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Kidding, I’m an Extra RAW novel - Chapter (248)
에 남은 관객 역시 주저앉아 있는 상태다.
“이럴 때 교관님들은 어디서 뭘 하는 거야!”
저번 게이트 사태 터졌을 때도 빠르게 수습하던 사람들이 이 중요한 순간에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니!
“지금 따져봐야 소용없어요! 저 광인! 대적자들을 모두 물리쳤으니 이제 바깥으로 나가겠죠! 그리 되면 이 나라는 끝이에요! 저 재앙이 모든 것을 파괴하기 전에 막아야 해!”
“하지만 우리 둘만으로 할 수 있을까!”
“우리 둘?”
레오나가 그리 말한 순간.
ㅡ처억!
“이 뭔 씹…!”
“근철아! 도우러 왔어!”
“오우…! 잇즈 어 테러블! 강당 하이잭 사건입니다!”
뒤쪽에서 반가운 목소리들이 들려왔다. 순간, 가슴에서 일종의 감동이 치밀어 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이 새끼들 왔구나…!
“야 씨발! 저거 뭐 하는 놈이야! 나 아까 나가서 아무것도 몰라!”
아까 도망쳤던 유리도 와서 힘차게 소리치는 가운데, 나는 주먹을 꽉 쥐었다.
“솔직히 나도 이게 무슨 일인지 잘 모르겠다, 유리야!”
“시발 안에서 대체 뭔 일이 있었던 건데…!”
내 친구들!
유리와 시후를 필두로 한 1학년 녀석들이 우리 뒤에 쭉 선 상태였다! 게다가 보니까 법사반 애들도 섞여 있는 상태.
“이 정도면 충분하겠죠. 자, 다들 상황은 알고 있겠죠! 저 미친 광인을 제압해야 해요!”
레오나가 카리스마 넘치는 목소리로 소리쳤고.
“오오오오!”
“크아아아아아!”
용사들이 함성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리고.
ㅡ콰앙!
우리들은 일제히 땅을 박찼다.
“내가 정면을 맡을게! 레오나와 유리는 양익! 그리고 근철이는 우회해서 후방을 맡아줘!”
“네!”
“어!”
합리적인 지시.
시후의 말에 따라 흩어져 협공을 기획하는 가운데.
“이예에에에쓰! 적을 섬멸하는 거예요우!”
“나의 랩으로 세상을 구하겠어!”
“광인 짓을 하면 실제 광인! 음악의 힘으로 그를 잠재우겠다!”
브라이언이 저돌적인 헤드스핀을 행하면서 돌격하고 문민이 랩을 하면서 공격을 실시한다. 이어서 켄이 일본식 기타를 치며 우리들에게 버프를 걸어준다.
ㅡ콰앙!
“노우우우우!”
“으아아악!”
“내 샤미센이이이이!”
물론 한방에 나가 떨어지는 녀석들. 브라이언과 문민이 공중에서 윈드밀을 하며 날아간다.
그렇기에.
녀석들을 제물로 우리들은 학생회장의 동서남북을 점할 수 있었다.
“내 뒤에 있는 네놈! 김근철! 설마 이 지옥으로 돌아온 거냐! 이 내가 직접 손을 더럽혀 구원해줬거늘…! 어찌 우행을 반복하는가! 어리석음의 대가는 죽음뿐이란 걸 모르는가! 아니, 죽음보다도 더한 것이 바로 그 우행이다! 차라리 죽는 것이 나을 터이니 내가 막아주마! 네놈이 우행을 저지르지 못하도록 지금 이 자리에서 없애주겠단 말이다!!!”
등으로 말하는 학생회장에게 들려줄 말은 단 하나뿐!
“없어져야 할 건 너다, 이 무대 고백마!!!”
“지금이야, 근철아!”
“김근철이! 우리가 막는 틈에 얼른!”
ㅡ파앗!
시후와 레오나. 그리고 유리가 협공을 하는 가운데, 나는 완전히 무방비해진 학생회장의 등판에 강력한 펀치를 날렸다.
ㅡ콰앙!
그것으로.
“커헉!”
끝이었다.
선배들의 공세를 단신으로 막아냈기에 힘을 소모한 그가, 1학년 친구들의 모든 보조를 받은 내 일격을 막아낼 수는 없으니까.
