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Kidding, I’m an Extra RAW novel - Chapter (159)
〈 160화 〉 이게 보스냐! # 8
* * *
이시후는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진짜 이게 무슨 일이야!’
김근철이에게 치부나 다름없는 유방을 보여준 것도 모자라서, 도플갱어 슬라임이라는 소리까지 들었다. 아니, 여기서 그런 말을 한다고? 상상조차 하지 못한 일에 당혹감마저 들 지경이었다.
뭐가 됐든 끝장이다.
대체 어떡하지?
한번 이렇게 된 이상, 언젠가는 반드시 들키게 될 것이다. 지금은 슬라임이니 뭐니 하고 있지만 들킨 이상 숨길 수는 없는 것이다.
‘으으으읏!’
방금 처치한 처음 보는 괴수도, 김근철이가 처한 상황도 이젠 전혀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
저기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가장 친한 친구에게 대체 뭐라고 설명해야 하는가?
* * *
“저, 저, 저거.”
슬라후가 내게 달려오는 걸 바라본다.
가슴을 진짜 적당히만 가린 탓에 파괴력이 장난이 아니다. 내 옷을 가슴에 두른 채 달려오는 탓에… 마구 출렁이고 있단 말이다.
그것을 보면서 나는 결론을 내렸다.
“역시 말이 안 돼.”
시후가 사실은 여자였다.
근데 그걸 나한테 숨겼다.
이런 가설을 세워봤지만 역시 아니다. 그게 진짜라면 저렇게 커다란 유방을 숨길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리하여 내린 결론.
“녀석이 시후의 육체를 넘어, 인격과 기억까지 일부분 카피했다.”
미친 일이다.
이건 몹시 위험하고 인류에게 있어서 아주 큰일이다. 식은땀이 줄줄 흐를 정도다.
인격과 모습을 복사한 이계의 괴물이라고? 패컬티냐? 옛날에 동급생들 사이에서 핫했던 패컬티라는 영화가 있다. 몸을 빼앗는 외계인이 대학교 하나를 순식간에 점거하는 내용이었는데, 정말 훌륭한 바디스내쳐물이라고 할 수 있었지.
어쩌면 저것으로 인해 전 인류가 슬라임들에게 잠식될지도 모를 일이다.
그것을 고민하고 있으니.
ㅡ파앗!
주변이 크게 흔들리고는 급격하게 배경이 붕괴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마치 껍질이 깨지는 것처럼 현실세계로 돌아갔다.
“돌아왔군.”
시간이 멈추고 배경이 변하기 직전과 비슷한 배경.
사람들도 많고 하늘도 건물도 다 정상적이다. 그 미상의 괴수들을 처치하고 원래 세계로 돌아온 것이다.
근데.
“어?”
저기서 여전히도 슬라후가… 아니! 가슴에 이상한 옷을 두른 채 시내를 활보하는 미친 존재!
“저 미친!”
시후의 몸으로 저딴 미친 짓을 하다니!
“너 이 새끼! 빨리 이리 안 와!”
저래서야 무슨 변태가 아닌가!
사람들 어그로가 끌리고 있다.
일단 조용한 곳으로 가야 해.
“근철아아앗?!”
손목을 잡아끄니 슬라후가 앙탈을 부린다. 당장은 나와 적대할 생각이 없는 모양이지. 일단 자리부터 피해야겠다.
“빨리! 빨리 와!”
“아읏!”
즉시 슬라후의 허리를 껴안고 빠르게 달려 골목길 사이로 들어갔다. 우선은 조용한 곳에 좀 숨기도록 하자.
“좋아. 이쯤이면 되겠어.”
으슥한 곳에 슬라후를 내려줬다. 녀석은 현재 고개를 숙인 채 가슴 쪽을 가리고 있는 중이다.
“이 마물녀석. 너 일단 옷부터 어떻게 잘 좀 입어봐라.”
“진짜아…!”
슬라후가 어기적어기적 옷을 입으려고 하면서 말한다. 근데 이거 제대로 입을 수가 없는데?
“빨리 입어!”
“근철아! 나 이시후라고! 슬라임 아니야!”
“허어?”
