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Kidding, I’m an Extra RAW novel - Chapter (136)
〈 137화 〉 비인간적인 나들이…! # 4
* * *
공포가 느껴지기 시작한다.
그저 요망한 꼬맹이인 줄 알았던 키티가 갑자기 다른 모습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눈앞에 있는 이 공포스러운 존재는… 도대체 뭐지?
나는 뭐랑 놀았던 거냐?
ㅡ주륵.
온갖 불길한 상상이 용솟음치면서 식은땀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한다. 어찌나 무서운지 오한과 발열이 일면서 갑작스러운 발작이 일어날 것 같은 기분마저 들 지경이었다.
게이트에 대한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키티가 게이트를 만들었다? 어째서? 그런 능력인가? 아니면 괴인?
하지만 나는 그런 상황에서도 비명을 내질러 상황을 악화시키기 보다는 살아남기 위해 머리를 굴렸다.
“무슨 표정을 말하는겨? 아무튼 키티야. 슬슬 돌아가자. 여기 있다가 괴수 오면… 크게 다치고 말 거다.”
“후후후, 근철이 오빠. 이마에 난 땀이나 닦고 말해.”
이게 왜 이렇게 무섭게 구는 거냐고!
제발 아까처럼 귀엽게 굴어줘…!
그때로 시간을 돌릴 수만 있다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다. 문민 정도라면 이거 먹고 떨어지라고 내줄 수도 있단 말이다!
“어우, 땀 많네. 요즘 덥지? 봐라. 니 업고 뛴다고 땀 개흘렸다. 흐흐흐.”
이렇게 평범함을 가장하며 말하는 이 순간에도 발작적으로 비명이 터져 나오려는 것을 억눌러야만 했다.
ㅡ스멀스멀.
불분명하게 느껴지던 공포가 내 심장을 조이기 시작한 것이다. 마치 키티의 그림자에서 시꺼먼 손이 기어 나와, 내 심장을 어루만지고 있는 것처럼 느껴질 지경이다.
“흐응, 근철이 오빠.”
“왜.”
키티는 미소 짓고 있었지만 그것이 너무나도 불길하게 느껴진다… 설마 내가 잡아떼는 걸 보고… 기분이 나빠졌을까?
“오늘은 다른 모습을 보게 되어서 기뻐.”
“뭐라고?”
“근철이 오빠의 다양한 모습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 그래? 다음에도 같이 놀까?”
“그러자.”
싱긋 웃은 키티의 뒤쪽에서.
ㅡ지이잉.
아무런 전조 없이.
ㅡ치지지직.
보라색 게이트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씹…!”
마치 키티가 스스로 조작해서 만드는 것 같은 모양새. 그 증거로 키티에게는 어떠한 떨림도, 경계심도 없었다. 키티는 자기 뒤에서 게이트가 생기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처럼 아주 느긋하게 말할 뿐이었다.
전신에 소름이 돋으면서 불알이 쪼그라들었다.
이제 다리가 떨리는 것이 멈추지 않는다.
ㅡ후들후들.
나는 주머니에 손을 넣고 어떻게든 폰을 조작하려고 했다.
“사실 말이야 근철이 오빠. 언니에게 오빠에 대해서 말한 거, 농담이 아니었어.”
이제 연기는 통하지 않는다.
극한의 공포가 느껴진다.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이지? 키티는 왜 날 노렸을까? 나랑 같이 놀았던 것도 전부 연기였다는 말인가?
“키, 키티야. 이런 장난은 그만 두자. 우리 좋았잖아…!”
“나도 좋았어, 근철이 오빠.”
“과거형으로 말하지 말라고!”
“근철이 오빠도 그렇게 말했는걸.”
“아이고! 키티야! 니 오빠한테 이러면 안 되지!”
이제 방법이 없다!
“세상 어떤 여동생이 오빠한테 이래!”
나는 곡소리를 내면서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것도 모자라서 엉금엉금 기어서 키티에게 다가가 발목을 붙잡았다!
“앗.”
여기서 살아서 나갈 수만 있다면 오빠든 뭐든 다 해줄 수 있다. 나는 그 정도 배포는 있는 남자다. 이런 내가 험한 꼴을 당할 수는 없어!
“후훗, 근철이 오빠. 간지러워. 착하지.”
