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Kidding, I’m an Extra RAW novel - Chapter (237)
아무래도 불덩이는 나를 저 궁전으로 안내하고 있는 듯했다.
“가보자고.”
그렇게 오르막길을 오르고, 저 너머에 배경처럼 보이는 성을 목적지 삼아 이곳저곳 길을 틀며 전진하고 있을 때였다.
“구르륵… 구륵.”
“구륵구륵.”
그래.
없을 리가 없지.
예상대로 괴수가 나타났다. 내가 괴수라고 한 이유는, 저것이 도저히 이 도시를 만든 지성체로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 폐허를 만들어낸 장본인이라고 하면 더 아귀가 맞을 지경.
“구르륵.”
뭔가 불쾌하게 생긴 괴수다.
새하얀 가죽. 긴 팔다리. 사족보행. 마치 인간 같은 두상이지만, 얼굴에는 심해어의 그것 같은 날카로운 이빨이 삐죽삐죽 돋아난 아가리를 제외하곤 아무것도 없다.
그런 놈들이 폐허의 저편에서 기어 다니며 바닥에 머리를 박은 채 뭔가를 찾고 있었다.
“…”
물론 나는 진작에 엄폐를 한 상태.
“흠.”
놈들의 체급은 나랑 비슷한 수준이다. 아니. 정확히는 키가 비슷하다. 팔과 다리가 길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깡마른 느낌이다. 놈에게 초인적인 힘이 있는 게 아니라면 문제없이 처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ㅡ화르륵.
돌연, 내 머리 옆에 있던 불덩이가 문자를 만들어냈다.
[셰블라.]셰블라?
저놈들 이름이냐?
[나약한 존재.]“나약한 자들에게 죽음을!”
그럼 가서 죽여줘야지!
마음을 정한 나는 검을 잡아 든 채 기도비닉을 유지하며 녀석들을 향해 천천히 접근했다. 폐허는 숨을 곳이 많다. 기습하기에 여기만한 곳이 없지.
싹 다 죽여버리고 전진해보자.
놈들의 숫자는 둘.
둘 다 바닥에 얼굴을 처박은 채 숨만 쉬고 있는 중이다. 옛 현인들이 말하길 집안에 바퀴벌레가 한 마리 보이면 안 보이는 곳에 백 마리가 있다고 했다.
여기 괴수가 있는 걸 보면 이 폐허 곳곳에 동일한 놈들이 다수 있다고 봐도 무방하겠지.
그러니 조용히 처치한다.
ㅡ살금살금.
마치 어린 시절에 노는 것처럼.
발소리를 죽여 살금살금 몰래 다가간다.
“그르르… 그르…”
“그르…”
그저 숨소리를 내고만 있을 뿐인 불쾌한 흰색의 괴수들. 약간 인간과 빼빼 마른 커다란 흉견을 합쳐놓은 듯한 모습이다.
그렇게 등을 돌린 녀석의 바로 뒤까지 접근한 뒤에 마치 짚단을 베는 것처럼 높게 쳐든 검을 사선으로 내질렀다.
ㅡ뎅겅!
실로 경쾌한 검격.
“그륵.”
녀석은 아무것도 모른 채 두동강이 나 엎어졌다.
“그륵?!”
동시에 옆에 있던 녀석이 무슨 인간처럼 벌떡 일어나면서 흉악한 아가리를 쫙 벌린 채 내게 덤벼들었지만.
“느려 임마.”
첫 번째 녀석을 벤 자세 그대로, 습격한 녀석 쪽으로 몸을 틀면서 올려베기를 시전해 놈의 뱃가죽부터 머리끝까지 깔끔하게 쪼개버렸다.
ㅡ투욱.
간단하게 허물어지는 시체.
“간단하구만?”
이 셰블라라는 새끼. 완전히 처음 보는 놈이지만 전투력은 저랭크 괴수 수준이다. 반사신경은 좋았지만 날 덮치는 속도가 느리다. 물론 이것도 내 기준이긴 하지만 이 정도면 문제없을 것 같다.
그럼 시체를 살펴볼까.
그런데.
“어어?”
돌연.
ㅡ사르륵.
괴수의 시체가 마치 재가 흩날리는 것처럼 빠르게 분해되면서 사라지기 시작했다!
“야 임마…!”
시체가 분해돼?
눈 깜짝할 사이에 완전히 가루가 되어 흩어져버렸다.
