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Kidding, I’m an Extra RAW novel - Chapter (242)
지금 하는 것도 근철이의 뒤에서 샥샥거리며 움직이는 것 말고는 없으니까.
하지만 결국 원하는 것은 힘이다.
다른 건 아무래도 좋다.
이시후는 김근철이의 얼굴을 떠올리며 결의를 다졌다.
* * *
“다들 좋은 아침이다. 평소처럼 아침조회는 생략하고 바로 수업을 시작하고 싶지만, 전달 사항이 있으니 집중하도록.”
교탁 앞에 선 이소라 교관님이 통신문 같은 것을 잡아 든 채 말했다.
고마워요 전달사항.
“알다시피 다음 주에 축제가 예정되어있다. 요즘 학교 안팎으로 분위기가 어수선해서 생략을 하자는 말도 나왔지만, 이럴때야 말로 축제라는 것을 통해 미래 영웅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자는 것이 이사장님의 뜻이다. 축제는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다.”
이야.
드디어 축제 날이 다가온 건가.
“근데 교관님? 축제 때 뭐 합니까?”
“간단하다. 뭐 너희들 무예도 뽐내고. 선배들 실력도 좀 보고.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고 현역 선배들 와서 좋은 말도 해주고 뭐 그런 행사다. 쉽게 말해서 군대에서 하는 그런 걸 떠올리면 되는데… 너희들은 잘 모르겠군. 아무튼 대충 그런 거라고 보면 된다.”
아니 시발 무슨 학교 축제를 군대식으로 해!
근데 돌이켜보면 고등학교 축제라는 건 진짜 별거 없었다. 운동회를 겸했던가? 이상한 거 막 하다가 오후에 노래자랑 듣고 뭐 그런 거였지.
“그런 만큼 적극적인 참가가 권장된다. 우선 춤이나 노래… 비주얼이 좀 되는 애들이 가서 장기자랑 형식으로 노래하고 춤추면 좋겠는데 말이지. 강제로 참가시키기 전에 알아서들 자원하도록. 지금부터 조사할 테니 말해라.”
“아.”
“아아.”
“아.”
강제라는 말에 즉시 급우들이 아쉬움을 토로하기 시작했다. 결국 다 같이 뭘 하긴 해야 한다는 거냐?
“오우우우! 그렇다면! 교관님! 저 브라이언이 댄스 부문에서 참가하도록 하겠습니다!”
아니 브라이언 저 새끼…!
“적극적인 참가 좋아. 그럼 브라이언은 초인댄스.”
“예에에에쓰!”
저 새끼 의외로 또 무대 체질이었나? 세상 행복한 표정이 된 브라이언이 빗으로 머리를 고치면서 좋아라 했다.
“그럼 다음 참가자?”
순식간에 조용해진 교실.
“없나? 없으면 레오…”
레오나가 막 지명 당하려던 그때.
“교관님!”
레오나가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김근철이 추천할게요! 노래 부문으로!”
“아니, 야! 그걸 왜 니가 추천해!”
“그럼 김근철이는 노래 부문에 참석.”
“그걸 왜 적으세요!”
레오나 네 이놈!
ㅡ홱!
고개를 돌려 레오나를 보니 무슨 웃겨 죽겠다는 듯이 웃음을 참고 있는 상태였다…!
사람 골탕 먹인 표정!
아무리 내가 노래를 잘 불러도 진짜 참가하는 건 오바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아! 이게 무슨 수치냐!
“교관님! 컷! 번복해주세요!”
“초인사회에 그딴 건 없다.”
“대체 뭐하자는 사회야, 그게!”
말이 돼!
“아니, 진짜 해야 한다고? 제길…! 맞다! 교관님! 레오나 추천합니다! 춤 부문!”
“좋군. 그럼 레오나는 춤추는 걸로 결정하지.”
“어때!”
드디어 대가를 치르게 해줬다.
그리 생각하며 레오나를 봤지만.
“흠, 뭐. 나쁘지 않죠.”
레오나는 새침하게 머리를 촤락이면서 가볍게 웃어 보일 뿐이었다. 설마 레오나도 무대 체질이었던 것인가…!
