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Kidding, I’m an Extra RAW novel - Chapter (156)
〈 157화 〉 이게 보스냐! # 5
* * *
“어쩔 수 없네요. 그럼 오늘은 잘 놀다 오도록 하세요.”
“아이고, 이거 미안해서 어쩌냐? 레오나.”
“미안하면 같이 짬뽕이나 먹죠.”
“뭐, 뭐? 뭐?! 좀 살려줘!”
사람살려!
“후후후, 농담인데 뭘 그리 놀라나요? 이 맵찔이근철.”
“누가 맵찔이라고!”
솔직히 그 짬뽕이 오바라서 그런 거지 나도 어디 가서 매운 거 못 먹는단 소리는 들어본 적 없는 사람이다.
“아무튼 봉사는 다음에 하면 되니 신경 쓰지 마세요. 그럼 잘 다녀오시길.”
“흐흐흐, 그래. 레오나 너도 주말 잘 보내라.”
레오나랑 통화를 마치고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에휴.”
정오까지 목적지로 가야 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적과 싸우게 되겠지. 키티가 도와준다고는 했지만, 솔직히 불안한 감정을 지울 수는 없다.
그냥 모르는 척 시후한테 도움을 요청해 봐?
“아니.”
그러기엔 내 낯짝이 두껍지가 않다.
어찌 친구에게 그런 위험한 부탁을 하겠나? 어차피 키티의 서포트도 있으니 오늘은 혼자서 잘해 보도록 하자.
혹시 모르지.
이번에 특수한 적을 상대하게 되어, 효과적인 스탯상승을 경험할 수도 있지 않은가. 내 순위가 벌써 류씨 바로 아래까지 올라온 상태다.
여기서 한계 돌파를 한다면… 그 상위권 라인에 낄 수 있을지도 몰라. 그럼 문민 브라이언 켄 이딴 새끼들이 한꺼번에 덤빈다고 해도 내 상대가 되진 못할 것이다.
특히 문민 이 새낀 그냥 영원히 좆바르는 거다.
그걸 생각하니 절로 의욕이 샘솟았다.
보이드 프린세스.
무슨 목적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해결해주마.
ㅡ기이잉.
그렇게 나는 장갑 열차에 탑승했다.
이건 열차에 장갑을 부착해 둔중해진 열차다. 요즘 열차는 다 이런 느낌이다. 어떻게 생긴 것만 보면 증기기관 열차보다 딴딴해 보일 정도.
“잠시 신분증 검사가 있겠습니다.”
자리에 앉으니 무장요원들이 와서 신분증을 검사한다. 중세 기사를 연상시키는 보호구에 헬멧. 도검과 기관단총으로 무장한 전문 요원이다.
저번에 백화점 때도 그렇고, 이 세상에는 준군사 조직이나 다름없는 민간 무장요원들이 참 많다.
사람이 많을 만한 곳에는 다 무장요원이 배치되어 있는 느낌.
“신분증 제시해주십시오.”
“예.”
“아, 생도님이셨군요. 좋은 여행 되십시오.”
생도란 걸 알아보자 무장요원이 미소를 지으면서 인사한다. 나도 마주 웃어주면서 인사했다.
“네. 좋은 하루 되십시오.”
“아, 생도님. 잠깐 보고해도 괜찮겠습니까?”
“예? 뭔가 보고할게 있어요?”
“각성자 분들이 열차에 탑승할 경우 따로 체크를 해서 위치를 보고해둡니다. 비상사태 때 공조하기 위함이지요. 뭐가 됐든 비상사태가 발생할 경우, 이 열차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헌터 팀장님의 지휘를 따라주시면 됩니다.”
“아, 헌터님입니까?”
“예.”
영웅이 아니라 헌터다.
헌터들은 딱히 영웅적인 의무가 없는 대신 혜택도 없다. 그래서 프리하게 지내거나 이런 곳에 취업해서 살아가는 듯. 아, 그래도 각성자인 만큼 그 의무는 수행해야 한다.
지금 내가 비상사태시 승객들을 위해 싸워야 하는 것처럼. 각성자는 말 그대로 귀족이나 다름없는 상류층들이다. 그 아래에 있는 일반인들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
“흠.”
그럼 도착할 때까지 한숨 자볼까.