자리에 남은 것은 자그마한 흰색 돌맹이 뿐.
“뭐여?”
대체 뭐냐?
괴수가 이렇게 사라지는 현상은 처음 본다. 이래서야 시체도 안 남는데. 원래 괴수 시체 같은 건 업자가 다 가져가서 가공하고 장비 재료로 사용하기 마련이다.
그런 식으로 경제가 돌아가기 마련인데 시체가 없으면 대체.
“인건비도 안 나오는 새끼들이네.”
말 그대로 해로운 녀석들이다.
근데 뭐 남는 게 있긴 하다.
ㅡ스윽.
자리에 남은. 공깃돌 반만한 크기의 흰색 돌을 잡아 들었다. 이건 뭘까? 잡고 있으니까 뭔가 기운이 느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
ㅡ화르륵.
그때 불덩이가 내 눈앞에 글자를 만들어줬다.
[마석.]“마석이라고? 저기, 이거. 보프님? 이거 통신 가능합니까?”
물어봤지만 답은 없었다.
이 불덩이는 정해진 임무만 수행하는 기계 같은 건가 보다.
아무튼.
마석이라고 하니 뭔가 쓸모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딱히 위험해 보이진 않으니 챙기도록 하자.
바로 주머니에 전리품을 집어넣고 재차 탐색을 실시했다. 일단 폐허라고는 해도 나름 기둥도 있고 박살이 나긴 했지만 지붕이란 게 있는 건물이 다수 있었기 때문에 직접 들어가서 살펴봐야 했다.
딱히 챙길만한 건 없었다.
바로 다음 건물의 앞으로 향했다. 반파되었지만 비교적 멀쩡한 건물. 물론 문 따위는 진작에 날아갔다. 노크 없이 안으로 들어간 순간.
“그륵!”
안쪽에서 대기를 타고 있었던 것인지 셰블라가 아가리를 쩍 벌린 채 날 끌어안으려는 듯이 덮쳐왔다.
“이 새끼.”
물론 이딴 기습 따윈 내게 아무런 위협이 되지 못한다. 진작 다 대비하고 있었으니까.
ㅡ스윽.
제너럴 소드가 깔끔한 궤적을 그리자 녀석의 왼쪽 갈비뼈와 오른쪽 어깨를 잇는 선이 생겨났고, 놈은 그대로 쪼개져 마석만을 남긴 채 사라졌다.
“별거 없구만.”
안쪽으로 들어가서 수색을 해보니… 가구 같은 것들이 다수 포착되었다. 다 썩어 문드러지고 먼지가 내려앉아 있었지만 가구라는 걸 알아보는 건 어렵진 않았다.
“상당히 고등한 종족이었나.”
서랍이니 탁상이니 뭐니 만들어둔 걸 보면 인간과 제법 유사한 문명을 지녔을 거란 생각이 든다.
“오.”
그리 살피고 있으니 거의 문드러진 양탄자를 발견할 수 있었다. 즉시 그것을 챙겨 바깥으로 나왔고.
ㅡ촤학!
몸에 두른 채 가장 높은 기둥 위로 올라갔다. 이건 일종의 위장이다. 이거면 충분하겠지.
그렇게 관찰을 하고 있으니.
ㅡ스윽.
곳곳에 자리를 잡고 있는 셰블라들이 눈에 들어온다… 근데 좀 많지 않냐? 대충 보이는 것만 해도 수십 마리다. 근데 특이하게도 죄다 땅에 얼굴을 박은 채 숨만 쉬고 있었는데, 지금이 자는 시간인지는 몰라도 들키지만 않으면 교전 없이 극복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내 목적지는 저 언덕 너머에 있는 고성.
전리품도 정보가 전혀 없는 마석이라는 것 이외엔 불분명한 상태니 전투를 회피하는 편이 이득이다.
바로 그때.
ㅡ펄럭!
하늘에서 뭔가가 포착되었다.
“…?”
아니 씨발 저게 뭐야?
구라 안치고 진짜 괴물이다. 하얀 타원형에 몸체에 기괴한 날개가 달린 괴물이었는데, 그 몸통에는 안구로 추정되는 검은색 구슬 같은 것들이 다닥다닥 박혀 있었다.
[셰블라.] [주시자 타입.]저것에도 명칭이 있었군.