“이럴 순 없어! 안 되겠다! 교관님! 레오나 받고 우유리 추가!”
“야이 시발럼아!”
ㅡ파앗!
유리가 내게 돌진해옴과 동시에 전쟁이 시작되었다.
“오우우우! 문민! 문민을 추천하겠습니다!”
“뭔 미친 소리야!”
“흠, 문민이라니 나쁘지 않은 선택-”
“교관님! 켄! 켄 출전시킬게요!”
“곱창맨 자네 제정신인가!”
각지에서 온갖 녀석들이 서로에게 총부리를 들이대면서 니가 참가하라고 지랄을 하고 있다. 이건 딱 봐도 사람 제한이 있다. 급우를 참석시킨다면 내가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물론 이미 걸려버린 사람은 물귀신이 될 뿐이다.
“이 새끼! 누가 누굴 출전시켜!”
것보다 유리의 가슴이!
“아아아앍!”
옷에 가려진 밀크리의 속옷 감촉이 볼에서 제대로 느껴지고 있단 말이다…! 더 쎄게 하면 아픈 걸 넘어서 곤란하게 될지도 몰라!
“유리야! 레오나한테 따져!”
“니가 했잖아, 이 씨발아!”
“우유리? 번복은 불가능이다. 춤. 노래. 결정해라.”
공격당하는 와중, 교관님이 말에 유리가 깍듯하게 대답했다.
“아, 그! 그거! 무예자랑! 그걸로 할게요!”
“알겠다.”
기겁을 한 유리가 무예자랑으로 노선을 틀었다.
“됐네. 유리야. 내가 노린 게 바로 이거라고. 네 솜씨를 본 아이들이 너네 도장에 더욱 많이 등록-”
“지랄! 아오, 이 새낄 진짜 어떻게 죽여야 되냐!”
지금 가슴속에서 질식해버릴 것 같아. 아니, 이런 걸 의도하고 한 짓은 아니었지만 이렇게 되어버렸다.
ㅡ스륵.
유리가 날 풀어주고 불평했다.
“시발 진짜. 야. 죽이기 전에 빨리 가서 내 이름 지우고 와.”
“그건 좀.”
“아, 빨리! 죽이기 싫다고!”
“아니, 교관님이 번복 불가능이래잖아.”
“니가 했잖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유리야. 자꾸 불평하고 그러면 무예자랑이 아니라 춤으로 변경하겠다고 건의한다?”
“이 새끼…!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고…!”
“난 빠꾸 없어.”
“지랄! 안 되겠다! 이시후 어딨어! 교관님! 이시후도 참석한대요!”
이게 무슨 소리야?
“유리야?! 갑자기 날 끌어내는 거야?”
“김근철한테 따져!”
결국 폭주한 유리가 시후까지 끌어들이게 되었다.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아주 좋은 일이다!
“알겠다. 이시후도 참가.”
“흐흐흐! 시후야! 기대할게!”
“이, 이게 무슨…! 근철아아앗! 다 너 때문이잖아! 이게 뭐 하는 짓이야!”
“교관님! 우리 시후는 그, 무예자랑으로 해주세요!”
“이미 티오가 찼는데. 알겠다. 그럼 우유리를 춤 부문으로. 이시후를 무예자랑 부문으로 보내도록 하지.”
“왜!”
“다행…!”
유리와 시후의 희비가 교차된다.
“유리야. 춤 잘 볼게.”
드물게도.
“씨발!”
유리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른 상태였다. 그야말로 신선한 충격이다. 이 얼마나 희귀한 모습이란 말인가. 유리가 부끄러워서 얼굴을 붉히다니?
“아니, 유리야! 너 지금 얼굴 빨개졌어! 레드유리라고!”
“주, 죽었다 김근철 이 십새…!”
“흐흐흐, 내일 죽어도 나는 오늘 사과나무를 심을 거다. 알잖아? 내가 그런 남자라는 걸?”
진짜 드물게도 유리가 얼굴을 붉힌 채 몸을 부들부들 떨어대면서 부끄러움에 잠겨있는 상태.
축제라는 것도 쓸모가 있구만?
유리의 이런 모습을 보게 되다니.
