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Kidding, I’m an Extra RAW novel - Chapter (185)
밥도 다 먹고 장비도 다 샀으니 이제 돌아갈 시간이다. 나는 싱글벙글 웃으면서 교관님의 차에 탑승했다.
그리고 출발.
“오늘 하루 정말 즐거웠습니다, 교관님. 이게 매장 둘러보는 것도 참 재밌네요. 나중에 커서 돈 벌고 그러면 쇼핑도 막 하고 그래야겠습니다.”
“그래. 장비에 신경 쓰는 녀석들이 어디 안 다치고 오래 싸우기 마련이다.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이니 잘 신경 쓰도록.”
“흐흐흐, 예.”
조수석에 앉아 커피를 마시면서 교관님과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했다.
“아, 그보다. 김근철이? 요즘 던전 발생률이 높아졌다고 하는데. 혹시나 해서 말하는 거지만 던전 게이트를 조우하면 들어갈 생각은 하지 말고 신고부터 해라. 알겠나?”
“아니 무슨 제가 이상한 사람입니까? 그거 보고 들어가게요?”
던전이라.
키티가 만들어준 던전은 이미 한번 들어갔다 왔다. 근데 일반적인 던전이라는 게 어떤 건지 좀 궁금하긴 해.
장비도 있겠다, 한번 들어가는 것도 나쁘진 않을 거다.
“여태까지 워낙 많은 일을 했어야 말이지… 말고도. 전조 없이 갑작스럽게 나타나는 게이트가 더 많아진 상태다. 각별히 주의하도록. 아무래도 방어체계든 뭐든 다 바뀔 것 같으니까.”
“하긴. 여태까지 있던, 뭐 방어작전이나 작계 같은 것들은 다.”
“게이트가 전조와 함께 나타나니, 그에 맞춰서 세운 것들이지.”
“예.”
“이제 바뀔 거다.”
“그래야겠지요.”
어쩌겠나?
이제 세상이 바뀐 것을.
근데 아무래도 교관님한테 찍힌 것인지, 이후로도 교관님은 앞으로 이상 사태랑 조우하면 교전보다는 도주를 선택하라고 계속 말씀을 하셨다.
“교관님한테 자꾸 하지 말라는 소리만 들으니까 마치 불량 학생이 된 것 같아서 멘탈이 터질 것 같아요. 제발 좀 봐주십시오.”
“그럼 좋은 이야기로 넘어가도록 하지. 요즘 김근철이 성적이 큰 폭으로 향상되고 있어서 기쁘기 그지없다. 정말 열심히 노력하고 있군. 그렇게 성장하기 쉽지 않은데 말이지.”
“우등생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흐흐흐.”
“잘하고 있다. 앞으로도 그렇게만 하도록.”
“알겠습니다!”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어느새 우리 동네에 도착했다. 교관님한테 인사하면서 내리고, 나는 기숙사로 향했다.
* * *
잠깐의 휴식시간.
“후우.”
훈련 한 세트를 마친 우유리가 옥상으로 올라와 바람을 맞으면서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잠깐 쉬고 다시 내려갈 생각이다. 훈련하는 동안 뭔일이 없었을까 하고 화면을 슥슥 스크롤하고 있으니.
“어? 이 새끼 뭐야?”
돌연 입이 떡 벌어진다.
[아이돌 이소라. 충격의 미성년자 교제 스캔들. 이것은 금단의 사랑인가? 그렇다면 초인에게 있어서 금단은 무엇인가?]교관님은 아이돌 따위가 아니지만 그만큼 인기 있는 영웅이다. 근데 이게 무슨 미친 소리야? 바로 뉴스 기사를 클릭해서 들어가니, 거기에는 교관님과 김근철이가 투샷으로 찍혀있는 사진이 적나라하게 노출되어 있었다.
“미친. 무슨 헛소리를. 교재? 김근철이랑 교관님이?”
어디 교관님이 그럴 사람인가. 게다가 김근철 그 새끼도 그런 전조현상은 없었다.
“하여튼 기사 쓰는 새끼들 이거…”
그리 생각하면서도, 우유리는 진실을 확인하기 위해 재빠르게 김근철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ㅡ뚜루루.
잠깐 들리는 발신음.