취조 시작해?
“니가 진짜 시후라고? 그럼 그 가슴은 뭔데?”
가슴이 커지는 광선이라도 맞은 거냐? 당장 특허 내! 전 세계 여자들한테 다 쏴버릴 테니까!
“구라 좀 치지 마, 임마. 니 슬라임인 거 다 들통났어.”
“그게 아니라니까!”
“미친 소리 좀 하지 말라니까. 내가 시후랑 얼마나 오랫동안 같이 지냈는 줄 아냐? 이 새꺄. 난 시후의 맨가슴을 본 적도 있어. 그놈 가슴은 니처럼… 유방이 달려 있지 않다고.”
“본 적 없잖아! 말 지어내고 있잖아!”
억울하다는 소리치는 슬라후.
“어떻게 알았지?”
“그게 나니까!”
생각해보니 시후의 가슴을 진짜로 본 적은 없다. 이 새낀 기묘하리만치 자기 몸을 가리는 습성을 지니고 있었으니까.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게 여자란 증거는 아니다.
자기 살 보이기 싫어하는 남자는 군대에서도 몇 번 봤으니까. 놈은 항상 취침 시간이 지난 뒤 어둠 속에서만 홀로 샤워를 하는 녀석이었다. 그 권리를 얻기 위해 소대장은 물론이고 중대장과도 담판을 지었던 놈이었지.
“흠, 기억을 일부분 공유해서 알 수 있는 거구만. 아무튼 너 이 새끼. 내가 시후랑 그렇게 오래 지냈는데 내가 성별을 모를 리 없잖아, 이 새끼야.”
그래도 지내 온 세월이 있는데 여자였으면 진작 알았다.
“넌 도플갱어 슬라임이 맞아. 어쩌면 너 스스로가 스스로를 시후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그런 괴물일 수도 있지. 그렇다면… 좀 미안한데. 그게 사실이다. 어쩔 수 없어.”
잔인한 말이지만 그럴 가능성도 존재한다.
옛날에 유명했던 영화 중에 임포스터라는 영화가 있다.
외계인들과 전쟁하는 지구가 배경인 SF 영화. 주인공은 외계인의 자폭 스파이라는 혐의를 받고 체포된다.
주인공은 이건 터무니없는 오해이며 자신은 인간이라고 항변하지만, 통하지 않았고 죽을 위기에 처하자 과격하게 탈출하게 된다. 그러나… 사실 그는 진짜로 스파이였다.
자신이 인간이라는 기억이 심어져, 인간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그런 존재였던 것이다.
“슬라후! 너가 그런 존재일지도 몰라!”
“이게 진짜…!”
“그 외에도 정말 많아! 자기를 인간이라고 생각했던 로봇…! 외계인! 늑대인간! 심지어 원숭이에 뱀파이어까지!”
인간의 손에 자란 침팬지는 어느 날 동물원에 갔다가 극심한 우울증에 빠졌다!
뭐가 됐든 착각의 대가는 심각하리만치 잔혹한 비극이었어! 자신이 인간이 아니었음을 깨달은 순간 모든 삶이 무너진다!
“그러니까 넌 슬라임이 맞아! 네가 이시후의 정의로운 마음을 지니고 있다면, 당장 그 힘을 인류를 위해서 사용하거나 영원히 사라져라! 지금이라도 인정하고 네 삶을 찾으란 말이다!”
이것이 바로 나의 해답.
녀석과는 공존할 수 없다.
그래도 같이 싸운 전우이고, 시후의 기억을 지니고 있으니 이렇게라도 말해주는 것이다.
“크흑!”
어째서인지 눈물이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가란 말이다, 이 슬라임 새끼! 다시는 우리 앞에 나타나지 마!”
슬라임이라고는 해도 시후의 기억을 지니고 있다면, 지금 아마 시후처럼 생각할지도 모르지. 그래서 이렇게 말하는 것이 몹시 뼈가 아팠다. 아니. 실제로 그럴 거다.
슬라후는 나랑 같이 싸워줬다. 전부 자신을 이시후라고 믿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이 분명하다.
“크아아아아아아아아아!!!”
