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Kidding, I’m an Extra RAW novel - Chapter (187)
“그 말 취소해!”
“안 해!”
“이놈이!”
“하! 근철아! 덤비려고? 넌 아직 나한테 안돼!”
ㅡ처억!
순간 시후가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으면서 전투 자세를 취했다. 근데… 저런 대담한 비키니 차림으로 전투 자세를 취해봤자 전혀 위협적이지 않고 아주 이상할 뿐이다!
“아니, 야! 비키니 차림으로 전투 자세 취하지 말라고!”
“뭐?”
“비키니만 입고 싸우는 변태 같잖아!”
“허억?! 꺄악! 보, 보지마아아아앗!”
그제서야 수치심이 생긴 것인지, 시후가 손과 팔로 자기 몸을 가리면서 비명을 지르며 자세를 낮췄다.
“수치심이 이제 생긴 거냐? 흐흐흐, 역시 넌 프로 여자가 아니라 아마추어 여자야 임마.”
“미친 소리 하지 말라니까! 김근철 이 변태새끼!”
“지가 입어놓고!”
ㅡ콰앙!
그대로 시후가 화장실로 들어가서 다시 남장을 하기 시작했다. 아, 이제야 좀 안심할 수 있겠네. 눈앞에서 저러고 있으니 자극이 너무 심하다.
“이시후 너 이 새끼! 너 도플갱어 슬라임이지!”
“진짜 지랄하지 마!”
안에서 짜증 어린 목소리가 들려온다.
아무튼.
ㅡ끼익.
곧 시후가 다시 나왔다. 평소와 같은 차림. 가슴에 붕대를 두르고 반바지와 박스티를 입은 차림이다.
“으으…! 근철이 너!”
“조용히 해 임마. 야. 밥이나 먹자.”
“뭐… 그러자.”
이 어색함을 타파하기 위해선 밥이라도 먹어야 할 것이다. 나는 바로 시후랑 주방으로 가서 적당한 것을 만들어 먹기 위해 재료를 꺼냈다.
“저기… 근철아?”
“왜.”
“고마워.”
이 새끼 방금은 소리지르더니 이젠 고마워?
“뭐가 고마워?”
“뭐니뭐니 해도 결국 이런 거 부탁할 사람은 근철이 너밖에 없잖아. 그… 좀 무리한 부탁이었지? 비키니 봐줘서 고마워.”
“야. 친구 좋다는 게 뭐냐. 그 정도는 당연히 해주지 임마.”
“그런 거야?”
“어.”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말했지만 사실 좀 충격이긴 했어. 이시후 이 새끼 비키니빨 존나 잘 받는다.
이게 다 가슴이 커서 그렇다.
김근철이 돌아간 뒤.
“끄으으으읏!”
이시후는 발작적으로 침대에 뛰어들어, 시트와 이불에 주먹질과 발길질을 하면서 압축된 수치심을 분출했다.
순간의 욕망을 참지 못하고 비키니를 사러 간 것부터 시작해서 가장 친한 친구인 근철이에게 평가를 해달라고 부탁한 것.
그 모든 것이 부끄러웠다.
“악!”
일종의 폭주 상태였던 것이다. 요즘 들어 그런 생각이 자주 들고 있다. 어쩌면 이것은 사춘기 특유의 반발심 발현일지도 모른다… 원래는 이런 적이 없었는데, 아카데미에 입학한 뒤로 이렇게 되었다.
“근철이…!”
이게 다 김근철 때문이다.
그 터무니없는 녀석의 안일한 사고방식과 아무렴 뭐 어때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영향이 오는 것만 같다. 원래 사춘기 청소년들은 친구들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이다.
자기주장이 강하고 확고한 신념을 지니고 있는 레오나와 유리. 두 친구들은 부당하다고 생각되는 일이라면 무조건 터트리려고 하겠지.
그것은 김근철 역시 마찬가지다.
허술해 보이지만 그에겐 확고한 선과 단단한 신념이 있다. 따라서 그 세 친구들은… 가문에서 남장이나 여장을 시킨다고 해도 결코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애초에 근철이는 여장을 하는 것도 불가능할 테지만.
“…”
친구들은 그런데, 자기는 그러지 못한다. 이시후는 그리 생각하는 자신을 한심하게 여겼다.
어쩐지 뒤처진 듯한 기분이다.
그것도 친구들에게.
“하아.”
그런 생각이 든 것도 잠시.
다시금 아까의 일이 떠오른다.
“큿…!”
방안에서… 비키니 쇼라니.
마치 바캉스를 즐기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였다.
만약에 그런 비키니를 입고 근철이랑 둘이서 바다에 놀러 갔으면 어땠을까? 남장이니 뭐니 그런 건 신경조차 쓰지 않은 채 신나게 놀았다면…
“안 되겠어.”
몸에 열이 오르고 있다.
ㅡ처억.
이시후는 몸을 일으켰다.
이 상태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잠도 못 잘 테고, 명상을 하려고 해봤자 이상한 생각만 들 것이 뻔하다.
그래서 이시후는 검을 잡아 들었다.
진정한 고수는 수련을 함에 있어 장소의 구애를 받지 않는다. 그리 넓은 방은 아니지만, 이시후는 신체와 무기에 마력을 두르고 검술을 행하였다.
“하압!”
잡생각을 베어낸다.
ㅡ고오오.
이시후의 눈에서 안광이 피어올랐다.
***
김근철이를 내려준 후, 이소라는 자택으로 돌아갔다.
차가 막힐 때마다 휴대폰을 확인했는데 과연. 자신과 김근철이가 교제를 하니 마니 하는 기사가 우루루 쏟아진 상태였다.
