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Kidding, I’m an Extra RAW novel - Chapter (113)
〈 114화 〉 유리와 도장 사람들 # 3
* * *
아무튼 나는 유리의 뒤를 쫄래쫄래 쫓아갔다.
공포 영화 때문에 이미 한번 기가 죽은 마당이다. 스승인 유리한테 깝칠 수 있을 리가 없다. 심지어 나보다 강하지 않은가. 이거 완전히 유리의 따까리가 된 것 같은 기분이로군.
“아, 새끼 진짜 존나 웃기다니까. 무서웠쪄요? 응? 무서웠쪄요? 공포영화 봐서 무서웠쪄요?”
유리는 빙글빙글 웃으면서 내게 얼굴을 들이대며 마치 애를 다루는 것 같은 말투로 놀려댔다. 아니, 근데 이거 진짜 자존심 상하네.
내가 진짜 여자애한테 이런 소리를 들어야하냐?
앞으로 진짜 개빡수련해서 공포증 이겨낸다, 진짜.
“진짜 존나 무서웠쪄요, 시발.”
“아 시발. 닌 애기 소리 내지 마라. 존나 징그러우니까.”
“니 하길래 따라한 거잖아!”
“니랑 내가 같냐? 할튼간 김근철이 이거 문제야.”
“내가 문제긴 무슨… 아무튼 진짜 자존심 개상한다. 유리야. 무슨 일이 있어도 진짜 개빡수련해서 공포증 이겨낼 테니까 각오해라.”
“오오, 그런 마음 먹었쪄요?”
끝까지 애취급이로군.
“유리야. 한마디만 더 하면 지금 이 자리에 주저 앉아서 울부짖는다.”
“어 해봐. 좆도 신경 안쓰니까.”
ㅡ처억!
나는 바로 자리에 주저 앉아서 울었다.
“으아아아앙! 으앙! 흐허어어엉! 흐극!”
“야, 야이 씨발! 하란다고 진짜하냐! 안 일어나!”
“흐허어어엉!”
“안 할 테니까! 안 할 테니까 일어나!”
“어, 그래.”
안한다는 말에 나는 정색하면서 일어나 몸을 털었다.
진작 그럴 것이지.
“진짜 미친 싸이코 새끼 이거… 근데 진짜 존나 웃기네. 큭큭.”
“아니, 근데 오늘 뭐 이렇게 기분이 좋아보여?”
“그냥 존나 웃겨서. 아무튼 야. 그래서 진짜 무섭냐?”
어지간히도 웃겼는지 끝까지 물어보고 있다.
“흠.”
방금 봤던 공포영화를 떠올렸다.
“아니 이게.”
지금은 안 무섭지만 밤에 혼자 있으면 무서워진다고…!
공포영화의 두려운 점이 바로 그것이다. 밝을 땐 괜찮지만 어두워질수록 공포가 증폭된다.
김근철 오늘 밤 다 잤다.
밤 늦게까지 시후랑 놀아야 하나?
“지금은 안 무서워.”
“밤 되면 무서워지고? 큭큭. 야 근데 칼도 들고 있는 놈이 진짜 귀신을 왜 무서워하냐? 미친 겁쟁이 새끼 같으니라고. 난 공포영화보다 니가 방금 진짜 주저앉아서 운 게 더 무서워, 이 새끼야.”
“솔직히 내가 봐도 좀 무섭긴 해. 다 큰 남자가 주저앉아서 뗑깡 부리고 우는 것만큼 무서운 게 없긴 하지.”
약간 소울류 게임 몹으로 나올 것 같은 느낌이다.
“근데 진짜 유리 닌 안 무섭냐?”
“내가 무서워하겠냐?”
당연하다는 듯이 코웃음을 치는 유리.
“야. 유리야. 너도 뭐 지금이야 괜찮다고 하지만 막상 귀신 앞에 서면 생각이 달라질 수도 있잖아.”
“그럴 수도 있긴 하겠는데. 너 뭐 진짜 보기라도 했냐?”
딱히 본 적은 없다.
“아니 그런 건 아닌데. 하긴. 없는 걸 보고 안 무섭다고 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지.”
“지랄하네. 큭큭.”
흥겹게 웃은 유리가 내 옆구리를 쿡쿡 찌르면서 말했다.
“아으, 이 겁쟁이 새끼. 앞으로 어? 근성 단련을 더 시켜줘야겠어? 다 마음이 허하니까 귀신 따위를 무서워하는 거라고. 앞으로는 정신 수련도 좀 하자.”
“여기서 정신 수련 각을 본다고?”
“싫어?”
“좋지!”
무조건 좋다!