“츠업, 츠업. 흐압! 크하!”
나는 그리 고개를 숙인 유리의 주변을 돌면서 암 웨이브 댄스를 추며 격려를 해줬다.
“꺼져!”
ㅡ퍽!
근데 옆구리에 지건이!
“칵!”
칵트 피스톨…!
“너무 아팟!”
절로 허리가 새우처럼 구부려진다!
“그러게 근철아. 너무 까불었어. 유리가 너 죽이겠대.”
“오늘 죽어도 괜찮아…!”
솔직히 레오나랑 유리가 춤을 춘다는데 보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다. 과연 어떤 초인댄스를 보여줄까.
“유리야. 브라이언보단 잘 추는 거 맞지?”
“니는 진짜 각오해라…!”
“사람살려. 아니, 근철살려어.”
“니 이제 무슨 짓 당해도 난 몰라.”
무섭긴 해.
뭐 그렇게 소란 속에서 축제 참여 인원이 착착 채워졌다. 이놈도 뭐하고 저놈도 뭐하는데, 애초에 아카데미 학생 숫자가 그렇게 많지 않은 만큼 대부분이 참가를 하게 되는 듯.
아무튼 1교시는 대충 그런 레크레이션마냥 소리치면서 친구를 팔아넘기는 시간이 되었다.
“레오나. 너 진짜 각오해라. 감히 나한테 노래를 시켜? 그 대가는 아주 클 거라고. 엔젤이라고 해도 용서하지 않아.”
“아이고, 김근철이? 노래 잘 부른다고 하지 않았나요? 이번 기회에서 한번 시원하게 터트려 보세요, 김근철이.”
즐거워 죽겠다는 듯이 한 손으로 입을 가리고 웃으면서, 허리를 살짝 숙여 팔꿈치로 나를 툭툭 치는 레오나.
레오나는 모른다.
무대에 올라간 내가 레오나에게 무슨 짓을 할지.
“것보다 김근철이도 저한테 춤 시켰잖아요. 쎔쎔인 걸로 하면 되겠어요. 그렇지 않나요?”
그거야 뭐 그런데.
“레오나. 너 춤 좀 추냐?”
ㅡ사르륵.
바로 암 웨이브 댄스를 추면서 물으니.
“훗.”
레오나가 팔짱을 끼면서 씨익 웃었다.
“제가 유럽 귀족 출신이란 걸 잊은 걸까요? 저 레오나 카이너스! 어릴 적에 춤 교습도 여러 번 받았답니다!”
“뭐라고…!”
“그렇기에 제 춤 실력은 가히 윤무라고 해도 모자람이 없을 정도지요! 잘 보고 판단하세요! 제 춤 실력을! 알겠나요!”
자신감이 폭발하고 있다!
“너…! 타고난 댄서였던 거냐!”
“보면 알겠죠. 과연 김근철이의 노래가 제 춤을 따라올 수 있을까요? 오히려 의문이 드는군요.”
“하.”
나도 남자다.
“이렇게까지 도전을 해온다면 나도 전력으로 하는 수밖에 없겠구만. 그래, 레오나. 누가 더 예술적인지 한번 겨뤄보자고.”
“좋아요!”
“놀고 자빠졌다, 진짜! 김근철이 저 새끼 딱 봐도 노래 부르다가 사자후 터트리겠다고 소리 빽빽 지를 것 같은데!”
레오나와 공정한 승부를 결의하니 심통이 잔뜩 난 유리가 다가와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난 노래하면서 그딴 짓을 하지 않아.
“참… 이래서 문외한이란. 유리야. 설마 내 예술적인 재능에 질투라도 하는 거니?”
“귀부인처럼 말하지 말라고!”
“뭐, 유리 네 춤 실력도 내가 잘 채점해줄게.”
“씨발! 무예자랑이! 더! 나았는데! 왜 또 바뀌었어!”
“낄낄낄. 야. 그러길래 마음을 곱게 먹어야지. 누가 시후 팔래?”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 유리를 보고 있으니 그냥 웃겨서 죽을 것만 같았다. 친구 좋다는 게 뭔가? 바로 이런 것이다. 적당히 정해지고 나니 웃음만이 남았을 뿐.
