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Kidding, I’m an Extra RAW novel - Chapter (233)
“그렇네.”
고개를 끄덕였다.
“개인적으로 궁금해. 시후 네 수준이 어디까지 올라갔는지. 시후야. 우린 이미 한 배를 탄 몸이라고. 서로의 수준에 대해서는 항상 알고 있어야 해.”
“아니 뭐 그렇게 거창하게 말하고 있어… 물론 그렇지만.”
시후와 나는 통령군주 및 보이드 프린세스와 얽힌 모종의 음모에 발을 들여놓은 상태다. 우리는 이미 일심동체지.
“그러니까 한번 말 나온 김에 봐보자! 봉인을 푼 이시후의 실력을!”
시후에게 있어서 봉인이라는 것은 저 붕대다. 모르긴 몰라도 자신의 신체를 제약하고 있으니 풀파워를 낼 수 없을 터.
하지만 그걸 풀어버린다면 대체 얼마나 더 강해질까?
이렇게 보니까 마치 시후가 전력을 내면 남자에서 여자로 변하는 듯한 기믹이 생긴 것 같지만, 시후는 원래부터 여자였다.
“근철아앗…! 사실은 그냥 내 가슴이 출렁이는 게 보고 싶을 뿐이잖아!”
“야! 니가 먼저 얘기 꺼냈거든!”
보고 싶은 건 사실이지만 결코 그런 의도가 아니란 말이다!
“그건 그렇지만!”
“이게 누명을 씌우고 있어!
“알았어! 한번 해볼게!”
“그래! 역시 쿨한 상남자 이시후다!”
“상남자 아니거든!”
ㅡ처억.
검을 내려놓은 시후가 낸 눈치를 보면서 말했다.
“그럼 나 화장실 좀…”
“어.”
솔직히 시후가 여자라는 걸 알고 있어도 그동안 같이 생활해온 게 있기 때문에 이렇게 대해도 자연스럽게 느껴진단 말이지.
ㅡ끼익.
곧 화장실에 들어갔던 시후가 나왔다.
문을 열고 얼굴만 내민 상태.
“됐냐?”
“근철아 반창고 좀.”
“뭣. 아니, 야. 그냥 옆방 가서… 그 브라 같은 거 가져와라. 있을 거 아냐?”
“사, 사실 정상적인 브라가 없어.”
그런 거였냐?
“없다고? 진짜?”
“있어도 곤란하잖아! 대외적으로는 남자고! 여자 속옷 같은 걸 어떻게 가지고 있어!”
“조만간 하나 구해야 쓰것다. 아무튼… 여기.”
구급상자를 건네주니 손만 쑥 뻗어서 가져간 시후가 화장실 문을 닫았다. 그렇게 잠깐 스윽스윽 거리는 소리가 났고.
“좋아.”
시후가 비장한 얼굴로 화장실에서 나왔다.
“와.”
그 가슴은.
압도적인 볼륨으로 넘치는 상태.
오버 사이즈 박스티를 입었다지만 다 드러나는 상태다.
“어딜 보는 거야!”
“달라진 너의 기운.”
“뻥치지 마! 시선 다 보이거든! 내 가슴 보고 있는 중이잖아!”
“아이, 뭘 그런 걸 신경 써! 자, 여기! 검이나 잡아라!”
“으으… 부끄러워.”
시후의 말대로 내 시선은 흉부 쪽에 집중된 상태였다. 아무튼. 시후가 검을 잡았고.
“그럼 시작한다?”
“어.”
“아니, 그런데 이게 적당히 잡혀 있어야 더 잘될 것 같은데… 역시 그냥 내놓고 하는 건 좀 그래.”
“일단 해봐.”
“좋아.”
그렇게.
ㅡ투욱.
바닥을 딛은 시후가.
“하압!”
눈에서 마력의 안광을 내뿜더니.
실로 굉장한 일격을, 허공에 휘갈겼다.
ㅡ지이잉.
단 한 번의 검격. 그러나 그 궤적은 세 개였다. 뒤늦게 나타난 푸른 마력의 잔상이 세 번의 공격이 시행되었음을 알려준 것이다.
“와! 뭔가 더 괜찮아진 것 같아!”
멍하니 시후의 흉부를 보고 있는 사이, 시후가 뭔가 깨달았다는 것처럼 눈을 빛내면서 좋아했다.
