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Kidding, I’m an Extra RAW novel - Chapter (181)
“아아…”
감동한 듯한 레오나.
“그리고 뭐. 만약 이렇게 될 걸 알았다고 해도 싸웠을 테니까. 야. 그렇지 않냐?”
“어. 이건 유리 말이 맞어. 이렇게 될 거 알았어도 난 싸웠을 거다.”
유리 말대로다. 그렇게 될 거 안다고 해서 안 싸울 이유가 있나? 해야 할 일이니까 한 거고. 이건 거기서 발생한 악의적인 사고였을 뿐이다.
“김근철이… 뭐, 그렇네요. 만일 제가 그런 걸 당했다고 해도 싸운 걸 후회하진 않았을 거예요.”
레오나가 마음이 좀 풀린 듯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래도 마음이 좀 많이 상하네요. 김근철이는 또 얼마나 상했을까… 이걸 어쩌죠.”
“어쩌긴 어째. 지금 레오나 너한테 이야기한 것 만으로도 다 회복 됐구만.”
“이상한 소리 하지 마세요.”
이상한 소리 아닌데?
“아무튼. 뭔가 공식적으로 항의하고 싶지만 외국인이라서 씨알도 안 먹히겠어요. 귀족가문이라 내정간섭 같은 말만 들을 게 뻔하고. 아, 진짜. 비겁하게 저만 쏙 빼놓고 그런 짓을 하다니. 너무 짜증나네요.”
“외국인 귀족이라고 레오나 너는 그냥 배제한 것 같더라.”
“그러니까요!”
근데 철저하게 검사할 거면 레오나도 인터뷰 따는 게 맞지 않나? 외국인이라도 조사 정도는 할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아무튼 밥이나 먹어요!”
“그려.”
모인 김에 고기나 먹자.
“근데 교관님은 별말 안 하셨나요?”
“어. 그냥 내 편만 쭉 들어줬는데.”
“역시 참교사!”
“솔직히 그랬으니까 믿고 깝친 거였지, 아니었으면 그냥 처맞고 곤죽 됐을 듯.”
아무튼 이걸로 친구들과 바다에 놀러 갔다가 돌아오게 되었다. 솔직히 아쉬움이 더 크긴 하지만 어쩌겠나? 이렇게 되어버린 것을.
그래도 뭐 다음 기회도 있다.
또 놀러 가자고 하자.
***
ㅡ띠리링.
드물게도 류천휘의 핸드폰이 울렸다. 생각 없이 폰을 집어 든 그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탈레반 녀석…!”
이런 짜증 나는 전화번호를 지닌 녀석은 탈레반 녀석 말고는 없다. 류천휘는 분노가 치밀어오르는 것을 느끼면서 전화를 받았다.
“대체 무슨 이유로 야밤에 전화를 한 거냐, 이 탈레반 녀석! 네놈에겐 시간관념이 없는-”
“야! 류씨! 나 오늘 빌런이랑 싸워서 이겼다!”
“뭐라고!”
“서해 일 찾아봐라! 우리가 죄다 털어먹었으니까!”
이게 대체 무슨 소리란 말인가?
“지금 그따위 말이나 하려고 내 귀중한 시간을 빼앗은 거냐?”
“어어? 류씨 이 새끼가 지금 뭐라는 거지? 당연히 니 귀중한 시간보다 내 자랑이 더 중요하니까 전화한 거지!”
“뭣…!”
숨이 턱 막힐 정도의 궤변.
반드시 박살을 내줘야겠다는 생각이 든 찰나.
“아, 그리고 빌런 잡고 난 다음에 남산에 끌려가서 취조도 받고 왔다. 존나 무섭더라. 야. 남산 가본 적 있냐? 거기 시발 존나 무서워. 막 나 죽이려고 하더라.”
남산?
“남산이라니? 네놈. 특작부에 끌려간 건가?”
“어. 거기서 무슨 일이 있었냐면.”
순간, 류천휘는 다음에 나올 말에 집중했다. 탈레반 주제에 남산에 끌려가? 남산은 특작부의 별명이다. 언제부터인가 그렇게 불리게 되었다.
아무튼 빌런이랑 교전을 치른 뒤에 특작부에 끌려가서 심문을 받았다는 것 같은데, 류천휘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대체 무슨 짓을 저질렀길래 탈레반 나부랭이가 특작부에 끌려가나?
그러나 류천휘의 기대는 산산조각 나버리고 말았다.