“아, 근데 이거 다 참가하면 시간 맞출 수 있나? 보니까 이거 선배들도 참석하는 것 같던데.”
“으응, 네. 2학년과 3학년도 참석하는 걸로 되어 있죠.”
그럼 시간이 좀 빡빡할 것 같다.
“선배라… 솔직히 관계된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네.”
“그러게.”
시후의 말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아, 근데 지금 학교 회장이 누구지?”
“글쎄요? 2학년인 거 아닌가요?”
아니 잠깐.
“우리 회장 노리고 있는데 지금 학교 회장이 누군지도 모르는 거냐? 레오나?”
“아니, 그걸 어떻게 알아요? 관계도 없는 선배인데 누군지 알고.”
레오나가 뭐 당연한 걸 묻는다는 듯이 반응했다.
“하긴.”
돌이켜보면 학교에서도 회장 선거니 뭐니 거창한 것들을 자주 했지만, 후보들 이름도 얼굴도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공약 같은 것도 다 똑같았지. 애초에 학교 회장이라는 게 그냥 명목상 있는 거에 불과하니까.
우리 학생들도 누가 출마하건 그냥 대충 찍고 나왔지, 회장이 뭐하는 사람인지는 아무 관심이 없었다.
지금 축제만 해도 그렇다.
뭐 회장이니까 축제에 관여하고 그럴 것 같은데 개뿔. 소식 같은 건 하나도 듣지 못했다. 하지만 이것이 바로 학교 회장의 현실 아니겠는가?
“뭐… 우리가 한다면 다르겠지만.”
우리에겐 제대로 된 리더십이 있다.
“다들 이렇게 높은 열의를 보이다니 교관으로서 참 기쁘군. 그럼 적당히 정해진 것 같으니 이쯤에서 마무리하도록 하겠다.”
잠깐.
이건 그냥 못 넘어가지.
“교관님?”
문서를 정리하려던 교관님을 불렀다.
“김근철이? 무슨 일이지?”
이 사람.
자기 멋대로 애들을 참석시키면서 이 혼란을 자아냈다. 그렇다면 이 사람도 대가를 치르는 것이 맞지 않겠는가?
“교관님! 학교 축제인 만큼 교관님도 참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교관님도 춤 부문과 댄스 부문에 참가해주세요!”
그래서 소리쳤다!
교관님도 참석을 하라고!
“뭣…!”
그러자 눈에 띄게 당황한 교관님이 숨을 집어삼켰다. 그리고 굶주린 승냥이들은 결코 그 틈을 놓치지 않는다.
“교관님도 참가해주세요!”
“그거 좋네요!”
“교관님! 교관님! 교관님!”
바로 급우들이 분위기를 타 교관님의 참여를 종용한다!
“이, 이게 무슨… 조용! 조용히 해라! 교관은 그런 거 안 한다!”
“그런 게 어디 있습니까! 학교에 그런 게 어디 있냐구요! 교관님! 저 김근철이가 학생 대표로 요청하겠습니다! 교관님도- 커억?!”
순간.
ㅡ꽈악.
머리에 뭔가 느낌이 왔고.
나는 상황이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모, 몸이?!”
내 몸이 떠 있어?!
그리고 앞에 있는 건… 교관님?! 그렇다! 교관님이 내 머리에 아이언클로를 걸고 들어 올린 것이다!
“조용히 해라, 김근철이.”
무서울 정도의 정적.
상황이 잘못 돌아가고 있어.
“살려, 살려주세요!”
“이 정도는 아프지도 않은 거다. 학생 축제에 교관이 참가해서야 되겠나? 조용히 하고-”
“그래도 해주세요! 아니면 이사장님께 건의할 겁니다, 갸아아아악!”
힘이!
머리에 힘이이잇!
안돼! 누구라도 팔아서 난 살아야겠어!
“류씨! 류씨가 대신 참가하는 걸로 할게요! 제발 봐주세요, 교관님!”
“뭐, 뭐랏?! 저 미친 탈레반 녀석이 지금 뭐라고 한 거냐!”
“류천휘? 좋지. 녀석도 참가시키도록 하겠다.”