“근철아! 어땠어! 조금 더 나아진 것 같지!”
순수하게 감탄하면서 좋아하는 시후. 이 녀석도 자기 발전하는 거 엄청 좋아하긴 한다니까.
“어. 뭔가 좀 더 개방적인 일격이라고 해야 하나? 두 번째 본 거라서 그럴 순 있는데, 좀 시원했어.”
“역시 제약이란 게 있긴 하네. 하아. 하지만 밖에서 이렇게 편한 차림으로 싸울 수도 없고. 참 어려워.”
ㅡ터억.
반사적으로 한 행동인지는 몰라도 내 침대에 앉은 시후가 자기 오른쪽 가슴을 턱 잡더니 한숨을 내쉬었다.
“그, 뭐냐. 누군가에게 들킬 염려가 없을 때는 괜찮잖아. 갑자기 봉인을 풀고 전력으로 싸우는 거지.”
“될 것 같아! 갑자기 가슴을 까고 싸우란 소리잖아!”
“약간 시각적으로 혼란을 줄 수 있을 것 같긴 해. 그리고 이미 한번 해본 일 아니냐?”
분명 그 이상 차원에서 하얀색 지네 같은 비행괴수랑 싸울 때 시후는 가슴을 드러낸 채 싸웠었다.
“제발 그 기억을 떠오르게 하지 마…!”
“넹.”
“크으. 아무튼 근철아. 나 다시 붕대 감고 올게.”
“그래라.”
다시 화장실로 들어간 시후. 스윽스윽 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근데 반창고로 대체 뭘 했을까. 다 알지만 괜히 그런 생각이 들어.
“됐다. 이제 좀 낫지?”
다시 나온 시후는 모든 볼륨감을 잃은 상태였다.
“나은 거 맞냐?”
“내 가슴에 집착하지 마앗! 아, 근데 근철아? 오늘 이사장님한테 사자후 교육을 받았다고 했지? 너도 한번 보여줘.”
“방가.”
“뭐?”
“괜찮겠냐? 단 둘뿐이 공간에서 ‘고성방가’를 실시해도.”
“으윽… 그건 아냐.”
“별거 없어. 첫날이고. 아침에 잠깐 마력의 흐름을 봐준 것뿐이니까. 일단 효과를 보려면 적어도 일주일 정도는 쭉 해봐야겠지.”
이사장님 같은 절세의 고수에게 훈련을 받았다고는 해도 잠깐인데다가 아직 하루도 지나지 않았다.
초인의 스킬은 하루 만에 뚝딱 익힐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재능이 있다고 해도 시간을 들여야 하지.
“맞는 말이네. 그래도 다음에 완성하면 한번 듣고 싶다.”
“존나 들려줄게.”
“윽. 취소.”
“들으라고! 정 뭣하면 노래방 가던가! 너 씨, 나보고 노래 이상하게 부른다고 했지!”
“사실이잖아!”
뭐 그렇게 시후랑 티격태격 하면서 밥도 먹고 시간을 보낸 뒤에 방으로 돌려보냈다.
“굉장한 새끼.”
순식간에 삼연격을 박아 넣다니… 흉내낸다고 쳐도 어렵겠는데. 시후가 돌아가자마자 칼을 잡고 흉내를 내봤지만, 역시 되지 않는다.
“강해져야 해.”
역시 그 파편을 손에 넣는 것이 가장 빠르게 강해지는 방법이다. 기억과 함께 기운까지 흘러들어오는 기분이 들었으니까.
것보다 키티 임마 이거 저번에 준비하라더니 소식이 없네.
ㅡ띠링.
“뭐야?”
메세지가 와서 확인해보니 키티였다.
[근철이 오빠 골드 보내줘]“미친! 싹 다 구속시켜!”
이게 골드 귀신들이지!
* * *
멍한 느낌.
“아.”
집에 돌아온 뒤로 계속 이런 상태다.
“…”
샤워를 마치고 나온 우유리는 침대 위에 잠시 멍하니 앉아있었다. 뭐랄까,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포근한 느낌이 들면서 졸음이 몰려온다.
“…시발.”
어깨가 따뜻하다.
아까 김근철이에게 주물러진 어깨. 상당히 안마를 잘하는 편이었다. 어찌나 잘했는지, 그동안 쌓여온 피로가 풀린 듯한 기분이 들었으니까.
