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Kidding, I’m an Extra RAW novel - Chapter (144)
〈 145화 〉 김근철의 기묘한 모험 # 2
* * *
던전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긴장감이 끓어오른다.
“아오, 씨벌.”
갑자기 소환된 거라서 칼을 못 챙겨 왔다.
본능적으로 주변을 더듬었지만 잡히는 것은 없다.
“무기가 없네.”
일어나서 엉덩이를 털었다.
언제까지 주저앉아 있을 수는 없으니까. 그리고 내가 처한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천천히 주변을 관찰했다.
“…”
미로.
그래.
처음 딱 받은 인상은 미로였다
잘 다듬어진 회색 석재로 된 바닥과 벽. 천장 높이는 3미터 정도 되는 것 같았고, 폭은 6미터쯤 되는 것 같았다. 나름 크다. 움직이는 데 방해가 될 것 같지는 않은 크기.
미로하면 또 미노타우로스인데, 만일 이 미로에도 주인이 있다면 얼마나 크고 비대한 녀석일까.
괜히 그런 생각이 들어서 오싹해진바, 나는 그만 비명을 질러버리고 말았다.
“그아아앗.”
일단은 텅 비어있다.
보이는 거라곤 저 앞으로 통하는 길과 길 끝의 어둠뿐.
기이한 것은 주변에 광원이 아무것도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시야가 확보된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딱히 어둡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그림자…”
내 그림자가 퍼져있는 상태다.
명백히 이상한 일.
“아니, 키티야! 키티 있니! 있으면 나와봐!”
일단 작게 소리쳤다.
고개를 들어 위를 올려다 봤지만 내가 빠진 구멍 같은 것은 보이지 않는다. 진짜 구라 안치고 나는 이 미로 안에 혼자 있는 상태였다. 그것도 무기 하나 없이!
“오빠를 던전에 혼자 던져두면 어떡해!”
던전.
던전!
던전에 대한 것은 대충 알고 있다. 이계의 일부가 어떻게 격리되고 유리되어 우리 세상과 통하게 된 공간이다.
케이크로 예를 들어보자.
나는 여기 초코 케이크에 사는 주민인데, 누가 다른 곳에 있던 치즈 케이크를 짤라다가 우리 초코 케이크 위에 올려뒀다. 그리하여 서로 통하게 된 상태.
던전이라는 것은 대충 이런 개념으로 통한다. 당연히 타차원과 연결된 만큼 위험하다.
보통을 발견 후 빠르게 점령을 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쪽에 있던 괴수들이 우리 세계로 빠져나오니까. 그걸 방지하기 위해 안에서 다 처리를 하는 거다.
물론 던전은 그렇게 귀찮기만 한 것은 아닌데, 당연히 이계의 땅인 만큼 각종 특수한 자원 같은 것들이 있는 경우가 많다. 이를테면 디멘션 미네랄이라고 불리는 광석은 던전에서 흔하게 발견되는 물체지만, 고에너지를 품고 있어 각종 산업에서 아주 유용하게 사용된다고 한다.
근데 미로인 거 보니까 그런 자원을 채취할만한 환경은 아닌 것 같은데.
아무튼.
“지금 내가 씨발 그런 곳에 있어.”
이건 장난 따위가 아니다!
던전에 맨몸으로 혼자서! 그것도 정식 영웅이나 실전경험이 풍부한 헌터조차 아닌 일개 생도가 혼자서 떨어진 것이란 말이다!
“키티야! 오빠 좀 구해줘!”
키티의 악질적인 장난이 아니라면 진짜 우연찮게 내 방에 던전이 생겨났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그건 너무 비현실적이지. 자연스럽게 키티가 이 짓을 했다는 게 되는데… 그럼 얼굴이라도 비추지?
왜 방치 플레이를 하는 거냐!
“설마 차원 미아가 되어버린 건 아니겠지.”
그런 생각도 들지만, 키티의 습성을 생각해 보자면 날 이곳에 보낸 이유가 있을 것이다.
“…”
설마.
“아.”
날 강해지게 해준다는 게 이런 거였나? 던전에서 괴수들 때려잡고 성장하라고?
ㅡ오싹.
키티는 내가 성장하는 방법을 알고 있는 건가? 마치 게임처럼 상태창을 이용해 성장한다고?
오싹해진다.
그런 비밀이 밝혀지는 건 원하지 않는다.