그제서야 교관님이 날 놔주셨고.
“으아아아아아!”
광분한 류씨가 포효했다.
굿.
“대체 무슨 짓을 한 거냐, 이 테러범 놈! 왜 내가 장기자랑 따위에 참여해야 하는 거냔 말이다!”
“으 어 어 어 억!”
광분한 류씨가 내 멱살을 잡고 들어올려 날 마구 흔들어대면서 소리쳤다. 이 새끼 힘이 장난이 아니야. 마치 나풀거리는 종이 인형처럼 내 몸이 흔들리고 있다.
그러나 그저 즐거울 뿐.
“대체 뭐 하는 짓이냐고 물었다! 당장 가서 취소해라! 장기자랑이라니 난 그딴 걸 할 생각이…!”
흥분해 소리치는 류가놈을 보고 있으니 그저 즐거울 뿐이다!
“류씨. 취소하고 싶어?”
“그야 당연-”
“그럼 니가 교관님한테 가서 직접 말해.”
“네놈이 시작한 일인데 왜 내가!”
“내가 시작했지만 이젠 너의 문제지!”
“크아아아아아아아악!”
마침내 류씨가 절규하면서 나를 거칠게 던져버렸다.
물론 가볍게 낙법을 펼치면서 착지.
“낄낄낄!”
절규하는 류씨를 내려다보면서 웃었다.
“웃지 말란 말이다, 이 빌어먹을 탈레반놈…! 반드시 네놈을 죽여버리겠다!”
“하! 바라던 바다! 드디어 순위가 바뀌겠군! 이제 5위로 떨어질 시간이다, 류씨!”
“억! 어억! 어어어어어억!”
순위를 들먹이자 아예 혈압이 올라버렸는지 뒷골을 짚으며 오리 같은 소리를 내고 있다.
이 녀석도 이런 이미지가 아니었는데 말이지. 어디 부잣집 도련님처럼 생긴 녀석이었는데 이젠 그냥 거위같은 존재에 불과하다.
“억…! 다, 당장 결투다! 오늘이야말로 이 빌어먹을 탈레반 놈에게 상식을 알려줘야겠군! 마음까지 산산조각을 내주마!”
“크하하하하! 좋지!”
ㅡ삑.
메세지 전송 완료.
“네놈…! 내가 이야기하는데 감히 휴대폰을 보고 있어? 각오해라!”
“근데 그 전에 말이야. 류씨. 너도 핸드폰을 좀 확인하는 게 어때?”
“뭐라고?”
류씨가 의문을 표한 순간.
ㅡ우우웅.
내 휴대폰이 격하게 울리면서.
[기프티콘이 도착했습니다!] [기프티콘이 도착했습니다!] [기프티콘이 도착했습니다!]압도적인 양의 기프티콘이 도착했다. 보라. 손가락질 하나만으로 만들어낸 기적을. 오병이어의 기적이 여기 도래했노라.
[고마워!]그러한 기적을 일으켜준 후원자는 다름이 아니라 류나였다. 메세지만 봐도 기쁨이 절절 흘러넘치는 이 누나가 내게 기프티콘을 쏴줬단 말이다!
이유는 별거 없다!
내가 류씨를 학교 장기자랑에 참가시켰다고 보고를 했기 때문이다! 그 즉시 감사 인사와 기프티콘이 날아왔어!
“대체 무슨…?”
ㅡ우우웅.
동시에 류씨의 휴대폰이 울린다.
볼 것도 없다.
류나에게서 온 연락일 테니까.
“여보세요. 지금 학교인데 무슨 일-”
류씨가 전화를 받았고.
“…!”
다급하게 교실 밖으로 뛰쳐나갔다.
“아니, 전혀! 틀리다고! 난 참여하겠다고 한 적이! 엄마아빠한테 다 말했어?! 결정된 것도 아니란 말이다!”
누나에게 뭔가 격렬하게 아니라고 소리치고 있지만 초인 사회는 그렇게 만만하지가 않아, 류씨. 교관님이 하라고 한 이상 너는 해야 해.
“당연히 예상했지.”
류씨가 광분할 거라는 것쯤은.
진작에 예상한 바다.
