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Kidding, I’m an Extra RAW novel - Chapter (119)
〈 120화 〉 류씨 관찰일지 # 3
* * *
“대체 왜죠!”
“뭐가!”
“대체 무슨 일로 류천휘네 누나와 연락하는 거죠? 설명해 보세요.”
무슨 놀라 자빠지려고 하면서 말을 하고 있는데, 나도 오늘 딱 연락한 거라서 별로 할 말이 없다.
근데 그것보다 이게 그렇게 놀랄 일인가?
“어서요!”
ㅡ처억!
아예 내 어깨까지 잡고 흔들고 있다.
“레오나! 왜 이렇게 흥분했어!”
“그건…!”
레오나가 잠깐 눈알을 굴렸고.
“김근철이 당신이 벌써부터 류성그룹의 특수요원과 인맥을 맺었다고 하니 신기해서 그렇죠!”
특수요원?
“뭐? 특수요원이라고?”
“네. 이 나라에서 제일 유명한 기업이 뭐겠어요? 바로 류성그룹이죠. 가주인 류성부터 시작해서, 그 가족 구성원들… 그중에서 고위 각성자인 류아라는 유럽에서도 유명한 편이랍니다.”
“오오! 진짜!”
하긴 뭐 국제적으로 노는 누나라고 듣긴 했다. 그런데 그 명성을 레오나까지 알고 있다니.
“그럼 진짜죠. 가끔씩 유럽연합의 각성자들과 일을 한다고 들었어요. 물론 딱히 저랑 친분이 있는 건 아니지만, 명성은 알고 있죠. 그런데 그런 사람이랑 김근철이가 개인적으로 연락을 한다니. 놀라워서 그랬어요.”
“듣고 보니 놀랄 만하네.”
내 짝꿍이 일론 머스크 딸이랑 연락한다고 하면 나도 놀라겠다. 약간 그런 느낌일 것 같긴 해.
“이야. 그래도 레오나 네가 그 있는 집 자식이라서 이런 게 다 연결이 되네.”
“훗, 뭐. 그렇죠. 그래서 무슨 일로 연락을 한 걸까요?”
“아니, 별 건 아니고.”
바로 설명을 시작했다.
“아침에 학교 왔는데 전화가 오대? 아, 내가 저번에 류씨네 집에 놀러 간 건 알지?”
“네. 번호는 거기서?”
“어. 그래서 뭐 인사하고. 그랬는데 얘기 들어보니까 류씨가 학교생활 잘하고 있는지 걱정된다면서 나한테 좀 알아봐 달래. 그래서 알겠다고 하니 치킨을 보내 주대? 그럼 뭐겠냐? 무조건 해야지. 오늘 하루는 류씨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해서 보고해야 한다고.”
그리 말해주니.
“아니, 아무리 그래도 진짜로 하나요?”
팔짱을 낀 레오나가 어이없다는 듯이 날 응시하면서 말했다.
“그럼 어떡해. 치킨을 받았는데.”
“세상에 치킨만 주면 뭐든지 한다니! 김근철이 당신은 무슨 사탕 준다고 따라가는 어린아이인가요! 떽! 좀 혼나야겠군요!”
“아는 사람이잖아…”
“아는 사람도 조심해야 하는 거 몰라!”
그렇다면 눈앞에 있는 이… 아크엔젤 레오나, 아니. 드레드 레오나도 조심해야 할 것 같다.
“아. 레오나. 위험한 사람이면 당연히 안 그러지. 지금 친구 누나가 친구 놀려먹을 기회를 줬으니까 그러는 거라고. 그렇지 않냐? 이거 아니면 언제 류씨를 이렇게 귀찮게 하겠어?”
“그건…”
나 말에 레오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뭐, 그럴 수도 있겠네요. 그래도 김근철이. 정말 친구를 너무 막 대하는 거 아니에요?”
“흐흐흐, 레오나? 원래 친구끼린 이래도 돼. 이게 바로 한국식 정 문화라고.”
“누군 한국에서 안 살아본 줄 아나요? 할튼간 조심하세요, 진짜. 류천휘 놀리겠다고 그러는 건 좋은데, 두드러 맞으면 어쩌려고 그래요.”
“레오나가 지켜줘.”
“자기가 먼저 잘못해서 맞는 상황이라면 안 도와줘요!”
“뭐, 뭐라고?! 그럴 수가…! 믿었던 레오나가 날 안 돕는다고?!”
“교육은 확실하게 해야죠. 뭐, 물론 김근철이가 억울하게 맞고 있다면 당연히 버선발로 뛰어가서 도와주겠지만, 이 경우엔 김근철이가 맞아도 할 말이 없네요.”
너무나도 이성적이고 논리 정연한 말이다.
“납득했다. 레오나. 너 선생님 같은 거 해도 진짜 잘하겠는데?”