“어. 여보세요. 유리네? 뭔 일이여?”
참으로 태평하기 그지없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입을 열려던 유리는 잠시 목소리에 날이 선 것을 인지하곤, 헛기침을 한번 하고 말했다.
“야. 너 오늘 교관님이랑 어디 갔냐?”
“어. 오늘 그 매장 갔다 왔어. 지금 내리고 들어가는 길이다.”
“매장?”
“저번에 그거 있었잖아. 함웅철이. 그거 장비로 보상받겠다고 했거든. 그거 말하니까 옆에 있던 교관님이 고르는 거 도와주겠대. 그래서 오늘 왔지. 이거저거 샀는데. 보여줄까?”
이건 보러 가야지.
“이 새끼 뭘 샀길래 존나 자랑하고 싶어하는 목소리야? 아무튼 알겠다. 근데 김근철이 니 인터넷에 올라온 거 봤냐?”
“뭘?”
“금단의 사랑, 새끼야. 금단의 사랑이랜다.”
“흐흐흐, 그거. 아나 진짜. 아까 사진 존나 찍히긴 했어. 교관님이랑 매장 가니까 세상에. 인간들이 벌떼처럼 몰려들더라.”
목소리를 들어보니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눈치다. 그럼 그렇지. 교관님이랑 교제라니 말이나 되나.
“그러냐?”
근데.
이 새낀 왜 아무 말도 없이 갔다 온 거지? 갈 거면 말이라도 좀 하지. 우유리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머리를 긁적였다.
* * *
“김근철이 이게 대체 뭐죳!”
수련을 하다가 휴대폰을 본 레오나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이소라 교관님과 김근철이. 둘 사이에 스캔들이 터진 것이다.
“당연히 그럴 일은 없겠지만! 이게 뭐냐구요!”
당연히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이익!”
레오나는 마음이 불편해졌다.
“직접 이야기를 들어봐야겠어요…!”
대체 한국은 뭐 하는 나라길래 이런 기사가 나온단 말인가.
* * *
ㅡ쿵쿵쿵!
돌아오자마자 방에 들어가 겉옷을 벗고 시후네 방문을 두들겼다.
“시후야! 시후야! 나와!”
이 새끼 자랑해야 되는데 왜 안 열어!
“으, 으응…? 근철아? 왔어?”
“야, 시후야! 이거 보이냐!”
“억!”
ㅡ파앗!
시후가 문을 살짝 열어준 즉시 우악스럽게 문을 열며 안으로 쳐들어간다.
그렇게 나는 언더아머에 반바지. 그리고 장갑과 전투화만을 신은 채 마치 악질적인 농구선수처럼 공을 두들기는 시늉을 하면서 돌진했다.
“미, 미친놈아! 신발 신고 들어오지마아아앗!”
“흐하하하! 드리블! 존나 드리블!”
바닥이야 청소하면 그만이야!
지금은 자랑질이 더 중요해!
“시후야 보여! 오늘 산 것들! 이거 두른 것만 해도 몇 천만원이야!”
“지랄! 지랄 그만해!”
ㅡ파앗!
방안을 활보하고 있으니 시후의 응징이 들어왔다. 막으려고 했는데 쉽게 안 되는군. 장비의 힘까지 사용했지만.
“헙!”
시후가 날 잡고 역기처럼 들어 올리더니 그대로 공중에서 빙빙 돌려버렸다!
“야! 야! 놔줘!”
“좀 혼나야 돼, 넌!”
“악!”
장난 좀 친 거 가지고!
“크학!”
그렇게 한참동안 회전을 한 뒤에야 바닥에 등을 붙일 수가 있었다. 아무튼 대자로 뻗은 날 내려다보면서, 시후가 말했다.
“진짜, 근철아. 그 큰 덩치 가지고 뭐 하는 거냐고.”
“자랑하려고 그런 거다. 자랑하려고. 보이냐?”
눈짓으로 내 옷을 보라고 요구했다.
“언더아머는 맥시멈 크라켄에, 신발은 풋맨 그레이브. 그리고 장갑은 저스티스 쓰리엠에서 나온 거지.”
“다 비싼 것들이네. 방어 능력도 있는 거고.”