그렇게 유리랑 킥킥대면서 노가리를 까며 걸었다. 근데 진짜 질리지도 않는지 계속 무섭냐고 물어본다.
더 물어보면 밤에 진짜 생각날 것 같애.
“야. 김근철이.”
“왜.”
“내가 밤에 무서운 사진 보내주면 어떨 것 같아?”
유리가 사악한 미소를 지은 채 불길한 예언을 속삭였다! 아니, 그건 진짜 개오바인데! 잠깐 생각해보니 소름이 돋았다!
“아! 진짜! 하지 말라고!”
“흐즈믈르그! 낄낄낄.”
아주 그냥 웃겨 죽으려고 하고 있어…!
사람을 우습게 보는 것도 정도가 있지! 나는 이렇게나 무서운데 그걸 장난처럼 다루고 있단 말이다!
“제발 좀 살려주세요!”
지금은 내가 제자에 더 약하니까 굽혀주겠지만, 언젠가 반드시 본때를 보여줄 것이다. 어디. 유리가 뭐에 약한지 알아보도록 하자.
“싫은데?”
“너 이거 학교폭력이야!”
“신고해 봐라. 교관님! 우유리가 글쎄 밤마다 제게 막 귀신사진을 보내요! 헝헝! 이러면 교관님이 어? 참 좋아하시겠다.”
“진짜 세상에서 제일 비참하다.”
그런 미래는 감당할 수 없어.
그냥 레오나한테 사진을 달라고 해야 할까? 레오나 사진을 방에 걸어둔다면 귀신들이 침입하지 못하겠지. 아크엔젤 레 오나는 그런 존재다. 존재만으로도 귀신들을 성불시키는 존재.
“제발. 유리야. 열심히 할 테니까 좀 봐줘라.”
“그럼 봐줄까?”
“넹.”
“어. 넹 했어. 땡. 이제 안 봐줘.”
“넹을 대체 왜 그렇게 싫어하는데!”
“존나 징그러워서.”
아무튼 유리 이거 오늘 기분이 아주 좋아 보인다. 확실히 학교랑은 텐션이 다르단 말이지. 밖에 나와서 그런 거냐?
“하는 거 봐서 봐줄지 말지 정해줄게. 하는 거 봐서.”
“지금부터 세상에서 제일 열심히 하는 김근철이의 모습 보여준다.”
ㅡ저벅저벅.
그리 웃으면서 걷고 있으니 유리네 도장에 도착했다.
“이거 빌딩인데?”
딱 봐도 으리으리한 빌딩이다. 간판도 존나 크고 건물 자체도 뭔가 한층한층이 위아래로 높은 것 같다. 진짜 세상에 이런 건물이 다 있다니.
“아니, 건물 이거 왜 이렇게 크냐? 설마 이거 빌딩 하나를 다 훈련 건물로 쓰는 건가?”
“그럼 나라에서 제일 큰 도장인데 아니겠니? 들어가자.”
태권도가 아무리 흥해도 빌딩 하나를 다 태권도장으로 삼진 못할 텐데 말이다.
“아, 씨. 위축되는데. 유리야. 니 뒤에 딱 붙어서 갈게.”
“그러든가.”
그렇게 유리의 뒤에 붙은 채 건물에 입장.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갔다. 보니까 층별로 무슨 수련시설이 다른 모양이다.
“홀로그램 대련장? 이런 것도 있네? 아니 무슨 사격장도 있어? 거기에 이능력실도 있고. 검술도장까지 다 있네?”
“말하자면 종합 무술 센터같은 거지. 일단 메인이 검술이긴 한데, 실전 무술인 만큼 이것저것 다 가르치고 있다.”
“유리 너 총도 좀 쏘냐?”
“존나 잘 쏴. 좀 있다 보여줘?”
“어! 보여줘!”
“새끼. 그래도 사내새끼라고 총 같은 건 좋아하나 보네. 뭐 대충 끝나고 총 쏘러 가자.”
“유리야 너무 멋있다!”
“지랄.”
그렇게 8층에 있는 검술 도장에서 엘리베이터가 멈췄다. 이 시점에서 나는 일종의 두근거림을 느끼고 있었다.
이곳은 말 그대로 실전무술을 배우는 곳. 현역 영웅과 헌터들이 제대로 값을 지불하고 자기 스킬을 갈고닦는 공간이다.
그런 곳에 발을 들이는 만큼 두렵고 긴장되기도 하지만 엄청난 기대심이 솟아오른다. 과연 이 세상의 전문 무술도장은 어떻게 되어 있을까?
“자, 그럼 어떤 곳인지 한번 봐볼까!”
유리의 뒤에 딱 붙어서 문 안으로 들어간 순간.