“궁금해? 안알랴줌.”
ㅡ뚝.
전화가 끊긴 것이다.
“뭣!”
진짜로 끊겼다.
“이, 이런 미친 자식! 말은 끝까지 하란 말이다! 궁금하지도 않은 걸 일방적으로 떠들더니 갑자기 끊어버리다니! 네놈에게 상식을 기대한 것이 잘못이었다!”
물론 전화가 끊어졌기에 그 목소리가 닿는 일은 없었다.
“으아아아아악!”
답답해진 류천휘가 포효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단 말인가!
그러고 있으니.
“천휘야? 무슨 일이니?”
누나가 들어왔다.
“무슨! 멋대로 들어오지 말라고 했잖아!”
“그럼 시끄럽게 굴지 말았어야지. 대체 무슨 일이길래 그러니? 들어보니까 특작부 이야기가 나오던데.”
“훔쳐 듣지 말라니까!”
“천휘 네가 너무 크게 말한 거야. 그래서 무슨?”
“크흑…!”
누나가 쳐들어왔다는 사실이 짜증나지만, 궁금증을 풀기 전까진 안 나갈 것이라는 걸 알기 때문에 간략히 설명했다.
그 빌어먹을 놈이 남산에 끌려갔다는 것을.
“어머, 근철이가? 남산에 끌려가? 빌런이랑 싸워서?”
“자세한 건 모른다…”
“이게 무슨 일일까?”
류천휘의 누나, 류아라는 의문을 느꼈다.
휴가 중이라서 정보 확인을 안 했는데, 그런 일이 있었다니. 관심이 생긴 류아라는 바로 자기 방으로 돌아가 특작부 자료를 열람했다.
[세뇌 공격 의심자 생도 김근철 취조 기록]“있네.”
팔짱을 끼고, 다리를 꼰 채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파일을 재생했다.
ㅡ니 엄마!
ㅡ어머니!
ㅡ씹새끼!
ㅡ개새끼!
그리고 이어지는 다채로운 욕설의 향연.
“…”
어지간한 빌런들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수위 높은 욕설이 이어진다.
ㅡ고 소 할 겁 니 다 ! ! ! !
고소한다며 발작하는 대목에 이르러선 류아라도 입을 떡 벌릴 수밖에 없었다.
“돌아버린 거니…?”
동생의 유일한 친구인 근철이가 저런 느낌이었어?
그런 생각이 잠깐 들었지만.
ㅡ진정해라, 김근철이!!!
그 이소라 선배님이 당황해서 허둥지둥 대는 모습을 봤을 때는.
“풉.”
웃음이 조금 흘러나왔다.
ㅡ끼에에에에에엨!
그렇게 류아라는 면담 기록을 전부 살펴봤다.
“…역시 재밌는 애야.”
모든 일을 끝내고 침대에 몸을 던졌다.
“낄낄낄. 류씨 이 새끼 발작할 것 같은데.”
다음에 보면 왜 말을 하다 마냐고 지랄할 것이 눈에 훤하다. 이 새끼 패턴이 아주 그냥 뻔해.
“아오.”
함웅철 그 미친 싸이코 같은 새끼. 놈을 생각하니 다시금 열이 뻗쳐 오른다. 그래. 개같은 남산식 심문 좋다 이거야. 근데 그걸 좋은일 한 나한테 쓰면 되겠냐고.
아주 그냥 교관님이랑 장비 사러 가서 영혼까지 뽑아 먹을 테다. 교관님은 그런 부분에 있어선 아주 철저한 성격이시니, 사고 싶은 거 마음껏 살 수 있을 거다.
이건 일종의 기회다.
앞으로는 싸울 일이 더 많아질 것이다. 그리고 빌런과 실전을 치르면서 느낀 건데, 나는 아직도 총기에 취약한 상태다. 내 친구들이야 뭐 다 고수들이니 자동소총도 씹고 다닐 수 있다지만 난 안된단 말이지.
그러니 좋은 방어구를 좀 사도록 하자.
“맞다.”
생각난 김에 검색하면 되겠구만? 나는 바로 컴퓨터 앞으로 가서 영웅용 장비매장 웹사이트에 들어가 쭉 살펴봤다.
“오오.”
시작부터 몇천 만원, 몇억 원씩 하는 무기들이 내걸려있다. 다 보니까 무슨무슨 괴수의 소체를 이용해서 마력 전도율이 높다고 광고 중이다.
