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Kidding, I’m an Extra RAW novel - Chapter (132)
〈 133화 〉 두 번째 순위전 # 4
* * *
그렇게 문민을 문민해버리고 개선장군처럼 링에서 내려온 직후.
나는 절망하고 말았다.
“이럴… 수가!”
다름이 아니라 내 다음 상대가!
“내 상대가 레오나 너라니!”
레오나였다!
대체 어떻게 된 거냐! 아무리 내가 2연승을 했다지만 레오나랑 붙을 짬은 아닌 것 같은데!
“이렇게 됐네요. 잔말 말고 올라오세요.”
“크학!”
나는 절망해 머리를 쥐어뜯으면서 링 위로 올라가 비명을 질렀다.
“이건 비극이야! 이럴 순 없다! 이 내가 레오나와 싸워야 한다니…!”
“저도 안타깝네요. 그래도 지랄 그만하고 어서 칼이나 뽑으세요, 김근철이!”
“하지만! 내가 어떻게 너에게!”
머리를 쥐어뜯을 수밖에 없는 상황. 나는 한쪽 손으로 얼굴 반면을 가리면서 레오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어떻게 레오나 네게 칼을 들이밀겠어! 난 내 승리를 레오나 네게 바치려고 했단 말이다!”
“아닛! 목소리 너무 크다구요! 좀 닥쳐욧! 그리고 바치긴 뭘 바쳐!”
“여신이시여! 어째서 제 공물을 거부하십니까!”
“뭐, 뭐라고?! 여신!”
그 말에 반응한 레오나가 금방이라도 덤벼들 법한 자세를 가다듬더니, 흠흠 헛기침을 하고는 뒷머리 속으로 손을 넣어 머리칼을 촤락였다.
“그렇다면 받아드리도록 하죠! 김근철이의 승리! 제가 잘 받도록 할게요!”
“좋아!”
“그럼 대결을 시작하죠.”
“그래야지.”
뭐가 됐든 대전상대가 레오나인 이상 최대한 진지하게 싸워야 한다.
ㅡ고오오.
체내의 모든 마력을 끌어올린다. 나는 레오나보다 약하다. 싸우면 진다. 하지만 그런 마인드는 뭐다?
패배자의 마인드다.
곧 죽었다 깨어나도 이기겠다는 마인드. 무슨 일이 있어도 레오나를 꺾겠다는 마인드. 링 위에 선 이상 뒷걸음질 치는 일 따위는 없다는 마인드!
초전박살의 기세로.
ㅡ콰앙!
경천동지의 진각을 밟으면서 몸을 포탄처럼 쏘아내 레오나에게 돌진한다!
“크아아아아아아!”
함성과 함께 두 눈에서 안광이 터져 나온다. 그렇게 느껴질 정도로 시야가 밝다… 가 아니라! 내 눈에서 안광이 터져 나온 게 아니라 레오나의 후광이 너무 밝은 거였어!
“후후후! 너무 안일하네요! 전력을 끌어낸다고 해도 절대적인 실력 차가 있다면 상대가 안 되는 법!”
ㅡ번쩍!
내가 뭐를 하기도 전에 레오나의 칼이 내 헤드기어에 닿아 있었다.
“졌다…!”
다리의 힘이 풀린다. 내 풀파워 근철 대시를 정면에서, 그것도 이렇게 가볍게 파훼한다고?
역시 레오나는 레오나다.
너무 강해.
하지만… 닿지 못할 정도로 강한 건 아닐 터다. 무슨 일이 있어도 레오나를 따라잡고 말 것이다.
“제 승리로군요!”
아무튼 내 연승가도는 레오나의 손에 의해서 끊기고 말았다.
“더 연습하고 오세요, 김근철이!”
“넹.”
아니, 아무리 그래도 단 일 합 만에 좆발려 버리다니. 이래서야 마치 문민 같지 않은가. 그런 씁쓸한 기분을 맛보면서 나는 얌전하게 대답한 뒤에 쓸쓸하게 링 아래로 내려갔다.
내려가니 유리가 날 보고 있었다.
“아오, 진짜 이 한심한 새끼. 넌 어떻게 된 게 1초 만에 지냐?”
“아니 그게.”
“그리고 승리를 왜 레오나한테 바치지? 앙? 이 누나한테 바쳐야 하는 거 아니냐? 진짜 뒤질래?”