그래서일까.
몸이 나른하다.
“개놈새끼가.”
아닌 척 은근하게 드러냈지만 사실 크게 화가 난 상태였다.
새끼가 아프다길래 걱정했더니 구라치고 사람을 패러 가고 있어? 혼자 몰래 재밌는 거 했다는 건 그렇다 쳐도 자신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구라를 쳤다는 게 참을 수가 없었다.
그거 가지고 괜히 화내는 게 째째해 보이기도 하고 굳이 따끔하게 한번 말하면 되는 거 가지고 그럴 거 있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별로 티를 내진 않았지만.
역시 화가 난다는 점은 부정할 수가 없다.
그런데.
“아.”
화가 풀려버렸다.
딱히 분노가 느껴지지 않는다.
다만 어깨에서 온기가 느껴질 뿐이었다.
ㅡ주물주물.
아까 안마를 받았을 때의 느낌을 떠올리니 다시금 그 느낌이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 온기. 어깨에서 등으로. 그리고 가슴으로. 그 온기가 살살 뻗어나가더니 상반신을 뒤덮는다.
ㅡ털썩.
몸에서 힘이 빠져나간다.
그대로 누워버린 우유리는 졸음이 몰려드는 걸 느끼면서 눈을 감았다.
“개졸려…”
마치 월요일날 이른 아침에 일어났을 때 느껴지는 극한의 졸림. 더 자고 싶지만 잘 수 없기 때문에 더욱 심각해지는 졸음.
보통 그러한 졸음은 무조건 일어나야 하는 평일 아침에만 느껴지고 마음껏 더 잘 수 있는 주말에는 결코 느낄 수 없는 것이었으며, 마찬가지로 밤에 잘 때 자리에 누워도 영 느껴지지 않는 것이었지만.
몸이 따뜻해져서 그런가.
지금은 그러한 졸음이 몰려들었다.
ㅡ스윽.
우유리는 이불 속으로 파고들면서 노곤노곤함에 몸을 맡겼다. 교차시킨 팔로 자신의 어깨를 끌어안은 채.
‘김근철 이 십색기… 구라친 거 한번 봐줬다.’
통령군주와 집안에 관한 이런저런 음모를 알게 된 후.
이시후는 수련에 박차를 가했다. 뭐가 됐든 힘을 키워야지만 대처할 수 있을 테니까.
어머니는 여전히도 연락이 되지 않는다.
쓰러진 이후 정신을 못 차리고 계시는 중이다. 어쩌면 저번에 비밀을 발설한 것이 원인일지도 모른다고 이시후는 생각했다… 그러한 불길한 생각을 떨쳐버리기 위해 수련에 매진하여 실력이 늘어난 것은 좋지만, 아직도 이시후는 공포를 극복하지 못한 상태였다.
“…”
아직도 혼자 있을 때 휴대폰이 울리면 가슴이 철렁거린다. 어딘가 불길한 곳에서 걸려 온 전화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한 번씩 악몽도 꾸고 있는 상태다.
자신과 비슷하게 생겼지만 얼굴이 빈 여성들. 늪에서 나온 그것들이 달라붙어 오면서 자신을 넘어뜨린다. 고개를 들면 그곳엔 검은 형체가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다.
대한민국의 최강자인 통령군주다.
ㅡ끼익.
“하아.”
샤워를 마치고 나온 이시후가 수건으로 머리카락을 꾹꾹 눌러 물기를 짜냈다. 그리 머리를 닦은 후에 수건을 뒤집어서 몸을 닦는다.
여전히도 신경 쓰이는 큰 가슴.
ㅡ톡톡톡.
윗부분에 수건을 올려두고 톡톡톡 두들기면서 손을 전진시켜 수분을 흡수하고, 아예 가슴 밑부분에 손을 넣고 들어 올려서 살이 겹친 부분과 가슴 사이를 아래부터 닦아준다.
“후후후.”
그리 몸을 닦는 이시후의 얼굴에는 미소가 걸려 있었다.
“근철이한테 칭찬받았다.”
그것을 생각하니 마음 한구석을 짓누르고 있던 부정적인 생각이 사라지는 것이 느껴졌다.
뭐가 됐든 근철이는 믿음직스러운 친구다. 심각한 일이라고 해도 옆에 있으면 진정이 된다.