그중에는 존나 멋진 SF식 기믹을 넣은 무기도 다수 있었다. 근데 일단 무기는 패스하고. 방어구부터 좀 보자.
“브랜드라?”
방어구 칸에 들어가니 이런저런 브랜드가 많이 있었다… 아니 근데 시발 이게 뭐야?
“파워 난닝구?”
[당신들의 방어력을 책임집니다 – 파워 난닝구!]이름이 뭐 이래?
흥미가 생겨서 클릭을 했다.
[파워 난닝구 스탠다드 VER : 할인가 20,000,000원]“뭔 미친… 난닝구가 이천이나 하네. 보자.”
비싼 만큼 뭔가 있겠지?
일단 생긴 건 그냥 검은 나시였다. 원단이 좀 두꺼워 보이긴 하는데, 그래봤자 딱 깜장색 난닝구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소개용 동영상을 재생했고.
나는 입을 떡 벌리게 되었다.
화면 속 남자가 새터데이 나이트 피버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는 파워 난닝구를 입은 채 웃고 있었는데, 순간 여우 가면을 쓴 남자가 나타나더니.
ㅡ투둥!
남자의 복부에 소총을 쏘는 것이 아닌가!
“으아아아악!”
놈이 비명을 터트렸지만 피는 튀지 않았다. 설마 저 얇은 난닝구가 총탄을 방어한 것인가? 그리 생각하니 여우 가면의 남자가 말했다.
“보셨지요? 이것은 C 랭크 괴수인 팔리오스의 소재를 이용해서 만든 난닝구입니다. 보다시피 탄환이 직격하는 순간 단단해져서 착용자를 보호하지요. 실험맨. 어땠습니까?”
“끄아아윽…! 아, 씨! 너무 아프잖아요, 사장님! 아, 이거! 이거 멍들었다! 이게 뭐예요! 다 막는대매애애! 아악 씨발! 개아파아악!”
실험맨이 난닝구를 벗은 채 몸부림을 친다. 근데 그의 복부에는 멍만 들었을 뿐, 다른 상처가 없었다.
이거 개쩌는데?
착용자가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긴 하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신뢰가 갔다. 저 얇은 난닝구로 소총탄을 방어했는데 딱 아프고 멍든 걸로만 끝난다는 게 증명된 것이니까.
“야. 지금 니 아무 것도 안 하고 소총탄을 막았어. 굉장함이 안 느껴져?”
“끄아아악! 사장님 너무 아파요!”
존나 굉장하게 아파 보이긴 한데 딱 그것뿐이다. 더 큰 손상이 없어.
“아무튼 기능은 이것만이 아닙니다. 자, 다음 실험맨.”
다음 실험맨이 나왔다. 소개에 의하면 현직 헌터라는 모양이다. 그가 포즈를 취했고, 사장이 총을 쐈다.
결과는.
ㅡ파앗!
완전 방어.
“와.”
헌터가 자신의 마력을 발해 난닝구에 흘려 넣음으로써 방어력을 상승시킨 것이다. 헌터는 아파하지도 않았다.
“보다시피 이런 소량의 마력만 흘려 넣어도 방어력이 아주 크게 향상되지요! 마력 효율 자체가 남다릅니다! 피부에 직접 실드를 두르는 것보다 효율적이니, 지금 바로 구매하세요!”
(구매자격.)
(현직 영웅, 헌터, 생도일 것)
(구매시 시설에서 직접 실시하는 연 1회의 정비 의무가 부여되며, 장비 분실시 초인기술유출 방지법에 의거하여 불이익을 받을 수 있습니다.)
(분실시 즉시 보고할 것.)
“무조건 산다!”
비슷한 거 다 살 거다!
***
그렇게 쇼핑에 열중하고 있을 때였다.
“근철이 오빠.”
“아닛!”
갑자기 키티가 내 어깨에 턱을 올리면서 말한 탓에 놀라 자빠질 뻔했다. 이 녀석 왜 이렇게 조용히 나타나?
“야! 놀랐잖아!”
“미안해, 근철이 오빠.”
뒷짐을 진 키티가 웃으면서 사과했다.
“아니 뭐 미안할 것까진 아니고. 아, 키티 임마 마침 잘 만났다. 조만간 한번 이야기하려고 했는데.”
“이번 일 때문이야?”
이번 일?
“알고 있었어?”
“대충은?”
“너 날 감시…”
순간.
등골이 오싹해졌다.
“설마 너.”
키티 이 새끼 설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