착하기는 뭐가 착하지냐!
키티는 내가 발목을 잡고 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어떠한 변화를 보이지 않은 채, 그저 손을 뻗어 내 머리를 쓰다듬어줄 뿐이었다.
이 꼬맹이가 무슨 개취급을 하고 있어…!
“아무튼 근철이 오빠. 이제 가자.”
“어, 어디로?”
“좋은 곳.”
“좋은 곳이 아닌 것 같아서 그래!”
보통 이럴 때 말하는 좋은 곳은 지옥 아니면 남산밖에 없다.
ㅡ와락!
아예 키티의 종아리를 끌어안고 살려달라고 빌었다. 납치라니. 이런 곳에서 납치라니! 내가 그렇게 잘해줬는데 납치라니! 이 새끼 대체 날 뭘로 보고 이딴 짓을 해!
“그동안 날 가지고 논 거냐, 키티! 날 가지고 논 거냐고!”
“그런 거 아니야, 근철이 오빠.”
“난 키티 너를 정말로 여동생 같다고 생각했어!”
“후후후, 나도 근철이 오빠를 정말 오빠 같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어쩔 수 없는걸. 언니한테 근철이 오빠에게 대해서 말하니까 만나고 싶어 했거든. 언니가 시키면 어쩔 수가 없는 거야.”
그놈의 언니!
“그래서 언제쯤 데려갈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그냥 오늘 데려가기로 했어.”
“나 마음의 준비가 안 됐는데!”
“근철이 오빠. 언니가 기다릴 거야. 언니를 화나게 하면 안 돼.”
“아니!”
무슨 김병만이냐고!
당연히 화나게 할 생각은 없다!
키티 언니가 어떤 사람이건 간에 무릎 꿇고 싹싹 빌면서 아는 걸 죄다 말해야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을 정도다.
근데 상태창 같은 것에 대해서도 말해야 할까? 말하면 미친놈이라고 생각하겠지? 어쩌면 이 씹럼이 말을 돌린다고 미친 척을 하는 것이라는 인상을 줄지도 몰라.
“그래도 너무 무서워하지 마. 근철이 오빠 마음에 들었으니까. 정말 오빠 같아서 너무 좋았어… 언니도 마음에 들어하면 좋을 텐데.”
“마음에 안 들면 어떻게 되는데?”
“몰라. 그런 거.”
너무 쿨하게 말하는 키티.
“이제 가자. 오늘 하루종일 키티를 데려다줬으니까. 이번엔 키티가 근철이 오빠를 에스코트할게.”
ㅡ부웅.
“꺼학!”
돌연 내 몸이 둥실 떠올랐다.
키티는 그러는 순간에도 날 보고 있었다.
“대체 그 언니란 사람이 누군데! 키티야!”
“으응, 보면 알걸?”
“내가 어떻게 아냐고!”
설마 내가 아는 누군가인가?
내 기억상 키티랑 닮은 여자가 한 명도 없는데…! 머리가 황금색이라는 점은 카와르 교관과 비슷하지만, 색 자체는 확연하게 다른 편이다. 키티 쪽이 더 황금처럼 밝다.
“아, 근철이 오빠한테 업혀서 가면 좋을 텐데.”
“그럼 이것 좀 풀어줘!”
그렇게 나는 무형의 기운으로 속박된 채 허공에 붕 떠서는, 마치 헬륨 풍선이 된 것마냥 키티에게 끌려갔다.
“끼에에에에에에에에에엨!!!”
그것도 미지의 게이트 속으로.
* * *
ㅡ화악!
게이트 안쪽으로 들어간 순간. 나는 감각이 이상하게 확대되는 것을 느꼈다. 몸이 길게 잡아늘려진 듯한 느낌. 뭐라고 말을 해봤지만 목소리가 심각하게 울렸고, 시야도 뒤죽박죽에 너무 밝아서 뭐가 뭔지 하나도 알 수가 없었다.
그러는 와중에도 어딘가로 끌려가고 있다는 것만큼은 분명하게 인지할 수 있었다. 지금 키티가 나를 남산으로 끌고 가고 있는 중이다. 호랑이 굴에 끌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 그게 가능할 리가…!
ㅡ쿠웅.
“크학!”