“키티야.”
아무리 불러봐도.
친구가 업네.
상황 파악은 끝났다. 키티가 날 여기로 보냈고, 얼굴 비출 생각이 없다. 내가 여기서 뭔가를 하길 바라는 거겠지. 그리고 그 뭔가란 괴수 처치를 의미하겠고.
ㅡ저벅저벅.
나는 일단 보이는 길을 따라 걸었다. 뒤쪽은 막힌 길이니까. 자연스레 전진 말고는 답이 없지.
“뭐든 나와봐라, 시발.”
괴수면 때려 죽이고 괴인이면 때려 죽여서 무기를 빼앗도록 하겠다. 근데 빌런이 나타나서 총 쏘면 답이 없는데.
뭐 그런 생각을 하면서 쭉쭉 움직였다.
길은 외길이다. 먼 곳은 어두웠지만 내가 다가가면 자연스레 밝혀진다. 정말 신기한 공간이다.
“…”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키티가 여기에 날 초대했다면 대체 이 공간은 무엇일까? 기묘한 석재 미로다. 지성체가 만든 것이 명백해 보이는 구조물. 그동안 던전에서 이런 인공물이 나왔다는 기록이 있었던가?
“영화로는 봤는데.”
보통 던전은 정글이나 황야 같은 느낌으로 알고 있다.
아무튼.
그리 분석하면서 걷고 있으니.
ㅡ처억.
갈림길이 나왔다. 여기선 당연히 오른쪽으로 가는 게 개념이지. 주저 없이 오른쪽 길로 틀어서 전진.
그렇게 10분쯤 더 이동하니.
“기리릭.”
괴수의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다.
“…!”
긴장감이 끓어오른다. 무기도 없는 공간. 다수의 괴수가 나타나면 상대하기 힘들다. 심지어 어중간하게 넓어서 포위를 당할 수도 있지.
내 모든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
즉시 벽에 등을 붙이고 소리로 적의 숫자를 파악한다. 느껴지는 것은 하나. 단 하나다. 그러면 충분히 상대할 수 있어.
ㅡ고오오.
투지를 끌어내면서 천천히 뒷걸음질을 친다. 저 한 놈을 조금 더 뒤쪽으로 유인하자. 싸우면서 소리가 나면 다른 녀석들이 나타날 수도 있으니까.
ㅡ스윽.
뒷걸음질을 치니.
ㅡ사사사삿.
다가오는 소리가 들린다. 좋아. 훌륭하게 걸려들었다. 조금 더 빠르게 후퇴하자 녀석 역시 더 빠르게 다가왔고.
“기릭기릭.”
마침내 놈의 정체가 드러났다.
“뱅커르.”
F 랭크 괴수 뱅커르.
높이는 1미터 정도지만, 양옆으로 길게 펼쳐진 다리 때문에 좌우로 2미터는 될 법한, 집게발이 없는 킹크랩처럼 생긴 좆밥 괴수다. 킹크랩과 다른 점이라면 머리에 50cm 길이의 뿔이 달려있다는 부분 정도일까.
“기리리릭.”
녀석이 아가리에 달린 여러 개의 작은 촉수를 부지런하게 움직이면서 다가온다. 먹잇감의 냄새를 맡은 것이다. 내가 알기로 저 촉수를 이용해 사냥감의 시체에 알을 깐다고 했던 거 같은데…
“넌 내 상대가 안 돼.”
적의 정체를 알았으니 두려울 건 없다.
ㅡ쿵.
가볍게 땅을 박차서 놈을 향해 돌진한다. 사사삿. 놈이 긴 다리를 놀리며 내게 마주 다가왔고.
ㅡ팟!
돌연 깡총 거미처럼 점프하여 양다리를 촥! 펼친 채 나를 향해 날아온다.
“씹!”
즉시 태클을 시전해서 그 위험한 상단공격을 회피한다. 놈이 내 위로 지나간다. 그것을 보면서 땅을 박차고 일어나!
“하압!”
놈의 등판에 킥을 먹여준다!
ㅡ콰직!
웨폰 인챈트가 둘러진 내 신발은 아주 훌륭한 무기였다. 내 발이 놈의 등판을 깨부수면서 들어간다!
“기릭!”
시퍼런 체액이 뿜어져 나온다. 뱅커르는 그대로 땅에 떨어졌고, 나는 바로 점프해서.