ㅡ쿠웅!
마침내 학생회장이 쓰러졌다.
“와아아아아아아아!”
“으아아아아아!”
“우리가 이겼다아아아아!”
이것으로.
학생회장의 저주가 사라졌을까.
승리의 그 순간, 나는 아련하게 천장을 올려다 보면서 아까 나왔던 그 수진이라는 이름의 선배를 바라봤다.
그녀는 천장 프레임 사이에 과매기처럼 널린 채 추욱 늘어져 있었다.
기절한 그녀가, 어째서인지는 몰라도 고맙다고 말을 하는 듯했다.
‘고마워.’
“천만의 말씀.”
이제 더 이상의 고통은.
없을 것이다.
“야호! 우리의 승리예요! 우리가 이 나라를 구했다구요! 그러니 어서 이 승리를 칭송하도록 하죠!”
“응!”
그렇게 우리 1학년생들은 널브러진 학생회장을 둘러 싼 채 손을 맞잡고 둥글게 둥글게 노래를 부르면서 옆으로 돌았다.
“둥글게 둥글게, 오우!”
“빙글빙글 돌아가며 춤을 춥시다!”
우리들은 한참동안 우리들만의 축제를 즐기면서 춤을 추고 노래했다. 기절한 학생회장은 장대에 걸린 채 들어 올려졌다. 그리고 그의 목에는 [공개 고백마] 라고 적힌 플랜카드가 걸려졌다.
승자인 우리들에겐 전리품을 자랑할 권리가 있었기에, 학생회장이 걸린 장대를 들고 주변을 돌아다니는 일도 서슴치 않았다.
“하나! 둘! 하나! 둘!”
레오나의 구령에 따라 장대를 들고 행진하고 있으니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끈끈한 연대감이 느껴지기 시작한다. 그래. 우리 1학년들의 힘이 이 정도구나.
이렇게까지 힘을 모을 수 있었던 거구나!
“…학생회장.”
장대에 걸린 그를 올려다봤다.
비록 오해에서 비롯된 일이었고, 날 구하기 위해 했던 일이라고는 하지만, 그는 이미 용서받을 수 없는 존재였다.
스스로가 만든 감옥에 갇혀 속죄하라.
“좋아요! 이걸로 우리들 1학년의 승리가 더욱 널리 알려지겠죠! 명예로운 일로서 두고두고 회자될 것이 분명해요! 모두가 우리 1학년들의 이름을 드높게 소리치겠죠!”
레오나는 아주 그냥 신이 난 상태였다. 평소 이상으로 하이텐션이 된 레오나가 명예와 승리의 값진 가치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뭐 그러는 사이.
“야. 그럼 슬슬 기절한 선배들을 수습해 보자고.”
“오우…! 남자들은 다 에그바디입니다!”
“에그바디?”
“알몸이라는 뜻데스요.”
“이 새끼 대체 어느 나라 사람이야!”
“미국인이기도 하고, 한국인이기도 하고, 일본인이기도 합니다. 이제 그냥 제 이득에 따라 나라를 결정하기로 정했어요우!”
“미친 싸이코!”
내가 봤을 때 학생회장보단 브라이언 이 새끼가 더 또라이야… 뭐 그런 생각을 하면서. 친구들과 함께 수습을 실시했다.
“야. 김근철이.”
“어, 유리… 아니, 이 의리 없는 녀석 같으니라고! 너 임마! 바로 레오나 버리고 튀었어?”
“아, 아니 그게! 그게 말이지…!”
“그게 친구냐! 의리가 없어, 의리가!”
유리가 이렇게 의리 없는 녀석일 줄은 몰랐다!
“지랄아! 니가 먼저 이상한 짓 하려고 했잖아! 들어보니까 레오나한테 어그로 끌어 놓고 막 존나 칭찬했다매! 그걸 시발 쪽팔려서 어떻게 버텨!”
“친구라면 같이 감내해야 하는 거 아냐?”
“허어. 그래서 김근철이?”
계속 압박을 가하고 있으니, 돌연 유리가 눈을 가늘게 뜨면서 마치 알쏭달쏭 퀴즈를 내는 데스게임의 괴인처럼 말했다.
“누가 춤 더 잘췄게에?”
“야, 야! 켄! 나랑 같이 천장 정리하자!”
