그 자체다.
* * *
재빠르게 평상복으로 환복한 레오나는 마치 잠입 임무를 수행하는 것처럼 영화관으로 향했다.
‘둘이서 영화라니…!’
몹시 초조해진다.
아까 패스트 푸드점에서 서로 웃으며 스킨십을 한 것도 모자라 둘이서 영화까지 보러 왔다.
이 정도면 이제 빼박 아닐까? 검술을 배우다가 너무 친해진 나머지 사귀게 된 것은 아닐까? 레오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여전히도 즐겁게 이야기하고 있는 두 타겟을 응시했다.
“살려달라고! 무섭다고!”
“큭큭, 어. 안 봐줘.”
근데 이야기하는 걸 보니 조금 이상하다. 김근철이는 제발 살려달라고 빌고 있고 유우리는 그걸 컷해버리고 있다.
‘뭐죠?’
보다 자세하게 도청을 하니 알 수 있었다. 놀랍게도 지금 김근철이는 공포영화를 보기 싫다고 징징거리고 있는 중이었다.
‘세상에 진짜 저 한심한 남자를 대체 어떻게 해야 하죠…! 아무리 그래도 여자애 앞에서 저런 추태를 보이다니!’
제대로 교육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지금 이 상황을 예로 든다면 미행한 것을 들키게 된다.
레오나는 어떻게 해야 이걸 교육할 수 있을까 고민했고.
‘아하. 다음에 이쪽에서 부르면 되겠군요.’
김근철이를 이끌고 공포영화를 보러 오면 된다고 결론을 내렸다.
‘생각해보니 김근철이랑 영화도 한 편 안 봐줬네요. 당연히 해야 할 일인데 방치를 하다니 근철맘 실격…’
딱히 진지하게 ‘근철맘’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만,할 건 해야 하지 않겠는가.
아무튼 레오나는 두 타겟을 쭉 감시했고, 그들이 상영관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표를 구입해서 따라 들어갔다.
그렇게 적당한 곳에 앉고 나니 타겟들의 모습이 눈에 더욱 훤하게 들어온다.
“존나 겁쟁이 새끼.”
“무서운 걸 어떡하냐고!”
즐겁다는 듯이 이야기하면서 킥킥대는 두 남녀.
‘진짜 스킨십 개오지게 하고 있네요.’
하지만 아직 사귀는 단계는 아닌 것 같다. 레오나는 일단 그렇게 생각했다. 물론 둘이 사귀고 말고 하는 건 딱히 상관없지만, 그냥 김근철이가 공부에 집중하지 않을까 봐 걱정이 될 뿐이다.
곧 영화가 시작되었다.
‘일단 영화도 좀 보죠.’
레오나는 둘을 감시하면서 영화를 시청했다. 그냥 그저그런 공포영화다. 딱히 무섭지는 않았지만 레오나는 실눈을 뜨고 양손으로 스크린을 가린 채 살짝 틈을 만들어서 영화를 봤다.
그러면서도 타겟들을 놓치지 않는다.
“손잡아 줄까? 손잡아 줘?”
“제발 좀 잡아줘…!”
무슨 손을 잡아 달래!
“응. 안 잡아줘.”
우유리는 김근철이의 손을 잡아 주지 않았다. 그걸로 김근철이는 더더욱 큰 공포에 빠지게 된 모양이었다.
‘나였으면 잡아줬다구요!’
손잡아 주는 것 정도라면 여유!
‘애가 저렇게 무서워 하는데 대체 뭘 하는 거죠, 우유리!’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