“…”
나는 양탄자 속에 머리를 넣은 채 녀석이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이 새끼들.
전부 다 처음 보는 괴수들이다.
그런데 보이드 프린세스는 저것들을 다 안다는 것마냥 친히 정보를 알려주고 있었고, 이 땅 어딘가에 있는 물품을 찾으라고 심부름을 시켰다.
“대체.”
그런 의문을 품으면서 기둥 아래로 내려왔다.
ㅡ처억.
초인의 우월한 시야로 셰블라들이 있는 위치는 대강 파악했다. 지금부터는 전투를 회피하고 최대한 빨리 고성으로 침투하도록 하자.
* * *
빠르게.
ㅡ탓탓탓.
발소리를 최소화하면서 폐허를 가로지른다. 셰블라가 없는 쪽을 골라서 주파하고, 어쩔 수 없이 마주쳐야 할 때는 한두 마리만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런데.
“…”
셰블라들은 진짜로 가까이 가서 인기척을 내는 게 아니라면 그저 땅에 얼굴을 박고 있을 뿐, 전혀 움직이려고 하지 않았다.
“이 새끼들 대체 머지.”
그래서 거리를 주파하는 것은 간단했다. 간단하게 조깅을 하는 것 같은 느낌. 그렇게 언덕 저 너머에 있던 고성 앞에 도착했다.
“와.”
박살나긴 했지만 제법 멋진 고성이다.
ㅡ화르륵.
머리 옆에 자리 잡은 작은 불덩이가 반짝이면서 이곳이 맞다는 것처럼 신호를 보냈다.
일단 무너져서 침투 경로는 굉장히 다양해 보인다. 성벽도 무너지고 성도 반파된 상태니까. 그래도 정식 손님이 아닌 만큼 정문으로 가는 것보다는 다른 구멍으로 들어가는 것이 좋겠지.
고성 주변을 잠깐 살펴본 나는 가볍게 뛰어서 성벽의 벽돌을 잡으며 등반을 실시했다. 초인에 이른 힘. 이런 성벽을 극복하는 건 그냥 애들 장난에 불과하다.
ㅡ파앗!
끄트머리 부분에서 가볍게 점프하여 성벽 위에 착지.
“…”
성벽 위에는 셰블라가 몇 마리 있긴 했지만.
“그륵?”
ㅡ촤학!
내 접근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한 줌 마석으로 변했을 뿐이었다.
상상 이상으로 쉬운 일이다.
“죽어라.”
ㅡ푸욱!
“그륵?!”
다른 녀석들도 비슷한 최후를 맞이했다. 천천히 다가가서 칼로 머리를 찔러서 죽이면 그만. 내 수준에선 별것도 아니다.
그런 식으로 성벽 위에 자리 잡은 셰블라들을 기습으로 간단하게 처치하면서 성벽에 연결된 성의 지붕 쪽으로 점프했다.
ㅡ파앗.
그 상태로 지붕을 거닐면서 저기. 반파된 채 복도를 노출하고 있는 쪽으로 가서 다시 점프.
“들어왔군.”
초인의 신체 능력을 적극 활용해 남의 성에 무단침입하는 것에 성공했다.
“흐흐흐.”
묘한 만족감이 정신을 휘감는다. 아무튼. 이 성은 제법 잘 만들어진 것 같았다. 당장 복도만 봐도 그 뭐냐.
“인간 냄새가 진하게 풍겨.”
바닥엔 본디 융단이 깔려 있었을 것이고 복도 벽엔 촛대 같은 것을 설치해둔 것 같았다.
“대체 뭐냐? 여기 어디여?”
외계 문명이 이렇게 인간과 유사할 줄은… 뭐 그런 생각을 하면서 내 머리 옆에서 알짱거리는 불덩이를 확인해 보니.
ㅡ반짝반짝!
이곳이 맞다는 것처럼 반짝이고 있는 중이다.
[가까운 곳.]친히 눈앞에 글자까지 띄워준다. 그리곤 한쪽 방향으로 움직이는 시늉을 하면서 바람 앞에 선 촛불처럼 마구 출렁인다.
보니까 방향은 이 아래다.
밑층으로 내려가면 되겠구만.
“…”
보자… 초인인 내가 굳이 계단을 찾을 필요는 없겠지. 게다가 여긴 지구가 아니다. 이 성을 조금 훼손한다고 해도 내게 책임을 물을 사람도 없다.