“좋다, 비명맨!”
“어딜 가!”
지금은 물러날 시간이다!
아직 레오나의 고혹적이고 이국적인 춤과 유리의 섹시댄스. 둘 다 제대로 평가를 내리지 못한 상태니까.
아무튼.
승리의 소식이 알려진 즉시 혼란이 종식되었다. 정신을 차린 사람들이 우리를 도와 강당을 수습하기 시작했고, 패닉에 빠진 채 도망쳤던 관객들도 다시 들어오고 있다.
진짜 정말 엄청난 전투였군.
“후우, 이게 참. 무슨 일인지. 근철아. 설마 학생회장이 근철이 너랑 닮은 사람일 거라곤 상상도 못 했어.”
“이 자식 뭔 헛소리를 하는 거야! 내가 왜 그 사람이랑 닮아!”
“똑같던데?”
“헛소리!”
“근철아. 원래 강한 부정은 긍정이야. 그보다 노래 못 불러서 아쉽게 됐네? 기대했는데.”
뭐?
“잠깐… 시발. 그러네. 내 노래! 내 노래는!”
설마 이대로 내 노래는 컷?!
“김근철이? 노래라고 했나요?”
“내 노래는 어디로 갔어!!!”
가수 초인으로 스카우트 당하는 나의 꿈이!
“으아아아아!”
“저런…! 김근철이 노래 많이 부르고 싶어 했는데! 어쩜 좋아!”
바로 무릎을 꿇으며 오열하자 레오나가 다가와서 내 등을 쓸어줬다.
“크흑! 레오나! 나 너무 분해!”
“이런 빌어먹을! 장대! 장대 어딨어!”
ㅡ파파팟!
레오나가 뛰어가서 학생회장이 걸린 장대를 흔들어제끼는 가운데, 시간은 흘러갔다.
* * *
미쳐버린 학생회장이 장대에 내걸리자 혼란은 빠르게 수습되었다.
얼마나 빠르게 수습되었냐면, 이 갑작스러운 돌발 사태는 학생회에서 기획한 일종의 깜짝 쇼로 조작되고 왜곡된 채 대중들에게 발표가 될 정도였다.
그래서 도망쳤던 관객들이 대부분 강당으로 다 돌아오게 되었다. 말이 되냐, 이 시발?
내 노래는 어떻게 되는 건데.
“참나.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믿을 수가 없군. 학생회장이 폭주? 터무니없는 일이다.”
뒤늦게 도착한 이소라 교관님이 이마를 짚으면서 말했다.
“그보다 2학년생들 몇 명이 달라붙었는데 학생회장 하나를 제압 못하나?”
“그러게 말입니다. 아니, 그래서 교관님? 대체 어디 계셨던 겁니까? 전 틀림없이 교관님들이 해결해주실 거라고 생각했는데요. 안 오셔서 크게 놀랐습니다. 마치 보호자가 없어진 어린애가 된 기분이라고나 할까요. 두렵고 무서워서 미치는 줄 알았습니다.”
그리 말하자 교관님이 잠시 멈칫하고는 한숨을 내쉬면서 미안하다는 듯 말했다.
“그게… 잠깐 술 운반을 좀…”
“아.”
축제를 기념해서 교관 및 교직원들끼리 끝나고 술판을 벌이려고 했나 보다.
“그럼 킹정이죠.”
솔직히 그건 인정이지.
“한 명은 자리를 지켰어야 했는데 말이지. 미안하게 됐다. 이건 내 불찰이다. 그래서 김근철이? 공연은 잘 했나?”
“아니, 그게 또 마침 제 차례 때 일어난 테러라…”
“이런. 그거 아쉽게 됐군.”
그렇게 교관님에게 간단하게 상황설명을 하고 있으니.
“김근철 생도! 김근철 생도!”
저쪽에서 날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뭐지?
가보니까 그 사회자 선배다.
“무슨 일입니까?”
“아, 왔군요! 아까 깜짝 연극으로 잠깐 공연이 중단됐었죠? 그래서 순서에 좀 조정이 있었어요. 김근철 생도의 차례가 조금 뒤로 밀리게 되었는데, 이제 딱 시작이네요. 빨리 와서 노래 불러주세요!”
“아니 진짭니까!”
세상에!