하지만 내겐 류나 직통 핫라인이 있다. 자기 동생이 장기자랑에 참여한다는 것을 알게 된 류나가 취할 조치는?
“절대적이야.”
이제 류씨가 아무리 분노했다고 한들 나한테 뭘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냥 부들부들 떨면서 탈레반놈 이 지랄 하는 거 말고는 방도가 없단 말이다.
나는 그저 녀석의 머리 위에서 놈을 내려다보며 웃고 즐기면 될 뿐.
“흐하하하하하하하!”
축제 날 류씨의 장기자랑이나 관람하도록 하자. 저 사교성 없는 녀석이 무슨 짓을 할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진짜, 근철아. 류씨 골탕 먹이는 게 그렇게 좋아?”
“넌 모르겠지. 이 즐거움을… 류씨 점마는 고통을 좀 받아야 돼.”
“못말려. 정말.”
세상에서 제일 즐거운 게 바로 친구를 골탕 먹이는 것이다. 그걸 이해하지 못한 시후는 그냥 한숨을 쉴 뿐이었다. 이 녀석은 그냥 뭘 모르는 녀석이지.
“오우, 와타시노 비보잉 땐쓰! 보여드리겠습니다!”
“샤미센은 좀 칠 줄 안다만… 구할 곳도 없고 곱창맨 때문에 곤란하게 됐어.”
“기타 좀 꺼내야겠는데.”
흥이 오르기 시작한다.
역할이 정해진 급우들이 각자 이야기를 나누면서 각오를 다지고 있었다. 보니까 레오나랑 유리도 붙어서 뭔가 쑥덕대고 있는데, 둘 다 춤추는 걸로 결정되었으니 뭐. 페어로 나올 생각인가?
뭐 그러고 있으니.
ㅡ드륵.
교실 문이 열리면서 법사반 애들이 들어왔다.
“뭐야?”
갑자기 온다고?
“뭐여! 무슨 일이여!”
물어보니 남학생 하나가 대답했다.
“어! 이번에 법사반 전사반 해서!”
“전사반 법사반 해서!”
“…그, 듀오? 조를 짜서 기예를 펼친다나 봐! 저기 운동장에서! 일종의 시범을 보여주는 행사를 한대!”
“그게 뭔 소리야?”
대충 설명을 들어보니, 우리는 춤추고 노래만 부르는 것이 아니었다. 일종의 운동회… 각 반 아이들이 듀오 형식으로 붙어서 서로의 기술을 합쳐서 뭔가 시연하는 시간을 가진다는 모양이다.
“그런 번거로운걸.”
나도 한 명 잡아서 해야 하나? 뭐 하게 되면 대충 안도민 집어던지면서 하면 될 것 같은데. 근데 뭐 시간도 없고 필참은 아니겠지. 아마 노래든 춤이든 무예자랑이든. 아무것도 안 하는 애들만 하는 걸 거다.
“저, 저기… 근철아…”
익숙하기 짝이 없는, 쭈구리같은 모습을 한 마오박하가 천천히 다가와 내 앞에 섰다.
“마오박하!”
“마, 마오는 빼달라니까… 저기… 그, 근철아? 방금 이야기 들었지…?”
“이, 이야기이… 드, 들엇서어…”
하는 짓을 흉내 내기 위해 전신을 부르르 떨면서 양손으로 의미 불명의 수화를 하며 눈을 까뒤집고 말하니, 박하를 완전히 기겁을 하면서 손사레를 쳤다.
“이상한 짓 하지 말아줘…! 그런 거 무서우니까…!”
“알았어, 알았어. 그래서 먼 일인데?”
“그… 듀오로 하는거… 나, 나, 나랑…”
나랑드 사이다.
“김근철이? 무슨 일이죠? 대체 왜 법사반 아이를 괴롭히고 있는 건가요?”
그때 레오나가 등장, 아니 뭐라고?
“무슨 소리야! 괴롭히긴 뭘 괴롭혀!”
“방금 그러지 않았나요? 막 부들부들 떨면서 눈 까뒤집고 정체불명의 수화를 했잖아욧! 김근철이 특유의 괴이쩍은 짓으로 괴롭힘!!! 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