“아이고! 야! 유리야! 잠시만! 너한테도 바칠게, 너한테도! 레오나는 아직 못 이긴다고!”
“호오… 이 새끼. 지금 아직이라고 했냐? 진짜 이길려고?”
사나이가.
“검을 들었으면. 이겨야지.”
“미친놈! 개오글거려!”
“그러니까 유리 네가 좀 더 가르쳐 줘야겠는데.”
열심히 배우는 수밖에 없다.
그런 진지함을 담아서 말하니.
ㅡ홱.
몸을 돌린 유리가 날 갈구는 듯이 말했다.
“아, 아. 열심히 가르쳐주면 또 레오나한테 승리 바치겠지. 시발 가르칠 맛 안 난다, 안나!”
“아니! 야! 다음엔 너한테 바친다니까!”
얘가 뭔 베헤리트도 아니고 자꾸 바치래!
“바칠게!”
나는 그리피스의 심정으로 소리쳤다!
* * *
“자, 그럼 순위를 발표하겠다. 이번이 두 번째인데 변동사항이 좀 크군? 다들 느끼는 바가 있길 바란다.”
그리 말한 이소라 교관님이 장비를 이용해서 허공에 홀로그램 창을 띄웠다.
이야. 상위권만 봐도 많이 바뀌었네. 순위가 이렇게 바뀌다니. 것보다 시후 이 새기가 1등? 그럼 축하빵 쏴야지.
근데 나도 순위가 올랐네. 반 중위권에서 중상위권으로 올라간 듯. 근데 진짜 천상계에는 미치지 못할 정도라니. 참 느끼는 바가 많다.
“크읏! 분하네요! 순위하락이라니!”
4등을 한 레오나가 옆에서 분통을 터트렸다.
“어쩌다가 쭉 떨어졌어?”
“컨디션 문제도 있겠고. 잘못된 판단을 한 것도 있겠죠. 아쉽네요. 거기서 그렇게 들어올 줄은.”
이렇듯 최상위권에서도 붙을 때마다 결과가 달라진다. 일단 절대적인 강자는 없는 모양.
“이시후…! 잘난 척하지 마라! 다음엔 반드시 꺾어줄 테니까!”
“하하하, 그래 주면 나야 고맙고.”
류씨는 시후에게 선전포고를 하고 있었고 시후는 곤란하다는 듯이 웃으면서 제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뭐 유리는 아쉬워하는 중.
“아, 씨. 1등 하고 싶었는데. 이시후 존나 쎄.”
“우리 유리눈나보다 쎄?”
“야, 시발 눈나란 소리 좀 하지 마. 존나 징그러워.”
“넹.”
아무튼 순위를 확인하면서 한마디씩 하고 있으니.
ㅡ띠링.
폰이 울렸다.
“지금 너희들 핸드폰으로 각각 대련 영상을 보냈다. 일단 개인적으로 확인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자신이 싸우는 모습을 직접 관찰한다면 얻는 게 있을 것이다.”
“알겠습니다!”
그럼 영상을 좀 볼까 하니.
“근철아!”
“일단 김근철이 것부터 보죠.”
시후부터 시작해서 레오나랑 유리가 내 뒤로 오면서 내 폰을 응시했다. 아니, 뭐 구경났냐고.
“구경났어? 야. 이건 기업비밀이야, 비밀. 어디서 내 전술을 읽으려고.”
“진짜 지랄하고 자빠졌네요. 김근철이가 무슨 전술. 빨리. 폰 압수하기 전에 빨리 영상 트세요.”
“어쩔 수 없구만.”
바로 내 대련 영상을 틀었다.
켄과 문민을 좆바른 영상.
ㅡ콰앙!
ㅡ채앵!
영상 속의 김근철이 씹간지 나는 모습으로 켄을 일방적으로 ‘문민’하고 있었다. 보고 있으니 가슴이 울릴 정도로 감동이 밀려 들어온다.
이게… 나?
너무 강하잖아.
“와아. 김근철이? 상상 이상으로 잘했는데요? 모든 동작이 아주 매끄러워요.”
“몸 쓰는 법은 내가 잘 가르쳐 놨으니까. 애가 응용을 좀 잘해.”