내가 다시 노래를 부를 수 있다고? 이거 꼼짝없이 넘어갈 뻔했는데 다시 기회가 찾아왔다!
“만세!”
이렇게 기쁠 수가 있나!
바로 가야지.
“그럼 가겠습니다!”
“어서 와요!”
즉시 땅을 박차고 무대로 뛰어갔다.
그래. 영웅들이 살신성인 싸워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혼란의 시대. 영웅들이 싸우지 않는다면 혼란은 종식되지 않는다. 뭔가를 복구하고 일상을 되찾기 위해선 영웅들이 싸워야만 하는 것이다.
“오오…!”
도착했다.
아까 광풍과도 같은 혼란이 현장을 휩쓸었지만 그래도 객석은 그럭저럭 다 채워져 있었다.
근데 한 3할 정도는 숫자가 빠진 듯.
뭐 이 정도면 상관없다.
아니. 상관없다 못해 충분하지.
ㅡ처억.
무대에 서자 사회자 선배가 적당히 설명을 하면서 분위기를 띄웠고, 내게 마이크를 건네줬다.
“그럼 김근철 생도! 한마디 부탁할게요!”
“흐흐흐, 이거 어쩌다 보니 마지막 차례로군요. 학생회 깜짝 쇼라니. 참 재밌는 공연이었습니다.”
이거 본의 아니게 마지막 자리를 장식하게 됐다.
“아무튼 마지막인 만큼 열심히 부르도록 하겠습니다! 모두! 제 노래를 들어주세요! 부를 노래는 버줌의 까시!”
ㅡ와아아아아!
ㅡ오오오오!
그래도 마지막이라고 관객들이 환호성을 질러주는 가운데, 나는 흘러나오는 반주를 음미하면서 입을 열었다.
* * *
“어디. 한번 보자고. 이 새끼 노래 얼마나 잘 부르는지.”
2층 객석에 자리를 잡고 선 우유리가 무대에 선 김근철을 응시했다.
아까는 이런저런 생각 때문에 많이 놀랐지만, 진실을 전부 알게 되자 이렇게 홀가분할 수가 없었다. 왜 그런 건지는 몰라도 지금은 이 편안함을 즐기고 싶다.
김근철이의 노래.
솔직히 말하자면 기대가 되긴 한다. 과연 김근철이 저 웃기기만 한 녀석이 어떻게 노래를 부를지 너무 궁금하다.
일단 생각할 수 있는 건 두 가지다.
첫 번째는 그냥 평소 하는 것처럼 괴상한 것. 냉정하게 예상해보자면 이게 가장 설득력이 있다.
큰소리만 뻥뻥 치더니 정작 잘 부르지도 못하는 결말.
마지막 무대인데 개판을 치면 분위기는 싸해질 것이고, 여러모로 오랫동안. 아니 평생토록 김근철이를 놀려먹을 수 있을 것이다.
학교 축제. 그것도 무대 위에서 일어난 일이다. 죽을 때까지 우려먹으면서 놀릴 수 있겠지.
‘그거 좀 기대되는데.’
벌써부터 어떻게 놀릴지 구상하면서 기대하던 우유리는, 이내 두 번째 가능성을 떠올렸다.
‘근데 잘할 수도 있잖아?’
의외로 김근철이가 큰소리 뻥뻥 치던 것처럼 진짜로 노래를 잘 부를 가능성.
사실 얘가 어설프고 자뻑기질이 좀 심하긴 해도 할 때는 다 하는 녀석이다. 그런 녀석인 만큼 정말로 노래를 잘 부른다면.
‘그럼 좀 멋질 것 같기도 해.’
김근철이가 미려한 목소리로 노래를 잘 부르는 상상을 해봤다. 괴리된 이미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심지어 오글거리기까지 한다. 차라리 그러는 것보단 갑자기 사자후를 터트려서 관객들을 기절시키는 게 더 신빙성 있을지도 모른다.
‘설마 진짜?’
그럼 좀 재밌을 것 같은데.
그리 생각하면서 마이크를 잡은 김근철이를 바라봤다. 곧 반주가 흘러나오기 시작했고, 김근철이가 입을 열었다.
“…”
녀석의 입에서 노래가 흘러나온다.
애달픈 사랑 노래.
슬픈 가사가 전개된다.
그 노래를 들으면서.
“아니 시발아!”