ㅡ파앗.
검을 가볍게 휘두르면서 빙글 돌려 역수로 잡고.
“인챈트.”
칼끝에 마력을 두르고 바닥을 푹 찔렀다.
ㅡ푹.
그러자 칼끝이 마치 찰흙 속에 플라스틱 칼을 찔러 넣는 것처럼 바닥을 가르고 들어간다. 한 이쯤인가? 칼끝이 아래층 천장을 뚫었다. 그걸 확인하고 도형 그리기를 하듯이 바닥에 네모를 쭉쭉 그려주니.
ㅡ쿠웅.
네모나게 절단된 바닥이 아래층으로 떨어졌다.
ㅡ파앗.
즉시 그 아래로 점프해 떨어지면서 주변을 살폈다.
“뭐 없구만. 불덩아? 여긴?”
ㅡ화르륵!
불덩이는 계속해서 아래를 가리키고 있었다.
나는 동일한 방법을 반복했다.
* * *
결국 지하실까지 내려오게 되었다.
빛이 들지 않는 공간. 당연히 이럴 줄 알고 램프를 사왔기 때문에 문제는 없었다. 교복 상의 단추 구멍에 고리를 걸고 거기에 램프를 연결하니 그런대로 잘 보인다.
그 상태로 움직이니.
ㅡ화르륵!
“이 벽 너머?”
가만히 날 따라 움직이던 미약한 불덩이가 벽 쪽으로 움직이는 시늉을 하면서 지랄을 떨었다. 움직이는 꼴을 보니까 더 지하로 내려갈 필요는 없는 것 같다.
ㅡ지이잉.
다시 검을 밀어 넣고 벽을 절단.
ㅡ토옹.
가볍게 발로 밀어 넘어뜨려 주니.
“호오. 비밀방인가?”
뭔가 비밀방 비스무리한 게 나왔다. 살펴보니 안쪽은 비밀방치곤 평범하다. 석재로 된 암실. 그렇게 불덩이가 발광하는 모습을 보면서 수색을 실시하니.
“어어?!”
보물 상자가…!
보물 상자가 있다!
“아니, 찾아오라는 게 보물이었어?”
미친 보이드 프린세스!
나한테 보물찾기를 의뢰하다니!
ㅡ뎅겅!
즉시 참수를 하듯이 자물쇠를 절단하고 조심스럽게 뚜껑을 열어젖혔다. 그러자 안에서 노란빛으로 번쩍이는 광채가 뿜어져 나왔다.
“오!”
딱 봐도 진귀한 귀중품이다.
주먹만한 물방울 모양의 금덩이 겉면에 온갖 예쁜 보석들이 고도의 기술로 조각된 채 예쁘게 잘 박혀 있다.
디자인만 보면 여자애들 보는 만화에 나오는 꿈의 보석 아이템 같은 느낌이지만, 진짜 귀금속으로 만들어졌다면 이야기는 다르다. 이딴 게 이런 고성에 숨겨져 있었다니… 잠깐. 이것도 이계의 물건 아닌가?
그렇다면 이건 레어 메탈일지도 모른다!
“김근철이가 겟. 이것은 나의 물건입니다.”
간단히 농담을 하면서 잡아든 보물을 살펴봤다.
그런데.
ㅡ지이잉.
“음?”
보물 안쪽에서 뭔가의 힘이 느껴진다.
“이 힘은?”
“마력이랑 좀 다른데.”
보물에서 느껴지는 힘이 초자연적인 무언가라는 것은 자명해 보였지만 이게 또 마력은 아닌 거 같다. 설마 내가 방사능 같은 걸 착각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
“히익!”
이거 시발 그렇게 생각하니까 좀 꺼려지는데.
보프 이 새끼 날 무슨 체르노빌 노동자 같은 걸로 생각하는 거 아니냐? 근데 딱히 입에서 쇠맛이 느껴지는 건 또 아니다.
바로 가방 속에 보물을 집어넣었다.
ㅡ뽀르르.
그러자 불덩이가 다시 반응했다.
“또 있냐?”
녀석은 그저 움직이려고 할 뿐이다. 여기에 더 볼 일은 없겠군. 보물상자의 뚜껑을 닫고 밖으로 나왔다.
ㅡ저벅저벅.
그 상태로 어두운 지하를 거닐었다.