“누군가를 교육하는 건 많이 고민해본 일이니까요. 아무튼 조심하세요, 진짜. 뭐 눈탱이 밤탱이 되면 간호 정도는 해드리지요.”
“야호!”
레오나가 간호해준다는 말에 나는 즉시 땅을 박차고 점프하며 만세했다.
“후후후, 그렇게 좋나요?”
“그럼 힐러엔젤 레오나가 간호해준다는데 개좋지!”
“진짜 지랄 좀 그만 하세요. 아무튼 수업 시작하겠다. 들어가요.”
“넹.”
그렇게 쉬는 시간이 끝났고, 우리는 다시 수업을 받으러 들어갔다.
* * *
“…”
물론 류씨의 고통은 끝나지 않는다. 수업시간 내내 계속해서 응시하고 또 응시하며 류씨를 감시했다.
“삐빅.”
현재 류씨.
이 악물고 필사적으로 날 무시하면서 딴청을 하고 있음. 구체적으로 수업을 듣고 있는 상태인데, 팔짱만 끼고 있을 뿐 필기를 안 함.
“오케이. 필기 안 함 감점.”
“네놈…! 누구 사주를 받고 이러는 거냐…!”
“누가 했는지 알면? 어쩌게?”
“그 자식을 박살 내버리겠다!”
누나를 박살 내려다가 ‘문민’당하는 류씨의 모습이 훤히 떠오르는군. ‘으아아아아악!’ 분명 비명소리는 감미롭겠지.
아무튼 뭐 녀석도 내게 시달리니 노하우가 생긴 것인지, 큰 소리를 내면서도 저기까지 소리가 터져 나가지 않도록 음량을 잘 조절했다.
이 새끼 개념이 있어.
“개념 포인트 획득.”
객관적으로 사실을 나열한 뒤에 현장에 있는 나만이 알 수 있는 주관적인 견해를 덧붙인다. 이거 아무래도 내게 요원의 재능이 있을지도 모르겠어. 장래에 요원이나 해볼까?
“흠.”
그런데 장래라.
정식영웅이 된 뒤에는 다양한 곳에서 일을 하게 되겠지. 레오나 있는 곳으로 가서 일할 수도 있고. 류나가 있는 곳으로 가서 임무를 할지도 모른다.
진로가 참 다양하구나.
근데 대부분이 다 전투 직종이다.
졸업하면 할 게 참 많겠어.
ㅡ띠리리링.
곧 수업 시간이 끝이 났다.
이제 즐거운 점심시간이다.
* * *
“좋아. 밥 좀 먹으러 가볼까.”
과장스럽게 기지개를 켜면서 일어나 하품을 하며 연막을 쳐주니.
“쯧!”
ㅡ쾅!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류씨가 아주 심기불편한 얼굴로 성큼성큼 교실 바깥으로 나가버렸다.
“삐빅. 마치 자기를 건들지 말라. 찾아오지 말라는 듯한 공격적인 분위기를 풍기고 있음. 하지만 나는 네가 매점 음식을 존나게 좋아한다는 걸 다 알고 있음. 삐빅. 미행실시. 오늘 취식은 매점에서.”
지금 류씨는 ‘밥을 먹으러 간 탈레반’ 녀석이 자기를 바로 쫓아올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하는 상태다.
중2병 씨게 걸린 녀석 같으니라고.
“야, 김근철이. 밥 처먹으러 가자.”
그때 유리가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건들건들 다가와 내 등판을 팡팡 쳤다.
ㅡ팡팡!
“컥…! 야! 너무 쎈거 아니냐고!”
“이게 쎄? 허약한 새끼. 누나랑 운동도 같이 해?”
“아니, 하고 있었어?”
“집 가면 당연히 하지, 이 새끼야. 레오나! 이시후! 빨리 와!”
유리가 책 정리를 하고 있던 레오나와 시후까지 부른다.
“하아, 배고프다. 근철이 진짜 수업 시간 내내 천휘만 보고 있네. 그러다 진짜 맞으면 어쩌려고 그래.”
“흐흐흐, 레오나랑 똑같은 소리를 하는구만?”
“뭔데?”
유리가 고개를 갸웃한다.
“아, 근데 유리야. 오늘 내가 할 일이 있어가지고. 밥은 애들이랑 먼저 먹어라.”
“뭐? 뭔 개소리야.”
“김근철이? 결식이라니요?”
“아니 그게 아니라. 류씨 감시해야 돼.”
“류천휘 감시하겠다고 밥도 거르나요?!”
“미친놈이 뭔 헛소리야… 안 일어나? 밥이나 처먹고 해.”
저번에 도장에 갔다 온 이후로 유리는 나를 완전히 자기 동생 대하듯이 대하고 있었다!