* * *
한 칸 뒤쪽에서 김근철이를 감시하고 있으니.
‘역시 이상한데.’
의심이 깊어진다.
친구를 만나러 가는 것치곤 너무 멀리 가는 것 같다. 게다가 무장열차까지 타고 간다니… 현재 김근철이는 창가에 고개를 기댄 채 자고 있는 중이다.
요즘 피곤해 보이긴 했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감시를 이어 나갔고, 1시간 정도 지났을까. 의심 없이 내리는 김근철이를 따라 내려 사람들 사이에 몸을 숨겼다.
ㅡ저벅저벅.
그렇게 휴대폰을 보면서 걷는 김근철을 추격한다. 과연 누굴 만날 생각일까? 걷던 김근철이가 편의점에 들어가서 에너지 음료를 사 먹는다. 잠깐 제품을 체크해본다. 그냥 평범한 음료수.
ㅡ스윽.
이시후는 조금 더 은밀하게.
주변 건물 골목에 몸을 숨기는가 하면, 아예 옥상으로 올라가 건물 사이를 횡단하면서 김근철이를 미행했다.
‘잠깐. 진짜로 무슨 일이 터져서… 구해주러 가게 되면 뭐라고 변명하지?’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사실 비상사태가 터지고 난 다음이라면 그런 것쯤은 아무 문제도 아닐 거다. 어떻게든 변명할 수 있겠지.
제발 아무 일도 없기를 바라며, 이시후는 미행을 이어 나갔다.
* * *
도착했다.
“어우, 개졸려.”
역에서 내린 뒤에 휴대폰 지도를 보면서 목적지로 향한다.
조금 일찍 나온 탓에 시간은 좀 여유롭다.
“후우.”
막 자고 일어나서 나른하다. 컨디션을 상승시키기 위해 가볍게 몸을 풀어주고, 편의점에 들어가서 에너지 음료를 한 캔 사 마셨다. 이거 체력이 올라가는 게 느껴지는군.
그리고 목적지에 도착한 뒤에는 적당한 곳에 등을 붙이고 서서 주변을 감시하며 키티와 메세지로 연락했다.
[키티야.] […]근데 대답이 없다.
얘 진짜 도와주러 오는 거 맞냐?
“아무튼 사람 많네.”
시가지라서 사람이 좀 많다. 이런 곳에 괴수가 나타난다면 큰일이겠지. 뭐 그런 생각을 하면서 시간을 떼우고 있으니.
“거의 다 됐구만.”
정오까지 5분 전이다.
“…”
긴장이 되기 시작한다.
과연… 어떠 새끼길래 보이드 프린세스가 나한테 짬처리를 했는지. 두 눈으로 직접 보고 확인해보자. 정 안되면 민간인들 대피시키면서 지원을 기다리면 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나는 몰래 빠져나가면 될 것이고.
내가 실력이 딸려서 못 잡는다고 변명하면 보이드 프린세스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이건 좀 행복회로긴 한데. 어쩌겠나? 못 잡으면 못 잡는다고 해야지.
ㅡ째각째깍.
귓가에서 카운터가 울리는 듯한 기분.
ㅡ처억.
정오가 되었다.
약속 시간이지.
뭐 없나?
그리 생각하면서 하늘을 본 순간.
ㅡ두근!
강한.
아주 강렬한 고동이 느껴진다.
ㅡ두근, 두근!
ㅡ두근!
“허억…!”
심장이 빠르게 뛴다…!
동시에 알 수 없는 긴장감과 불안감이 엄습 해온다. 뭐냐? 게이트가 나타날 때 이런 느낌이 있었던가? 이 비슷한 느낌이 좀 있긴 하지만, 이건 과해.
명백하게 과하다.
“후우…!”
거친 숨이 터져 나온다.
나는 가슴을 부여잡으면서 생각했다. 어쩌면 상상 이상으로 강한 녀석이 나올지도 몰라.
바로 주변을 살폈다.
이곳은 시가지. 민간인부터 대피시켜야 하나? 일단 시가지인 만큼 지원은 빨리 오겠지만, 대피할 시간이
“어?”
다시 주변을 둘러본다.
“어어?!”
시간이.
멈춰있었다.
“이게 무슨… 씨팔 개깜짝 놀랐네!”
ㅡ파칙!!