그런 공포심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그것을 향상심으로 바꾼 것은, 바로 근철이 덕분이다. 오늘도 마침 새로운 스킬을 완벽하게 시연해 보이지 않았던가. 근철이가 아니었다면 아직도 떨고 있었을 것이다.
비밀이든 뭐든.
공유하고 같이 고민해주는 친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아주 큰 도움이 된다.
“…근데 근철아.”
하지만 신경이 쓰이는 것이 있다.
“가슴만 너무 빤히 쳐다보는 거 아니냐구…!”
아까는 모른 척을 하고 있었지만, 사실은 근철이가 자신의 가슴을 빤히 쳐다보고 있다는 것을 다 눈치채고 있었다.
너무나도 신경 쓰이는 일이다.
저번에 맨 가슴을 공개한 이후부터. 이시후는 신경 쓰지 않으려고 노력했지만 자꾸만 떠오르고 있다. 근철이는 자신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리고 자꾸만 가슴에 집착하는 것 같은 모습은 또 뭐고? 그렇게나 보고 싶은 건가?
“어째서!”
절로 주먹이 덜덜 떨린다.
“다른 여자애들한테는 안 그러면서 나한테만!”
생각해보면 근철이는 유리나 레오나한테 딱히 그런 짓을 하지 않는다. 대놓고 가슴을 본다든가 하는 일은 결코 없다. 그런데 왜 자신한테만 그런단 말인가.
자신이 편해서?
아니면 남자처럼 느껴져서?
“아악!”
다른 건 몰라도 이건 아주 큰 고민이었다.
* * *
평소와 같이 시후랑 등교를 하니.
“뭐여? 이거 우유리 아냐?”
유리가 팔짱을 낀 채 자기 책상 앞에 앉아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보통은 엎드려고 자고 있을 텐데 오늘따라 일어나 있는 상태다.
“아, 왔냐?”
“오늘은 안 자고 있네?”
“안 졸려서.”
“유리야?”
근데 왜 날 안 보고 있는 거냐?
뭔가 사색할 거리라도 있는 건가? 괜히 방해하고 싶어진바 나는 유리에게 얼굴을 들이대면서 이름을 불렀다.
“우유. 우유. 우유.”
“아 씨발! 무슨 초딩이냐!”
“악!”
벌떡 일어난 유리가 돌연 내 어깨를 잡더니 미친 듯이 짓누르기 시작했다.
“아악! 그만해! 아니, 아침 인사 한 거 가지고 그래!”
“좀 조용히 좀 있어, 이 새끼야!”
“알겠어! 알겠어! 크윽…!”
겨우 날 놔준 유리가 다시 자리에 앉았다. 아니, 뭐 오늘따라 이렇게 까칠한… 어제 안마까지 해줬는데 아직도 화난 거냐고.
괜히 얘기 꺼내면 한 소리 들을 것 같아서 자리로 가 앉았다.
뭐 그러고 있으니 레오나가 왔다.
“아, 김근철이? 왔나요?”
“어. 레오나.”
“좋은 아침이에요. 근데 오면서 교관님을 만났는데, 김근철이 좀 불러오라고 하네요?”
“뭐라고? 왜?”
“후후후, 이사장실로 불러오라는 거 보면 뻔하죠.”
당당하게 웃은 레오나가 주머니에 손을 넣고는.
“자요.”
“이건?”
“이어 플러그랍니다.”
내게 이어 플러그를 건네줬다!
“아니, 이게 뭐야! 이런 걸 어디서 가져왔어!”
“뭐, 별거 아니에요. 말했잖아요? 사자후 수련을 받게 되었다고? 그래서 집에 있던 거 주워 왔죠. 청력 보호 꼭 하고. 잘 사용하세요. 알겠나요?”
이 다정한 미소…!
“나 녹아버릴 것 같애!”
“주접떨지 마세요, 진짜. 김근철이 당신 무슨 마시멜로인가요? 아무튼 사자후 교육을 받다 보면 한 번씩 필요한 타이밍이 있겠죠. 여기, 여기. 잘 보호하라구요.”
ㅡ스윽.
레오나가 내 귓볼을 살살 잡아당기면서 그리 말했다.
“예스 맘! 그럼 가볼게! 시후야! 나 간다!”
“응. 잘하고 와. 어디 내 기술에 대항할 정도로 강하게 만들어 보라구.”