어딘가로 떨어지는 느낌.
“후우!”
숨을 내쉬면서 눈을 떴다. 마치 어둠 속에서 긴 시간 동안 자고 있다가 밝은 곳에서 눈을 뜬 듯한 기분이다. 바로 눈을 부여잡으면서 시야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알게 된 것은, 이곳이 그리 밝지 않다는 것이었다.
“어?”
오래된 피를 머금은 듯한 암적색의 융단이 깔린 바닥.
그 배경은 어두웠고.
조명은 저 위에 있는 멋진 샹들리에 하나뿐이다.
“키티야…?”
암적색과 흑색의 조합 때문에 어딘지 불길하게 느껴지는 듯한 공간이다. 나는 본능적으로 키티를 찾았다. 이제 내가 비벼볼 구석은 키티 말고는 없다. 어떻게든 키티한테 살려달라고 빌어야만 한다.
비록 키티가 나를 납치한 희대의 씹년이긴 하지만, 그래도 당장 눈앞에 아무도 없으니 무서워서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제발 이런 곳에 날 혼자 두지 마!”
무서워서 죽어버릴 것만 같단 말이다!
그때였다.
ㅡ파앗!
저 앞에서 스포트라이트가 비춰 진다. 그리고 보인 것은… 붉은 계단. 뭐? 계단이라고? 천천히. 시선을 올려서 그 계단 위에 있는 것을 보려고 했다.
“아.”
하이힐을 신은 여성의 발이 보인다.
다리를 꼬고 앉아 있는 중이다.
그녀가 앉은 의자는, 말 그대로 화려한 왕좌.
“허락도 없이 고개를 올리느냐아?”
굉장히 비꼬면서 화를 내는 듯한 말투. 동시에 고풍스러우면서 구시대의 귀족 같은 말투.
돌연 들려온 여성의 목소리에 나는 잽싸게 바닥에 머리를 박았다!
“아이고, 대인! 살려주십시오! 아는 걸 전부 말하겠습니다! 제발 제가 대인을 돕게 해주십시오! 저 김근철이! 알고 있는 것을 전부 허심탄회하게 털어놓도록 하겠습니다!”
이럴 땐 그냥 존나 빌면서 살려달라고 해야 한다!
무조건적인 협조 자세와 필요하다면 그쪽의 수족이 되겠다는 의지를 강렬하게 보여준다면, 당당하게 스파이로 취업하고 집에 돌아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다음에는 이사장님께 상담하도록 하자. 학생을 사랑하고 이계 종자들을 혐오하는 그분이라면 어떻게든 날 살려주실 거다.
“…”
하지만 침묵.
아무 말도 들려오지 않는다.
그저 불쾌할 정도로 적막한 고요만이 있을 뿐이다.
ㅡ소곤소곤.
위에서 소곤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자세히 들어보니 키티의 목소리와 저 위에 앉은 여자의 목소리인 것 같았다. 그래. 키티가 있다. 키티만 있다면 어떻게든 살아서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런 희망적인 생각을 하면서 멘탈을 다 잡았다. 여기서 정신이 나가버리면 그게 더 위험하다.
무슨 일이 있어도 살아야만 해.
저것들은 딱 봐도 인간으로 위장한 괴인이 분명하다. 그런 녀석들이 단순 재미로 날 납치하진 않았을 테니까.
“고개를 들거라.”
그때 들려오는 목소리.
잽싸게 반응해 고개를 들었다.
“예!”
그리고 보인 것은 왕좌 위에 앉은 성숙한 여인.
“어.”
여성으로서의 매력이 절정에 달한 시기. 그런 나잇대의 아주 화려하고 아름다운 여성이었다. 키티가 어른으로 성장한다면 저런 느낌일까. 황금을 녹인 듯한 머리칼은… 붉은 드레스와 아주 잘 어울렸다.
난 그녀가 무슨 여왕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잠깐만. 이 여자 어디서 본 것 같은데.
“호오?”
돌연, 나를 바라보던 여인이 말했다.
“본녀가 결국 성공했나보구나아?”
뭐를?
“아핫, 아하하핫! 아하하하하하핫!”
의문을 느낀 순간, 여인이 배를 부여잡고는 크게 웃었다. 그 목소리가 귓가에 울려서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