우유리는 생각했다.
“그냥 평범하잖아!”
그냥 딱 평범한 수준으로 부르고 있다!
“잘 부른단 새끼 어디 갔냐고!”
억울함을 느끼며 소리쳤지만, 자신의 목소리가 닿을 리 만무하다.
심지어 김근철이 저 새끼는 세상 평범한 실력으로 노래를 부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무슨 세계적인 아티스트라도 된 것마냥 전신을 움직이고 감정을 담은 눈물의 표정 연기까지 하면서 아주 그냥 영혼을 담아 노래를 내지르는 중이었다.
그게 더 짜증난다…!
“까씨이이이이이이이!!! 가되어어어어어어어!!!”
“까시가 되긴 뭘 돼!”
뭐 그래도.
마지막 무대인데다가 모두가 아는 유명한 노래라서 그런가.
“제발 가라고!!!”
“제발 가라고!!!”
“제발 가라고!!!”
강당에 있는 모두가 떼창을 하기 시작했다.
“…”
그 모습을 보면서, 우유리는 한번 피식 웃고는.
“아주 가라고!!!”
자신도 떼창 대열에 합류했다.
지금 시간을 즐겨라, 김근철.
때가 되면 자신이 춘 부끄러운 섹시댄스가 얼마나 대단했는지 평가해야 할 것이다. 물론 레오나한테 손을 들어준다면 죽은 목숨일 뿐.
축제는 끝났다.
아쉽게도 연예 기획사에서 스카우트가 오는 일은 없었다. 내가 못 부른 건 아니었지. 솔직히 구라 안치고 인생 최고의 무대였으니까.
“단지 학교에 기획사 사람들이 들어오지 못했기 때문이지. 인재를 유출시키면 안되잖아? 그래서 처음부터 못 들어왔던 거라고… 정말 아쉬워. 내 노래를 전 세계에 퍼트리고 싶었는데 말이야.”
“이 새끼 존나 평범하게 부른 주제에 개깝친다 진짜.”
“어이쿠!”
유리가 날린 로우킥을 가볍게 점프해서 피해주고 손날을 쫙 펴서 옆구리를 찔러준다.
ㅡ파앗!
그러나 유리는 옆구리에 마력을 둘러서 내 손날을 튕겨냈다!
“그걸 튕겨냈다고?!”
“허어, 김근철이. 이제 좀 성장했어? 역공도 걸고 말이야. 앙?”
“성장이라.”
유리가 뭔가 하기 전에 바로 후까시를 넣으면서 깨달음을 얻은 것처럼 하늘을 바라보며 말했다.
“학생회장을 쓰러뜨리면서 생각했거든.”
“뭐?”
“더욱 강한 힘이 필요하다고.”
“이 새끼 또 뭔 소리야!”
윽박을 지른 유리가 헤드락을 걸려고 하길래 즉시 보법을 행해 회피했다.
“아니, 유리 너 오늘따라 왜 이렇게 폭력적인 건데!”
“그럼 닌 왜 심사 안함?”
“아…!”
이러는 순간에도 심판의 때는 다가오고 있었다. 유리랑 레오나의 춤을 평가해야만 해…!
“후후후, 그래요 김근철이. 어서 심사를 해야죠. 뭐, 당연한 말이지만 제 춤은 완벽했답니다. 쭉 보지 않았나요?”
“그렇게 따지면 내 춤도 완벽했지.”
“나도 내가 노래를 그렇게 잘 부를 줄은 몰랐다.”
“이 새끼 말 돌리네.”
제발 시간을 좀 줘…!
“아니, 근데! 둘 다 너무 감동적이라서 심사하는 것도 잊고 쭉 봐버렸다고. 이거 객관적으로 심사하려면 다시 보는 수밖에 없을 텐데… 그럴 수가 있나?”
“물론이죠. 이미 학교 측에서 전부 녹화한 상태랍니다. 축제 참가자들이 원한다면 파일을 준다는데요?”
아니 그걸 다 녹화했어?
“야, 야. 그럼 받아야겠네. 다시 보고 평가해보자고. 응?”
이런.
외통수다.
“아무튼 축제도 끝났으니 느긋하게 곱씹어 생각해 보면서 평가해보세요.”
레오나가 천사처럼 인지한 미소를 지으면서 그리 말했다. 적어도 레오나는 시간을 줄 모양이다.