나는 그런 존재를 쳐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은 비극이야!!!”
“지랄, 염병을 하고 있다! 근철아! 다 지랄! 다 지랄이야! 내가 제대로 설명할 테니까 들어! 중요한 이야기니까 각오하고!”
“뭐?”
ㅡ꽈악!
슬라후가 내 어깨를 꽉 잡아 쥐면서 소리쳤다.
“니가 무슨 말을 하든… 나는 생각을 바꾸지 않아.”
“그럼 나한테 전화해 보든가! 내가 가짜 이시후라면 폰이 없을 거 아냐!”
“네가 훔쳤을 가능성도 있겠지.”
“훔쳐? 이시후한테서 폰 뺏을 수 있는 사람?”
그건 없긴 한데.
“으음… 그래. 한번 걸어보자. 하지만 아니라면 깨끗이 인정해라.”
“김근철이 너야말로 인정해야 할걸?”
“좋아.”
ㅡ삑.
전화를 건 순간.
ㅡ띠리리링.
놈의 바지 주머니에서 소리가 울린다.
“어어?”
“거봐. 맞지?”
“지랄! 전파 하이잭! 전파 하이잭이다!”
“무슨 전파 하이잭이야! 비행기도 아니고 그런 말 들어본 적 없거든! 진짜 뒤질래!”
“이, 이게 대체 무슨…!”
진짜라고?
“못 믿겠다! 더 설명해 봐!”
“좋아. 더 설명해줄게.”
자신감 있게 대답하는 슬라후.
“근철아. 난 원래 여자였어. 그래서 네가 맨날 목욕탕 가자고 할 때마다 거절한 거고.”
“어.”
그걸 이렇게 엮는다고?
“샤워할 때마다 옷도 다 입고 나온 거야.”
“얼씨구. 그래서 여자다? 그럼 왜 성별을 속였는데? 설마 남자 기숙사에 잠입하기 위해서? 이 새끼 터무니없는 변태였구만!”
미친!
이건 이제 시후가 진짜 여자였어도 문제다!
내 진정한 친구인 이시후가 터무니없는 변태였다니…! 동성 친구였다면 변태여도 상관없지만 이성 친구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런 거 아니라니까! 그냥 좀 사정이 있었어! 가문의 사정이!”
“무슨 사정?”
“밝힐 수 없어. 가문의 사정이라고 말했잖아.”
“그러니까 무슨 사정이냐고!”
어?
이 새끼 걸렸어!
대답 못하네!
“가, 가문의…”
“대충 가문 이러면 내가 넘어갈 줄 알았냐? 너 이 시발 딱 걸렸어 임마!”
“아악! 밝힐 수 없는 사정이야! 그러니까 내가 성별을 계속 숨긴 거지!”
“이치에는 맞는데 설명은 안 되는 거 알지?”
“크흑…!”
분하듯 어금니를 꽉 깨문 슬라후가.
“그, 그럼!”
“뭐?”
뭔가를 깨달았다는 듯이 소리쳤다.
“그럼 지금부터 같이 기숙사까지 가자! 거기 이시후가 없으면 내가 진짜란 소리 아냐!”
“어!!!”
이 새끼 이거 드디어 본색을 드러냈구만!
ㅡ스릉!
즉시 검을 꺼내 겨눴다!
“그래…! 처음부터 아카데미가 목적이었어! 거기 침투할 생각인 거냐!”
“근철이 너 왜 이렇게 상상력이 풍부한데! 자꾸 냉철하게 지적하니까 할 말이 없어지잖아! 계속 바보같이 굴더니 왜 이럴 때만!”
“내가 바보라고? 하!”
어이가 없어서!
“그게 네 실수다!”
이게 결정적인 증거지!
“나는 새꺄! 학교에서도 우등생에 천재로 통하는 놈이야! 그런 나를 보고 바보라니…! 그게 바로 네가 가짜라는 증거다!”
“미친 소리! 미친 소리야! 왜 본인이 그런 존재라고 그렇게까지 진지하게 믿는 건데! 너야말로 슬라임 같잖아! 미친 소리 그만해!”