“어. 나왔어.”
유리가 능숙하게 인사함과 동시에.
ㅡ처억!
ㅡ처억!
ㅡ처억!
도장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내게 집중되었다.
“뭐?”
뭐지?
외부인을 경계하는 건가?
그 생각을 하는 데 걸린 시간은 단 1초였고.
ㅡ파앗!
검술 수련을 하고 있던 근육질 남성들이 인간이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비인간적인 풍차돌리기와 폭력적인 덤블링을 실시하며 내 앞에 등장했다!
“네 녀석이 그 ‘김근철’이라는 녀석인가?”
“네 녀석이 그 ‘김근철’이라는 녀석인가?”
“네 녀석이 그 ‘김근철’이라는 녀석인가?”
그리고 마치 가면 형제처럼 말하는 수련생들!
“뭐, 뭐? 이놈들 다 뭐야! 사람 살려!”
단 2초 만에 미친 근육쟁이들이 나를 포위했다!
“살려주세요!”
당황한 나는 곧바로 몸을 돌려 도망치려고 했지만.
ㅡ처억!
“크고 우악스러운 손들이 내 몸을 붙잡았고 있어!”
내 어깨와 팔과 손목을 잡고 있는 우악스러운 손들!
“놔, 놔! 놓으라고!”
심지어 어떤 아저씨들은 바닥에 엎드린 채 내 발목을 잡고 있었다…!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지! 설마 난 공포영화를 보다가 기절해서 악몽을 꾸고 있는 것인가?
여게 현실일 리 없어!
“이 녀석이 그 김근철이라는 녀석인가.”
“사저의 말에 의하면 재능이 좀 있다지?”
사저?
“몸은 좀 탄탄한 것 같군. 하지만 벌크업이 더 필요하겠어.”
“이 정도면 웰터급인가. 적어도 미들급까지는 키우는 게 좋은 것 같군.”
“강인한 육체에 강인한 마력이 깃드는 법! 크하하! 마력 자체는 정순한 것 같다!”
날 포위한 초인들이 한마디씩 던지며 내게 얼굴을 들이댔다. 지금 뭔가 천 개의 얼굴을 지닌 괴물이 내게 환상마법을 걸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여긴 정상이 아냐…! 도망쳐! 도망쳐야 한다!”
무슨 아는 사이도 아니고 도장에 오자마자 이러는 게 대체 어디 있다는 말인가!
도망쳐야 해!
하지만 이미 나는 초인으로 이루어진 감옥에 갇힌 상태였다. 이러고 있는 사이에도 마치 좀비처럼. 이 도장 안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성큼성큼 걸어와 나를 포위했다.
“풀어주세요! 저 나갈 거예요!”
난 풀어달라고 소리쳤지만.
“검은 평범한 걸 쓰는군. 칼에 관심이 없는 건가?”
“아직 실전을 치르지 않아서 그래. 실전을 치르면 자연스럽게 무기에 대한 관심도가 올라가지.”
“하이퍼엘지 쪽 무기가 괜찮은데.”
“어어. 다른 건 몰라도 검은 마르스컴퍼니제가 최고지.”
“네오 무라마사가 낫지 않나?”
이 미친 초인 새끼들! 내 말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고 있다!
“야! 거기서 뭐 해! 빨리 안 나와!”
그때 들려오는 유리의 목소리!
“살았다! 유리야! 유리야 나 좀 살려줘! 나 여기 갇혔어!”
“아 씨 뭘 또 거기서 처 잡혀 있고 앉아있어! 빨리 안 나와!”
그 순간.
ㅡ성큼성큼!
유리가 이 초인 아저씨들로 이루어진 벽을 몹시 자연스럽게 뚫으면서 들어와 내 손목을 붙잡고 끌어냈다.
“다 뭐하고 있어! 내 손님이라니까! 가서 할 거나 해!”
구원자 그 자체!
“아니, 사저. 데려왔으면 우리가 봐야 할 거 아니에요.”
“그게 애가 좀 비실비실해 보이는데…”
“칼도 막 일반 칼 쓰고. 막. 예?”
초인들이 유리에게 쩔쩔매면서 그리 말했지만.
“지랄 마!”
유리가 한소리를 하자 금세 꼬리를 내렸다.
“살았다…!”
나는 그제서야 이 미친 감옥에서 풀려날 수가 있었다! 와! 유리 너무 멋있다!
“넌 또 시발 뭔 처음 본 사람들한테 둘러싸여서 잡히고 있냐? 아오, 이 한심한 새끼 진짜.”
“내가 저걸 어떻게 이겨…”
방금 구라 안치고 진짜 개무서웠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