이거 꼭 무슨 던전을 탐험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던전이라. 그때 키티가 날 처음 골탕 먹였을 때도 이런 느낌의 지하실이었는데 말이다.
ㅡ뽀륵.
멈춰선 불덩이가 다시 아래를 가리켰다.
“오케이.”
ㅡ지이잉.
다시 바닥에 칼을 꼽아 넣고 네모를 그려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이거 아무래도 지하실이 제법 크게 있는 모양이다.
그렇게 내려간 순간.
“그워어어…!”
안쪽에서 불길한 소리가 들려온다.
ㅡ쿵쿵.
ㅡ쿵.
육중한 발소리. 이 안에 괴수가 있다. 곧, 그것이 랜턴의 시야 사이로 들어왔다.
“큰놈인가.”
셰블라다.
[셰블라.] [강화 타입.]아까 봤던 놈들보다 덩치가 더 크고 근육질에 몸에는 하얀 갑피 같은 것이 돋아나 있다. 심지어 손아귀는 무슨 독수리의 그것처럼 흉폭하다.
“그워어어!”
아무튼 날 발견한 녀석이 뛰어오길래.
“엇차!”
가볍게 땅을 딛고 점프해 떨어졌던 구멍 위로 다시 올라갔다. 동시에, 녀석이 날 쫓아 오기 위해 뛰어오더니 점프해 구멍 쪽으로 대가리를 들이밀었고.
“츠아아압!”
“구억?!”
마치 번개가 떨어지는 것처럼.
ㅡ파칫!
깔끔한 내려베기를 시전해 날 따라 올라와 대가리를 들이민 괴수의 정수리를 쪼개버렸다.
ㅡ사르륵.
그대로 마석을 남긴 채 사라지는 녀석.
“흐흐흐, 유능한 영웅은 지형지물을 잘 사용해서 싸우는 법이지.”
학교에서 알려주는 것이 이런 것이다. 영웅들은 근처 지형지물을 잘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 그것이 곧 피해를 줄이고 적의 숨통을 끊을 테니까.
다시 구멍 아래로 내려가서 마석을 챙기고 여정을 지속했다.
보아하니 저런 게 더 있을 것 같긴 하지만, 방금 정수리를 쪼갠 손맛으로 볼 때 정면으로 승부 해도 문제는 없을 것 같았다.
ㅡ톡톡.
벽을 두들겨봤다.
설령 양쪽에서 포위를 당한다고 해도 옆에 있는 벽을 자르고 들어가서 싸우면 될 것 같고. 아니면 그냥 뒤에 있는 놈한테 돌진해서 한방에 끝장낸 뒤에 정면의 놈을 상대하면 되겠지.
지금 내 머릿속에서는 갑자기 등장한 괴수들을 도살할 여러 가지 다양한 방법들이 맹렬하게 떠오르고 있었다.
그만큼 내가 강해졌다는 뜻인바 검을 쥔 손에 자신감이 들어간다. 아무 문제 없다. 나는 그동안 실전을 치르면서 강해졌다.
“나조차도 내가 두려워질 지경이지.”
그리 생각하면서 걸으니.
“그워어.”
다시금 괴수가 나타났고.
ㅡ콰앙.
선수필승.
녀석을 포착한 즉시 땅을 박차고 물속을 가르는 청새치처럼 돌진해 검을 내질러 놈의 모가지를 꿰뚫어버렸다.
ㅡ파앙!
마력이 담긴 칼끝이 작은 폭발을 일으키면서 놈의 모가지를 터트리려 떨어뜨린다. 너무나도 빠른 기습. 놈은 뭔가 대처를 하기도 전에 내게 목숨을 잃었다.
“좋아.”
마석을 챙기고 불덩이의 안내에 따라 움직인다. 그러고 있으니 뭔가 철문 같은 것이 나왔다.
“여기냐?”
검기를 두르고 문고리 쪽에 칼을 찔러 넣었다. 그렇게 잠금장치를 잘라내고 몇 번 흔들어주니 문이 열렸고.
“오.”
뭔가 제단 같은 것이 눈에 들어왔다.
제단이 있고, 그 위에는 화려한 장식대와 아름다운 보석이 거치되어 있다. 이건 가방에 넣기엔 조금 큰 것 같은데… 뭐 덮어서 묶으면 되겠지. 이 정도 무게는 별것도 아니고.
“이거 맞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