할 말 없으니 미친 소리라는 말만 고장 난 라디오처럼 반복하고 있군. 아, 그래도 생명체니 앵무새라고 해주도록 하자.
“그리고 결정적으로 임마. 너한테 그런 가슴이 있었다면 가릴 수가 있었겠냐? 상식적으로 생각해. 나한테 안 들켰겠냐고.”
“그건…! 아! 그렇지!”
돌연 슬라후의 얼굴이 밝아진다.
뭐지?
“근철아. 가서 붕대 좀 사와.”
“붕대?”
“그것만 있으면 감쪽같이 가릴 수 있으니까. 보여줄게. 그거 보여주면 믿는 거지?”
“얼씨구?”
붕대로 가려?
“좋아. 한번 봐주마. 너 여기서 딱 기다리고 있어.”
“제발 빨리 갔다 와…! 나도 오해를 풀고 싶으니까!”
ㅡ파앗!
바로 땅을 박차고 폰으로 약국을 찾아 그곳으로 향했다. 그렇게 순식간에 붕대를 구매하고 돌아오니, 슬라후가 나를 잘 기다리고 있었다.
“도망은 안 쳤군?”
“왜 도망을 쳐?”
“자. 여기 붕대다. 어디 한번 해봐라. 그 큰 게 가려지나, 안 가려지나.”
“좋아. 잘 보고 있어… 아니! 보지는 말고! 고개 돌려!”
자꾸 여자처럼 굴고 있네?
물론 안 통한다.
“감시를 해야 할 거 아냐!”
“내 유방 보고 싶어서 그러는 거지!”
뭐.
슬라임이긴 하지만.
잘 만들어져 있다고 해야 하나?
보면 좋다. 근데 그 이유로 보겠다고 하는 게 아니다. 감시는 중요하니까. 그리고 아무리 좋다고 해도… 시후지 않은가? 시후가 진짜 여자라면 몰라. 남자에게 여자 유방이 달려 있으니 좀 그래.
“보긴 뭘 본다고 그래! 잘 가려지나 감시해야 하니까 그런 거지!”
딱히 슬라후를 믿는 것은 아니다.
그냥 이걸로 녀석이 슬라임이라는 걸 깨닫게 해주고 싶을 뿐이다. 지도 잘 안되면 본인이 괴수였다는 걸 깨닫게 되겠지.
“진짜…! 감시? 그래, 감시 좋네! 알았어! 감시가 필요하다면 거기서 실컷 봐!”
얼굴이 시뻘게진 슬라후가 도전적으로 소리친다,
“그래도 몸은 좀 돌리게 해줘. 몸만 돌리면 바로 시작할 테니까!”
몸을 돌려?
“돌리긴 뭘 돌려? 니 슬라임이라서 막, 어? 갑자기 몸 돌리면서 가슴 축소할 수도 있잖아.”
“뭐엇?! 축소가 가능하면 근철이 네 앞에 나타나기 전에 그렇게 했겠지! 너 바보야!”
“그건… 그런가?”
확실히.
그게 된다면 그렇게 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날 속일 수 있었을 테니까.
“아니. 네가 타이밍을 놓치거나 뭔가 실수했을 가능성도 있어. 그걸 지금 만회하기 위해 그런 말을 하는 것일 수도 있잖아? 그러니까 가슴을 공개한 채로 시작한다. 알겠냐?”
그게 확실하다.
“으읏…!”
슬라후의 눈에 눈물이 맺힌다.
만에 하나 얘가 진짜 여자인 이시후였으면 못 할 짓이긴 한데, 그럴 일은 없고. 설령 그렇다고 해도 혐의를 벗는 게 더 중요하다.
“울어도 소용없어 임마. 나는 내 가장 친한 친구인… 이시후의 명예와 그 존재를 걸고 이 취조에 임하는 거니까.”
“왜 이럴 때 우정을 강조해서 감동시키는 건데…! 그냥 유방을 보고 싶을 뿐이면서!”
“내가 동성 친구 유방을 왜 보고 싶어 해! 잔말 말고 그 잘난 붕대로 네 유방을 좀 가려봐라!”
이 두 눈으로 똑똑히 지켜볼 테니까!!!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