시간이 멈췄음을 인지한 즉시 굉음이 터져 나온다.
바로 하늘을 올려다보니.
“와.”
게이트가.
게이트가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ㅡ파칙!
허공에 금이 가고 있었다.
마치 유리창처럼.
“저, 저거 씨발.”
칼을 뽑고 하늘을 관찰한다. 주욱, 죽. 허공에 새겨진 금이 점점 더 커지고 있었다. 저러다 하늘이 ‘깨져버리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금이 새겨진다.
일반적인 게이트가 아니다.
아니.
저런 현상에 대해선 들어본 적도 없다. 게이트가 열리는 게 아니라 차원에 금이 간다고?
생각은 짧았다.
ㅡ파창창!
현실의 하늘이 깨어지고 비현실적인 무언가가 세상에 덧씌워지기 시작한다.
나는 멍하니 그걸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ㅡ화아아악!
허공이 깨어짐과 동시에 사방으로 푸른빛 에너지가 뿜어져 나간다. 거기에 닿은 모든 것들이 반투명과 불투명의 경계선상에 놓인 푸른빛의 무언가로 변모한다.
“…”
사람은 없다.
배경은 그대로다.
주변에 있는 빌딩. 신호등. 가로등. 그 모든 것들이 그대로 있다. 다만 그 모든 것이 필터를 씌운 것처럼 푸르고 살짝 흐물거리는 무언가로 변해버리고 말았다.
공간 자체가 그렇게 변해버린 상태다.
내가 딛고 있는 땅도. 건물도. 하늘도. 전부 오묘한 푸른빛이다. 마치 모델링이 덜된 것처럼 흐리멍덩한 무언가가 형상만을 흉내 낸 채 그곳에 존재하고 있다.
“결계.”
본능적으로 깨달을 수 있었다.
결계가 만들어짐으로써 차원이 분리되었다. 지금 이 공간은 현실과는 상관없는… 일종의 분리된 이차원이 된 것이나 다름없다. 주변 배경이 어중간하게 복사되어, 이 유리된 이차원으로 분리된 것이다.
“미치겠네.”
내가 이걸 왜 깨달은 거지? 이건 어디서 떠오른 지식이냐? 묘한 기시감과 불안감이 두뇌를 찌르기 시작한다. 머릿속에 알 수 없는 지식이 흘러들어온다.
“…”
돌아가기 위해선 이 현상을 일으킨 주체를 잡아 죽여야 한다.
그래.
저기 나오고 있는 저 새끼.
ㅡ꿈틀.
깨어진 틈 안에서 푸른 무언가가 쭈욱 기어 나온다. 그것은 미끈한 뱀 같이 생긴 녀석이었지만, 사실 뱀 따위는 결코 아니다.
우주를 유영하는 불길한 무언가.
그것이 빠져나온 순간.
ㅡ차차차착!
마치 지네처럼. 놈의 모든 옆구리에서 기괴한 다리 수십수백 개가 솟아오른다. 그렇게 다리를 얻은 녀석이 나를 확인했고.
“구우우우우우웅.”
초음파 비슷한 소리로 울면서.
ㅡ촤악!
다리를 펼쳤다.
ㅡ치치칙.
ㅡ치칙.
얼굴 부분이 아주 기묘하다. 마치 노이즈가 낀 것처럼 치칙거리면서 형상이 자꾸 바뀐다. 저것을 보고 있으니 살의와 분노가 끓어올라서 참을 수가 없었다…!
녀석의 약점은 저 머리 위에 있는, 결코 있을 수 없는 색으로 명멸하는 보석 같은 무언가다!
저것을 부숴야만 놈을 박살낼 수 있어!
ㅡ크아아아아아아아아아!
나도 모르는 사이에 함성이 터져 나온다. 나는 충동을 이기지 못하고 그대로 땅을 박차, 가짜 빌딩의 벽을 타고 질주해 올라가 옥상에 착지했다.
“이 씹새끼!!! 너 이 새끼 당장 이리 안 와!!!”
저건 아주 강력한 존재지만 약점을 박살 낸다면 지금의 나라도 이길 수 있다!
ㅡ쿠웅!
놈이 나를 향해 유영하듯 날아온다.
그것을 노리면서.
ㅡ촤하아아악!
검에 검기를 둘렀다.
“죽여주마!!!”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