레오나랑 유리가 한마디씩 한다.
“흐흐흐, 쑥스럽게. 야. 시후야. 너는 내 칭찬 안 하냐?”
“근철아. 진짜 콧대 너무 높아져서 한번 꺾어줘야 할 것 같애.”
“아니! 왜 심한 말 하냐고!”
“자꾸 자만하잖아…! 아, 근데 근철아. 이 검술에만 집착하지 않는 모습은 참 좋은 것 같아.”
“아, 바로 그거네요.”
“어. 그것도 있어.”
시후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인다. 뭐 이게 맞는 말이긴 한데, 검술 도장 사람인 유리가 이러면 되나?
“아니, 유리야. 다른 애들은 그렇다 쳐도 너가 그런 말 하면 되냐?”
“야. 원래 초인무술은 종합적이야. 방금 니가 한 것처럼 빠르게 칼을 버리는 판단도 중요하지.”
“근철아. 중요한 건 이기는 거니까. 이상한 수를 쓴다고 해도 적을 쓰러뜨리면 그만인 거야.”
무슨 악당 같은 소리를 하고 있다.
“네. 맞아요, 김근철이. 우리들의 적은 괴수와 괴인. 빌런들이죠. 그들을 상대로 뭔가 올바른 방법을 사용할 필요는 없는 거예요. 창의력을 발휘해야 하죠.”
“전투적인 창의력.”
유리가 말을 받는다.
“그런 점에 있어서는 근철이 감각이 참 좋은 것 같아. 보면 싸움을 아주 잘하는 것 같은데…”
“아니 그게.”
“아.”
시후의 말에 유리와 레오나가 멈칫한다.
“왜?”
뭔데?
“아, 아니! 아무것도 아니에요! 아무튼 김근철이가 열심히 하니까 그만큼 실력이 빨리 느는 거겠죠! 잘했어요! 우유리가 참 잘 가르치고 있군요!”
“이 새끼 가르칠 맛 나긴 해.”
ㅡ슥슥.
손을 뻗은 유리가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주 잘하고 있어. 어? 이 누나가 다 알려줄 테니까 그냥 따라오기만 해.”
“그래!”
“기, 김근철이…!”
그렇게 오늘의 순위전 시간이 끝이 났다.
* * *
“근철아. 알겠지? 최강자라는 건 나를 말하는 거라고.”
“진짜 개깝친다. 시후야. 내가 나중에 어? 더 강해지고 나면 그때 논해.”
“흐흫, 그런다고 되겠어?”
시후가 내기 때문에 사준 돈갑내기를 야무지게 씹어먹으면서 기분 좋다는 듯이 웃었다.
근데 진짜 1등 한 건 대단하긴 해.
아까 다 같이 모여 있을 때 시후가 유리랑 싸우는 영상을 봤는데, 둘 다 아주 강력하게 싸우더라. 결국 마지막에 시후가 이겼지만 정말 박진감이 넘치는 대결이었다.
“아니, 근데 뭐 그렇게 잘 싸우냐? 시후야. 뭐 어렸을 때부터 얼마나 수련한 거야?”
“많이 했지. 실력이라는 건 결국 시간 투자야. 시간을 많이 쓴 쪽이 더 실력이 좋을 수밖에 없어.”
“너무나 당연한 말을.”
그래도 그 정도 시간 차이는 내 재능으로 커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걸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근철아. 또 속으로 자만하고 있지.”
“어케 암?”
“얼굴에 다 드러나! 아무튼 이야기 나와서 하는 말인데, 근철아. 저번에 레오나랑 백화점에서 전투했잖아?”
“어.”
“만약 그런 일 또 생기면 앞뒤 보지 말고 나부터 불러. 바로 갈 테니까.”
그래도 시후 임마가 친구를 잘 챙기긴 한다. 무슨 일이 있으면 자기부터 부르라니. 너무 믿음직스러워서 눈물이 나올 것 같아.
“흐흐흐,바로 달려오는 거냐고.”
“솔직히 그런 상황이면 내가 가긴 해야 할 것 같아. 알겠지?”
“알았어, 알았어. 그런 일 생기면 바로 너한테 헬프콜 친다.”
설마 그럴 일이 있을라고.
아무튼 다음에 그런 일 처지면 시후한테 도와달라고 해야지.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