ㅡ콰앙!
놈의 배딱지를 다시 짓밟았다.
“그르륵.”
그것으로 놈이 시퍼런 피를 토해내면서 절명했다.
[Coin을 획득했습니다 : 21]승리.
승리했다. 한번의 승리를 맛보자 내 어깨를 짓누르고 있던 공포감이 사라진다.
“흐흐흐.”
즉시 시체를 뒤집어서.
ㅡ콰득!
머리에 달린 뿔을 뽑아냈다.
“무기 겟!”
50cm 길의 단단하고 날카로운 뿔. 그래. 손에 뭐라도 잡히니까 자신감이 넘쳐흐른다! 이 김근철이를 죽일 자, 누구인가!
* * *
“기리릭!”
나를 향해 페이스 허거처럼 날아드는 뱅커르의 배딱지를.
“뒈져라!”
역수로 든 뿔로 있는 힘껏 찍어버린다.
ㅡ콰직!
검기가 둘러진 뿔은 그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흉기였다. 내 초인적인 힘이 더해진 강력한 내려찍기가 배딱지에 박힌 순간.
ㅡ푸샤아아악!
뱅커르가 그대로 두 동강이 나버리면서 좌우로 분리되어 내 뒤로 날아간다.
[Coin을 획득했습니다 : 19]물론 내 상대는 한 마리 뿐이 아니다. 이어서 다른 한 마리가 나를 향해 고속으로 날아든 그 순간.
“기리릭!”
내딛은 발을 축으로 삼아 한 바퀴를 회전해 횡베기를 시전하여 놈을 쪼개버린다.
ㅡ촤학!
[Coin을 획득했습니다 : 22]놈이 불쾌한 내장을 쏟아내면서 코인을 뱉음과 동시에.
“한 새끼 더 있니!”
재빠르게 반응한다. 횡베기를 시전한 상태 그대로 사선 올려베기를 휘갈겨 습격해온 녀석을 또 베어버린다!
“기륵?!”
[Coin을 획득했습니다 : 18]“흐하하하!”
웃음이 터져 나온다!
순식간에 F 랭크 괴수 셋을 썰어버렸다! 그것도 변변찮은 무기 하나 없이! 전리품으로 얻은 뿔 하나만으로 놈들을 죄다 도륙 낸 것이다!
ㅡ사사삿.
웃고 있으니 한 마리가 더 다가온다.
“또 오는 거냐?”
이번엔 조금 큰 놈이다.
녀석 역시 아주 단순하게. 긴 다리를 놀려 고속으로 달려오다가 점프하여 마치 날다람쥐처럼 안아줘요를 시전한다.
뿔로 찍어버릴까?
아니지.
“마나실드!”
즉시 뿔을 잡지 않은 왼쪽 주먹에 마나실드를 두른다. 네모난 보호판을 얼기설기 여러 개 만들어내고 덧씌워서 마치 중세 기사의 건틀렛처럼 내 주먹을 감싼 다음!
“뒈져랏!”
일보를 내딛으면서 있는 힘껏.
허리와 어깨의 힘을 담아서 일직선으로 내지른 순간.
ㅡ콰아앙!
내 주먹이 뱅커르의 배딱지를 꿰뚫고 들어간다.
“끼리릭…!”
그 상태로 놈의 꽁무니에 크고 날카로운 뿔을 찔러 넣어 절명시키는 것으로 종료.
[Coin을 획득했습니다 : 27]전투가 끝났다.
“후우!”
몹시 상쾌하다!
실전에서 격렬하게 몸을 움직이면서 괴수들을 절단냈다. 무엇보다도 깊은 만족감이 가슴속 깊은 곳까지 스며 드면서 환희가 차오른다.
내 실력이 여기까지 향상되었구나.
“더 강한 녀석을 데려와라! 키티야!”
F 랭크 괴수로는 오빠 간에 기별도 안온다!
“E 랭크 괴수를 데려와! 키티야! 이 오빠를 만족시켜달란 말이다!”
이딴 잡놈 새끼들은 아무리 처잡아봐야 천 코인 벌기도 힘드니까!
“그러니까 조금 더 강한 녀석을…!”
“쉬이이이이잇!”
“울음소리부터 다르군! 네놈은 누구… 어?”
어어.
“어어어어어어엌?!”
즉시 몸을 돌려 도망쳤다!
“저 새끼 뭐야아아앗!”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