보아하니 김근철이가 담당 생도라는 사실 역시 드러난 상태.
“돌아버리겠군.”
구성원 전원이 초인으로 구성되어 있는 초인일보 새끼들이라면 몰라, 순수 민간인으로 이루어진 언론사에서조차 이 지랄을 하다니 세월의 무상함을 느낀다.
아무래도 은퇴하고 얕보인 모양이지.
조만간 언론사를 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확인이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애꿎은 사람의 명예를 실추시킬 수 있는 기사를 쓴 대가를 치러야 한다. 사장실을 가루로 만들고 본사 간판을 박살내버리면 충분하겠지.
아니면 언론사 자금을 강탈해 포크레인을 일시불로 긁어버린 다음 본사 입구에 처박아놔도 괜찮을 것이다.
어차피 처벌 따윈 받지도 않는다.
초인판사들을 두들겨 패면 그만인 것을. 이쪽은 명예가 실추되었다. 정신이상자가 아닌 이상에야 그 소리를 듣고 판결이니 뭐니 헛소리를 할 이유는 없다.
이렇듯 초인사회는 명예와 명분으로 돌아가곤 한다. 법 위에 초인들의 명예가 있다.
ㅡ끼익.
그렇게 자택으로 돌아가니.
ㅡ뚜루루.
전화가 왔다.
함웅철 요원이다.
“함웅철 요원. 카드 명세서는 받아 봤나?”
“선배님… 살려주세요… 아무리 그래도 한 달 월급이 그냥 날아가버렸는데요…”
“니 책임이 아닌가? 애초에 불법 수사 따위를 한 게 문제다. 죄 없는 생도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트라우마를 심어주다니. 그 생도가 너보다 강했다고 생각해봐라. 너는 취조실에서 죽은 목숨이다.”
불법적인 수사를 받던 도중이었으니, 진짜로 죽였다고 해도 무죄였을 것이다.
“그건 그렇지만요… 근데 애초에 저는 저보다 강한 놈 상대로는 그런 식으로 수사 안 합니다.”
“알고 있다. 아무튼. 네 카드는 당분간 내가 맡고 있을 생각인데, 정지시키거나 하면 죽여버릴 테니 그리 알아라.”
“아니, 선배님! 너무하세요!”
“너만 죽는 것이 아니다. 네 밑에 있는 놈들까지 모조리 박살내주지.”
“제발!”
우는 소리.
“대체 얼마나 쓰실려고!”
“그건 네 알 바가 아니다. 불만 있으면 장관한테 가서 따져라. 이건 내가 내리는 징계니까.”
그리 말하면서 이소라는 괜스레 흐뭇한 상상을 해보았다.
좋은 카드도 손에 들어왔겠다, 2학기부터는 학생들과 함께 단체 회식이나 선물 교환식. 뭐 그런 걸 해도 좋을 것이다.
수업용 교보재나 무기도 잔뜩 구매할 수도 있을 거고, 하여간 즐거울 것이 분명하다.
사실상 특작부 예산을 맘대로 학교에 끌어와 쓸 수 있는 상황.
“아아!”
“아니면 내가 네 이름 대면서 장관을 찾아가면 되겠나?”
“죄송합니다!”
그것만큼은 절대로 안 되는지 빠릿하게 대답이 나온다.
“그, 그래도 선배님? 너무 막 행동하시면 결국 본업으로 복귀하란 압력이 내려올 텐데요…”
“그건 내가 알아서 하지.”
교관직이 일종의 휴가라는 걸 이소라도 알고는 있다.
“그래서 할 말은 끝났나?”
“아, 아니. 선배님. 그게 말이죠. 김근철 후배는 걱정할 거 없을 것 같습니다.”
“이미 끝난 이야기일 텐데. 따로 조사라도 했나 보지?”
“아무리 그래도 그게 제 일이니까요. 시작했으니 끝을 봐야죠. 개인적으로 조금 더 깊게 조사해봤는데… 역시 의심할 여지는 없습니다. 취조실에서 보여준 태도들. 전부 옛날에도 그랬다는 것 같더군요.”
그건 알고 있다.
“고아원에서도 사고를 많이 쳤다고 하지.”
“네. 그 당시에도 부모욕과 폭행을 마음껏 사용했다고 나오네요. 아무래도 화를 참지 못하게 되면 그러는 것 같습니다.”
누구나 그렇다.
“그럼 끝인가?”
“아, 끝은 아니에요. 사실 전 우유리 생도와 이시후 생도도 더 검사해봐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마찬가지로 레오나 생도 역시 해봐야 할 것 같은데…”
“내가 봤을 땐 문제 없더군.”
그런 건 딱 봐도 알 수 있다.
세뇌를 당한 녀석은 한 명도 없다. 애초에 다 상위권 학생들이다. 그런 애들이 교전 중에 갑자기 세뇌된다니 터무니없는 이야기다. 그랬으면 세상 초인들 다 세뇌당했다.
“사례가 없는 건 아닌데요… 아, 근데 쭉 조사해보니까 이시후 생도도 좀 이상하더군요.”
“뭐?”
“조사 하려고 하니 뭔가 기록 같은게 지워진 것 같았습니다. 더 알아보니 위에서 연락도 내려왔고요.”
“흐음?”
이시후가 국가권력층과 관련이 있었던가?
“그럼 냅둬라. 애초에 학생 뒷조사나 하다니 죽고 싶어서 환장했군.”
“당분간 모습을 드러내면 안 되겠군요. 아무튼 선배님? 사실 이게 본론인데, 상부에서 보이드 프린세스의 활동 재개를 감지했다는 모양입니다.”
“뭣.”
그 말에는 아무리 이소라라고 해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S 랭크 괴인 보이드 프린세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