“사자후로 다 깨뜨려준다.”
즉시 땅을 박차고 이사장실로 향했다.
“흐흐흐! 아이 러브 유!”
이사장님 그래도 내가 아주 마음에 들었나 보다! 이렇게 약속을 잘 지켜주시다니! 계속 알려주신다면 나야 좋은 일이지!
ㅡ똑똑.
그리 즐거운 마음을 감추지 않으면서 노크를 했다.
“들어와라!”
“네! 이사장님! 안녕하세요! 좋은 아침입니다!”
“흠흠, 그래! 좋은 아침이다!”
허리를 구십도로 숙여 인사하자 이사장님이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내 인사를 받아줬다.
“부르셔서 왔습니다! 무슨 일이십니까!”
“사자후 전수에 대한 이야기다!”
“허억…!”
“뭐, 약속한 대로 알려줘야겠지. 그래도 이 이사장에게도 일은 있다. 이제와서 제자 하나를 육성하기엔 늦은 감도 있고 시간도 없어.”
그렇다는 건?
“그러니까 수련은… 그래! 일주일에 한 번 정도만 봐주는 것으로 하겠다! 방과후에! 시간을 비워 놓도록! 그때 알려줄 테니까!”
“영광입니다!”
방과후에 알려주시겠다니!
너무 본격적이야!
“좋다! 그럼 오늘 방과후부터 시작하겠다! 시간은 한 시간 정도! 더 해주기에는 너무 바쁘다! 그러나 짧은 만큼 전력을 다해서 할 것이다! 알겠나, 김근철이!”
“네!”
“못 따라오면 얄짤없다! 이 이사장의 사자후를 전수 받는다는 건 그런 의미야!”
“알겠습니다! 제 성대를 터트릴 기세로 훈련에 임하겠습니다!”
“그래야지! 그럼 방과후에 이쪽으로 와라!”
“네!”
그렇게 아주 건설적인 대화를 마치고 교실로 돌아갔다. 아니, 세상에. 이렇게 좋은 일이 있을 수가 없어.
“얘들아…!”
나는 이 기쁜 소식을 친구들에게 알렸다.
* * *
그렇게 방과후.
나는 명받은 대로 친구들과 헤어진 뒤에 이사장실로 찾아갔다. 정말 두근두근하다. 이렇게 가슴이 뛰다니. 가슴이 너무 뛰어서 모가지가 터져버릴 것만 같다.
“좋아. 왔군. 그럼 출발하지!”
“예? 어디로 갑니까?”
“마음껏 사자후를 터트릴 수 있는 장소!”
대한민국에 그런 곳이 있어?
“알겠습니다!”
철학적인 의문을 품었지만, 있었다.
그런 장소가.
“와.”
이사장님의 차를 타고 도착한 곳은 다름이 아니라 비명센터… 아니. 제법 커다란 훈련센터였다.
“통칭 대나무 숲이라고 하는 곳이지! 이곳이라면 마음껏 소리를 지를 수 있다! 아, 이 이름은 이 이사장이 붙인 것이니 참고하도록!”
“이야! 마음껏 소리 지를 수 있는 대나무 숲이라니! 이사장님 네이밍 센스가 너무 탁월한 거 아닙니까! 소리치기에 딱 안성맞춤인 네이밍입니다!”
“실로 그렇다!”
대나무숲은 삼국유사의 그 뭐냐?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소리친 설화가 있는 곳이다.
적절한 네이밍 센스라고 할 수 있겠지. 역시 소리치는 것 관련해서는 명인 그 자체.
ㅡ기이잉.
그렇게 이사장님과 비명룸으로 들어갔다.
“말해두지만 김근철이는 임시 제자다! 아직 정식 제자라고 하기엔 모자라!”
“반드시 정식 제자가 되어 보이겠습니다!”
“좋은 마음가짐이야! 아무튼! 임시 제자가 된 김에 알려주자면, 이 방은… 그래. 이 이사장이 한 번씩 노래를 부르고 싶어질 때 찾는 공간이다!”
뭐라구요?
“일반적인 노래방은 사용할 수 없으니 말이지! 마침 잘 됐군! 김근철이가 일정 이상의 성취를 얻게 되면 이곳에서 같이 노래를 부르도록 하겠다!”
“예? 예?”