“레오나! 레오나! 먹을 거야! 잠깐 관찰하고 갈 거니까! 유리 좀 말려줘!”
그리 말하니 레오나가 한숨을 쉬면서 설명했다.
“하아. 우유리. 일단 놔주세요. 오늘 류천휘 감시하겠다고 하네요.”
“뭐? 왜? 이 새끼가 류천휘를 왜 감시해?”
“유리야. 내가 설명할게.”
바로 유리에게도 오늘 있었던 일을 설명했다. 치킨 때문에 고용된 어리석은 남자의 이야기를.
“이 새끼 그럼 치킨 먹으려고 친구를 염탐하는 거냐?”
“말을 좀 예쁘게 해줘. 우리 유리누나 얼굴처럼.”
“아 씨발아 개징그럽다고!”
“어, 얼굴이라니욧…!”
“아무튼 오케이. 그런 거라면 같이 가야지. 류천휘 구경하러 가자.”
“아니, 유리야?”
“빨리 고고.”
그리 말한 유리가 아주 쿨하게 교실 바깥으로 나가더니.
ㅡ쏙.
문밖에서 고개를 쏙 내밀고 말했다.
“근데 어디로 가?”
“매점에 갈 건데. 근데 유리야. 너까지 갈 필요는 없어.”
“류씨한테 두들겨 맞으면 어쩌려고? 좆밥새낀 누나가 지켜 줘야지.”
날 지켜준다고?!
“유리 눈나!!!”
“어. 일루와”
마음을 담아 소리치자 유리가 문을 톡톡 두들겼다.
“큿…! 아무튼 저도 갈게요! 심한 짓 하면 막아야 하니!”
“근철아. 친구를 너무 괴롭히는 거 아냐?”
“류씨는 괴롭혀도 돼.”
“불안한데. 그럼 나도 같이 갈게.”
여기서 4인팟 결성이라니?
“그래! 그럼 다 같이 류씨보러 가자!”
그렇게 우리 4명은 교실 바깥으로 출격했다.
* * *
“타겟 발견.”
예상대로 류씨는 매점에 있었다.
매점으로 안으로 들어가는 류씨. 그 모습은 마치 먹이를 찾는 하이에나와도 같았다… 그리고 녀석이 쇼핑을 마치고 나왔을 때.
통통해진 주머니에는 프링글스가 쑤셔박혀 있었고, 한 손에는 돈갑내기. 그리고 다른 손에는 콜라가 들려있는 상태.
“제로 콜라가 아니야?”
선 넘네.
“세상에, 근철아! 천휘가 저러고 있어!”
시후도 놀랐는지 소리친다.
“난 진작부터 저 녀석의 본질을 알고 있었지.”
“류성그룹 아들내미가 매점 햄버거를 먹는단 말이지.”
“건강에 안 좋을 텐데요.”
아무튼.
챙길 걸 다 챙긴 류씨가 아주 당당하게. 허리와 어깨를 펴고 매점 뒤편으로 향했다. 그 때문에 우리 시야에서 벗어났다.
“잠입 모드 온.”
매점 건물은 낮다. 나도 충분히 올라갈 수 있을 정도.
ㅡ파앗!
즉시 매점의 벽을 박차고 수직으로 뛰어올라 난간을 잡고.
ㅡ풀쩍!
신체 능력을 십분 발휘해 그 위로 올라간다.
ㅡ슬금슬금.
그리고 거미처럼 자세를 낮춰 사족보행을 하며 저 끄트머리까지 이동했다.
“근철아, 진짜 폼이 하나도 안나…”
“이 새끼 진짜 뭘 모르네. 원래 실전은 다 모양빠져.”
“뭐 그렇긴 하죠. 저만 해도 위장으로 이겼고.”
“생각해보니 진짜 어이가 없네. 야. 레오나. 그렇게 오면 어떻게 잡냐고. 무슨 여고생이 위장을 해…”
“모든 상황을 상정해야지요, 우유리. 적은 봐주지 않는다구요. 후후후.”
잡담하는 친구들에게 잠깐 조용히 하라고 신호를 보내고.
ㅡ스윽.
난간 아래로 고개를 내민다.
ㅡ쩝쩝.
난간 아래에서는.
ㅡ쩝쩝.
류씨가 돈갑내기를 베어 먹으면서 콜라도 마시고, 겸사겸사 프링글스도 꺼내서 하나씩 줏어 먹고 있었다…! 그것도 세상 진지한 얼굴로 근엄하게!
“삐빅! 류씨 이 새끼 혼밥함!”
그 순간 류씨가 날 올려다보았고.
“허, 허억?! 네, 네놈!!!”
우리는 운명처럼 눈을 마주쳤다.
“삑! 반칙! 혼자서 돈갑내기 먹고 있음! 삑! 삑삑!”
“지, 지랄 마라! 이게 대체 무슨!!!”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