레오나 말마따나 제대로 곱씹어 생각하면서 평가해야 한다.
“물론 제 승리겠지만!”
“내가 봤을 땐 내 승리인 것 같은데.”
“후후후! 이번만큼은 우유리라고 해도 제 상대가 되지 않아요! 물론 우유리도 잘 추긴 했지만, 점수로 따지자면 제가 더 위랍니다!”
“레오나 네 춤은 너무 고급이야! 그래서 오히려 좀 아니라고 할 수 있지!”
“뭐라구요?!”
레오나와 유리가 춤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서로 누가 더 잘했네 못했네 하면서 열띤 토론을 이어 나간다.
“얘들아! 나 왔어!”
뭐 그리 같이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일을 마친 시후가 뛰어왔다.
“야! 왤케 늦었어!”
“미안해. 기술 시연한 것 때문에 말을 좀 들어서. 기다렸지? 그럼 밥 먹으러 가자.”
“좋아요. 출출한데 밥이나 먹으러 가죠. 짬뽕 콜?”
“고기! 고기 먹자, 얘들아!”
유리의 말에 레오나가 아쉽다는 듯이 입맛을 다셨다. 그렇게 우리들은 어둠이 내려앉은 학교를 뒤로 한 채 고깃집으로 향했다.
“흐흐흐, 그래도 축제 재밌긴 했어.”
고기를 구우면서 축제를 회상한다.
기억에 남는 게 참 많아.
“마지막에 지랄난 것만 빼면 말이죠. 다들 뭐 노래도 잘 불렀고, 이것저것 한 것들도 다 재밌었네요. 그런데…!”
“학생회장이 그딴 놈일 줄은. 김근철이랑 똑같애.”
“내가 그런 미친놈이냐고!”
학생회장은 정상이 아니었다!
“미친놈 맞잖아, 근철아.”
“시후야. 제발 헛소리 좀 그만해…!”
“고기나 먹어.”
ㅡ치이익.
시후가 열심히 구운 고기를 내가 싹 다 챙겨서 내 밥 위에 올려두자, 시후가 경악을 하면서 입을 떡 벌렸다.
“근철아앗…!”
넌 고기 굽기 담당이야.
“이무튼. 레오나 너가 회장이 되면, 실질적으로 그 남자의 후임자라고 할 수 있겠지.”
“솔직히 두렵네요! 다시는 보고 싶지 않아요!”
“걱정마. 내가 부회장으로서 옆에 있을 테니까.”
“허억…! 그렇다면 두려울 건 없죠!”
근데 진짜 우리가 학생회에 들어가면 필연적으로 그 광인 집단과 접촉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게 걱정이긴 해.
* * *
그리 배가 터질 때까지 고기를 먹고 기숙사로 돌아왔다. 어째 많이 피곤하다. 오늘 힘을 너무 많이 써서 그런가.
근데 집에 들어가니
ㅡ뿌뿌뿌!
키티가 나팔을 불면서 날 환영하는 것이 아닌가!
“야 임마! 또 왜 왔어!”
“근철이 오빠 축하해 주려고.”
“뭘?”
“그냥 오늘 열심히 했으니까 키티가 칭찬해주는 거야. 뿌뿌뿌.”
싱글벙글 웃으며 말한 키티가 신나게 나팔을 불면서 날 칭찬해줬다. 이 녀석. 그래도 괴인이라서 축제를 구경하지 못한 상태다. 그게 많이 아쉬웠나 보구나.
애가 괴인이긴 해도 꼬마는 꼬마라니까.
얼마나 놀고 싶었을까.
그걸 생각하니 코끝이 찡해진다. 보프 임마는 애랑 잘 놀아주지도 않는가 보네. 집에서 게임만 하지 말고, 어? 같이 좀 놀아주면 얼마나 좋냐고.
“그래. 고맙다, 키티야.”
ㅡ터억.
바로 키티의 머리에 손을 얹어줬다.
“열심히 놀다 왔지.”
“키티도 봤으면 좋았을 텐데.”
“그, 축제 영상 구할 수 있을 거다. 나 노래 부르는 거 있는데 보여줄까?”
“볼래!”
“다음에 구해줄게.”
“지금은 못 봐?”
“어.”
“뿌뿌뿌!”