“그동안 혼자서만 불러서 많이 쓸쓸했어! 김근철이! 탬버린도 치고! 그러면서 호응을 좀 해줬으면 좋겠군!”
“안주까지 싹 다 준비해 두겠습니다!”
미치겠다!
스킬을 배우려면 이사장님 노래 부르는 거 들으면서 탬버린을 쳐야 하는 거냐? 내 청각에 좋을 리 없어! 애초에 한 곡 듣는 것만으로도 무슨 일이 일어날지 감이 안 잡힌다!
하지만 참아낸다!
“자, 그럼! 정식적인 첫 수업을… 으응? 김근철이? 그건?”
“일단 시작하기 전에 한잔 드시고 하시지요!”
나는 바로 보온병과 종이컵을 꺼내 믹스커피를 세팅했다. 아까 점심시간에 나가서 보온병과 믹스커피를 구해왔다. 수련하면서 먹을 기회가 있을지도 모르니까.
이사장실 가기 전에 커피를 딱 맨들어 놨지.
“이야! 김근철이 이거 확실히 개념이 있어!”
그리 종이컵을 건네주니 이사장님이 세상 즐거운 얼굴로 받아들면서 날 칭찬해줬다.
“암! 일하기 전에는 커피부터 마시고 시작해야지! 그렇고말고!”
“그게 바로 한국인 아니겠습니까! 흐흐흐!”
“뭘 좀 안단 말이지!”
ㅡ홀짝.
그렇게 이사장님과 믹스커피를 나눠마시면서 목을 풀었다.
“아, 그런데 이사장님? 이사장님은 무슨 노래를 좋아하십니까?”
“크으! 김근철이! 궁금한가!”
“흐흐흐, 제가 또 노래 부르는 거에 자신이 있어서 말이지요! 이사장님도 노래를 즐기신다니 아주 큰 관심이 생깁니다!”
“풍류를 아는군! 흠, 근데 뭐 이사장은 노래 취향이 조금 젊은 편이라 말이지.”
젊다고?
“젊다니요? 대체 무슨?”
“다음에 알려주겠다. 아무튼 노래를 즐긴다고 했나?”
“예!”
“첫 번째 훈련이다! 사자후 상태를 유지하면서 가장 좋아하는 노래를 불러봐라!”
아니 뭐라구요?!
“노래를 부르라니…!”
“그래! 한번 마음껏 질러 봐라! 원래 이런 건 소리를 내지르면서 수련하는 게 최고인 법이니까!”
세상 호탕하게 말한 이사장님이 손바닥으로 자신의 목을 탁탁 두들겼다. 아니 잠깐만. 아무리 그래도 워크라이를 내지르면서 노래를 부르는 건 상상도 못 해봤단 말이다.
하지만.
나 김근철은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남자. 생각해보니 나름 괜찮다는 생각이 들어.
까짓거 한번 불러보지 뭐!
“좋습니다! 최선을 다해 부르겠습니다!”
“좋군! 김근철이 이거 아주 시원해서 좋아! 영웅은 이렇게 시원시원해야지! 암! 그렇고말고! 아주 난놈이야!”
이사장님은 너무 시원해서 문제인 것 같다.
“뭐, 노래를 부르라고는 했지만 막 지른 것은 아니다! 이 이사장은 디멘션 워가 한창일 때 전투용으로 사용하면서 수련했지만, 요즘은 그럴 일이 많이 없으니 말이지! 노래를 부르면서 연습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되어서 시킨 것이다!”
“과연 그렇군요!”
“그렇다! 이 이사장도 그렇게 감각을 가다듬었던 적이 있으니까! 그러니 시원하게 부르면 된다!”
“오오…!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검증된 방법이라는 뜻!
이곳 대나무 숲이라면 다른 걸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이사장님 말대로 시원하게 질러보도록 하자.
“아, 그런데 이사장님. 구체적으로 언제 노래로 실력을 가다듬으신 겁니까? 전투로 수련했다고 하셨으니, 전쟁이 끝난 다음에 그러신 겁니까?”
“그건… 훗.”
턱을 쓸던 이사장님이 돌연 웃음을 터트렸다.
“음하하하핫!”
그야말로 영웅호걸다운 웃음.
“옛날 일이지만 밝혀야겠군! 사실 이 이사장이 젊었을 때는 세이렌이라고도 불렸었어! 세이렌!”
세이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