“그래. 이거면, 어? 내 전투력이 어떻게 되겠어? 극단적으로 상승할 거 아냐.”
너무 자랑스럽다.
“근데 근철아. 그런 식으로 장비에 의지하면 결국 실력이…”
“삑! 이시후 틀딱! 이시후 너 틀딱!”
“뭐, 뭐엇?! 뭐라는 거야!”
“야, 교관님이 뭐랬는지 아냐?”
바로 시후에게 교관님의 말을 그대로 전해줬다.
나이 많은 영웅들은 장비에 의지하면 실력이 늘어나지 않는다고 믿고 있다고. 하지만 젊은이들은 딱히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근철이 너어어엇! 사람이 기껏 제대로 충고해주니까 무슨 틀딱이래! 이 괴인 김근철!”
틀딱이라는 말에 발작하는 시후.
“어우. 신발 벗어야겠다.”
아무튼 신발이랑 장갑을 벗고 의자를 빼 와서 앉았다.
“후우… 그래도 신나 보이네. 근철아. 좋은 장비사니까 좋아?”
“흐흐흐, 당연히 존나 좋지. 오늘 교관님이 다 골라준 거라고.”
날아갈 듯한 기분이다.
“…”
그리 말하자 시후가 날 빤히 쳐다보더니.
“그래서 근철아.”
“음?”
“기분은 풀렸어?”
기분이라니.
“너 요원한테 험한 꼴 당해서 다운됐었잖아.”
“아니 뭐 기분 나쁜 일 한 번 있었다고 계속 다운되겠냐?”
별것도 아닌 일이다.
“걍 덮어뒀어. 장비 받은 걸로 퉁친 거지. 나중에 얼굴 보면 좆같긴 할 텐데, 그건 그때 생각하면 될 거고. 나중에 내가 더 쎄지면 그때 패주기로 하고. 뭐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그럼 됐어.”
대답해주니 시후가 고개를 끄덕였다.
“영웅답네.”
초인다운 쿨한 사고방식이지.
“근데 시후야. 너는 어? 친구가 당했으면, 가서 막 통령군주님. 제 친구가 부당한 일을 당했습니다. 그러니까, 예? 구해주십쇼. 이런 말 좀 해주면 안 되는 거냐?”
시후가 괜히 걱정하는 것 같아서 일부러 농담조로 말을 했다.
“아니, 근철아. 아무리 친족이라지만 그런 게 될 리가 없잖아.”
“흐흐흐, 그런 거냐?”
“아무튼 기운 차려서 다행이네.”
기운이야 진작에 차렸지.
“근데 뭐 물놀이 파토 난 건 아쉽긴 해. 바다 재밌었는데.”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나도 너무 아쉬워.”
시후가 공감을 표했다.
“더 놀고 싶었는데. 갑자기 그런 일이 일어나서는.”
“담에 또 가지 뭐. 내년에도 가자.”
“응. 그러자.”
웃으면서 대답했지만, 시후의 얼굴을 보니 많이 아쉬운 모양이었다. 안 좋은 타이밍이긴 했으니까.
“왜 시후야. 그렇게 아쉽냐?”
“솔직히 그래.”
어디 가자고 할까.
“뭐 얼마나 미련이 남았길래?”
“그게 말이야… 그, 수영복이.”
“수영복이 뭐?”
“나 거기서 남자 수영복만 입고 다녔잖아?”
순간, 시후가 뭔가 부끄러워하는 것처럼 안절부절을 못하더니 내 시선을 피하기 시작했다.
이 녀석이 무슨 말을 하려고?
“어. 그러긴 했지. 완전 풀무장 했잖아.”
“그거 때문에 더 미련이 남아.”
“왜?”
“사, 사실은…”
사실은?
“나도 비키니 같은 거 입어보고 놀아보고 싶었달까, 그래서 말이야. 하, 하하하… 그래서 좀 그래.”
뭐?
“비키니를 입고 놀아보고 싶었다고?”
“으응… 역시 이상한가?”
“너 이 새끼!!!!”
“허억?! 왜!”
이시후가 비키니라고!
“너, 너! 그런 욕망이 있었던 거냐!”
“아니, 무슨 이상한 거라는 듯이 말해?! 나도 여자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